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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국내 최초 스타킹을 선보인 1957년 설립 속옷을 만드는 회사

1.스타킹에서 시작해 몸에 가장 가까운 옷으로

비비안의 출발점에는 스타킹이 있다. 회사 연혁에 따르면 1957년 남영염직으로 출발해 이듬해 스타킹 생산을 시작했고, 1963년에는 국내 최초로 팬티스타킹을 생산했다. 브래지어 생산은 1965년 시작됐으며, 1973년부터 비비안 상표를 사용하고 1976년 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금의 브랜드명보다 스타킹과 브래지어 생산 경험이 먼저 쌓인 셈이다. 다만 ‘국내 최초’라는 표현은 회사가 제시한 연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장부에서 중심을 이루는 제품도 이 역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성용 파운데이션과 란제리, 스타킹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이너웨어 사업이 본업이다. 여기서 파운데이션은 몸의 형태를 받치거나 정돈하는 브래지어·거들 같은 기초 속옷을 가리킨다. 겉옷처럼 멀리서 디자인을 감상하는 상품이 아니라, 착용감과 치수, 계절, 옷차림에 따라 선택이 달라지는 제품군이다.

공식 브랜드 목록에는 비비안뿐 아니라 BBM, 젠토프, 수비비안, 드 로르, 로즈버드, 판도라, 나나핏, 샌디즈가 함께 올라 있다. 브랜드 수가 많은 것은 회사가 한 가지 로고만 반복해서 파는 구조가 아니라는 뜻이다. 기본 란제리부터 보정용 제품, 스타킹과 데일리웨어까지 여러 이름으로 수요를 나눠 담는다. 다만 각 브랜드가 장부에 얼마씩 기여하는지는 따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지: 비비안 팬티스타킹의 종류와 착용 모습을 담은 과거 인쇄 광고

▲ 여러 형태의 팬티스타킹을 한 지면에 배치한 과거 비비안 광고 — 출처: 머니투데이, 2010-06-01

과거 광고에는 길이와 형태가 다른 스타킹을 여러 다리 실루엣으로 보여 주는 방식이 선명하다. 한 품목 안에서도 선택지가 잘게 갈리는 사업의 오래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오늘날의 상품 구성이 당시 광고와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다양한 착용 조건을 제품 구색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현재의 다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장면이다.

이 회사의 정체성을 패션 유행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타킹과 속옷은 새로움이 구매를 자극하는 패션 상품인 동시에, 맞는 치수와 익숙한 착용감을 다시 찾는 생활용품이다. 오래된 상표는 재구매의 기억을 품을 수 있지만, 역사 자체가 오늘의 판매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비비안의 본업은 결국 오랜 이름을 매 시즌의 소재·형태·판매 방식으로 다시 번역하는 일에 가깝다.

2.매대·피팅·재구매가 이어지는 판매 현장

속옷은 사진만 보고 고르기 어려운 상품과 규격을 알고 반복 구매하기 쉬운 상품이 한 매대에 섞여 있다. 비비안의 판매 접점이 직매장과 백화점, 전문점, 아울렛·대형마트, 온라인몰, 홈쇼핑으로 넓게 펼쳐진 이유를 이 상품 특성과 함께 볼 수 있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색상과 형태를 직접 비교할 수도 있고, 이미 아는 규격이라면 온라인이나 홈쇼핑에서 다시 살 수도 있다.

이미지: 백화점 비비안 매장의 란제리 진열과 마네킹

▲ 브라와 란제리가 벽면·진열대·마네킹에 배치된 백화점 비비안 매장 — 출처: 파이낸셜뉴스, 2024-02-29

사진 속 백화점 매장은 같은 브라 제품도 색과 형태를 나란히 놓아 비교하게 만든다. 중앙 마네킹은 착용 형태를 보여 주고, 주변의 접힌 상품과 행거는 실제 선택 가능한 구색을 드러낸다. 이 공간은 비비안에서 ‘유통망’이 단순한 배송 경로가 아니라 상품 설명과 비교가 일어나는 현장임을 보여 준다. 매장이 많다는 사실만큼, 그 매대에서 고객이 원하는 규격을 찾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오프라인 고객 관계에는 V Membership이 붙는다. 비비안과 수비비안 오프라인 매장에서 포인트와 쿠폰을 제공하는 체계다. 눈여겨볼 점은 온라인 적립금과 오프라인 적립금이 통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상표를 사더라도 매장에서 쌓인 혜택과 온라인에서 쌓인 혜택이 하나의 지갑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 분리는 오래된 매장망과 전자상거래가 한 회사 안에 함께 있을 때 생기는 현실적인 경계다. 오프라인 멤버십은 매장 재방문을 유도할 수 있지만, 온라인 구매까지 자연스럽게 이어 주는 통합 장치는 아니다. 소비자에게는 구매 장소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는 경험이고, 회사에는 채널별 관계를 따로 관리해야 하는 구조다. 다양한 접점이 곧 하나로 연결된 고객 여정을 뜻하지는 않는다.

홈쇼핑과 온라인몰은 매장 밖에서 구색을 넓히는 창구다. GS SHOP 검색면에서는 비비안 여름 브라세트가 실제 판매 상품으로 노출된다. 이는 홈쇼핑·온라인이 공시 문구에만 있는 채널이 아니라 상품을 만날 수 있는 현실의 판매면이라는 점을 확인해 준다. 다만 검색 결과의 존재만으로 판매량이나 채널별 수익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이처럼 비비안의 고객은 특정 기업 한 곳이 아니라 여러 유통 접점에서 제품을 고르는 최종 소비자 쪽에 가깝다. 매장에서는 비교와 설명이, 온라인에서는 탐색과 재구매가, 홈쇼핑에서는 한 번에 여러 상품을 보여 주는 판매가 가능하다. 회사가 돈을 버는 첫 장면은 거창한 수주 계약이 아니라 이 여러 선반과 화면에서 속옷 한 벌, 스타킹 한 켤레가 선택되는 순간이다.

3.기획은 안에서, 생산은 밖에서

비비안은 제품 기획과 디자인을 맡고 생산은 전량 OEM 방식으로 운영한다고 공시했다. OEM은 외부 생산업체가 주문받은 규격과 브랜드에 맞춰 제품을 만드는 위탁생산 방식이다. 따라서 비비안을 공장 설비의 생산량으로만 읽기보다는, 어떤 제품을 기획하고 외부 생산을 연결해 어느 채널에 배치하는지 살펴보는 편이 실제 운영에 가깝다.

이 구조에서 회사 안에 남는 핵심은 상품 설계와 구색 결정, 브랜드 운영, 판매망 관리다. 외부에서 만든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마주하는 이름과 디자인, 매장 진열, 온라인 판매면은 비비안이 조직한 결과다. 반대로 생산을 맡기고 있다는 사실이 상품 사업의 어려움을 없애 주지는 않는다. 어떤 치수와 색상을 얼마나 준비할지, 여러 브랜드의 성격을 어떻게 나눌지, 판매 채널에 어떤 상품을 놓을지는 여전히 회사의 판단으로 남는다.

제품이 매출로 이어지는 흐름은 비교적 직관적이다. 먼저 비비안이 자체 브랜드 상품을 기획하고 OEM 업체를 통해 생산한다. 완성된 제품은 직매장·백화점·전문점·아울렛·대형마트 같은 오프라인 접점과 온라인몰·홈쇼핑으로 간다. 소비자가 그 상품을 구매하면 이너웨어 매출이 생긴다. 공시에서 소프트웨어보다 속옷 장사가 압도적인 이유도 이 흐름에 있다.

이미지: 비비안 기모타이즈를 착용한 겨울 스타일링

▲ 검은 기모타이즈를 재킷·구두와 함께 착용한 상품 스타일링 — 출처: SSG.COM, 2026-08-12

타이즈 한 품목도 계절과 두께, 착용 장면을 함께 제안해야 판매 언어가 완성된다. 사진 속 상품은 겨울 외출복과 연결해 보여 주며, 비비안의 제품이 매장 안 속옷 진열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 복장과 맞물려 선택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 이미지가 전체 스타킹 판매를 대표하지는 않지만, 기획과 판매가 만나는 구체적인 장면으로는 충분하다.

자체 브랜드 밖에는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오는 독점 라이선싱 사업도 있다. 회사는 Atsugi, Oroblu, Eddie Bauer, ST.JOHN BLUE LABEL 등을 파트너로 제시한다. 이 경우 비비안이 가진 국내 유통 경험과 판매 접점이 외부 브랜드를 전개하는 기반이 된다. 그러나 개별 계약의 사용료, 최소보장 조건, 매출 기여도는 공개되지 않아 자체 브랜드 판매와 어느 정도 다른 수익 구조인지는 숫자로 나눠 볼 수 없다.

결국 비비안의 사업 모형은 ‘직접 봉제하는 회사’보다 ‘상품과 브랜드, 생산 파트너, 판매면을 묶는 회사’에 가깝다. OEM은 생산의 위치를 회사 밖으로 옮기지만 소비자 선택을 만드는 책임까지 옮기지는 않는다. 제품 기획이 빗나가면 매장과 온라인에 재고가 남고, 구색이 맞으면 여러 채널이 같은 브랜드의 판매 기회가 된다. 이 연결 능력이 공장 사진보다 중요한 운영 자산이다.

4.이너웨어 쏠림과 적자가 함께 보이는 실적

장부를 채운 것은 무엇인가

2025년 연결 매출은 2,224.4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이너웨어 사업군 매출이 2,193.29억원으로 98.60%를 차지했고, 소프트웨어 매출은 0원으로 공시됐다. 여러 패션 확장 브랜드와 협업이 소개됐어도 확정 실적을 거의 전부 채운 것은 기존 이너웨어였다는 뜻이다.

2025년에는 디모아의 제3자배정 증자 뒤 비비안이 지배력을 상실하면서 디모아가 연결대상에서 빠졌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매출이 사라진 장부는 단순한 영업 부진만이 아니라 연결 범위가 바뀐 결과도 함께 담고 있다. 이후 실적을 과거의 복합 사업회사 이미지와 비교할 때는 현재 장부가 사실상 내수 이너웨어 회사에 가까워졌다는 점을 먼저 놓아야 한다.

구분

연결 매출

영업손익

영업이익률

순손익

순이익률

2025년

2,224.45억원

-50.04억원

-2.25%

-126.05억원

-5.67%

2026년 1분기

496.35억원

-21.18억원

-4.27%

-45.25억원

-9.12%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공시된 손익을 매출로 나눈 단순 계산치다. 2025년에는 매출이 발생했지만 영업 단계와 최종 단계 모두 적자였다. 2026년 1분기에도 적자가 이어졌고,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감소했으며 영업손익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한 분기를 연간 실적으로 곧장 늘려 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새해 초 손익이 회복 국면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내수와 상품 구성이 보여 주는 현재

2026년 1분기 매출 구성은 여성용 제품 89.40%, 스타킹 9.43%, 임대 1.46%였다. 내수 비중은 99.09%에 달했다. 브랜드 이름은 다양해도 매출의 중심은 여성용 제품이고, 지역적으로는 거의 국내 소비에 기대고 있다. 환율이나 해외 확장 이야기보다 국내 속옷 수요와 유통 조건이 당장의 실적을 더 직접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다.

같은 분기 공시에서 중단사업을 제외한 매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주요 고객은 없었다. 특정 대형 거래처 하나에 매출이 몰렸다는 신호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다만 고객 집중도가 낮다고 해서 채널 비용이나 상품 판매 위험까지 낮다는 의미는 아니다. 백화점, 전문점, 대형 유통점, 온라인과 홈쇼핑에 걸친 판매 구조는 집중 위험을 분산하는 한편 채널마다 다른 비용과 운영을 요구한다.

자금 부담도 손익과 함께 볼 필요가 있다. 2026년 1분기 말 변동금리부 차입금은 약 669.5억원, 전환사채는 350억원으로 공시됐다. 영업적자가 이어지는 동안 이 규모의 조달 항목이 장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은 이후 자본 조달과 채무 대응이 왜 중요한 사건이 됐는지를 설명한다. 다만 공시된 잔액만으로 실제 이자비용의 향방이나 상환 결과까지 단정할 수는 없다.

감자·유상증자·무상증자가 이어진 해

회사는 결손금 보전을 목적으로 2026년 무상감자를 진행하면서 보통주 30주를 1주로 병합한다고 공고했다. 이에 따라 보통주 수는 45,196,077주에서 1,499,940주로 줄어드는 일정이 제시됐다. 이 조치는 영업에서 새 현금이 들어오는 사건이라기보다, 누적된 결손과 자본 항목을 정리하는 절차로 공고됐다.

이어 6월에는 약 25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획이 보도됐다. 배정 대상은 골드300조합이며, 보도된 자금 용도에는 채무 상환, 전환사채 취득, 운영자금이 포함됐다. 그러나 기준일 현재 최종 납입과 신주 발행, 실제 자금 사용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발표된 조달 목적과 완료된 조달을 구분해서 읽어야 하는 대목이다.

7월에는 자본잉여금 573.24억원을 재원으로 2,397,456주를 주주에게 1주당 1주 비율로 무상배정한다는 공고가 나왔다. 상장 예정일은 8월 25일이었다. 감자로 주식 수를 크게 줄인 뒤 유상증자 계획과 무상증자 일정이 잇따르면서 주당 표시와 발행주식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해가 된 것이다.

세 사건은 이름에 모두 ‘증자’ 또는 ‘감자’가 들어가지만 경제적 의미가 같지 않다. 감자는 결손 보전,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외부 자금 조달 계획, 무상증자는 자본잉여금을 재원으로 한 주식 배정이다. 주식 수 변화만 이어 붙이면 복잡해 보이지만, 손익의 적자와 차입·전환사채 부담을 함께 놓으면 자본 재편이 운영 현실과 떨어진 별도 이벤트만은 아니었다는 맥락이 보인다.

5.브랜드를 늘리는 세 가지 방식

비비안의 확장은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았다. 자체 신규 브랜드를 만들고, 외부 전문회사와 제품을 공동개발하며, 해외 브랜드를 라이선스로 들여오는 방식이 동시에 나타난다. 여기에 광고 캠페인과 스포츠 선수 후원이 브랜드 인지도를 보조한다. 중요한 것은 각각이 ‘새 사업’이라는 같은 이름 아래 놓여도 확인된 단계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움직임

확인된 전개

공개되지 않은 부분

샌디즈

무봉제 데일리 베이스웨어 브랜드로 론칭

별도 매출과 수익성

365mc 협업 보정속옷

공동개발 제품 판매, XS 거들 추가

판매량과 이익 기여

GROUND V·피앳유즈

패션 확장 브랜드로 제시

브랜드별 실적

해외 브랜드 라이선싱

복수 파트너 브랜드를 국내 사업 대상으로 제시

계약 경제조건과 매출 기여

샌디즈는 2025년 10월 말 선보인 무봉제 데일리 베이스웨어 브랜드다. 봉제선이 드러나지 않는 일상용 기초 의류라는 제품 방향과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다는 목표가 함께 제시됐다. 기존 비비안 이름 아래 상품을 하나 더 넣은 것이 아니라 별도 브랜드명을 택했다는 점에서, 오래된 란제리 이미지와 다른 입구를 만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365mc와의 협업은 아이디어나 업무협약 단계에 머물지 않고 실제 보정속옷 제품으로 전개됐다. 양사가 공동개발한 제품군에 2025년 XS 거들이 추가되면서 더 작은 규격까지 구색을 넓혔다. 의료기관의 체형 관리 맥락과 비비안의 보정속옷 경험을 연결한 사례지만, 판매량과 반복 구매, 이익 기여는 공개되지 않았다.

GROUND V와 피앳유즈는 각각 2021년과 2023년 론칭된 패션 확장 브랜드로 회사 연혁과 공시에 등장한다. 란제리 바깥으로 브랜드 경험을 넓히려는 흐름은 확인되지만, 별도 매출이나 수익성이 제시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현재의 사업 크기를 설명할 때는 이너웨어 장부와 같은 무게로 놓기 어렵고, 포트폴리오가 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는 편이 맞다.

해외 브랜드 라이선싱은 또 다른 길이다. 자체 브랜드를 처음부터 키우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해외 이름을 국내 판매망에 연결한다. 비비안에는 제품을 들여와 전개할 채널과 매장 경험이 있고, 해외 브랜드에는 국내 접점이 생긴다. 그러나 계약별 수익 배분이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파트너 수를 곧바로 사업 가치나 이익 규모로 바꿔 읽을 수는 없다.

광고 활동은 제품 개발과도 구분해야 한다. 비비안은 2025년 KLPGA 프로골퍼 박소혜를 후원·광고모델로 기용하고 ‘잇츠 마이 핏’ 캠페인 영상을 전개했다. 운동선수의 이미지를 몸에 맞는 착용감이라는 메시지에 연결한 마케팅이지만, 캠페인이 매출에 미친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광고가 있었다는 사실과 광고비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이 세 방식의 공통점은 비비안이 가진 이름과 유통 접점을 다른 소비자층에 다시 연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차이는 돈이 확인되는 거리다. 협업 제품은 실제 상품까지 나왔고 신규 브랜드는 판매의 입구를 열었으며 라이선싱 파트너도 제시됐다. 하지만 브랜드별 성적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확장의 개수보다 본업 매출에 의미 있는 새 축이 생겼는지를 차후 장부가 보여 줘야 한다.

6.압구정의 전시 공간과 일상의 상품 사이

비비안의 오프라인 공간은 상품을 쌓아 두는 창고형 매대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2021년 압구정 로데오에 연 플래그십 스토어에는 비비안 란제리와 GROUND V 전시 공간이 마련됐고 카페브이도 함께 소개됐다. 속옷 구매 공간에 패션 확장 브랜드와 카페를 겹친 시도였다.

이미지: 압구정 플래그십 매장의 비비안과 GROUND V 전시

▲ 란제리와 의류·소품이 함께 놓인 압구정 플래그십 매장의 2021년 전시 공간 — 출처: 글로벌이코노믹, 2021-11-04

사진에는 투명 마네킹에 입힌 란제리와 벽면의 VIVIEN 조명, 의류와 소품이 한 공간에 놓여 있다. 이 장면은 당시 회사가 속옷 매장을 기능별 상품 진열만이 아니라 브랜드 분위기를 보여 주는 장소로 확장하려 했음을 보여 준다. 다만 2021년에 촬영된 공간이 이후의 신규 브랜드 성과나 현재 매장 전체의 모습을 대신 증명하지는 않는다.

2024년 회사는 고품질 속옷 라인업을 강화하고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겠다는 방향도 알렸다. 온라인 판매가 커져도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비교하는 경험을 놓지 않겠다는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백화점 매대처럼 촘촘한 상품 비교가 중심인 공간과 압구정 플래그십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전시하는 공간은 모두 오프라인이지만 역할은 다르다.

여기에는 비비안의 오래된 숙제가 함께 담긴다. 매장은 제품을 설명하고 상표를 기억시키는 현장이지만, 회사가 사업 위험으로 지목한 유통수수료와 맞닿아 있는 비용의 현장이기도 하다. 플래그십의 세련된 전시와 일상 매장의 판매 효율을 같은 잣대로 볼 수 없으며, 매장 확대가 곧바로 이익 확대를 뜻하지도 않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멤버십이 분리된 현재 구조에서는 공간을 넓히는 것만큼 고객 관계를 이어 붙이는 일이 중요해진다. 매장에서 제품을 확인한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다시 샀을 때 같은 고객으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반대로 온라인에서 본 상품을 오프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지가 채널 폭의 실질적인 가치다. 공시와 공식 안내는 판매 접점의 넓이는 보여 주지만 이 연결의 완성도까지 수치로 보여 주지는 않는다.

7.다품종 내수 사업이 안고 있는 마찰

회사는 사업 위험으로 내수 정체, 다품종 소량생산, 경쟁 심화, 유통수수료를 적었다. 이 네 가지는 따로 떨어진 경고문이라기보다 비비안의 운영 구조에서 서로 만난다. 국내 소비가 정체된 가운데 여러 브랜드와 치수, 색상, 계절 상품을 소량씩 갖추면 선택지는 풍부해진다. 동시에 상품별 판매 속도가 달라지고 매대 운영은 복잡해진다.

다품종은 속옷 사업에서 고객 선택을 세분화하는 무기다. 몸에 맞는 치수와 형태를 찾는 소비자에게 구색이 부족한 매장은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종류를 늘리는 일은 이름만 늘리는 작업이 아니다. 각 상품을 기획하고 OEM 생산을 연결한 뒤 여러 유통 접점에 배치해야 한다. 생산을 전량 위탁하더라도 무엇을 얼마나 만들고 어디에 놓을지에 관한 판단은 사라지지 않는다.

경쟁 심화는 오래된 브랜드의 양면을 드러낸다. 비비안이라는 이름과 오프라인 접점은 새 브랜드가 단기간에 복제하기 어려운 역사와 소비자 기억을 품는다. 반면 젊은 소비자에게 오래된 이름이 자동으로 새롭게 보이는 것은 아니다. 샌디즈 같은 별도 브랜드, 협업 보정속옷, 스포츠 캠페인이 등장한 배경도 기존 이름 하나만으로 모든 수요를 포괄하기 어렵다는 회사의 대응으로 읽을 수 있다.

유통수수료 문제는 매출과 이익이 다른 길을 간다는 점을 일깨운다. 백화점과 전문점, 아울렛, 대형마트, 온라인몰, 홈쇼핑에 상품이 널리 노출돼도 각 채널에서 남는 몫이 충분한지는 별도의 문제다. 패션 매대가 화려할수록 비용 구조까지 좋아 보이는 착시가 생기기 쉽다. 실제 장부에서는 본업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도 영업 단계부터 손실이 났다.

낙관적으로 보면 비비안에는 오랜 제품 경험, 넓은 판매 접점, 여러 브랜드를 시험할 수 있는 틀이 있다. 비관적으로 보면 국내 수요에 강하게 묶인 상태에서 상품과 채널의 복잡성이 비용으로 돌아오고, 새 브랜드의 성과는 아직 분리해 볼 수 없다. 어느 쪽이든 상표의 연륜만으로 결론을 낼 수는 없다.

2026년에 주식 수와 자본 항목을 다시 짜는 작업이 이어졌지만, 매장 안의 경제는 더 단순하고 완고하다. 고객이 맞는 상품을 발견하고 다시 찾는지, 여러 이름으로 늘린 구색이 할인과 수수료를 넘어서 남는 장사가 되는지가 본업의 무게를 정한다. 1958년 스타킹 생산에서 시작된 비비안의 긴 역사는 결국 오늘의 매대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갱신된다. 몸에 가장 가까운 옷을 고르는 소비자의 선택이 반복될 때만 오래된 이름은 현재형 사업으로 남는다.

각주

  1. 비비안 히스토리, 비비안, 2026-08-12 — https://vivien.co.kr/company/history.php
  2. 비비안 제7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718/20260323007279/11011.htm
  3. 비즈니스: 란제리, 비비안, 2026-08-12 — https://www.vivien.co.kr/business/biz.php?cat_no=1
  4. 남자들의 레깅스 패션이 낯설지 않다?, 머니투데이, 2010-06-01 — https://www.mt.co.kr/living/2010/06/01/2010060110374329624
  5. V Membership, 비비안, 2026-08-12 — https://www.vivien.co.kr/store/membership.php
  6. V Membership, 비비안, 2026-08-12 — https://www.vivien.co.kr/store/membership.php
  7. 비비안 여름 브라세트 상품 검색·판매 페이지, GS SHOP, 2025-2026 — https://m.gsshop.com/search/searchSect.gs?ab=df&mseq=406355&tq=%EB%B9%84%EB%B9%84%EC%95%88%EC%97%AC%EB%A6%84%EB%B8%8C%EB%9D%BC%EC%84%B8%ED%8A%B8
  8. 비비안 제7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120/20260515004703/11013.htm
  9. 비비안 제7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718/20260323007279/11011.htm
  10. 비비안 제7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120/20260515004703/11013.htm
  11. 비비안 100D 세이프 기모타이즈 상품 페이지, SSG.COM, 2026-08-12 — https://www.ssg.com/item/itemView.ssg?itemId=1000030667781
  12. 비즈니스: 파트너스, 비비안, 2026-08-12 — https://vivien.co.kr/business/biz.php?cat_no=5
  13. 비비안 2025년 사업보고서 및 연결재무제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1543/20260316004693/00591.htm
  14. 비비안 2025년 사업보고서 및 연결재무제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1543/20260316004693/0059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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