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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해운

원자재와 LNG를 장기계약 선대에 싣는 에너지 해운사다

1.광탄선 한 계약이 만든 회사의 문법

대한해운의 출발점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은 항구보다 계약서에 가깝다. 회사는 1976년 포스코와 광탄선 장기수송계약을 맺고 국내 최초의 전용선 영업을 시작했다. 전용선은 특정 화주와 장기간 운송하기로 약정하고 그 일에 선박을 투입하는 사업이다. 배를 확보한 뒤 매번 새로운 짐을 찾아다니기보다, 먼저 화주와 화물의 흐름을 정하고 선대를 맞추는 방식이 회사의 기본 문법이 됐다.

그 문법은 지금도 연결 사업의 중심에 남아 있다. 핵심 화물은 철광석·석탄·니켈광석 같은 원자재와 LNG이며, 주력 선종도 벌크선과 LNG선이다. 탱커와 부정기선은 이 중심을 보완한다. 별도 회사가 제시하는 사업 범위에는 전용선·부정기선·제품 탱커선·자동차운반선이 들어가지만, 실제 연결 실적을 읽을 때는 에너지와 원자재의 해상운송을 먼저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장기계약은 선박의 목적을 선명하게 만든다. 어느 화주의 어떤 화물을 어느 항로에서 나를지 정해져 있으므로 배가 단순한 보유 자산에 머물지 않는다. 항해를 수행하면 항행수익이 생기고, 선박을 빌려 주는 계약에서는 대선수익이 발생한다. 대한해운이 돈을 버는 출발점은 결국 선박 수가 아니라 계약에 배를 실제로 투입하는 데 있다.

2013년 SM그룹 편입은 지배구조의 큰 전환이었다. 2020년에는 LNG 사업을 대한해운LNG로 물적분할했다. 이 두 사건을 지나며 현재의 모습은 하나의 선사 안에 모든 기능을 단순히 나열한 구조보다, 벌크와 LNG를 중심으로 여러 운송 기능이 연결된 형태에 가까워졌다.

이미지: 세계 지도 위에 표시된 전용 벌크선 운항 지점과 항로

▲ 세계 지도 위 여러 항구와 곡선 항로가 표시된 전용 벌크선 운항도 — 출처: [대한해운, 접속 2026-08-12](https://www.korealines.co.kr/default/business/tab4.php)

공식 운항도에는 한국을 중심으로 호주·인도네시아·북미·남미 등지의 지점이 이어진다. 지도 자체가 계약 조건을 보여 주지는 않지만, 한 척의 배가 아니라 원료 산지와 국내 수요처를 잇는 항로망이 사업의 무대임은 분명하다. 대한해운을 이해하는 단위도 개별 선박보다 ‘화주-화물-항로-계약’의 묶음에 가깝다.

2.발전소와 제철소가 배를 쓰는 방식

대한해운의 고객 명단은 화물의 쓰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벌크 장기계약 생태계에는 포스코·한국전력·GS동해전력·SNNC·현대글로비스·Vale가 포함된다. LNG 쪽에서는 한국가스공사와 Shell이 확인된다. 특정 소비재를 다수 고객에게 파는 회사가 아니라, 대량 원료나 에너지가 계속 필요한 화주의 공급 흐름에 선박을 붙이는 사업이다.

전용 벌크선에는 철광석·석탄·니켈광석 같은 대량 화물이 실린다. 이 화물들은 포장 단위보다 배 한 척과 항차 단위로 보는 편이 자연스럽다. 화주는 필요한 물량과 시기를 계약으로 묶고, 선사는 그 약속을 수행할 선박과 운항을 제공한다. 대한해운이 장기계약을 안정적 수익 기반이라고 설명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매번 다른 화물을 찾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선박에 비교적 지속적인 역할을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LNG 운송의 고객 장면은 벌크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벌크선이 광석이나 석탄을 싣는다면 LNG선은 가스 공급망의 해상 구간을 맡는다.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와 대한해운 계열 LNG선이 함께 포착된 현장은 선사의 역할이 바다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선박의 항해는 생산기지와 수요처가 이어지는 전체 흐름 가운데 한 구간이다.

이미지: 바다를 항해하는 SM EAGLE LNG선

▲ 잔잔한 바다 위를 항해하는 SM EAGLE LNG선 — 출처: [뉴스핌, 2024-06-30](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629000168)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배의 이름 자체보다 약속한 운송이 이어지는가에 있다. 선사에는 선박 운용 능력이 필요하고, 화주에는 안정적인 수송 수단이 필요하다. 장기계약은 두 요구를 맞물리게 한다. 이 구조에서는 화주와의 관계가 매출처인 동시에 선박 운용의 설계도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모든 배가 한 고객과 한 항로에만 묶이는 것은 아니다. 제품 탱커선과 자동차운반선도 별도 사업 범위에 들어가며, 부정기선은 더 다양한 화물을 취급한다. 다만 사업의 무게중심을 판단할 때는 홈페이지의 사업명 개수보다 연결 공시에서 확인되는 벌크·LNG 운송과 장기 화주 관계를 우선해야 한다. 여러 선종을 보유한 사실과 각 선종이 같은 중요도를 가진다는 판단은 서로 다른 이야기다.

이 고객 구조는 대한해운을 해운 시황 하나로만 설명하기 어렵게 만든다. 벌크 운임이 움직여도 장기계약 선박과 부정기선이 받는 영향은 같지 않을 수 있다. LNG선 역시 벌크선과 화주·화물·계약이 다르다. 회사 전체를 한 개의 운임 지수로 곧장 환산하면 실제 계약 구조가 지워지는 이유다.

3.고정 항로와 열린 바다 사이

장기계약 선박이 정해진 화주와 화물을 따라 움직인다면, 부정기선은 더 열린 시장을 상대한다. 회사가 제시한 부정기선 화물에는 철광석·석탄뿐 아니라 곡물·시멘트·비료·철제품·석유제품도 포함된다. 세계 각지 화주의 요구에 맞춰 화물을 운송하므로, 어느 배를 어떤 조건으로 빌리고 어디에 투입할지 정하는 용선 전략의 비중이 커진다.

이미지: 세계 지도 위에 표시된 부정기선 운항 지점

▲ 세계 여러 항구가 점으로 표시된 부정기 벌크·제품선 운항도 — 출처: [대한해운, 접속 2026-08-12](https://www.korealines.co.kr/default/business/tab1.php)

전용선과 부정기선의 차이는 ‘좋은 사업’과 ‘나쁜 사업’의 구분이 아니다. 전용선은 계약에 맞춰 배의 역할을 오래 고정하는 데 강점이 있고, 부정기선은 다양한 화물과 항로에 대응할 여지를 준다. 전자는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시황이 급등할 때 높은 현물 운임을 곧바로 전부 누리기는 어렵다. 후자는 시황과 용선 판단이 맞으면 기회가 커질 수 있으나 변동에도 더 가까이 놓인다.

돈이 들어오는 방식도 이 차이에서 읽힌다. 회사 공시는 고객에게 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항행수익과 선박을 빌려 주는 대선수익을 제시한다. 같은 선박이라도 직접 항해 서비스에 투입되는지, 계약 상대에게 빌려 주는지에 따라 수익의 명목과 운용 장면이 달라진다. 선박 매입만으로 매출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계약 형태로 바다에 나가느냐가 수익화를 결정한다.

전용선은 계약 기간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위험이 사라지지 않는다. 선박을 마련하는 자금, 운항을 지속하는 조건, 고객과 맺은 약속이 함께 맞아야 한다. 반대로 부정기선도 시황에 무방비로 떠다니는 사업은 아니다. 회사가 어떤 선박을 빌리고 어느 화물에 배치하는지가 결과를 바꾼다. 두 사업의 차이는 위험의 유무보다 위험을 계약과 시장 중 어디에서 더 많이 받아들이느냐에 있다.

제품 탱커선은 이 사이에서 또 다른 보완 축을 이룬다. 벌크 원자재와 LNG만으로 회사의 모든 항해를 설명할 수 없게 하는 선종이다. 다만 탱커가 있다는 사실을 곧바로 전사 실적의 주인공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특정 분기에 호조를 보일 수 있어도, 장기적인 중심은 공시의 사업 비중과 계약 구성을 함께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이처럼 대한해운의 포트폴리오는 고정성과 탄력성을 동시에 담는다. 장기 화주가 선대의 바닥을 만들고, 부정기선과 탱커가 시장 변화에 접촉한다. 투자자가 해운 시황에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먼저 확인할 것은 ‘운임이 올랐는가’보다 그 운임에 노출된 선박과 계약이 어느 쪽인가이다.

4.2025년과 2026년 1분기 실적

확정 연결 실적은 장기계약 중심 구조가 실제 손익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보여 준다. 2026년 8월 12일 기준 회사 IR 원문에서 확인되는 최신 정기 실적은 같은 해 5월 15일 게시된 1분기 자료다. 그 시점에는 2분기 실적이나 반기보고서가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아래 분기 수치를 반기 흐름으로 연장해 읽을 근거는 없다.

구분

연결 매출

연결 영업이익

연결 당기순이익

2025년 확정 실적

1조2,769억6800만원

2,071억6400만원

1,732억6000만원

2026년 1분기 확정 실적

2,778억200만원

744억4600만원

공시된 비교 항목 없음

연간 숫자를 단순 계산하면 2025년 영업이익률은 약 16.2%다. 이어진 1분기는 약 26.8%로 높아졌다. 다만 연간과 한 분기는 기간 구성이 다르므로, 두 비율의 차이를 곧바로 연간 수익성 개선 폭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해당 분기에 이익 기여가 강했다는 신호로 읽는 편이 안전하다. 확정 연간 실적은 감사된 사업보고서에, 분기 실적은 분기보고서에 근거한다.

2025년 연결 매출에서 해운업 비중은 79%였다. 주택사업 같은 비해운 영역도 연결 숫자에 섞이지만, 매출의 중심은 선박 운송이라는 뜻이다. 회사는 이어진 분기의 매출 감소 배경으로 주택사업 분양 종료와 중동 리스크에 따른 시황 변동을 들었다. 매출 감소를 해운 영업 하나의 부진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분기 부문별 매출은 벌크선 1,293억6400만원, LNG선 940억1800만원, 탱커선 143억700만원이었다. 벌크선이 매출 규모에서 앞섰지만, LNG선 영업이익은 415억원으로 제시됐다. 매출의 크기와 이익 기여의 순서가 반드시 같지 않다는 점이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회사는 전용선 중심 구조와 LNG·탱커 호조를 이익 개선의 배경으로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다. 여기서 핵심은 시황이 좋았다는 한 문장보다, 계약형 전용선과 선종별 성과가 함께 작용했다는 회사 설명이다. 벌크·LNG·탱커가 같은 운임과 같은 고객을 공유하지 않으므로, 연결 이익이 좋아졌을 때도 어느 부문에서 기여가 발생했는지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손익계산서만으로 선사의 재무 조건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공시에는 선박금융의 상환 예정액과 재무비율 약정이 적혀 있고, LNG 합작법인 KLBV1 S.A.와 관련한 지급보증도 기재돼 있다. 이는 곧바로 약정 위반이나 손실이 발생했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배를 금융으로 확보하는 사업에서는 영업이익과 함께 상환 일정, 약정 준수, 보증 범위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대한해운 실적의 묘미는 장기계약이 모든 숫자를 평평하게 만들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해운 중심 매출 안에서도 선종별 이익 기여가 다르고, 비해운 사업의 종료가 연결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분기 호실적을 볼 때는 전사 매출 한 줄보다 전용선의 지속성, LNG의 이익 기여, 탱커의 해당 기간 성과를 나눠 읽는 편이 회사의 실제 구조에 가깝다.

5.낡은 배를 팔고 필요한 배를 들이는 선대

선사의 사업 재편은 사무실보다 선대 목록에서 더 직접적으로 보인다. 대한해운 연혁에는 2024년 VLCC 두 척과 노후 벌크선 여섯 척을 매각하고, 이듬해 VLCC 두 척을 추가로 매각한 과정이 기록돼 있다. 같은 해에는 중고 케이프선 두 척을 도입했다. 탱커와 오래된 벌크선을 줄이는 한편 필요한 대형 벌크선을 보충한 흐름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척수 증감으로만 읽기 어렵다. 선박마다 투입할 수 있는 계약과 화물이 다르므로, 여러 척을 팔고 더 적은 수를 들였다고 해서 사업 역량이 그 차이만큼 줄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반대로 새로 들인 배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즉시 큰 성장을 확정할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계약과 항로에 맞는 선박을 남기고 들였는가이다.

이미지: 조선소에 정박해 명명식을 치르는 대형 벌크선

▲ 선체 측면과 색색의 줄이 보이는 대형 벌크선 SM DRAGON 명명식 장면 — 출처: [대한조선, 2016-07-07](https://www.daehanship.com/press/view/5954)

SM DRAGON의 명명식 사진은 대형 벌크선 한 척이 계약 수행 수단으로 편입되는 출발 장면을 보여 준다. 거대한 선체는 시선을 끌지만, 회사 관점에서 배의 가치는 크기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실제 화물을 싣고 장기운송을 수행할 때 비로소 항행수익을 만드는 영업 자산이 된다.

선박은 도입 뒤에도 규제와 계약 조건에 맞춰 손을 봐야 할 수 있다. 대한해운은 포스코 장기운송계약에 투입된 선박에 스크러버를 설치한 사례를 공개했다. 스크러버는 배기가스의 황산화물을 줄이는 장치다. 이 사례에서는 환경설비 투자가 추상적인 선언이 아니라 특정 장기계약 선박의 개조로 나타났다.

이미지: 바다 위를 운항하는 SM KOREA LINE 벌크선

▲ 바다 위를 운항하는 SM KOREA LINE 벌크선 — 출처: [연합뉴스·대한해운, 2019-07-17](https://www.yna.co.kr/view/AKR20190717142100003)

선대 교체와 개조는 서로 다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목적은 맞닿아 있다. 어떤 배는 팔고, 어떤 배는 들이며, 계속 쓸 배에는 설비를 더한다. 이 과정에서 선사는 보유 규모보다 계약 수행에 맞는 선대 구성을 만들어 간다. 대한해운의 연혁을 읽을 때 매각을 축소, 도입을 성장으로 기계적으로 번역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6.LNG선은 터미널에서 벙커링까지 간다

LNG 사업의 가장 확실한 중심은 한국가스공사와 Shell 같은 화주를 위한 해상운송이다. 벌크선이 고체 원자재의 흐름을 맡는다면 LNG선은 가스 공급망의 바다 구간을 담당한다. 대한해운LNG로 사업을 분할한 역사도 이 영역을 별도의 전문 축으로 다뤄 왔음을 보여 준다.

LNG선의 활동 범위는 터미널 사이 운송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K.LOTUS를 유럽에서, FUELNG VENOSA를 싱가포르에서 LNG 벙커링에 투입했다고 밝힌다. 벙커링은 선박에 연료를 공급하는 작업이며, STS는 선박과 선박을 맞대고 LNG를 옮기는 방식이다. 소비자가 주유소에서 연료를 넣는 장면을 바다 위 선박 사이 작업으로 확장해 생각하면 역할을 이해하기 쉽다.

이 활동은 전통적인 화물 운송과 수익 장면이 다르다. 터미널에서 받은 LNG를 목적지까지 나르는 일과, 다른 선박이 사용할 LNG 연료를 해상에서 공급하는 일은 같은 가스를 다뤄도 고객의 요구가 다르다. 대한해운이 가진 LNG 운용 경험이 운송뿐 아니라 연료 공급 장면에도 쓰이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LNG라는 단어 아래 모든 활동을 한 덩어리로 묶으면 안 된다. 장기 화주의 LNG 운송은 현재 핵심 사업이고, 벙커링은 실제 투입 선박과 수행 실적이 제시된 활동이다. 노후 LNG선을 다른 용도의 선박으로 전환하는 구상은 이들과 근거 단계가 다르다. 각각의 진행 상태는 뒤의 전환 표에서 한 번에 구분한다.

환경이라는 말도 사업과 자동으로 같은 뜻은 아니다. 스크러버 설치처럼 실제 선박 개조가 확인된 사례가 있고, 벙커링처럼 운용 실적이 공개된 활동도 있다. 반면 기술 아이디어나 특허는 계약과 상업 운항으로 이어져야 매출 근거가 된다. 대한해운의 LNG 확장을 볼 때는 친환경이라는 수식어보다 배가 투입됐는지, 고객과 작업이 확인되는지를 먼저 살피는 편이 낫다.

LNG 부문은 분기 손익에서 강한 기여를 보였지만, 그 사실만으로 모든 LNG 관련 구상을 같은 가치로 평가할 수는 없다. 현재 운송 계약, 현장에서 수행한 벙커링, 아직 검토 중인 전환 기술은 각기 다른 시간표 위에 있다. LNG선이라는 공통 선종이 이들을 잇지만 사업의 확정도까지 같게 만들지는 않는다.

7.계약의 방패가 시황의 칼날을 둔하게 할 때

대한해운을 둘러싼 시장의 대표적 논쟁은 장기계약의 양면성이다. 장기 화주와 전용선은 현금흐름의 안정성에 기여할 수 있다. 배가 담당할 화물과 고객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반면 벌크나 탱커의 현물 운임이 빠르게 오를 때는 계약 조건에 묶인 선박이 그 상승을 즉시 전부 흡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논쟁은 어느 한쪽이 항상 옳다는 결론보다 회사의 노출 방식을 설명한다. 운임 하락기에는 장기계약이 방패처럼 보일 수 있고, 급등기에는 같은 방패가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 수 있다. 부정기선과 탱커는 시장 변화에 더 가까이 닿지만, 그만큼 시황과 용선 판단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따라서 해운 운임 상승 소식만으로 대한해운의 이익 증가 폭을 바로 계산하기는 어렵다. 먼저 어느 선종의 운임인지, 해당 선박이 장기계약인지 부정기 운항인지, 연결 실적에서 그 부문이 어떤 위치인지가 확인돼야 한다. 전사 고객 관계와 특정 선종의 시황을 근거 없이 붙이면 실제보다 강한 인과를 만들게 된다.

장기계약의 질도 계약 존재 여부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선박을 투입해 항해를 계속해야 수익이 생기고, 그 배에 연결된 금융 조건도 지켜야 한다. 계약은 매출 가시성을 높일 수 있지만 선박금융, 보증, 선대 교체까지 지워 주지는 않는다. 대한해운에서 영업 안정성과 재무 조건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다.

낙관론은 전용선의 지속성과 LNG의 이익 기여에 기대기 쉽다. 비관론은 높은 현물 운임을 놓칠 가능성이나 선박금융 부담을 강조하기 쉽다. 양쪽 모두 일부를 설명하지만, 어느 한 문장도 회사 전체를 대신하지는 못한다. 대한해운은 계약형 벌크·LNG 선대와 시황형 사업이 함께 있는 혼합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는 ‘해운주인데 왜 운임만큼 움직이지 않는가’라는 불만과 ‘해운주인데 왜 실적이 덜 흔들리는가’라는 기대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계약이 시장과의 거리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장기계약은 시황을 없애지 않고, 회사가 시황을 받아들이는 속도와 범위를 바꾼다.

8.새 대표가 물려받은 서로 다른 시간표

대한해운의 현재와 미래를 한 줄에 섞지 않으려면 계약, 실제 운용, 기술 구상, 경영 메시지를 나눠 봐야 한다. 확인된 단계는 다음과 같다.

근거 단계

내용

확인되는 상태

계약 실행

한국동서발전 유연탄 수송

2026년 1월부터 3년간 호주·캐나다산 유연탄을 국내로 운송하는 약 600억원 규모 장기용선 계약

실제 운용

LNG 벙커링

K.LOTUS는 누적 72회·약 26.8만㎥, FUELNG VENOSA는 64회·약 16.9만㎥의 STS 실적을 회사가 제시

기술 구상

노후 LNG선의 폐기물 처리선 전환

특허 출원과 향후 검토 단계

경영 방향

고부가가치 시장·ESG·조직 혁신

신임 대표가 제시한 방향이며 별도 신규 계약은 확인되지 않음

동서발전 계약은 장기 화주에게 선박을 붙이는 대한해운의 오래된 사업 문법이 현재도 이어진 사례다. 계약 상대, 운송 화물, 출발 시점과 기간, 금액이 확인된다. 새로운 이름을 붙인 실험이라기보다 발전용 원료를 장기계약으로 수송해 온 핵심 역량의 연장선에 놓인다.

벙커링은 구상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있다. 실제 투입 선박과 누적 작업량이 제시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사 LNG 운송 전체와 같은 규모라고 간주할 근거는 없다. 공개된 실적은 해당 선박의 활동이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운영 지표로 읽는 것이 적절하다.

노후 LNG선을 폐기물 처리선으로 바꾸는 발상은 선박의 두 번째 생애를 찾는 시도다. 그러나 공시와 회사 설명에서 확인되는 범위는 특허 출원과 향후 검토다. 상업 운항, 고객 수주, 매출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이디어의 흥미로움과 현재 사업의 크기는 분리돼야 한다.

민상기는 2026년 7월 6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가 언급한 고부가가치 시장 진출과 ESG, 조직 혁신은 새 경영진이 지향하는 방향을 보여 준다. 다만 경영 메시지가 실적 근거가 되려면 이후 계약, 선박 투입, 운항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

대한해운의 긴 역사는 거대한 배보다 계약의 지속에서 더 또렷하게 이어진다. 광탄선으로 시작한 전용선 문법은 발전용 유연탄과 LNG 운송으로 확장됐고, 일부 LNG선은 해상 연료 공급이라는 새 작업을 맡았다. 동시에 오래된 배를 다른 용도로 돌리려는 구상도 등장했다. 현재 매출을 만드는 항해와 다음 용도를 탐색하는 아이디어가 같은 선대 위에 공존하는 셈이다.

회사의 다음 모습도 선언보다 배의 배치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계약을 맺은 선박은 실제 항로에 들어가고, 벙커링선은 작업 실적을 쌓으며, 검토 중인 전환안은 고객과 상업 운항을 만나야 한다. 대한해운이 지난 반세기 동안 해 온 일도 결국 계약서의 약속을 바다 위 선박의 움직임으로 바꾸는 일이었다.

각주

  1. 대한해운 회사연혁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company/history.php
  2. 대한해운 기업개요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company/company.php
  3. 대한해운 2026년 1분기 보고서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IR/qna.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3&com_board_id=3&com_board_idx=101&com_board_page=&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com_board_search_value2=
  4. 대한해운 연혁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company/history.php
  5. 대한해운 사업보고서(2025.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0/001550/20260320005541/11011.htm
  6. 대한해운 전용선 사업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business/tab4.php
  7. 세계 최대 저장능력 가스공사 인천기지를 가다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40629000168
  8. 대한해운 부정기선 사업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business/tab1.php
  9. 대한해운 분기보고서(2026.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588/20260515005859/11013.htm
  10. 대한해운 IR 자료실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IR/qna.php
  11. 대한해운 2025년 사업보고서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IR/qna.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3&com_board_id=3&com_board_idx=98&com_board_page=&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com_board_search_value2=
  12. 대한해운 사업보고서(2025.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0/001550/20260320005541/11011.htm
  13. 대한해운, 1분기 영업익 744억원…전년동기비 16%↑ — https://www.mt.co.kr/industry/2026/05/18/2026051811212144514
  14. 대한해운 1Q 영업익 744억…전년동기比 16% 증가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PR/product1.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1&com_board_idx=67&com_board_page=&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
  15. 대한해운 분기보고서(2026.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588/20260515005859/11013.htm
  16. 대한해운 회사연혁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company/history.php
  17. 대한해운, 포스코 장기운송계약 선박 2척에 스크러버 설치 — https://www.yna.co.kr/view/AKR20190717142100003
  18. 대한해운 회사개요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company/company.php
  19. 대한해운 환경(Environment)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esg/environment.php
  20. 대한해운(005880) — https://sangsoo.synology.me/report/pdf/12631
  21. 대한해운, 한국동서발전과 600억원 규모 수송 계약 체결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PR/product1.php?com_board_basic=read_form&com_board_id=1&com_board_idx=53&com_board_page=&com_board_search_code=&com_board_search_value1=
  22. 대한해운 환경(Environment) — https://www.korealines.co.kr/default/esg/environment.php
  23. 대한해운 신임 대표이사에 민상기 전 건국대 총장 — https://v.daum.net/v/202607070831194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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