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웨이퍼 위 한 방울에서 시작되는 사업
반도체 공장의 노광 장비가 빛을 쏘기 전에 웨이퍼에는 감광액인 포토레지스트(PR)가 얇게 발린다. 노광이 끝나면 불필요한 막을 씻어내고, 다음 층을 쌓기 전에 표면을 평탄하게 다듬는다. 동진쎄미켐의 현재 중심 사업은 이처럼 완성품에는 거의 보이지 않지만 제조라인에서는 빠질 수 없는 화학소재를 공급하는 일이다. 2026년 발포제 사업을 분리한 뒤 상장회사 본체의 무게중심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소재로 더욱 선명해졌다.
회사가 다루는 소재는 PR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노광 전후의 패턴 형성을 돕는 BARC와 SOC 하드마스크, 웨이퍼 가장자리의 PR을 제거하거나 점도를 조절하는 신너, 표면을 갈고 닦는 CMP 슬러리, 박막 원료인 프리커서까지 공정의 여러 지점에 걸쳐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각각 작은 화학제품처럼 보여도, 공급사 입장에서는 한 공정에서 신뢰를 얻은 뒤 인접 공정으로 품목을 넓힐 수 있는 제품 묶음이다.
주요 고객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제조사, LG디스플레이와 BOE 같은 패널 제조사가 확인된다. 공시상 주요 고객과의 거래는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한 번에 발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본계약을 토대로 공급하는 구조다. 따라서 이 사업의 돈은 화려한 수주잔고보다 고객 라인이 계속 돌고, 승인된 소재가 반복 투입되며, 적용 공정과 품목이 늘어날 때 생긴다. 소재를 한 통 납품하는 것보다 고객의 제조 레시피 안에 오래 남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 발안 포토레지스트 공장의 탱크와 배관이 이어진 제조구역▲ 탱크와 배관이 길게 이어진 발안 포토레지스트 제조구역으로, 미세공정 소재도 결국 안정적인 배합과 이송을 거쳐 고객 라인에 들어간다는 점을 보여준다 — 출처: 다음뉴스·전자신문 계열 보도 페이지, 2026-04-09
2.제품: 한 번의 노광을 둘러싼 소재 묶음
반도체 패턴은 회로를 그릴 곳과 남겨둘 곳을 빛으로 구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PR은 빛에 반응해 성질이 달라지는 막이다. BARC는 아래쪽에서 되튀는 빛을 줄이는 반사방지막이고, SOC는 패턴을 아래 층으로 옮길 때 버티는 탄소계 하드마스크다.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모두 더 좁고 반듯한 선을 만들려는 목적에 연결된다.
신너의 역할도 생활용 희석제보다 훨씬 세분돼 있다. EBR은 웨이퍼 가장자리에 남은 PR을 제거하는 용도이고, RRC는 PR 사용량과 도포 상태를 조절하는 데 쓰인다. CMP 슬러리는 미세 입자와 화학 반응을 이용해 웨이퍼 표면을 평평하게 만든다. 반도체는 층을 거듭 쌓는 구조이므로 앞 단계의 작은 높이 차이가 다음 노광의 초점과 수율을 흔들 수 있다. 평탄화 소재는 회로를 직접 그리지 않지만 다음 회로가 제대로 그려질 바닥을 만든다.
공정 장면 | 주요 소재 |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 | 사업상 의미 |
|---|---|---|---|
빛으로 회로 모양을 전사 | PR | 감도·해상도·결함 관리 | 공정 세대와 레이어별 인증이 중요 |
노광 반사와 패턴 전사 제어 | BARC·SOC | 반사 억제와 패턴 유지 | PR 주변 품목으로 공급 범위를 확장 가능 |
도포 뒤 가장자리 정리와 사용량 조절 | EBR·RRC 신너 | 잔사·오염·재료 효율 관리 | 라인 가동에 따라 반복 소비되는 소재 |
층간 표면 평탄화 | CMP 슬러리 | 높이 차와 표면 결함 축소 | 다층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관리 지점 증가 |
박막 형성 | 프리커서 | 균일한 막과 조성 구현 | 고객 공정 조건에 맞춘 품질 일관성이 핵심 |
이 제품들의 공통 장벽은 ‘만들 수 있는가’보다 ‘고객 라인에서 같은 결과를 계속 낼 수 있는가’에 있다. 반도체 제조사는 소재의 조성만 보지 않는다. 보관 안정성, 금속 불순물, 미세 입자, 장비와의 상호작용, 공정 조건이 바뀌었을 때의 결과까지 확인한다. 평가를 통과하면 교체 비용이 높아지는 반면, 결함이 생기면 생산 손실의 책임도 커진다. 높은 진입장벽과 까다로운 품질 부담이 같은 문 앞에 서 있는 사업이다.
회사가 강조하는 EUV PR과 3D NAND용 KrF PR도 이 문맥에서 봐야 한다. EUV는 극자외선을 이용하는 첨단 노광 방식이고, KrF는 더 긴 파장의 광원을 쓰는 기술이다. ‘최첨단’이라는 한 단어로 둘을 줄 세우기보다는 어떤 소자가 어느 레이어에서 어떤 소재를 채택하느냐가 실제 매출의 열쇠다. 메모리 적층이 깊어지거나 미세화가 진행돼도 모든 공정이 한꺼번에 새 PR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여러 세대의 노광 소재를 안정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제품 포트폴리오의 현실적인 힘이다.
3.디스플레이 사업: 픽셀 아래에서 반복되는 화학 공정
디스플레이 소재는 반도체와 고객군이 다르지만, 얇은 막을 만들고 패턴을 남긴다는 제조 원리는 맞닿아 있다. 회사는 유기절연막, 디스플레이용 PR, 스트리퍼, 에천트, 컬러레지스트와 배면전극재료를 공급한다고 설명한다.
유기절연막은 전극과 배선을 분리하고 표면을 정돈한다. 에천트는 필요한 모양만 남도록 금속이나 막을 식각하는 화학액이고, 스트리퍼는 패턴 형성에 쓰인 PR을 공정 뒤 제거한다. 컬러레지스트는 화면의 빨강·초록·파랑을 구현하는 색재료다. 배면전극재료는 터치 패널 등의 전극 형성과 연결된다. 소비자가 보는 것은 화면이지만 동진쎄미켐이 만나는 장면은 그 화면 아래에서 TFT, 색 필터, 배선과 전극이 순서대로 만들어지는 제조라인이다.
이미지: 일반 구조와 고개구율 디스플레이 구조를 비교한 제품 도식▲ 일반 구조와 유기절연막을 적용한 고개구율 구조를 비교한 도식으로, 소재가 픽셀의 빛 통과 면적과 배선 설계에 관여하는 사용 장면을 보여준다 — 출처: 동진쎄미켐, 2026-08-10 열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같은 ‘전자재료’ 상자에 담는다고 경기와 수익 구조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반도체 소재는 웨이퍼 공정과 메모리·파운드리 투자에 민감하고, 디스플레이 소재는 패널 업체의 생산 지역, 세대별 라인 운영과 LCD·OLED 제품 구성에 영향을 받는다. 다만 두 사업 모두 고객 공정에서 평가받은 배합을 균일하게 대량 공급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구개발 조직과 초고순도 품질관리, 고객 대응 경험을 공유할 여지가 생기는 지점이다.
돈이 생기는 경로 역시 장비 판매와 다르다. 장비는 설치 시점에 큰 매출이 잡힐 수 있지만 공정 화학재료는 가동 중인 라인이 계속 소비한다. 반대로 패널 라인의 가동이 낮아지거나 생산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소모재라는 장점만으로 방어하기 어렵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볼 때는 패널 출하량뿐 아니라 어느 고객의 어느 생산거점에 공급망이 남아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4.사업의 전환: 발포제에서 전자재료 본체로
동진쎄미켐의 출발점과 현재 모습 사이에는 긴 방향 전환이 있다. 회사는 1989년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일을 역사적 전환점으로 제시한다. 전통 화학제품을 만들던 회사가 전자산업의 미세공정 안으로 들어간 사건이었다. 이후 PR 주변 소재와 디스플레이 재료를 넓히면서 회사의 주력 고객과 품질 기준도 달라졌다.
이미지: 창립 55주년 기념행사에서 기념 케이크 앞에 선 참석자들▲ 창립 55주년 기념행사의 실제 모습으로, 발포제 업체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공급사로 확장해 온 시간의 맥락을 담는다 — 출처: 동진쎄미켐, 2022-10-21
발포제는 수지나 고무 안에서 기체를 만들어 가볍고 단열성 있는 구조를 형성하는 소재다. 마이크로캡슐 발포제는 작은 캡슐이 열을 받으면 팽창하는 방식으로 의류, 신발, 벽지, 가구, 자동차 내장재 같은 폭넓은 응용처를 겨냥한다. 반도체 PR과 같은 화학기업의 뿌리를 공유해도 고객의 인증 방식과 경기 주기는 크게 다르다.
이미지: 의류·신발·벽지·가구·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발포 소재 응용 이미지▲ 의류와 신발, 벽지, 가구, 자동차 하부 등 발포 소재의 응용처를 묶은 이미지로, 전자재료와 다른 고객·수요 구조를 시각화한다 — 출처: 동진쎄미켐, 2026-08-10 열람
이 사업은 2026년 1월 1일 동진이노켐으로 물적분할됐다. 분할을 단순한 간판 교체로 보면 핵심을 놓친다. 상장회사 실적을 읽는 기준이 계속영업 전자재료 중심으로 바뀌었고, 발포제는 과거의 사업 기반이면서도 현재 본체와는 분리해 봐야 하는 영역이 됐다. 같은 이유로 과거 연결 매출 총액과 분할 이후 계속영업 매출을 바로 이어 붙이면 성장률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
이 변화는 정체성을 정리했지만 모든 복잡성을 없애지는 않았다. 디스플레이 사업의 지역 재편, 미국 생산거점의 고객 승인, 이차전지와 연료전지 소재의 상업화가 새로운 경계선으로 남아 있다. 이제 회사의 체급은 사업 종류의 개수보다 전자재료 레시피가 실제 고객 라인에 얼마나 넓고 오래 들어가느냐로 측정된다.
5.실적: 반도체 고가동과 고객 집중이 함께 만든 수익성
2025년 감사가 끝난 계속영업 매출은 1조1,941억원, 영업이익은 1,724억원이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계속영업 매출은 전년보다 7.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 감소했다. 인건비와 연구개발비, 감가상각비 증가가 이익 부담 요인으로 제시됐다. 매출 성장만 보고 비용 구조까지 좋아졌다고 해석할 수 없는 해였다.
2026년 1분기에는 계속영업 매출 3,281억원과 영업이익 66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의 2,898억원과 478억원에서 각각 늘었고, 계속영업 영업이익률은 약 20.3%다. 분기 수익성은 강해졌지만 한 분기의 제품 구성과 비용 흐름을 연간 정상치로 곧바로 연장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구분 | 2025년 계속영업 | 2026년 1분기 계속영업 | 해석의 초점 |
|---|---|---|---|
매출 | 1조1,941억원 | 3,281억원 | 중단영업을 제외한 본체 기준 |
영업이익 | 1,724억원 | 666억원 | 1분기 영업이익률 약 20.3% |
반도체 소재 매출 | 7,846억원 | 2,202억원 | 현재 가장 큰 제품군 |
디스플레이 소재 매출 | 3,089억원 | 798억원 | 반도체와 다른 가동·지역 변수 |
이차전지 매출 | 154억원 | 69억원 | 아직 신성장 선택지의 성격이 강함 |
별도 표시된 중단영업 매출 | 중국 TFT-LCD 화학제품 3,299억원 | 888억원 | 계속영업 총액과 합쳐 성장률을 만들면 왜곡 가능 |
2025년에 중국 TFT-LCD 화학제품 매출 3,299억원은 중단영업으로 분류됐다. 2026년 1분기에도 중단영업 매출 888억원이 계속영업과 별도로 표시됐다. 이 구분은 회계상의 꼬리표가 아니다. 사업 재편 전후의 외형을 비교할 때 같은 범위끼리 보라는 경계선이다.
가동률 격차는 사업의 온도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5년 발안 반도체 전자재료 가동률은 97.3%, 디스플레이 전자재료는 39.3%, 분할 전 발포제는 29.5%였다. 2026년 1분기에는 반도체 전자재료가 97.8%, 디스플레이 전자재료가 40.0%였다. 반도체는 생산 여유가 크지 않은 수준으로 움직였고, 디스플레이는 설비 부담을 흡수할 수요 회복과 생산 효율이 중요해졌다.
고객 집중도도 수익의 질과 위험을 동시에 설명한다. 2026년 1분기 매출에서 삼성전자는 62.30%인 2,044억원, SK하이닉스는 11.83%인 388억원, LG디스플레이는 5.22%인 171억원을 차지했다. 핵심 고객의 공정 안에 깊게 들어갔다는 증거이면서, 고객별 생산계획·구매정책·단가 협상의 영향이 연결 실적에 크게 전달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같은 분기 연구개발비는 177억원으로 매출의 5.41%였다. 연구개발은 신규 PR이나 슬러리의 인증을 여는 비용인 동시에 당장의 이익을 누르는 비용이다. 첨단 소재 기업에서 연구개발비를 무조건 절감 대상으로 보기도, 지출 자체를 성과로 간주하기도 어렵다. 실제 채택 품목과 고객 공정의 확장으로 이어지는지가 판단 기준이다.
해외 투자에는 아직 실적과 계획을 분리해 읽어야 할 숫자가 있다. 회사는 미국 텍사스 신너 거점에 약 2,600억원을 투자했고 2026년 하반기 양산과 파운드리 고객 납품을 계획했다. 텍사스 플레인뷰의 고순도 황산 공장에는 약 1,400억원을 투자했으며 연간 생산능력을 2만4,000톤으로 제시했다. 생산능력은 매출이 아니다. 양산 개시, 고객 승인, 실제 출하량과 감가상각 부담이 순서대로 확인돼야 투자 숫자가 수익 숫자로 바뀐다.
2026년 8월 12일 기준 회사 IR 공지에서 직접 확인되는 최신 자료는 5월 자료이며, 2분기 또는 반기 발표는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서의 최신 확정 비교선은 2026년 1분기다.
6.생산과 연구: 발안의 배합이 고객 라인에 도달하기까지
회사가 안내한 국내 생산 지도는 제품별 역할을 드러낸다. 발안에서는 반도체용 PR·BARC·SOC·신너·CMP 슬러리와 디스플레이 소재를 생산한다. 인천은 식각액, 이차전지 도전재 슬러리와 연료전지 MEA를 맡고, 음성에서는 반도체용 신너를 생산한다.
발안은 패턴 형성 소재가 모인 중심지다. 한 공장에 여러 품목이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배합, 정제, 여과, 분석과 출하가 고객의 변경관리 체계에 맞춰 이어진다는 점이다. 원료나 공정 조건이 바뀌면 최종 조성이 같아 보여도 고객 평가가 다시 필요할 수 있다. 생산시설은 단순한 화학 탱크가 아니라 승인받은 레시피를 반복 재현하는 장치에 가깝다.
음성의 신너 생산은 소모량이 큰 보조재료를 분리해 공급하는 축이다. 신너는 PR처럼 미세 선폭의 주인공으로 홍보되기 어렵지만, 웨이퍼 가장자리 세정과 도포 효율에 계속 쓰인다. 첨단 PR과 범용성이 더 높은 공정 보조재가 함께 있어야 제품군의 폭과 반복 공급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미지: 유리 외벽의 판교 연구소 건물▲ 판교 연구소의 외관으로, 생산 현장의 배합 능력과 별도로 고객 공정에 맞는 소재 조성을 설계·검증하는 연구 기능의 거점을 보여준다 — 출처: 동진쎄미켐, 날짜 미상
판교 연구소의 역할은 고객이 요구한 사양을 실험실에서 맞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소재는 노광 장비, 식각 조건, 웨이퍼 표면과 함께 작동한다. 연구실의 좋은 결과가 양산 탱크에서도 재현되고, 다시 고객의 대량생산 라인에서 결함 없이 이어져야 비로소 상품이 된다. 소재기업의 연구개발과 제조를 따로 떼어 보기 어려운 이유다.
미국 거점은 이 생산 지도를 고객 가까이 확장하려는 시도다. 현지 생산은 운송 거리와 공급망 대응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공장이 완성됐다는 사실만으로 거래가 자동 발생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 축적한 품질관리와 변경 대응을 현지 설비에서 재현하고, 고객 승인을 거쳐 반복 출하까지 연결해야 한다. 미국 투자의 본질은 땅과 건물보다 동일한 레시피를 다른 대륙에서 증명하는 데 있다.
7.최근 동향과 쟁점: EUV, 미국, 중국 재편의 서로 다른 시계
EUV PR은 가장 많은 기대가 붙는 품목이다. 회사는 2022년 삼성전자가 자사 EUV PR을 반도체 공정 한 곳에 도입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추가 레이어 적용, 공급 확대와 구체 공정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첫 도입’은 기술 검증의 의미가 크지만 전 공정 확산과 같은 말은 아니다. 이후 어느 레이어에서 사용량이 늘었는지는 별도의 고객·품목 정보가 있어야 판단할 수 있다.
회사는 2026년 IR 자료에서 EUV PR 양산과 3D NAND용 KrF PR 경쟁력을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 주장의 현실성을 가르는 것은 발표 문구보다 고객별 채택 범위다. 신규 레이어 인증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성공하면 소재 변경 부담이 진입장벽으로 작동한다. 반대로 평가 지연, 수율 문제나 경쟁 소재의 채택은 기대 매출의 시점을 뒤로 미룬다. 기술 기대와 실적 인식 사이에 긴 검증 구간이 놓이는 이유다.
텍사스 신너 공장은 회사가 제시한 하반기 양산 계획과 현지 파운드리 공급 구상을 따라가고 있다. 외부 보도는 삼성전자와의 특허 공동 출원 및 현지 양산 계획을 전했지만, 실제 양산 개시와 고객 승인, 매출 인식은 후속 확인 영역이다. 특허는 협업의 흔적일 수 있어도 구매량을 보장하는 계약서는 아니다. 현지 거점의 평가는 첫 출하보다 반복 주문과 안정적인 품질 기록이 쌓일 때 가능해진다.
중국에서는 반대 방향의 재편이 진행됐다. 종속회사가 중국 디스플레이 전자재료 법인 6곳의 지분 70%를 매각하고 30%를 남기는 거래 구조를 공시했으며, 처분예정일은 2026년 7월 31일이었다. 다만 정산, 외환 승인과 등기 등에 따라 최종 대금이 변동할 수 있고, 제공된 공시만으로 8월 12일까지 거래가 완전히 종결됐다고 확인되지는 않는다. 이 거래는 중국 디스플레이 사업에서 완전 철수와 기존 지배력 유지 사이의 중간 형태다. 향후에는 남은 지분의 손익 반영 방식과 현지 공급 관계가 어떻게 바뀌는지가 중요하다.
이차전지 도전재 슬러리와 연료전지 MEA는 아직 본업과 같은 확정도로 다룰 수 없다. 도전재 슬러리는 전극 안에서 전기가 잘 흐르도록 돕는 재료다. MEA는 연료전지에서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막전극접합체다. 둘 다 배합과 분산, 코팅이라는 기존 화학 역량과 연결되지만 고객, 인증, 양산 경제성은 반도체 소재와 다르다. 특히 MEA는 별도 매출과 고객 규모가 공개되지 않아 기술 소개를 사업 규모로 바꿔 읽을 근거가 부족하다.
현재 리스크는 하나의 거대한 악재보다 서로 다른 시계가 겹치는 데서 나온다. 반도체 공장은 높은 수준으로 움직이는 반면 디스플레이 설비에는 여유가 있다. 미국 공장은 비용 투입 뒤 고객 승인을 기다리고, 중국 사업은 지배구조를 바꾸는 중이다. EUV와 에너지 소재는 기술적 가능성을 실제 반복 매출로 전환해야 한다. 여기에 핵심 고객 집중까지 더해지므로 고객 생산계획의 변화가 공급사 실적에 빠르게 전달될 수 있다.
8.승인된 레시피가 남기는 것
동진쎄미켐의 역사는 발포제로 출발한 화학회사가 반도체 PR을 개발하고, 패턴 형성 주변 소재와 디스플레이 재료를 넓힌 과정이다. 물적분할 뒤에는 그중 전자재료의 윤곽이 상장회사 본체로 더 또렷하게 남았다. 제품 이름은 PR, BARC, SOC, 신너와 슬러리로 흩어져 있지만 고객에게 파는 핵심은 공정 결과의 반복 가능성이다.
이 구조에서는 가장 첨단인 제품 하나가 회사 전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EUV PR이 새로운 문을 열 수 있어도 기존 KrF PR, 신너, CMP 슬러리와 디스플레이 소재가 매일 공장을 통과해야 사업이 굴러간다. 신성장 소재 역시 기존 화학 역량만으로 성공이 예약되지 않는다. 고객의 장비와 생산조건 안에서 배합을 검증하고, 양산 규모에서도 같은 품질을 재현해야 본업의 일부가 된다.
발안 공장의 탱크와 배관은 이 회사의 성격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준다. 미세한 회로를 가능하게 하는 소재도 마지막에는 정해진 조성으로 배합되고, 오염 없이 이송되며, 고객이 요구한 품질로 계속 출하돼야 한다. 동진쎄미켐의 다음 체급은 새 사업의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붙이느냐가 아니라, 국내외 고객 라인에 승인된 레시피를 얼마나 깊고 넓게 남기느냐에서 결정된다.
각주
- 제53기 사업보고서, KRX/DART,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0320/20260319001620/11011.htm
- 반도체 사업분야·제품, 동진쎄미켐 — https://www.dongjin.com/business/semiconductor.php
- 동진쎄미켐 1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008/20260515004450/11013.htm
- 반도체 사업, 동진쎄미켐 — https://www.dongjin.com/business/semiconductor.php
- 동진쎄미켐 IR BOOK 2026, 동진쎄미켐·한국거래소, 2026-04-09 — https://kind.krx.co.kr/external/dst/irReference/18307/%EB%8F%99%EC%A7%84%EC%8E%84%EB%AF%B8%EC%BC%90%20IR%20BOOK.pdf
- 디스플레이 사업분야·제품, 동진쎄미켐 — https://www.dongjin.com/business/display.php
- 동진쎄미켐 창립 제55주년, 동진쎄미켐, 2022-10-21 — https://www.dongjin.com/promotion/news_view.php?page=1&seq=130
- 발포제·마이크로캡슐 발포제 제품, 동진쎄미켐 — https://www.dongjin.com/business/foamagen.php
- 동진쎄미켐 사업보고서(2025.12), 한국거래소 KIND,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0320/20260319001620/11011.htm
- 2026 Investor Relations Book, 동진쎄미켐, 2026-04-08 — https://kind.krx.co.kr/external/dst/irReference/18307/%EB%8F%99%EC%A7%84%EC%8E%84%EB%AF%B8%EC%BC%90%20IR%20BOOK.pdf
- 제54기 1분기보고서, KRX/DART,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008/20260515004450/1101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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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진쎄미켐 1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008/20260515004450/11013.htm
- 동진쎄미켐 1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008/20260515004450/11013.htm
- 동진쎄미켐, 미국 신너 공장 하반기 양산 가동, ZDNet Korea, 2026-04-11 — https://zdnet.co.kr/view/?no=20260411221602
- DSM쎄미켐 미국 텍사스 고순도 황산 공장 준공, 동진쎄미켐, 2024-07-31 — https://www.dongjin.com/promotion/news_view.php?page=1&seq=136
- IR 공지 목록, 동진쎄미켐, 2026-08-12 — https://www.dongjin.com/investment/announcement.php
- 국내 사업장 소개, 동진쎄미켐 — https://www.dongjin.com/company/be_domestic.php
- 삼성전자, 동진쎄미켐 EUV PR 첫 도입, 동진쎄미켐, 2022-12-22 — https://www.dongjin.com/promotion/news_view.php?page=1&seq=134
- 동진쎄미켐 IR BOOK 2026, 동진쎄미켐·한국거래소, 2026-04-09 — https://kind.krx.co.kr/external/dst/irReference/18307/%EB%8F%99%EC%A7%84%EC%8E%84%EB%AF%B8%EC%BC%90%20IR%20BOOK.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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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생에너지 사업, 동진쎄미켐 — https://www.dongjin.com/business/renewableenergy.ph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