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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유화

온산의 기초유분을 울산의 PP·HDPE로 잇는 수직계열 축이다

1.온산에서 울산까지 이어지는 공정

대한유화의 사업은 두 공장을 한 줄로 이어 놓고 볼 때 가장 선명하다. 온산공장은 나프타분해센터인 NCC를 기반으로 에틸렌·프로필렌을 비롯한 기초유분을 만들고, 울산공장은 그 흐름을 받아 폴리프로필렌(PP)과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같은 고분자 수지를 생산한다. 여기에 부타디엔(BD), 아로마틱, 산화에틸렌·에틸렌글리콜(EO·EG) 계열까지 포트폴리오가 뻗어 있다. 원료를 분해해 중간재를 얻고, 일부를 다시 수지로 중합하는 공정이 회사 안에서 연결된 구조다.

이 연결은 사업 설명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한유화가 판매하는 것은 하나의 완제품이 아니라 여러 제조업의 출발점이다. 기초유분은 다른 화학 공정의 원료가 되고, PP와 HDPE는 고객사의 성형·압출·필름 가공을 거쳐 비로소 눈에 익은 물건으로 바뀐다. 공장 문을 나설 때의 제품은 액체 원료나 수지 알갱이일 수 있지만, 고객이 사는 이유는 그 뒤에 만들어질 필름·용기·파이프·분리막에 있다.

이미지: 배관과 대형 설비가 이어진 온산 NCC 공장 전경

▲ 배관과 대형 설비가 이어진 온산 NCC 증설·개조 공장 전경 — 출처: 대한유화 50년사, 2026-08-10 열람

공정의 앞단과 뒷단을 함께 보유했다는 사실이 항상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앞단의 원료 가격과 제품 가격 사이 간격이 좁아지면 많은 설비를 돌리고도 남는 몫이 줄어든다. 반대로 수지의 특정 등급이 고객 공정에 자리 잡거나 산업단지 안에서 장기 공급 관계가 형성되면 판매의 성격은 달라진다. 이 회사의 손익이 때로 급하게 흔들리는 이유와 특수제품을 오래 개발해 온 이유가 같은 공정도 위에 놓인다.

공정의 위치

대한유화가 다루는 것

판매 뒤 이어지는 장면

온산의 기초유분

올레핀·아로마틱·EO/EG·BD

외부 화학업체의 후속 공정 또는 사내 수지 생산

울산의 고분자

PP·HDPE와 용도별 등급

필름·성형품·파이프·분리막 등 고객사의 가공

산업단지 인프라

전기·증기 등 유틸리티, 산업용가스, 소금

입주업체의 연속 운전과 식품업체의 생산

첫 두 줄이 전통적인 석유화학 본체라면 마지막 줄은 연결 범위가 넓어진 현재의 모습이다. 모두 같은 제품도, 같은 계약 구조도 아니다. 따라서 대한유화를 이해할 때는 ‘수지를 얼마나 파는가’만큼 어느 공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돈을 받는지도 구분해야 한다.

2.필름·용기·분리막으로 도착하는 수지

HDPE 제품 페이지에 제시된 사용 장면은 소재기업의 고객 관계를 잘 보여준다. 대한유화가 소개하는 필름용 HDPE는 고객사의 필름 가공을 거쳐 쇼핑백, 레토르트 파우치, 공업용 필름과 농업용 필름으로 바뀐다. 회사가 소비자에게 완성 봉투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공업체가 원하는 방식으로 얇게 펼치고 성형할 수 있는 수지 등급을 제공하는 B2B 사업이다.

같은 HDPE라는 이름 아래에서도 최종 장면은 달라진다. 중공성형은 녹인 수지를 틀 안에서 부풀려 속이 빈 제품을 만드는 가공 방식이다. 공개된 제품 화면에는 드럼과 산업용 용기 같은 적용 예가 사양표와 함께 배치돼 있다. 소재의 이름만 보면 추상적이지만, 고객에게는 용기의 형태를 안정적으로 뽑아내는 가공 원료라는 뜻이다.

이미지: 중공성형 HDPE의 용기 적용 예와 제품 사양표

▲ 산업용 용기 적용 예와 등급별 사양이 함께 보이는 중공성형 HDPE 제품 화면 — 출처: ChemKnock, 2026-08-12

PP도 공장 안에서는 수지이지만 유통 단계에서는 등급명이 찍힌 포장 단위로 만난다. 포장백 사진은 거대한 NCC와 소비재 사이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거래 단위를 보여준다. 생산자는 일정한 물성을 가진 수지를 포장해 내보내고, 가공업체는 이를 녹여 파이프나 다른 성형품을 만든다. 결국 제품 경쟁력은 ‘PP를 생산한다’는 넓은 문장보다 고객의 설비에서 요구한 결과가 반복해서 나오는가에 가까워진다.

이미지: YUHWA POLYPRO라고 인쇄된 PP 수지 포장백

▲ YUHWA POLYPRO와 25kg 표기가 보이는 PP 수지 포장백 — 출처: Chemate Group, 2024-03

분리막용 PP는 이 논리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은 전지 내부에서 쓰이는 얇은 막이며, 회사는 건식 LiBS 분리막용 S800M·S802M 등급을 자동차·재생에너지·IT 기기용 소재로 소개한다. 저불순물 PP를 만드는 슬러리 공법도 함께 강조한다. 다만 공식 제품 소개에는 특정 고객, 계약 규모나 판매량이 실려 있지 않다. 제품이 존재하고 목표 용도가 제시됐다는 사실과 상업적 침투 정도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대한유화의 제품군은 그래서 범용과 특수를 칼로 자르듯 나누기 어렵다. 동일한 PP·HDPE 계열에서도 필름, 중공성형, 파이프, 분리막처럼 고객 공정과 최종 사용처가 갈린다. 범용 수지는 설비의 규모와 업황 영향을 크게 받고, 용도별 등급은 고객 가공 조건에 맞춘 제품 구성이 중요하다.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은 이 여러 등급이 섞인 판매 결과다.

3.출하 방식이 달라지면 사업의 얼굴도 달라진다

석유화학 제품의 판매는 국내와 수출로 갈린다. 국내에서는 직접 판매와 대리점 경로를 함께 쓰고, 수출은 종합상사나 수출업체를 거친다. 한 공장에서 나온 물량이라도 최종 고객에게 곧장 가는 거래와 중간 유통망을 타는 거래가 공존한다. 수지 포장백 하나와 대규모 벌크 물량이 같은 회사 매출 안에 들어올 수 있는 이유다.

판매량만 늘면 자동으로 이익이 커지는 구조는 아니다. 원료비와 제품 가격의 차이, 공장 운전 수준, 보수 일정, 제품 구성에 따라 같은 매출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범용 기초유분과 수지는 국제적인 수급 변화에 노출되기 쉽고, 특정 용도 등급은 고객의 채택과 가공 안정성이 중요하다. 대한유화의 돈 버는 경로를 읽을 때 매출액과 함께 제품 믹스가 계속 등장하는 배경이다.

연결 범위에는 석유화학과 성격이 다른 사업도 들어와 있다. 산업용가스는 파이프라인을 이용한 장기계약 방식으로 판매되고, 유틸리티는 산업단지 입주업체에 필요한 전기·증기 등을 공급한다. 소금은 식품업체와의 공급계약이 중심이다. 국제 시황을 따라 움직이는 수지 출하와 산업단지의 연속 운전을 받치는 계약은 매출 발생 방식부터 다르다.

특히 한주가 연결 종속회사로 편입되면서 유틸리티와 소금이 연결 손익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는 대한유화가 갑자기 석유화학을 떠났다는 뜻이 아니다. 연결재무제표 안에서 석유화학 본업의 변동과 지역 인프라 사업의 손익이 함께 보이게 됐다는 뜻에 가깝다. 전사 매출만 보면 가려질 수 있는 차이를 부문별 숫자로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용가스 역시 제품이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고객 공장에는 필수적인 흐름이다. 파이프라인 계약은 포대 제품처럼 주문마다 택배 상자가 움직이는 사업이 아니다. 생산시설과 고객 설비가 물리적으로 연결되고 공급의 연속성이 거래의 일부가 된다. 대한유화의 수익 구조에는 국제 수급에 민감한 석유화학과 지역 산업단지에 밀착된 공급이 나란히 놓여 있다.

이 차이는 회사를 평가할 때 꽤 중요하다. 석유화학 업황이 약할 때 유틸리티·가스·소금이 일부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별도 부문의 이익을 곧바로 석유화학 경쟁력 개선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반대로 석유화학이 회복될 때도 연결 실적의 변화 중 얼마가 본업에서 왔는지 구분해야 한다. 서로 다른 엔진이 한 계기판에 표시되는 셈이다.

4.실적: 흑자 전환 뒤 한 분기 만에 드러난 진폭

2025년 감사·확정 연결 실적은 매출 3조3,478억원, 영업이익 527억원, 당기순이익 559억원이었다. 2023년과 2024년 이어졌던 영업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지만, 영업이익률은 약 1.6%였다. 흑자 전환이라는 방향은 분명했으나 매출 규모에 비해 두꺼운 마진이 확보된 해로 보기는 어려웠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8,471억원, 영업이익 736억원, 당기순이익 673억원을 기록했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545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8.7%로 전년 연간 수준보다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7월 30일 공정공시된 2분기 잠정실적은 매출 9,563억원, 영업손실 39억원, 당기순손실 81억원이었다. 매출은 직전 분기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약 마이너스 0.4%로 내려갔다.

연결 기준

2025년 확정

2026년 1분기

2026년 2분기 잠정

매출

3조3,478억원

8,471억원

9,563억원

영업이익

527억원

736억원

-39억원

당기순이익

559억원

673억원

-81억원

영업이익률

약 1.6%

약 8.7%

약 -0.4%

공시 성격

감사·확정 연간 실적

분기보고서 수치

공정공시 잠정치

한 분기 사이 영업손익이 775억원 줄었다. 1분기의 높은 이익을 곧바로 새로운 정상 수준으로 놓기 어려운 장면이다. 2분기 수치는 반기 검토 재무제표가 아니라 잠정실적이므로 이후 정기보고서와 세부 항목을 맞춰 볼 필요가 있다. 다만 매출 증가와 손익 악화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만으로도 판매 규모보다 스프레드와 운전 조건이 더 중요할 수 있는 업종의 성격은 드러난다.

2025년 말 연결 재무상태표에는 자산총계 2조7,003억원, 부채총계 6,189억원, 자본총계 2조815억원이 잡혔다. 부채가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9%다. 이 숫자는 특정 시점의 재무구조를 보여줄 뿐 설비 업황의 변동성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손익계산서의 급한 진폭과 재무상태표의 자본 기반을 별개의 축으로 함께 읽는 편이 맞다.

연결 범위도 비교에 영향을 준다. 2026년 1분기 말 공시 기준 코리아에어텍 지분은 100%, 한주 지분은 50.13%였다. 한주는 2025년 2분기에 지배력을 획득한 뒤 연결 대상에 추가됐다. 전년 동기나 과거 연간 수치와 현재 연결 실적을 비교할 때는 영업환경 변화뿐 아니라 포함된 사업 범위가 달라졌다는 점도 살펴야 한다.

2025년 3분기 누적 연결조정 전 단순 부문 실적은 본업과 비석유화학 부문의 역할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아래 수치는 내부거래 제거 전 부문 단순 합계이므로 연결 매출·이익과 그대로 더하거나 대조하면 안 된다.

부문

매출

영업이익

석유화학

2조1,548억원

-224억원

유틸리티

3,386억원

414억원

산업용가스

462억원

59억원

소금

264억원

56억원

이 기간에는 규모가 가장 큰 석유화학 부문이 손실을 냈고, 유틸리티를 비롯한 다른 부문이 이익을 기록했다. 연결 흑자를 곧바로 수지·기초유분 사업의 완전한 정상화로 읽기 어려웠던 이유다. 반대로 비석유화학 부문을 사소한 곁가지로만 취급하면 당시 연결 손익을 설명할 수 없다.

설비의 명목 생산능력은 온산 에틸렌 연 90만톤, 프로필렌 연 56만톤이며 울산 PP는 연 55만톤, HDPE는 연 65만톤이다. BD 설비는 연 15만톤 규모다. 큰 설비는 업황 회복 때 물량 효과를 낼 기반이지만, 수요와 가격 간격이 약할 때는 가동 부담도 함께 커진다. 생산능력 자체와 실제 가동률, 판매량, 제품별 마진을 같은 숫자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결국 최근 실적이 말하는 핵심은 ‘흑자냐 적자냐’ 한 단어보다 분기별 진폭이다. 연간 흑자 전환, 강한 첫 분기, 곧이어 나온 소폭 영업손실이 한 줄에 놓인다. 대한유화에서는 한 시점의 이익을 연장하기보다 본업 부문 손익, 연결 범위, 제품 스프레드와 공장 운전 조건이 함께 유지되는지를 확인해야 실적의 질이 보인다.

5.범용 수지에서 특수 등급으로 넓힌 시간

대한유화는 1970년 설립됐고 1999년 상장했다. 제품 역사의 중요한 출발점은 1975년 PP·HDPE 스윙 플랜트다. 스윙 플랜트는 수요와 운전 조건에 따라 서로 다른 수지 생산을 전환할 수 있는 설비를 뜻한다. 회사가 기초유분만 파는 데 머물지 않고 고분자 소재까지 공정망을 확장한 초기 형태였다.

이후 회사가 소개하는 개발사는 ‘더 많은 범용 제품’보다 특정 용도를 향해 움직였다. 콘덴서용 고순도 PP, 초고분자량폴리에틸렌(UHMWPE), 습식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용 PE, 건식 분리막용 PP가 차례로 등장한다. UHMWPE는 분자량이 매우 큰 폴리에틸렌 계열을 가리킨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려운 소재 이름의 수집이 아니라, 고객의 사용 조건을 등급 설계에 반영하는 방향이 오랫동안 이어졌다는 점이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진행된 ONE Project의 공장 사진은 다른 축을 보여준다. 특수 등급 개발이 제품의 깊이를 늘리는 작업이었다면, 온산 NCC 증설·개조는 공정의 앞단을 규모화하는 작업이었다. 대한유화의 역사는 대형 기초설비와 세분화된 수지 등급 중 하나를 버리고 다른 하나를 택한 과정이 아니라, 두 축을 같은 회사 안에서 연결해 온 과정에 가깝다.

특수제품이라는 말은 자동으로 높은 수익성이나 시장 지배력을 뜻하지 않는다. 공개된 회사 설명은 개발한 등급과 목표 용도를 확인해 주지만, 제품별 매출·마진과 고객 채택 기간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특수 등급은 범용 업황의 영향을 덜 받을 가능성을 살피는 단서이지, 그 영향을 이미 벗어났다는 증명서는 아니다.

그럼에도 개발의 순서는 회사가 어디에서 차이를 만들려 했는지 보여준다. 범용 수지는 같은 계열 제품의 국제 수급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용도별 등급은 고객의 가공법과 최종 제품 요구에 더 가까이 들어간다. 대한유화가 대규모 설비를 가진 채 분리막·고순도·초고분자량 제품을 함께 소개하는 모습은 이 두 논리가 동시에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6.C4 유분을 부타디엔으로 바꾼 전환

온산 공정에서 나온 C4 유분을 외부에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부타디엔을 직접 생산하게 된 변화는 공정망 확장의 또 다른 사례다. 부타디엔 설비 투자는 2022년 발표됐고, 공시상 정상 가동은 2023년 4월 시작됐다. 기존에 팔던 중간 흐름을 한 단계 더 가공해 별도 제품으로 만드는 고도화다.

이미지: 배관과 냉각 설비가 밀집한 온산공단 공정시설 전경

▲ 부타디엔 생산시설 신설을 다룬 보도에 실린 온산공단 공정설비 전경 — 출처: 파이낸셜뉴스, 2022-03-17

이 전환의 의미는 새 제품 이름 하나를 추가한 데만 있지 않다. NCC에서 생긴 유분을 어느 단계에서 판매하느냐가 바뀌었다. 사내에서 후속 공정을 더 수행하면 제품 포트폴리오와 판매 선택지가 넓어지지만, 동시에 설비 운영과 시장 수급을 관리해야 할 범위도 커진다. 고도화는 ‘더 비싼 제품’이라는 짧은 표현보다 공정 단계와 노출 지점이 늘어난 변화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부타디엔은 PP·HDPE처럼 소비자가 쉽게 알아볼 만한 포장재 이름은 아니다. 그렇지만 대한유화의 현재 구조를 설명할 때는 중요하다. 온산이 단순한 원료 조달 거점이 아니라 여러 기초유분을 분리하고 다음 제품으로 넘기는 생산 중심지라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울산의 수지 생산과 함께 놓으면 회사의 수직계열 구조가 한층 입체적으로 보인다.

투자 발표와 정상 가동은 이미 지난 단계지만, 설비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수익 기여가 일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부타디엔 역시 판매 가격과 원료 흐름, 실제 가동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역사적으로는 C4 유분 판매에서 자체 생산으로 넘어간 전환이 확인되며, 경제적 성과는 이후의 부문 실적과 운전 상황에서 따로 읽어야 한다.

7.산업단지 안에서 넓어진 운영 반경

대한유화의 공장은 독립된 섬이 아니라 울산·온산 산업단지의 배관, 전력, 원료와 고객 설비 사이에 놓여 있다. 공장 맞은편 대형 프로젝트의 건설 장면까지 한 화면에 들어오는 현장은 이 입지를 실감하게 한다. 주변 설비의 증설과 원료 조달 환경은 가능성과 부담을 동시에 만든다. 가까운 공급망이 새로운 거래를 열 수도 있고, 인접한 대형 설비가 경쟁과 수급 구도를 바꿀 수도 있다.

이미지: 대한유화 표지석과 도로 건너 대형 공사 현장

▲ 대한유화 온산공장 표지석과 도로 건너편 대형 산업설비 공사 현장 — 출처: 아시아경제, 2025-12-18

한주의 유틸리티 사업과 코리아에어텍의 산업용가스가 연결 범위에 들어온 모습도 산업단지 생태계와 맞닿는다. 수지 제품은 국내외 유통망을 따라 멀리 이동하지만, 파이프라인 가스와 유틸리티는 지역 고객의 설비 운영에 밀착된다. 공간적으로 가까운 공급 관계가 연결 포트폴리오의 성격을 다르게 만드는 셈이다.

운영 현장에는 에너지 사용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도 있다. 울산공장 제품창고 지붕에는 태양광 발전설비가 설치됐고, 생산된 전력 일부를 PP 제조공정에 활용하는 장면이 독립 보도로 확인됐다. 다만 최신 회사 원문으로 발전량이나 탄소감축 효과가 확인되지 않은 만큼, 설비의 존재와 정량적 환경 성과를 분리해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제품 쪽에서는 ISCC PLUS 인증 범위가 에틸렌·프로필렌·BD·HDPE·글리콜·PP로 확대됐다. 제시된 인증 유효기간은 2026년 3월 11일부터 2027년 3월 10일까지다. 이 인증은 해당 제품군에서 인증 체계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를 보여준다. 실제 인증 제품 판매량, 고객별 수요나 그에 따른 수익을 대신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태양광과 인증은 모두 기존 공장을 당장 다른 사업으로 바꾸는 사건은 아니다. 하나는 공장 운영 전력의 일부에 관한 변화이고, 다른 하나는 제품의 인증 가능한 범위를 넓힌 변화다. 대한유화의 핵심 설비가 여전히 기초유분과 고분자 수지라는 사실 위에서, 고객의 조달 기준과 산업단지 운영 방식에 대응하는 층이 추가되고 있다고 보는 편이 알맞다.

8.공급과잉론과 제품 믹스가 맞부딪치는 자리

대한유화를 둘러싼 시장의 낙관론은 석유화학 구조조정과 제품 스프레드 회복, 특수 PE·PP 비중 개선에 기대를 건다. 공급이 정리되고 용도별 제품의 판매 구성이 좋아지면 큰 설비의 물량 효과가 다시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편에는 중국발 공급과잉, 나프타 조달 변수, 낮은 가동률과 정기보수 부담이 놓인다. 이는 회사가 확정한 실적 가이던스가 아니라 증권사가 제시한 업황 해석이다.

두 관점은 서로 다른 회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온산의 대형 기초설비는 스프레드 회복 때 강한 레버리지를 줄 수 있지만 공급과잉 때는 부담이 된다. 울산의 용도별 PP·HDPE 등급은 제품 구성을 개선할 여지를 주지만, 공개된 제품 목록만으로 고객 채택과 수익 기여를 확정할 수는 없다. 같은 공정망의 앞단을 강조하면 업황주로, 뒷단을 강조하면 소재 특화 기업으로 보이는 이유다.

산업단지 인프라 사업은 이 논쟁에 세 번째 결을 더한다. 유틸리티·산업용가스·소금은 석유화학 제품과 다른 계약 및 수요 구조를 가진다. 이익을 보탤 수는 있지만 본업의 공급과잉을 없애지는 않는다. 대한유화의 연결 손익은 이제 NCC와 수지 공장의 회복 여부뿐 아니라, 서로 다른 사업축이 어떤 조합으로 기여했는지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주주환원 정책도 이 구조를 건너뛸 수 없다. 회사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서 연결 기준 배당성향 25%를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동시에 실제 배당은 실적, 투자와 경영환경을 고려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목표치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매년 같은 지급액을 약속한 계약은 아니다. 설비 투자와 업황 변동이 큰 회사인 만큼 이익의 지속성과 자본 배분이 함께 맞물린다.

대한유화의 정체성은 범용 화학사와 특수 소재사 중 하나를 골라 붙이는 것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온산에서 만든 기초유분이 울산의 수지로 이어지고, 그 수지가 필름·용기·파이프·분리막의 출발점이 된다. 그 옆에서는 산업단지의 전력·증기·가스가 별도의 계약으로 흐른다. 회사가 오랜 시간 넓혀 온 것은 제품 이름의 목록보다 이 연결의 길이다.

그래서 대한유화의 변화는 새 간판보다 공정의 어느 지점에서 부가가치를 남기는가로 드러난다. C4 유분을 부타디엔까지 가공한 역사, 범용 수지를 특수 등급으로 세분한 개발, 인프라 사업이 연결 손익에 들어온 과정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거대한 설비에서 나온 물량이 고객 공정에 오래 자리 잡는 등급과 계약으로 이어질 때, 온산과 울산을 잇는 공정망은 비로소 규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각주

  1. 대한유화 기업정보 — 대한유화, 2026-08-12 — https://www.kpic.co.kr/hp/kr/kpic/intro.asp
  2. 분기보고서 (2025.09) — 한국거래소 KIND, 2025-11-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11/14/002079/20251114004695/11013.htm
  3. HDPE 필름용 제품·가공사례 — 대한유화 — https://www.kpic.co.kr/hp/kr/product/polymer/pol_grp.asp?pm_cd=2400
  4. 대한유화 중공성형 HDPE 제품 상세 — ChemKnock, 2026-08-12 — https://chemknock.co.kr/chem/kpic/view.do?idx=10766&no=59&pgMode=VIEW
  5. PP LiBS 분리막용 제품 — 대한유화 — https://www.kpic.co.kr/hp/kr/product/polymer/pol_grp.asp?pm_cd=1E10
  6. 분기보고서 (2025.09) 판매경로 — 한국거래소 KIND, 2025-11-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11/14/002079/20251114004695/11013.htm
  7. 분기보고서 (2025.09) 사업부문 — 한국거래소 KIND, 2025-11-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11/14/002079/20251114004695/11013.htm
  8. 연결손익계산서 — 대한유화 공식 IR — https://www.kpic.co.kr/hp/kr/ir/financial02_01.asp
  9. 분기보고서 (2026.03) — 금융감독원 DART, 2026-05-15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15002047
  10. 연결재무제표기준영업(잠정)실적 — 금융감독원 DART, 2026-07-30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730800975
  11. 연결재무상태표 — 대한유화 공식 IR — https://www.kpic.co.kr/hp/kr/ir/financial01_01.asp
  12. 대한유화 분기보고서 (2026.03) —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256/20260515005031/11013.htm
  13. 분기보고서 (2025.09) 부문정보 — 한국거래소 KIND, 2025-11-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11/14/002079/20251114004695/11013.htm
  14. 분기보고서 (2025.09) 생산능력 — 한국거래소 KIND, 2025-11-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11/14/002079/20251114004695/11013.htm
  15. 울산공장 특수제품·생산능력의 역사 — 대한유화 50년사 — https://50th.kpic.co.kr/View.asp?BN=700401&MM=401102&SQC=200614130141259225
  16. 대한유화 울산 온산공단 부타디엔 생산시설 투자 — 파이낸셜뉴스, 2022-03-17 — https://www.fnnews.com/news/202203171230311936
  17. 대한유화, 태양광 발전설비 확대로 ESG경영 박차 — 울산제일일보, 2025-01-13 — https://www.ujeil.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933
  18. ISCC PLUS Certification — 대한유화, 2026-03-11 — https://www.kpic.co.kr/hp/en/sustain/env_iscc_certi.asp
  19. 대한유화 Company Report — 유안타증권, 2026-03-25 — https://file.myasset.com/sitemanager/upload/2026/0324/092151/20260324092151757_0_ko.pdf
  20. 기업가치제고계획 — 금융감독원 DART, 2026-03-13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380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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