1.전선은 설치된 뒤에야 제 역할을 한다
전선은 공장에서 완성되지만, 쓰이는 장면에서는 대개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 안쪽을 따라 전기가 흐르고, 발전·배전 설비 사이를 전력이 이동하며, 통신망을 통해 신호가 오간다. 대원전선의 현재 중심도 이 보이지 않는 연결을 만드는 일이다. 회사가 제시하는 제품군은 절연전선, 전력·제어·난연 케이블, 통신 케이블, 송·배전용 나동선으로 이어진다.
제품 이름은 비슷해 보여도 도착지는 다르다. 절연전선은 건물 배선이라는 생활 가까운 공간으로 들어간다. 전력전선과 제어 케이블은 전력을 보내거나 설비를 움직이는 현장과 만난다. 통신 케이블은 신호가 다니는 망을 구성하고, 피복하지 않은 나동선은 송·배전 계통에 쓰인다. 대원전선의 사업을 이해할 때는 ‘케이블’이라는 한 단어보다 전기·전력·통신이라는 사용 장면을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하다.
제품군 | 공시와 제품 정보에서 확인되는 사용 장면 | 사업을 읽는 관점 |
|---|---|---|
절연전선 | 건물 내부 배선 | 건설과 유통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기본 제품 |
전력·제어·난연 케이블 | 전력 송배전과 산업 설비 | 현장 규격과 발주 조건에 맞춘 산업 영업의 대상 |
통신 케이블 | 통신망 | 전력선과 다른 신호 전달 수요에 대응 |
나동선 | 송·배전 계통 | 구리를 가공해 전력 인프라에 연결하는 제품 |
이 제품들은 소비자가 매장에서 브랜드를 골라 사는 완제품과 거리가 있다. 누가 어떤 규격으로 주문하고, 어느 공사와 설비에 투입하며, 원재료 가격이 납품 가격에 언제 반영되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장에서 출하된 전선은 건물 벽이나 설비 안으로 들어가고 나면 다시 관찰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업의 품질도 화려한 외관보다 납품 경로, 가격 조건, 생산 대응력에서 드러난다.
이미지: 대원전선 제조 현장으로 소개된 야외 적치장과 금속 코일·지게차▲ 야외 적치장에 놓인 금속 코일과 이를 옮기는 지게차, 뒤편의 공장 건물 — 출처: 파이낸셜투데이, 2025-05-15
사진에서 먼저 보이는 것도 완성된 건물이나 전력망이 아니라 코일과 운반 장비다. 전선업의 실제 풍경은 긴 선을 얼마나 보기 좋게 전시하느냐보다, 무거운 원재료와 제품을 계속 들이고 가공하고 내보내는 흐름에 가깝다. 매출은 최종 사용처가 생길 때 잡히지만, 자금은 원재료를 확보하는 순간부터 먼저 묶인다. 이 시간 차이가 대원전선의 사업과 재무를 한 줄로 연결한다.
2.주문은 유통망과 산업 현장에서 만난다
대원전선의 판매 경로는 전국 도소매 유통과 산업영업으로 나뉜다. 도소매 경로는 여러 지역의 수요를 유통망을 통해 소화한다. 산업영업은 국내외 건설사와 산업전력업체를 직접 상대한다. 같은 공장에서 나온 전선이라도 하나는 유통 재고를 거쳐 현장에 도착하고, 다른 하나는 공사·설비의 조건에 맞춰 거래된다.
이 구분은 돈이 생기는 방식을 설명한다. 유통에서는 폭넓은 판매망과 재고 운용이 중요하고, 산업영업에서는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과 납기가 거래의 출발점이 된다. 전선 매출은 결국 길이만큼 계산되는 단순한 장사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전선이 어느 경로에서 팔리는지, 원재료 가격이 바뀌었을 때 판매 조건을 얼마나 빨리 조정하는지가 함께 작동한다.
고객을 읽을 때도 이름보다 구조가 먼저다. 공시는 건설사와 산업전력업체라는 고객 유형을 밝히지만, 주요 거래처 모두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특정 고객 의존을 살펴볼 수 있는 공시 수치는 존재해도 해당 고객은 익명으로 처리돼 있다. 확인되지 않은 실명을 대입하면 실제 사업 설명보다 납품설이 앞서게 된다.
유통과 산업영업은 서로를 완전히 대신하지 않는다. 유통망은 다양한 현장의 수요를 모으는 통로이고, 산업영업은 개별 프로젝트와 업체의 조건을 가까이에서 받는 통로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미리 정하기보다 제품 구성과 거래 조건이 이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봐야 한다. 매출이 늘어도 저마진 제품의 비중이 커지거나 가격 반영이 늦으면 이익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
전선은 한 번 납품한 뒤 유지보수 수수료를 계속 받는 서비스가 아니다. 제품을 생산해 출하하고 대금을 회수해야 거래가 완성된다. 따라서 매출채권과 재고가 길게 머무르면 손익계산서의 이익과 실제 현금 사이에 거리가 생긴다. 대원전선에서 판매망을 설명하는 일이 곧 운전자본을 설명하는 일인 이유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고객을 상대하는 별도의 흐름도 생겼다. 연결 범위에 들어온 알루미늄휠 사업은 완성차 업체의 공급망 안에서 움직인다. 건설·전력 현장의 전선과 자동차 OEM 납품은 고객의 구매 방식도, 제품이 쓰이는 장면도 다르다. 연결 매출을 볼 때 두 흐름을 한 덩어리로 읽지 않아야 하는 배경이다.
3.구리봉에서 납품 대금까지
전선 생산의 출발점에는 공시가 주요 원재료로 분류한 CU-ROD, 즉 구리봉이 있다. 구리를 전선 제품으로 가공하고 필요한 피복과 규격을 갖춘 뒤, 코일이나 드럼 형태로 현장에 내보내는 흐름이다. 제공된 현장 사진도 이 사업이 원재료와 제품을 물리적으로 쌓고 옮기는 제조업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생산이 늘면 매출 기회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사야 할 재료와 보유 재고도 함께 커질 수 있다.
구리는 제품의 재료인 동시에 가격표를 흔드는 변수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이미 보유한 재고의 가치와 새로 사야 할 물량의 비용이 달라진다. 판매가격에 원가 상승분을 빠르게 반영하면 충격을 줄일 수 있지만, 시차가 생기면 매출 증가와 수익성 하락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원재료 가격만 보고 실적 방향을 단정하는 것도 이르다. 실제 결과는 매입 시점, 재고, 제품 구성, 판매단가가 만나는 곳에서 정해진다.
이 구조에서는 공장 가동도 한 방향으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설비를 많이 돌리면 고정된 생산 기반을 활용할 수 있지만, 팔릴 제품과 회수 가능한 주문이 뒷받침돼야 한다. 재고를 쌓기 위해 가동한 것인지, 납기를 맞추기 위해 가동한 것인지에 따라 같은 현장 풍경의 의미가 달라진다. 생산 활동과 현금 회수는 한 박자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지: 2010~2015년 대원전선 매출·영업이익·순이익·영업이익률 추이 차트▲ 매출 막대와 이익·영업이익률 선을 함께 배치한 과거 실적 차트 — 출처: 더벨, 2015-11-19
오래된 차트가 보여주는 장면도 전선업을 읽는 데 유효하다. 큰 매출 막대 옆에 상대적으로 작은 이익 수치가 놓여 있다. 이는 과거 수치로 현재를 대신하라는 뜻이 아니라, 외형과 마진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오래된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구리 같은 원재료가 매출원가와 운전자본을 크게 움직이는 사업에서는 매출 규모가 기업의 체감 여유를 그대로 말해주지 않는다.
대금 회수까지 가야 한 바퀴가 끝난다. 원재료 매입에 현금이 먼저 들어가고, 생산과 납품을 거쳐 매출채권이 생긴 뒤, 고객이 지급해야 다시 현금이 된다. 이 순환이 빨라지면 같은 사업 규모도 자금 부담이 가벼워진다. 늦어지면 장부상 이익이 나더라도 차입이나 별도 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 대원전선에서 구리 가격, 판매단가, 영업현금흐름을 따로 떼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전선 옆에 들어온 알루미늄휠
현재 연결 대원전선은 전선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원알텍과 그 아래 대원합금이 연결 범위에 들어오면서 자동차 알루미늄휠 부문이 별도의 사업 축이 됐다. 전선이 건설·전력·통신 현장으로 향한다면 알루미늄휠은 완성차 공급망으로 향한다. 두 사업은 모두 제조와 납품을 기반으로 하지만 고객과 최종 사용 장면은 뚜렷하게 다르다.
사업보고서에서 대원알텍은 현대차, 기아, 한국GM, HMMA, 미쓰비시 등에 OEM 방식으로 알루미늄휠을 납품한다고 밝혔다. OEM은 완성차 업체가 정한 제품 체계와 공급망 안에서 부품을 생산해 납품하는 방식이다. 이 목록은 회사가 밝힌 거래처 범위다. 앞으로의 발주량이나 새 수주가 보장됐다는 뜻으로 넓혀 읽을 수는 없다.
알루미늄휠 편입은 연결 숫자의 해석을 바꾼다. 전선 판매가 늘었는지, 새로 편입된 사업이 외형을 더했는지 구분해야 전년 비교가 제대로 된다. 연결 매출이 커졌다는 한 문장만으로는 기존 전선 사업의 판매량, 단가, 수익성이 각각 어떻게 움직였는지 알기 어렵다. 부문별 매출과 연결 이익을 나란히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룹 홈페이지에 표시된 제조 계열에는 전선 관련 회사인 대명전선·대원FMI·금원전선과 알루미늄 계열인 대원AL-TEC·대원합금이 함께 놓여 있다. 이름이 비슷한 계열사를 모두 상장사 본체의 사업으로 합쳐 읽어서는 안 된다. 공식 그룹도는 관계의 지도를 제공하고, 연결재무제표는 어느 회사의 실적이 실제 숫자에 포함됐는지를 정한다.
두 축 사이에 확인된 판매 결합이나 공동 수주를 임의로 설정할 근거는 없다. 현재 확인되는 변화는 포트폴리오가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이 넓어짐은 한쪽 업황에만 기대지 않는 모습으로 읽힐 수 있는 동시에, 서로 다른 사업의 원가와 고객 흐름을 나눠 분석해야 하는 숙제를 만든다. 전선의 구리 가격과 휠 사업의 영업 상황을 하나의 원인으로 묶으면 연결 숫자는 오히려 흐려진다.
5.실적: 커진 외형, 흔들린 마진, 다시 뛴 분기
2025년 감사받은 연결 매출은 6,245억원, 영업이익은 94억원, 연결순이익은 129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13.0%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8% 줄었다. 외형 확대가 곧바로 영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 연간 실적의 핵심이다.
구분 | 2025년 연결·연간 | 2026년 1분기 | 읽을 때 주의할 점 |
|---|---|---|---|
매출 | 6,245억원 | 1,892억원 | 연간과 분기는 기간이 달라 단순 배수 비교가 부적절함 |
영업이익 | 94억원 | 147억원 | 첫 분기의 이익 급증이 연간 지속성을 보장하지 않음 |
순이익 | 129억원 | 112억원 | 영업외손익과 세금까지 반영된 값 |
전선부문 매출 | 5,271억원 | 1,634억원 | 현재 연결 외형의 중심 사업 |
자동차 알루미늄휠 매출 | 974억원 | 약 259억원 | 연결 편입 효과와 부문 자체 흐름을 구분할 필요 |
연간 제품 구성을 보면 절연전선이 56%, 전력전선이 35%, 나선이 6%, 통신전선이 2%였다. 전력망 관련 기대가 시장에서 크게 들릴 때도 실제 판매 기반에서는 절연전선의 비중이 가장 컸다. 초고압이나 데이터센터 같은 화제만으로 회사 전체 제품 구성을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생산 측면에서는 전선부문 국내 생산능력이 5,838억원, 생산실적이 4,670억원으로 제시됐고 평균가동률은 89.64%였다. 이는 설비가 상당 부분 가동됐다는 관찰에는 도움이 된다. 다만 가동률 자체가 제품별 마진이나 고객별 채산성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공장이 바빴다는 사실과 영업이익이 좋아졌다는 판단 사이에는 제품 구성과 판매 조건이 놓여 있다.
원재료의 집중도는 더 직접적이다. CU-ROD가 전선 원재료 매입액의 89.2%를 차지했다. 원재료 가격이 움직일 때 매입자금 수요와 원가 부담이 크게 반응할 수 있는 구조다. 2026년 1분기 공시 가격은 전력선 내수 단가가 kg당 18,183원, CU-ROD가 kg당 19,273원이었다. 서로 다른 품목 가격을 단순 차감해 마진으로 볼 수는 없지만, 판매가격과 핵심 원재료 가격의 움직임 및 반영 시차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892억원, 영업이익은 147억원, 순이익은 112억원이었다. 전선부문 매출은 1,634억원, 자동차 알루미늄휠 부문은 약 259억원이었다. 연간 영업이익을 웃도는 분기 영업이익은 눈에 띄지만, 한 분기만으로 새로운 정상 마진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일회성 요인 여부와 이후 분기의 지속성이 뒤따라 확인돼야 한다.
이미지: 2019~2023년 대원전선 매출·영업이익·순이익·영업이익률 추이 차트▲ 외형 확대 과정에서 이익과 영업이익률이 고르게 움직이지 않은 모습을 담은 차트 — 출처: 더벨, 2024-06-12
고객 집중도도 손익의 배경이다. 2025년 연결 매출 가운데 단일 고객 A사가 차지한 비중은 14.43%였다. 공시가 실명을 익명 처리했으므로 특정 건설사나 완성차 업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의미 있는 관찰은 주요 고객의 발주와 거래 조건이 연결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도다.
2026년 8월 12일 반기보고서가 제출됐지만, 여기서 직접 원문 표로 대조된 반기·2분기 수치는 없다. 따라서 확정 비교는 감사받은 2025년 연간 실적과 검증된 2026년 1분기 수치까지로 선을 긋는다.
자금 조달은 현금흐름의 압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장면이다. 회사는 2026년 6월 10일 제27회 사모 전환사채 500억원 발행을 결정했다. 보도된 자금 용도는 원재료 매입 등 운영자금 345억원과 단기차입금 상환 155억원이다. 이 구성은 성장 투자라는 말만으로 조달을 읽기보다 매입자금과 기존 차입 부담을 함께 봐야 함을 보여준다.
전환가액은 11,650원이고 전환 시 발행 가능한 물량은 4,291,845주, 기존 발행주식 대비 약 5.04%로 보도됐다. 리픽싱과 투자자 풋옵션은 없다는 조건도 함께 전해졌다. 주가가 전환 조건을 충족해 실제 주식으로 바뀌면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될 수 있다. 반대로 전환 여부가 정해지기 전에는 잠재 물량과 실제 발행 주식을 구분해야 한다.
결국 이 실적에서 함께 봐야 할 것은 세 층이다. 전선과 알루미늄휠이 만든 연결 외형, 원재료 및 제품 구성에 따라 달라지는 영업마진, 이익이 현금으로 돌아오는 속도다. 어느 한 층만 좋아져도 뉴스는 될 수 있지만, 세 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사업의 체질 변화라고 부를 근거가 단단해진다.
6.자동차용 전선에 무게를 옮긴 시간
대원전선의 최근 모습을 하루아침의 변신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2023년 한국IR협의회 보고서는 회사가 2020년 자동차용 전선 설비를 증설한 뒤 저수익 제품을 줄이고 자동차 전선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당시 전략 방향을 해석한 외부 분석이며, 현재의 특정 수주나 납품 물량을 증명하는 자료는 아니다.
이 전환의 의미는 제품 이름보다 선택에 있다. 같은 전선 안에서도 모든 품목을 같은 비중으로 가져가지 않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자동차용 전선 쪽에 설비와 판매 역량을 옮겼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략이 실제 성과가 되려면 해당 제품의 판매 확대와 마진 개선이 이후 공시에서 이어져야 한다. 계획과 결과 사이를 채우는 것은 결국 제품별 매출과 이익이다.
이미지: 2019~2024년 대원전선 매출·영업이익·순이익·마진 추이 차트▲ 자동차용 전선 집중 전략이 진행된 시기의 매출과 이익·마진 흐름을 나란히 보여주는 차트 — 출처: 더벨, 2025-05-20
차트에서는 외형이 커지는 동안 이익과 마진이 직선으로 따라오지 않은 모습이 보인다. 전략 전환이 있었다는 사실과 전사 실적이 곧바로 안정됐다는 평가는 별개다. 기존 범용 제품의 비중을 조정하는 과정, 원재료 가격과 판매가격의 시차, 매출채권과 재고의 변화가 함께 결과를 만든다.
외부 보도는 과거 성장 과정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과 운전자본, 매출채권 회전 문제를 지적했다. 전선 판매가 늘어날수록 매입과 재고에 돈이 먼저 들어가는 구조라면 이익 성장만으로 자금 사정을 설명할 수 없다. 자동차용 전선 집중이 좋은 선택이었는지도 매출 이름보다 현금 회수와 마진으로 판별해야 한다.
이후 알루미늄휠 사업까지 연결 범위에 들어오면서 ‘자동차’라는 단어는 두 의미를 갖게 됐다. 하나는 본업 안의 자동차용 전선이고, 다른 하나는 자회사의 자동차 휠이다. 둘을 합쳐 자동차 사업이 성장했다고 말하면 어느 쪽이 성과를 냈는지 사라진다. 전선 내 제품 전략과 연결 포트폴리오 확장은 분리해 기록하는 편이 정확하다.
이 역사는 대원전선이 전력 인프라 한 방향으로만 움직여 왔다는 서사와도 맞지 않는다. 건물·전력·통신용 전선을 계속 팔면서 본업 안에서는 자동차용 제품을 택했고, 연결 범위에서는 휠 사업을 더했다. 현재 회사의 모양은 한 번의 대형 프로젝트보다 여러 선택이 겹쳐 만들어진 결과에 가깝다.
7.전력망 기대가 계약서에 닿는 거리
시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전력망 투자, 초고압 전선 수요 확대가 대원전선의 성장 이야기로 거론됐다. 전기를 더 많이 쓰는 시설이 늘면 전선 산업이 주목받는다는 방향 자체는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산업 전체의 수요 전망과 특정 회사가 확보한 계약은 서로 다른 단계다.
현재 공개된 근거만으로는 데이터센터나 초고압 전선 관련 고객, 계약액, 수주잔고를 대원전선의 확정 실적으로 연결할 수 없다. 이 기대가 사업 사실로 바뀌려면 회사 이름이 들어간 계약이나 공시된 납품, 해당 제품의 매출처럼 회사 단위의 연결 고리가 필요하다. 그 전까지는 업종에 불어오는 바람과 회사의 돛에 실제로 걸린 바람을 구분해야 한다.
이 경계가 전력 수요 증가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대원전선은 이미 전력전선과 송·배전용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관련 산업의 관심권에 들어갈 사업 기반은 있다. 다만 전체 제품 구성에서는 건물 배선에 쓰이는 절연전선도 큰 축이고, 판매 경로에는 도소매 유통과 일반 산업영업이 함께 있다. 화제가 된 한 사용처만으로 공장의 모든 코일을 설명할 수 없다.
구리 가격 상승을 ‘호재’라고만 부르는 해석도 절반짜리다. 판매단가가 함께 오르면 매출액이 커질 수 있고 보유 재고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동시에 새 원재료를 사는 데 더 많은 현금이 필요하며 가격 전가가 늦으면 마진이 눌릴 수 있다. 실제 판단은 구리 시세의 방향보다 매입 가격, 판매 가격, 재고와 현금흐름이 어느 속도로 움직였는지에 달려 있다.
전환사채 조달이 이 대목과 맞닿는다. 회사가 운영자금과 차입금 상환을 위해 자금을 마련했다는 사실은 구리를 사서 제품을 만들고 대금을 회수하기까지 필요한 현금의 무게를 드러낸다. 시장 기대가 커질수록 생산과 매출이 늘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운전자본도 더 필요할 수 있다. 성장과 자금 부담은 전선 제조업에서 반대말이 아니다.
그래서 대원전선을 읽는 가장 현실적인 장면은 전력망의 거대한 조감도보다 공장 앞 코일에 가깝다. 그 코일이 절연전선이 되어 유통망으로 가는지, 산업용 전력선으로 건설사에 납품되는지, 자동차용 제품으로 전략 전환의 성과를 만드는지가 먼저다. 원재료에 묶인 현금이 판매대금으로 돌아오고, 늘어난 연결 외형이 안정된 마진으로 남을 때 비로소 시장의 큰 이야기가 회사의 기록이 된다.
각주
- 제품정보 - 종합카다로그, 대원전선 — https://www.daewoncable.co.kr/product/product-sub2.php
- 대원전선 2025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7/000571/20260317002288/11011.htm
- 대원전선 1분기 영업이익 보도, 파이낸셜투데이 — https://www.f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1309
- 사업보고서 제57기, 한국거래소 KIND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7/000571/20260317002288/11011.htm
- 대원전선 2025 사업보고서 고객 정보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7/000571/20260317002288/11011.htm
- 대원전선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08/000093/20260508000178/11013.htm
- 대원전선 재무성과 차트, 더벨 — https://m.thebell.co.kr/m/newsview.asp?newskey=201511190100037810002268&svccode=
- 대원전선 2025 사업보고서 연결부문 정보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7/000571/20260317002288/11011.htm
- 사업보고서 제57기, 대원알텍 납품처 진술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7/000571/20260317002288/11011.htm
- 대원전선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daewoncable.co.kr/
- 사업보고서 제57기 재무제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7/000571/20260317002288/11011.htm
- 분기보고서 2026.03, 금융감독원 DART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08000019
- 대원전선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08/000093/20260508000178/11013.htm
- 반기보고서 2026.06, 금융감독원 DART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812000613
- 전환사채권발행결정, 금융감독원 DART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610000335
- 몸값 4배 뛴 대원전선, ‘제로’ 금리로 500억 조달, 이투데이 — https://v.daum.net/v/20260611140105553
- 고부가 자동차용 전선으로 선택과 집중, 한국IR협의회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report/IR20230725%EB%8C%80%EC%9B%90%EC%A0%84선.pdf
- 대원전선, 실적 성장세 견조 vs 운전자본·주가 부진, 더벨 — https://www.thebell.co.kr/front/newsview.asp?code=0401&key=202505191037257840107993
- AI 숨은 기대주 대원전선, 전력 수요·구리값 상승 호재, 더벨 — https://www.thebell.co.kr/front/newsview.asp?key=202406112215446480103775
- 대원전선, 500억 규모 전환사채 발행 추진, 더벨 — https://m.thebell.co.kr/m/newsview.asp?newskey=2026052810055073201091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