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맥이 인천과 부산에 닿아 곰표가 되기까지
대한제분의 출발점은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맥이다. 미국·호주·캐나다 등에서 조달한 원맥을 인천과 부산 공장에서 제분해 소맥분과 프리믹스, 관련 상품으로 내보낸다. 소맥분은 밀을 갈아 만든 밀가루이고, 프리믹스는 필요한 원료를 미리 배합해 조리 공정을 줄인 가공소재다. 같은 밀에서 출발해도 최종 고객이 집에서 부침개를 만드는지, 식품업체가 매일 같은 면을 뽑는지에 따라 상품의 규격과 역할이 달라진다.
공장의 일은 곡물을 단순히 가루로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원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두 공장을 가동한 뒤, 서로 다른 용도와 포장 단위로 제품을 나누어 유통해야 매출이 생긴다. 여기에 그룹의 곡물 하역·보관과 사료 제조가 연결된다. 대한제분을 소비자용 밀가루 한 품목으로만 묶기 어려운 이유가 이 흐름에 있다.
해외 원맥 조달은 생산의 원료와 원가를 결정한다.
인천·부산 제분공장은 원맥을 소맥분과 프리믹스의 기반 소재로 바꾼다.
가정용·업소용·식품업체용 판매와 그룹의 사료·곡물 물류가 서로 다른 매출 통로를 만든다.
▲ 곰표 밀가루 포대가 적재된 인천공장 방문 현장 — 출처: 뉴시스, 2022-05-23
이 사업에서 공장 가동은 곧바로 판매량과 같은 말이 아니다. 먼저 원맥을 사야 하고, 제품별 수요에 맞춰 설비를 돌리며, 대형 거래처와 가격·물량을 협의해야 한다. 국제 소맥가격과 환율이 조달비를 흔드는 동안 국내 수요와 거래처의 구매교섭력은 판매 조건에 영향을 준다. 곡물이 공장을 한 번 통과하는 짧은 장면 뒤에 원료 구매, 생산, 규격 설계, 영업이 차례로 붙어 있는 셈이다.
2.1kg 봉지와 20kg 포대는 서로 다른 문제를 푼다
회사는 곰표 밀가루를 80여 종, 프리믹스를 60여 종 제공한다고 소개한다. 숫자가 많은 까닭은 밀가루가 완성 음식이 아니라 결과를 좌우하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음식 종류에 맞는 분류와 쉬운 사용법이 중요하고, 업소와 식품업체에서는 반복 생산했을 때의 식감·색·퍼짐과 작업 효율이 중요해진다.
부침개부터 식빵까지, 가정용의 언어
가정용 제품은 강력분·중력분·박력분처럼 익숙한 분류로 사용 장면을 안내한다. 회사가 제시하는 용도에 따르면 중력분은 부침·수제비·칼국수, 강력분은 식빵·피자, 박력분은 케이크·과자·튀김에 대응한다. 소비자는 원맥의 산지나 공장 설비보다 오늘 만들 음식에 맞춰 봉지를 고른다. 여기서 곰표라는 브랜드와 포장 전면의 용도 표시는 복잡한 제분 규격을 생활 언어로 번역하는 장치가 된다.
이미지: 곰표 중력밀가루 1kg 패키지▲ 곰표 중력밀가루 1kg 패키지와 전면의 다목적 제품 표시 — 출처: Homeplus, 확인 불가
가정용 1kg 봉지는 곰표를 가장 쉽게 접하는 화면이지만, 회사의 제품 지도를 모두 보여주지는 않는다. 소비자는 한 번의 요리를 위해 소량을 구매할 수 있지만, 업소는 일정한 품질의 반죽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같은 상표가 붙어 있어도 구매 주기와 포장 크기, 제품을 평가하는 기준은 달라진다.
면의 색과 퍼짐까지 보는 업소용
업소용 제면 소재는 생면·우동·칼국수·만두피 업체의 공정 요구를 겨냥한다. 회사는 삶은 뒤의 식감과 색, 시간이 지났을 때 면이 퍼지는 정도 등을 제품 차별점으로 제시한다. 20kg 포대는 소매점의 작은 봉지보다 덜 화려하지만, 반복 생산에서 같은 결과를 내려는 사업자에게는 생산 원료이자 품질 조건이다.
이미지: 20kg 곰표 고급 제면용 밀가루 포장▲ 생면·우동·칼국수 등에 쓰이는 20kg 곰표 고급 제면용 밀가루 포장 — 출처: 식봄, undated
프리믹스는 한 단계 더 공정 가까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업소용 핫도그가루2호는 물을 넣어 반죽한 뒤 소시지에 입혀 튀기는 사용법을 제시한다. 사용자가 여러 원료를 따로 계량하고 배합하는 과정을 줄이는 제품이다. 밀가루 자체의 판매를 넘어 고객의 조리 절차를 짧게 만드는 것이 프리믹스의 가치다.
따라서 대한제분의 제품 수는 단순한 구색 경쟁으로만 읽기 어렵다. 한쪽에는 음식 이름을 보고 고르는 가정용 봉지가 있고, 다른 쪽에는 제면업체의 결과물과 업소의 작업 순서를 겨냥한 대용량 소재가 있다. 매출은 밀가루의 무게에서 나오지만 거래를 유지하는 힘은 그 가루가 고객의 주방과 생산라인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에 달려 있다.
3.제분 밖으로 이어진 곡물의 연결 지도
연결 기준 사업축은 소맥분식품, 사료, 조사료·곡물 하역·보관이다. 여기에 반려동물과 식음료 사업, 기타 부문이 별도로 더해진다. 대한제분이라는 상장회사의 숫자에는 본체의 밀가루뿐 아니라 여러 연결회사의 활동이 함께 들어온다. 그래서 곰표 제품의 판매 동향과 연결 매출 전체의 움직임은 같은 방향과 크기로 움직인다고 전제할 수 없다.
그룹 안에서 역할은 비교적 선명하다. 대한싸이로는 곡물 하역과 보관을 맡고, 대한사료는 사료를 제조하며, 대한제분은 제분과 유통의 중심에 있다. 원료를 받아 저장하고, 제조한 뒤 유통하는 단계가 그룹 안에 이어져 있다. 조사료는 가축 사육에 쓰이는 풀·건초 계열 원료를 가리키며, 소맥분과 고객은 다르지만 곡물 조달과 대형 설비라는 공통 기반을 가진다.
이미지: 대한사료 인천공장의 사일로와 제조설비▲ 사일로와 자동화 제조설비가 보이는 대한사료 인천공장 — 출처: 대한사료, undated
사료 부문은 연결 외형에서 소맥분식품과 나란히 큰 축을 이룬다. 곰표 봉지만 보고 회사를 추적하면 사료 생산과 곡물 물류에서 생기는 매출, 비용, 설비 운용을 놓치게 된다. 반대로 연결 실적만 보면 소비자에게 오래 노출된 곰표 브랜드와 업소용 소재의 세밀한 제품 구성이 흐려질 수 있다. 상장회사를 읽을 때는 제품 브랜드의 지도와 연결회사의 지도를 겹쳐 보아야 한다.
반려동물과 식음료는 독립 부문으로 관리되지만, 현재 확인되는 손익만 놓고 보면 연결 이익을 안정적으로 떠받치는 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이 사업들은 전통적인 곡물 처리 흐름보다 소비자 시장에 가까운 확장선이다. 대한제분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오래된 제분·사료·물류 기반과 상대적으로 새로운 소비재 영역이 한 연결재무제표 안에서 만나는 구조다.
4.2025년과 2026년 1분기 실적: 큰 매출, 엇갈린 손익
2025년 연결 매출은 1조3,752억원, 영업이익은 623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4.5%다. 영업 단계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당기순손실 251억원을 기록해 최종 손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별도 대한제분은 매출 4,566억원과 영업이익 373억원, 당기순손실 459억원을 기록했다. 연결과 별도 모두 영업흑자와 최종 적자가 함께 나타났지만, 주어진 공시 숫자만으로 그 차이의 원인을 한 항목에 귀속할 수는 없다.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순손익 | 읽을 때의 기준 |
|---|---|---|---|---|
2025년 연결 | 1조3,752억원 | 623억원 | -251억원 | 감사 및 주주총회 승인 연간 실적 |
2025년 별도 | 4,566억원 | 373억원 | -459억원 | 대한제분 본체 기준 |
2026년 1분기 연결 | 3,343억원 | 70억원 | 74억원 | 3개월 실적이며 연간치와 직접 비교 주의 |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3,3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70억원, 순이익은 74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2.1%로 계산된다. 분기 순손익은 흑자로 돌아와 2025년 연간 손실과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한 분기의 이익을 네 배 해 연간 결과로 보는 방식은 원맥 가격과 환율, 부문별 계절성과 판매 조건을 지운다.
부문별로 보면 회사의 실체가 더 잘 드러난다. 2025년에는 사료가 연결 외형에서 가장 컸고 소맥분식품이 뒤를 이었다. 2026년 1분기에도 두 부문이 외부매출의 중심이었다. 다만 매출 규모와 이익 기여가 같은 순서로 정렬되지는 않았다.
부문 | 2025년 매출 | 2026년 1분기 외부매출 | 2026년 1분기 영업손익 |
|---|---|---|---|
사료 | 5,409억원 | 1,224억원 | 8억원 |
소맥분식품 | 4,502억원 | 1,124억원 | 30억원 |
조사료·하역보관 | 1,262억원 | 352억원 | 25억원 |
식음료 | 979억원 | 248억원 | -6억원 |
반려동물 | 857억원 | 212억원 | -5억원 |
기타 | 743억원 | 184억원 | 18억원 |
1분기에는 소맥분식품이 30억원, 조사료·하역보관이 25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외형이 가장 큰 사료의 영업이익은 8억원이었다. 반려동물과 식음료는 각각 5억원과 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사료의 큰 매출이 얇은 이익으로 연결되고, 상대적으로 작은 조사료·하역보관이 의미 있는 이익을 보탠 구도다. 부문 합계는 공시의 연결 영업이익과 맞물리며, 연결 외형만으로 수익의 중심을 짐작하면 빗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별도 대한제분의 1분기 소맥분식품 매출은 1,137억원으로 전년 동기 1,202억원보다 줄었다. 구성은 소맥분 891억원, 프리믹스 106억원, 상품 132억원이었다. 소비자에게 눈에 잘 띄는 브랜드 확장보다 여전히 소맥분 본체가 별도 매출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프리믹스는 고객의 공정을 줄여주는 제품축이지만 현재 금액으로는 소맥분보다 작다.
인천과 부산 제분공장의 1분기 가동률은 각각 81.2%, 79.5%였고 원맥 매입액은 581억원이었다. 회사는 선도구매분의 영향으로 1분기 원맥 평균 원가가 전년보다 소폭 낮았다고 설명했다. 선도구매는 필요한 원료를 앞서 계약해 가격과 물량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국제 소맥가격과 환율이 함께 올라 이후 원재료비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의 매입 단가와 뒤이어 들어올 원료의 조건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는 것이다.
1분기 말 현금및현금성자산과 기타금융자산은 6,553억원으로 부채총계 5,120억원을 웃돌았다. 유동성 완충력은 분명하지만, 보유 금융자산이 사업의 낮은 마진이나 부문별 적자를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2025년 이익배당금은 약 66억원이었고 회사 계획에 표시된 배당성향은 25.0%였다. 영업 현금창출, 금융자산 운용, 배당과 향후 자사주 정책을 함께 보아야 자본 배분의 방향이 드러난다.
5.1953년의 제분회사와 오래 살아남은 곰표
공시상 대한제분은 1953년에 설립됐고 1970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전후 식량 산업의 기반에서 출발한 회사가 오늘날까지 남긴 가장 강한 소비자 접점은 곰표다. 밀가루의 품질 차이를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가정용 시장에서 이름과 포장은 반복 구매를 돕는 표지가 됐다.
그러나 곰표의 지속성은 하나의 제품을 오래 팔았다는 사실보다 용도별로 계속 분화했다는 데 있다. 중력분·강력분·박력분이라는 가정용 구분, 제면 결과를 겨냥한 업소용 규격, 조리 공정을 줄이는 프리믹스가 한 브랜드 아래 놓인다. 북극곰이 그려진 포장은 같아도 안쪽의 제품은 고객이 만들 결과에 맞춰 달라진다.
이 오래된 브랜드는 대한제분 본체와 연결그룹을 구별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곰표는 소맥분 사업의 얼굴이지만 사료, 조사료, 곡물 하역·보관, 반려동물, 식음료를 모두 설명하는 이름은 아니다. 회사의 역사는 브랜드 연혁인 동시에 그룹 사업범위가 넓어진 역사다. 익숙한 포장 앞면과 복잡한 연결 손익 사이의 거리가 이 종목을 읽는 핵심 난점이다.
곰표가 가진 친숙함은 제품 확장의 문을 열지만, 밀가루에서 쌓은 신뢰가 다른 상품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매출과 이익을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브랜드 노출이 커지는 속도와 상장회사 실적에 반영되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 결국 곰표의 힘은 화제성 자체보다 본업 제품을 얼마나 오래 선택하게 하고, 새로운 사용 장면을 어떤 계약 구조로 수익화하느냐에서 판별된다.
6.곰표 밀맥주가 보여준 브랜드 확장의 경계
곰표 밀맥주는 밀가루 포장에 머물던 상표가 주류 상품으로 이동한 눈에 띄는 사례였다. 방송 화면에는 여러 종류의 곰표 밀맥주 캔과 맥주잔이 함께 등장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한눈에 알아보게 하는 브랜드 효과는 선명했지만, 이후 대한제분과 세븐브로이 사이에서 영업비밀과 레시피를 둘러싼 분쟁이 보도됐다.
이미지: MBC 보도 화면에 나온 곰표 밀맥주 캔과 맥주잔▲ 곰표 밀맥주 캔과 맥주잔이 놓인 MBC 보도 화면 — 출처: MBC, 2025-06-22
2026년 4월 보도에 따르면 이 분쟁은 정부 조정으로 마무리됐다. 다만 합의 조건과 대한제분에 귀속되는 경제적 효과는 공개된 내용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종료 보도는 법적·사업적 충돌이 일단락됐다는 뜻이지, 브랜드 협업의 수익성이 입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이 사건은 브랜드 라이선스가 단순히 상표를 빌려주고 끝나는 일이 아님을 보여준다. 제품 개발의 기여, 레시피와 영업정보의 귀속, 계약 종료 뒤 상품을 어떻게 다룰지까지 관계를 정해야 한다. 곰표처럼 인지도가 높은 이름일수록 협업 제품의 주목도는 높아지지만, 파트너와의 권리 경계도 더 중요한 사업 조건이 된다.
대한제분이 본업에서 파는 것은 공장으로 품질을 관리한 소재다. 라이선스 상품에서는 실제 제조와 유통을 맡는 파트너, 상표를 가진 회사,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 사이에 단계가 하나 더 생긴다. 밀가루 사업에서 공정 규격을 관리하던 능력과 브랜드 협업 계약을 관리하는 능력은 같은 것이 아니다. 곰표 밀맥주 분쟁은 브랜드가 넓어질수록 계약 관리도 본업에 준하는 무게를 갖는다는 기록으로 남았다.
7.원맥·환율·교섭력에 담합 제재까지 겹친 2026년
회사는 국내 제분산업의 과잉설비와 소비침체, 대형 거래처의 구매교섭력, 원맥 및 환율 변동을 수익구조의 부담으로 꼽았다. 공급할 설비가 수요보다 많으면 판매 경쟁이 거세지고, 구매량이 큰 거래처는 가격 협상에서 힘을 갖는다. 여기에 원맥을 외화로 조달하는 구조가 겹치므로 국제 밀 가격과 원화 환율이 동시에 오를 때 원료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조건들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도 회사를 압박한다. 원료비가 오르면 판매가격 조정 필요성이 커지지만, 소비가 약하고 거래처의 협상력이 강하면 비용을 그대로 넘기기 어렵다. 공장 가동률을 유지하려는 유인과 마진을 지키려는 유인이 충돌할 수 있다. 제품 종류를 세분화하고 프리믹스처럼 고객 공정에 더 가까운 소재를 늘리려는 이유도 범용 밀가루만으로 가격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산업 조건 속에서 읽을 수 있다.
2026년 5월 대한제분은 ‘벌금등의부과’ 공시를 냈다. 같은 날 독립 보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제분을 포함한 제분사 7곳의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밀가루 가격·물량 담합에 대해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고 전했다. 이 금액은 7개 회사 전체 기준이므로 대한제분의 개별 부담액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제재의 의미는 일회성 비용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격과 물량은 제분업의 매출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이고, 대형 거래처와 소비자가 회사를 평가하는 신뢰의 문제이기도 하다. 회사가 산업의 낮은 수익성과 거래처 교섭력을 설명하더라도 경쟁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은 별개다. 오랜 업력과 브랜드 친숙도가 규제 위험을 상쇄해 주지는 않는다.
담합 대상 기간이 여러 해에 걸친 만큼 2026년은 과거 영업 관행의 결과가 현재 경영 과제로 돌아온 시점이다. 이후 수익성을 볼 때 가격 인상 여부만 좇으면 부족하다. 경쟁 질서 안에서 제품 차별화와 비용 통제로 마진을 만들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프리믹스와 세분된 업소용 제품은 바로 그 시험대에 놓인 상품들이다.
8.대표 교체와 액면분할 뒤에 놓인 약속
2026년 3월 이진성이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전임 공동대표 이건영·송인석은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같은 달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 가결됐다. 보통주 한 주의 액면가는 5,000원에서 500원으로 낮아졌다. 주식 수와 거래 단위는 달라지지만 분할 자체가 회사의 사업가치나 이익을 늘리는 것은 아니다.
회사 행동의 확정 단계를 나누면 2026년 변화가 깔끔해진다.
완료된 변화: 대표이사 교체, 주주총회 승인과 액면분할.
회사가 제시한 계획: 프리미엄 제품 개발, 미국 등 해외시장 진출, 연구개발·상품기획 강화, 자사주 소각 추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은 전통 제분업의 낮은 성장성과 자본시장 요구에 대한 회사의 답이다. 프리미엄 제품은 범용 소재보다 차별화된 사용 가치로 경쟁하려는 방향이고, 해외 진출은 국내 소비침체 밖에서 판매처를 찾으려는 방향이다. 연구개발과 상품기획 강화는 80여 종의 밀가루와 60여 종의 프리믹스라는 기존 제품군을 실제 수익성이 높은 구성으로 다듬는 과제와 연결된다.
자사주 소각은 실행될 경우 유통 주식과 주주가치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계획 발표와 실제 소각은 구별해야 한다. 액면분할은 이미 절차를 밟은 자본시장 조치이고, 해외 진출과 프리미엄 제품은 판매와 이익으로 확인해야 할 사업 계획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항목을 한꺼번에 ‘주주친화’나 ‘신성장’으로 묶으면 각 행동의 진척을 놓치기 쉽다.
대한제분의 2026년은 오래된 곰표를 더 크게 알리는 일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두 제분공장의 원맥 비용을 관리하고, 큰 사료 매출을 이익으로 연결하며, 적자인 소비재 부문의 방향을 잡아야 한다. 브랜드 협업의 계약 경계와 제분업의 경쟁 규율도 다시 세워야 한다. 1953년 시작된 곡물 가공회사가 이제 증명해야 하는 것은 이름의 수명이 아니라, 곡물이 공장과 고객을 지나는 모든 단계에서 그 오래된 이름에 맞는 이익과 규율을 함께 남기는 능력이다.
각주
- 대한제분 2026년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715/20260515006177/11013.htm
- 대한제분 2025년 반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5-08-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08/14/002949/20250814009151/11012.htm
- 회사소개·연혁, 대한제분, undated — https://dhflour.uriweb.kr/company
- 가정용 곰표 밀가루 제품, 대한제분, undated — https://dhflour.uriweb.kr/22
- 업소용 곰표 밀가루 제품, 대한제분, undated — https://dhflour.uriweb.kr/23
- 업소용 곰표 프리믹스, 대한제분, undated — https://dhflour.uriweb.kr/45
- 대한제분 2025년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941/20260319008058/11011.htm
- 대한사료 인천공장, 대한사료, undated — https://www.daehanfeed.co.kr/m16.php
- 대한제분 2025년 연결·별도 재무제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3/000392/20260313001243/00660.htm
- 대한제분 2026년 1분기 재무·실적, Disclo, 2026-06-22 — https://www.disclo.co.kr/c/001130/
- 대한제분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DART, 2026-05-15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15002495
- 대한제분 2026년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715/20260515006177/11013.htm
- 2026년 대한제분 기업가치 제고 계획, 한국거래소 KIND, 2026-06-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23/000322/20260527000170/68961.htm
- 대한제분 2025년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941/20260319008058/11011.htm
- 밀맥주를 둘러싼 영업비밀·레시피 분쟁 보도,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2025-06-22 — https://m.imbc.com/VOD/VodView?broadcastID=1003647100308100002&progCode=1003647100000100000&type=Clip
- 정부 조정으로 마무리된 곰표 밀맥주 분쟁, 뉴시스, 2026-04-17 — https://mobile.newsis.com/view/NISX20260416_0003594625
- 대한제분 2025년 반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5-08-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08/14/002949/20250814009151/11012.htm
- 대한제분 벌금등의부과, DART, 2026-05-20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20800573
- 또 걸린 밀가루 담합…제분사 7곳 과징금 6710억 철퇴, 이데일리, 2026-05-20 — https://www.edaily.co.kr/News/Read?mediaCodeNo=257&newsId=03381686645450888
- 대표이사 변경, 한국거래소 KIND, 2026-03-27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7/003226/20260323000825/99665.htm
- 대한제분 주식분할 결정 소식, 연합뉴스, 2026-03-13 — https://www.yna.co.kr/view/AKR20260313045100008
- 2026년 대한제분 기업가치 제고 계획, 한국거래소 KIND, 2026-06-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23/000322/20260527000170/68961.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