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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화섬

울산의 폴리에스터 원사와 부동산 임대가 두 축을 이룬다

1.울산의 원사와 임대자산이 한 회사에 있다

대한화섬의 중심에는 울산에서 생산하는 폴리에스터 필라멘트사가 있다. 필라멘트사는 길게 이어지는 합성섬유 원사다. 공장에서 감아 낸 원사 콘은 직물·편물 업체의 설비로 넘어가 원단이 되고, 다시 의류나 산업용 소재의 형태를 얻는다. 소비자가 대한화섬이라는 이름을 직접 만날 일은 많지 않지만, 회사의 제품은 완제품보다 몇 단계 앞선 곳에서 다음 공정을 기다린다.

다른 축은 토지와 건물을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는 사업이다. 원사 제조와 부동산 임대는 돈이 생기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제조는 원료를 조달하고 설비를 돌린 뒤 제품을 팔아야 하므로 생산량, 판매가격, 원료비와 고정비가 손익을 흔든다. 임대는 보유자산과 계약에서 수익이 발생한다. 대한화섬을 읽을 때 원사 판매량만 보거나, 반대로 자산가치만 보는 접근이 모두 불완전한 이유다.

제조 거점은 울산 화섬공장이다. 생산라인에서는 여러 가닥의 원사를 일정한 형태로 감는 권취 공정과 다수의 설비가 연속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공개된 생산라인 사진은 태광그룹의 섬유사업 전체를 소개하는 이미지다. 사진 속 개별 설비가 대한화섬 단독 소유라는 데까지 의미를 넓힐 수는 없지만, 그룹 화섬사업이 다루는 실제 제조 장면은 분명하게 보여 준다.

이미지: 자동화 설비에서 원사를 권취하는 섬유 생산라인

▲ 여러 권취 설비에 원사가 감기는 자동화 생산라인과 공정의 규모 — 출처: [태광그룹, 2026-08-10 열람](https://www.taekwanggroup.co.kr/en/business/fiber)

두 사업은 별개의 장부 항목으로 끝나지 않는다. 제조부문이 업황의 압력을 받는 동안 임대수익은 손익의 완충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임대가 안정적이어도 원사 공장의 낮은 채산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한화섬의 현재 모습은 ‘공장을 가진 원사 회사’와 ‘임대자산에서 수익을 얻는 회사’가 같은 법인 안에 포개진 구조에 가깝다.

2.주문서보다 재고와 판매망이 먼저 움직인다

대한화섬은 범용시장 중심의 예측생산 방식으로 원사를 판매한다. 특정 고객이 장기간 물량을 약속한 뒤 그 주문에 맞춰서만 생산하는 사업이 아니다. 예상 수요에 따라 제품을 만들고, 국내외 직물·편물 업체와 유통업체에 판매한다. 공시 대상이 되는 장기 수주계약도 없다. 매출은 대형 계약 한 건의 체결보다 일상적인 생산과 출하, 판매가격의 누적에서 생긴다.

이 판매 방식에서는 재고와 가동 계획이 영업의 일부다. 수요를 지나치게 낙관하면 제품이 쌓이고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생산을 지나치게 줄이면 거래처의 필요에 제때 대응하기 어려워진다. 수주잔고만 확인해서 미래 매출을 가늠하기 힘들고, 실제 출하량과 설비 가동, 원료와 제품 가격의 간격을 함께 봐야 한다.

고객군은 단일 산업이나 한 회사에만 묶여 있지 않다. 해외 거래처, 국내 원사·원단 유통업체, 직·편물 업체와 소재기업이 판매망 안에 섞여 있다. 가장 큰 거래처도 전체 매출을 지배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이는 한 고객의 주문 변화가 회사 전체를 즉시 뒤집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고객이 나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높은 수익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범용 원사를 여러 구매자에게 파는 시장이라면 판매처의 분산과 가격 협상력은 별개의 문제다.

원료 조달도 회사 안팎의 관계망을 거친다. 주원료인 PTA 등을 계열회사와 외부 공급처에서 사들이고, 전력 같은 유틸리티도 생산원가에 연결된다. PTA는 폴리에스터를 만드는 핵심 석유화학 원료다. 원료가격이 움직였을 때 제품가격에 얼마나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만, 공시는 원료비 변동이 판매가격으로 전가되는 공식이나 시차를 제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료가격의 방향만 보고 이익을 단정하기보다 제조부문의 실제 마진으로 결과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3.ACEPORA라는 공동 진열대

원사가 공장 밖에서 만나는 이름은 ACEPORA다. 이 브랜드는 대한화섬의 폴리에스터 제품과 태광산업의 화섬 제품을 한 고객 접점에 모은다. 홈페이지에는 원사 콘, 생산설비, 원단과 의류가 함께 놓여 있다. 개별 법인의 제품 목록만 보여 주기보다 원료에서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한 화면에 제시하는 방식이다.

이미지: ACEPORA 홈페이지에 배치된 원사 콘과 생산라인, 의류 이미지

▲ ACEPORA 홈페이지 화면에 함께 배치된 원사 콘·생산라인·완제품 의류 — 출처: [신아일보, 2023-02-16](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2858)

공동 브랜드는 대한화섬에 양면적인 의미를 갖는다. 고객은 여러 화섬 제품을 하나의 창구에서 살펴볼 수 있고, 대한화섬은 법인명보다 넓은 제품 언어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반면 ACEPORA에서 소개되는 모든 제품과 성과를 대한화섬 단독 실적으로 읽으면 안 된다. 브랜드의 범위가 태광산업 제품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노출과 상장법인의 매출 귀속은 같은 개념이 아니다.

이 구분은 기능성 원사를 볼 때 특히 중요하다. 통합 홈페이지가 기술과 제품군을 알리는 전시장이라면, 대한화섬 공시는 어느 부문에서 매출과 이익이 났는지를 확인하는 계산대다. 전시장에 새로운 원사가 추가됐다는 소식은 고객 제안의 폭을 보여 주지만, 판매량과 단가가 공개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의 실적 기여까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ACEPORA는 범용 원사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회사의 이동 방향을 보여 준다. 기능, 재생 원료, 원산지와 인증 정보를 제품 이름과 행택에 담아 고객이 차이를 식별하도록 만든다. 원사처럼 완제품에서 잘 보이지 않는 중간재일수록 이런 정보 설계가 중요하다. 대한화섬이 가격표만 놓고 경쟁하는 제품에서 벗어나려면 브랜드에서 제시한 차이가 실제 반복 주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4.가동률이 드러낸 원사 사업의 실적

연간 손익에서는 제조와 임대의 대비가 선명하다.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082.26억원, 영업손실은 72.55억원이었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96.47억원, 순이익은 96.06억원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본업의 영업손익과 최종 순이익의 방향이 달랐다는 점이 핵심이다.

구분

2025년

2026년 1분기

매출

1,082.26억원

265.2억원

영업손익

-72.55억원

-6.4억원

순이익

96.06억원

110.5억원

기간의 성격

12개월 누적

3개월 누적

분기 숫자를 단순히 네 배 해 연간치로 환산해서는 안 된다. 2026년 1분기 순이익에는 관계기업 지분법손익 60.5억원과 매각예정자산 처분이익 52.6억원이 영향을 줬다. 지분법손익은 투자한 관계기업의 손익 중 회사 몫을 반영한 항목이고, 자산 처분이익은 반복적인 원사 판매와 성격이 다르다. 영업손실이 남아 있는데 순이익이 크게 보이는 이유를 이 비영업 항목에서 찾아야 한다.

사업 구분

2025년 매출 / 영업손익

2026년 1분기 매출 / 영업손익

폴리에스터 제조

972.68억원 / -133.57억원

241.0억원 / -25.4억원

임대 등·기타

109.58억원 / 61.01억원

24.2억원 / 18.9억원

연간 기준 폴리에스터 부문은 전체 매출의 89.87%를 만들었지만 영업적자였다. 임대 등 부문은 매출 비중이 10.13%에 그쳤어도 영업이익을 냈다. 매출의 몸집은 제조가 만들고, 영업손익의 바닥은 임대가 받치는 모양이다. 2026년 1분기에도 제조부문 적자와 기타부문 흑자의 대비가 이어졌다. 회사 전체 영업손실 폭은 줄었지만, 한 분기의 개선만으로 제조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설비 이용 정도는 제조 손익을 이해하는 직접적인 운영지표다. 울산 폴리에스터 필라멘트 설비의 연간 방사능력은 6.57만톤이고, 2025년 생산량은 3.622만톤이었다. 가동률은 55.13%였다. 설비가 충분히 차지 않은 상태에서는 감가상각과 인력·유지비 같은 고정성 비용을 적은 생산량이 나눠 부담하게 된다. 다만 공시는 가동률 변화가 영업손실에 미친 금액을 따로 계산하지 않으므로, 낮은 가동과 적자를 일대일 공식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판매 구성에서는 수출이 내수보다 컸다. 폴리에스터 매출 가운데 내수는 385.30억원, 수출은 587.38억원이었다. 공시된 주요 고객별 매출 비중은 ASHFAR ENTERPRISES INC. 7.39%, 부천 5.00%, HAKFA 4.34%, 코오롱인더스트리 구미공장 3.39%, 두베스트 3.30%였다. 여러 거래처가 매출을 나눠 갖는 구조지만, 이 목록만으로 지역별 수익성이나 고객별 마진을 알 수는 없다.

원가 쪽에서는 PTA 등 주원료 매입액이 352.15억원이었다. 계열회사인 태광산업과 외부 공급처를 함께 이용했다. 별도로 의결된 2026년 1분기 태광산업과의 상품·용역거래 예정액은 매출 3.10억원, 매입 133.90억원이었다. 매입 계획에는 PTA 88억원과 전력 등 유틸리티 45.9억원이 포함됐다. 이는 이사회가 미리 의결한 한도 성격의 예정액이지 실제 집행액이나 전체 구매비중이 아니다.

재무상태에는 제조 손익과 다른 무게의 자산 기반이 있다. 2026년 3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537.3억원, 자본총계는 7,147.1억원이었다. 이 숫자만으로 보유 부동산의 시가나 기업가치를 판정할 수는 없지만, 계속되는 제조 적자를 견딜 재무 여력을 볼 때 함께 확인할 항목이다. 2025년 기말 현금배당은 주당 750원으로 승인됐다.

회계 표시에도 변화 가능성이 있다. 회사는 2027년부터 K-IFRS 1118호를 적용할 계획이며 영업손익 분류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 새 기준 적용 뒤에는 과거와 같은 이름의 영업손익이라도 분류 범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준일 현재 반기보고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법정 제출기한은 8월 14일이다. 따라서 가장 최근 확정 실적은 1분기까지다.

5.기능성·재생·바이오, 범용 밖의 세 갈래

대한화섬이 범용 폴리에스터의 가격경쟁을 완화하려고 제시한 방향은 기능성, 재생 원료, 자동차 내장재용 바이오 소재로 나뉜다. 세 갈래는 모두 ACEPORA의 제품 언어 안에 있지만 근거 단계는 같지 않다.

갈래

공개된 내용

확인 가능한 단계

NOVICH

자외선 차단, 비침 방지, 접촉 냉감 기능을 표방한 원사

제품·기능 소개

ACEPORA-ECO

PET병 재활용 기반의 재생 폴리에스터와 GRS 인증 강조

제품군·인증 정보 공개

바이오 자동차 내장재용 원사

식물성 바이오 원료와 복합방사를 적용해 신규 차종 채택 계획 발표

상용화 발표, 고객·계약·양산시점 비공개

NOVICH는 자외선 차단, 비침 방지, 피부에 닿았을 때 시원하게 느껴지는 접촉 냉감 기능을 묶어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다. 기능이 명시돼 있으므로 범용 원사와 다른 제안은 분명하다. 다만 판매량, 평균 판매단가와 대한화섬 단독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다. 제품의 기술적 위치와 회사 손익에 대한 기여를 분리해서 읽어야 한다.

ACEPORA-ECO는 재생 폴리에스터 제품군이다. 회사는 사용한 PET병을 원료로 되돌리는 재활용 흐름과 GRS 인증을 강조한다. GRS는 재생 원료의 사용과 관련 절차를 확인하는 국제 인증 체계다. 행택에는 재활용, 탄소배출 저감, 에너지 절감 같은 메시지와 QR코드가 함께 표시돼 있다. 원단이나 옷만 보아서는 드러나지 않는 원료 정보를 구매자와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하려는 장치다.

이미지: PET병 재활용과 GRS 인증 정보를 표시한 ACEPORA-ECO 행택

▲ 재활용 기호와 PET병 재활용·GRS·QR코드 설명이 인쇄된 ACEPORA-ECO 행택 — 출처: [이투데이, 2020-06-05](https://www.etoday.co.kr/news/view/1902823)

이 행택은 친환경 제품이 어떻게 팔리는지를 잘 보여 준다. 원사 자체의 차이는 유통 과정에서 보이지 않기 쉽다. 인증과 추적 정보를 행택에 붙이면 원료의 출처와 제품 이야기를 완제품까지 운반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화섬 단독의 친환경 원사 매출과 마진은 공시되지 않았다. 친환경이라는 이름보다 실제 판매 비중과 반복 주문이 더 중요한 단계다.

자동차 내장재용 원사는 적용 장면이 더 구체적이다. 회사는 2025년 9월 식물성 바이오 원료와 복합방사를 활용한 폴리에스터 원사의 상용화 성공을 발표했다. 복합방사는 성질이 다른 원료를 한 가닥의 섬유 구조 안에 함께 방사하는 방식이다. 공개된 계획은 국내 완성차의 신규 차종 내장재 적용이지만 고객 이름, 계약 물량, 매출액과 양산 시점은 제시되지 않았다.

세 제품군의 공통점은 ‘같은 폴리에스터를 얼마나 싸게 파느냐’에서 ‘어떤 기능과 이력을 함께 파느냐’로 제안을 옮긴다는 데 있다. 성공 여부는 제품 발표의 수가 아니라 범용 원사의 판매를 실제로 대체하거나 더 나은 가격을 받는지에 달려 있다. 공개 정보만으로는 그 전환 속도를 계산할 수 없다.

6.공급과잉의 압력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

화섬산업은 세계적 공급과잉과 과당경쟁, 덤핑 수입의 압력을 받고 있다. 전력비와 환경규제 대응 비용도 공장을 돌리는 경제성에 영향을 준다.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능력과 이익을 남기며 팔 수 있는 능력이 서로 다른 시장이다. 업계가 정부와 협력을 강조하는 배경에도 이런 비용과 통상 문제가 놓여 있다.

대한화섬에는 이 압력이 세 경로로 들어온다. 판매가격 경쟁이 거세지면 원료비 상승을 제품가격에 옮기기 어렵다. 수요보다 설비가 많으면 생산을 줄여야 하고, 생산을 줄이면 남은 물량이 고정비를 더 많이 부담한다. 기능성·재생 제품이 팔려도 아직 규모가 작다면 범용 라인의 부담을 곧바로 상쇄하지 못한다. 이 세 경로는 서로 연결돼 있지만 각 효과의 금액은 공시되지 않았다.

현장 운영에서는 안전도 생산성과 분리되지 않는다. 울산 화섬공장에서는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임직원, 협력사가 함께 참여한 산업안전 행사가 열렸다. 공개 사진은 복지회관에서 진행된 행사 참가자들을 보여 줄 뿐 생산설비의 상태나 안전 성과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제조 거점이 계열사와 협력사가 함께 움직이는 작업장이라는 점은 드러난다.

이미지: 울산 화섬공장 안전행사에 참여한 임직원과 협력사 참가자들

▲ 울산 화섬공장 복지회관 무대 앞에 모인 산업안전 행사 참가자들 — 출처: [대한경제·태광그룹 제공, 2025-05-30](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505301008544200291)

공장 경쟁력은 화려한 신제품 발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안정적인 설비 운전, 원료와 유틸리티 조달, 협력사 작업, 재고와 출하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대한화섬의 회복을 판단할 때도 기능성 제품의 이름과 함께 공장의 생산량, 가동의 지속성, 제조부문 마진을 놓칠 수 없다.

7.반세기 넘은 법인과 그룹 섬유망

대한화섬은 1963년 설립됐고 1968년 현재의 사명으로 바뀌었다. 1985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오랜 업력은 오늘의 제품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국내 화섬산업의 축적된 설비와 거래망 위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동시에 오래된 생산 기반이 자동으로 경쟁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비의 이용도와 제품 구성이 현재 시장에 맞아야 역사도 경제적 의미를 갖는다.

회사는 법적으로 독립된 상장사지만 사업 현장에서는 태광그룹 섬유망과 맞닿아 있다. ACEPORA를 공동 고객 접점으로 쓰고, 태광산업으로부터 원료와 유틸리티를 조달하며, 울산 현장의 안전활동에도 양사와 협력사가 함께 등장한다. 판매 브랜드, 구매 관계, 현장 운영이 여러 층에서 연결된 셈이다.

이 관계망은 규모와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는 한편 거래의 조건을 살펴야 할 이유도 만든다. 계열사 거래 예정액은 실제 집행 실적과 구분해야 하며, 공동 브랜드의 성과도 어느 법인에 귀속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룹 전체의 섬유사업이 좋아졌다는 설명과 대한화섬 제조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은 서로 바꿔 쓸 수 없다.

대한화섬의 역사는 공장 연혁만이 아니라 자산이 쌓인 시간이기도 하다. 현재 임대부문이 제조부문의 손실을 완충하는 구조는 오래된 법인이 보유한 자산과 현업이 한 장부에 남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회사의 정체성을 원사 생산과 자산 운용 가운데 하나로 고르는 대신, 두 축이 어떤 비율로 기업가치를 만들고 있는지를 보는 편이 실제 모습에 가깝다.

8.자사주와 주총에서 갈라진 주주의 시선

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246,595주로 발행주식의 18.57%다. 회사는 이를 1년간 보유한 뒤 2027년 이후 처분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가능한 활용처로 인수합병, 투자와 신기술 자금이 거론됐지만 확정된 거래는 아니다. 자기주식은 배당을 받거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므로 보유 규모와 향후 처리 방식은 남아 있는 주주의 이해관계에 직접 닿는다.

보유를 유지하면 당장 시장에 물량이 나오지 않지만 자본 활용 방안은 미정으로 남는다. 처분하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신 대상, 가격과 목적에 따라 기존 주주가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 소각이라면 주식 수 감소라는 전혀 다른 효과가 생기지만, 회사가 제시한 계획은 처분 검토다. 발표되지 않은 소각이나 인수합병을 전제로 가치를 계산해서는 안 된다.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전자주주총회와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는 정관 변경을 두고 논쟁이 일었다. 비판하는 쪽은 소액주주의 참여와 이사 선임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봤다. 이 사안은 원사 가격이나 공장 가동과 직접 연결된 영업 문제가 아니라, 축적된 자산과 자본을 누가 어떤 절차로 배분할지에 관한 지배구조 문제다.

그래서 대한화섬을 둘러싼 주주들의 시선은 쉽게 갈라진다. 한쪽은 오랜 자산 기반과 임대수익의 방어력을 본다. 다른 쪽은 제조부문의 적자와 자본 활용의 불확실성을 본다. 어느 쪽도 장부의 한 면만으로 결론을 낼 수 없다. 자사주 처분의 구체적인 조건이 나올 때에는 본업 투자로 연결되는지, 거래 상대와 가격이 주주 전체에 설명 가능한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9.원사 공장이 다시 기업의 중심이 되려면

지금 대한화섬의 매출 중심은 여전히 울산의 폴리에스터 원사다. 그러나 이익의 중심은 같은 자리에 있지 않다. 임대사업과 관계기업 손익, 자산 처분 같은 항목이 제조부문의 약한 수익성을 가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순이익 한 줄이 좋아졌다고 공장이 회복된 것도 아니고, 제조가 적자라고 회사 전체의 자산 기반이 사라진 것도 아니다.

ACEPORA, 기능성 원사, 재생 제품과 바이오 자동차 소재는 공장을 다시 손익의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언어다. 이 언어가 숫자로 바뀌려면 제품 소개가 반복 판매로 이어지고, 판매가 생산라인의 이용도를 높이며, 높아진 생산이 제조 마진 개선으로 연결돼야 한다. 과정 중 하나만 움직여서는 충분하지 않다.

대한화섬의 독특함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 선명하게 교대하지 않는 데 있다. 오래된 생산설비 옆에 기능성 브랜드가 놓이고, 범용 예측생산 옆에 추적 가능한 재생 원사가 놓인다. 제조손실 옆에는 임대이익이 있고, 축적된 자본 옆에는 그 활용을 둘러싼 주주 논쟁이 있다. 회사의 변화는 새로운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붙이느냐보다 이 나란한 항목들이 실제 손익 안에서 어떤 순서로 자리를 바꾸는지에 나타난다.

각주

  1. 한국거래소 KIND·대한화섬, 제63기 사업보고서,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2087/20260318009738/11011.htm
  2. 한국거래소 KIND, 대한화섬 제63기 사업보고서,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2087/20260318009738/11011.htm
  3. 한국거래소 KIND·대한화섬, 사업보고서의 판매 방식 및 수주 현황,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2087/20260318009738/11011.htm
  4. ACEPORA, 통합 섬유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acepora-fiber.com/
  5. 신아일보, 태광산업·대한화섬 ACEPORA 홈페이지 론칭, 2023-02-16 —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62858
  6. 한국거래소 KIND, 대한화섬 2025년 연간 실적,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2087/20260318009738/11011.htm
  7. 한국거래소 KIND, 대한화섬 제64기 1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23/20260515005945/11013.htm
  8. 한국거래소 KIND·대한화섬, 동일인 등 출자 계열회사와의 상품·용역거래, 2025-11-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11/12/000307/20251112000711/80702.htm
  9. 한국거래소 KIND, 대한화섬 정기주주총회 결과, 2026-03-2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6/003274/20260326006093/91482.htm
  10. 금융감독원 DART, 2026년 정기보고서 제출기한 일정 — https://dart.fss.or.kr/info/main.do?menu=410
  11. 한국섬유신문, 대한화섬 NOVICH로 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2025-07-17 — https://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0107
  12. ACEPORA, ACEPORA-ECO 공식 제품 페이지 — https://acepora-fiber.com/page/sub.php?su_id=sub0204
  13. 연합뉴스, 바이오 소재 자동차 내장재용 원사 상용화 성공, 2025-09-29 — https://www.yna.co.kr/view/AKR20250929024100003
  14. TIN뉴스, 화섬업계 정부와 협력 강화 다짐, 2025 — https://www.tinnews.co.kr/27995
  15. 대한경제, 태광산업·대한화섬 산업안전 도전골든벨 개최, 2025-05-30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505301008544200291
  16. 태광그룹, 섬유사업 공식 소개 — https://www.taekwanggroup.co.kr/en/business/fiber
  17. 한국거래소 KIND·대한화섬, 제63기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 2026-03-10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0/001097/20260310002534/00591.htm
  18. IB토마토, 대한화섬 전자주총·집중투표제 배제 논쟁, 2026-04-03 — https://www.ibtomato.com/ExternalView.aspx?no=17930&typ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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