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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제약

게보린과 처방 의약품으로 약국과 의료현장을 함께 잇는다

1.처방전과 약국 진열대에서 시작되는 사업

삼진제약의 출발점은 국내 병원과 약국이다. 병원·의원에서 처방되는 의약품을 공급하고, 약국에서는 처방약과 함께 소비자가 직접 고르는 일반의약품을 만난다. 회사가 직접 생산해 파는 제품, 다른 회사에서 들여와 유통하는 상품, 의약품 바깥의 인접 소비재가 한 영업망 안에 놓인다. 같은 상자처럼 보여도 돈이 생기는 경로와 삼진제약이 맡는 역할은 서로 다르다.

게보린은 이 구조에서 소비자와 가장 가까운 얼굴이다. 두통·치통·생리통 문구가 표시된 포장과 정제 블리스터가 약국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병원 처방을 거치지 않는 OTC, 즉 일반의약품 브랜드이므로 회사 이름을 대중에게 번역하는 역할도 한다. 다만 게보린의 높은 가시성이 회사 전체의 판매 구조를 대신 설명하지는 않는다. 실제 영업 기반에는 병원과 약국을 상대로 하는 다양한 처방 의약품이 함께 있고, 생산 형태도 정제·캡슐·주사제 등으로 나뉜다.

이미지: 게보린 정 상자와 정제 블리스터 패키지

▲ 약국에서 소비자가 구매하는 게보린 정 상자와 블리스터 — 출처: 헬스코리아뉴스, 접속 2026-08-12

병원·약국 사업에서 매출은 의약품을 제조하거나 확보한 뒤 국내 유통망에 공급할 때 발생한다. 자체 생산품은 공장 운영과 품질관리 역량이 직접 연결되고, 도입품목은 판권 계약과 판매망 활용이 중요하다. 건강기능식품은 공식 온라인 몰을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한다. 삼진제약을 이해할 때 브랜드 인지도, 처방 영업, 생산시설, 외부 판권을 따로 떼기 어려운 이유다.

고객 한 곳에 의존해 대량 납품하는 구조보다는 여러 의료기관과 약국, 유통 경로를 상대로 포트폴리오를 넓게 운영하는 모습에 가깝다. 이 구조는 특정 대형 거래처의 주문 하나가 회사를 좌우하는 그림과는 다르지만, 개별 품목의 약가와 원가, 판매량 변화가 모여 전사 수익성을 만든다. 소비자는 게보린 한 상자를 보지만 회사 안에서는 영업, 허가, 생산, 도입 계약이 동시에 움직인다.

2.익숙한 게보린 옆에 놓인 도입품목과 하루엔진

삼진제약의 제품판은 ‘오래 팔아 온 자체 브랜드’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노스판패취는 한국먼디파마 제품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해 유통하는 도입품목이다. 삼진제약이 처음부터 개발한 약은 아니며, 국내 판매망과 영업 역량을 활용해 포트폴리오에 더한 경우다. 자체 생산품과 도입품목을 구분해야 연구개발 성과, 공장 가동, 판권 사업을 한 덩어리로 오해하지 않는다.

도입품은 개발 위험을 처음부터 전부 부담하지 않고 품목 구성을 넓힐 수 있는 경로다. 반면 계약 상대방과 판권 조건이 사업의 전제가 된다. 제공된 공시와 보도만으로 노스판패취의 개별 매출이나 이익 기여도는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국내 독점 판권과 판매 역할이다. 유명 품목을 들여왔다는 사실과 그 품목이 전사 이익을 얼마나 바꿨다는 판단은 분리할 필요가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소비자 쪽으로 이동한다. 공식몰 마켓온제이에는 비타민·오메가3·프로바이오틱스를 한 패키지에 구성한 하루엔진 Easy가 올라와 있다. 병원 처방 중심의 전문의약품과 달리 소비자가 온라인 상품 페이지에서 구성을 확인하고 구매하는 장면이다.

이미지: 하루엔진 Easy 5일분 패키지

▲ 여러 건강기능식품을 날짜별로 묶은 하루엔진 Easy 패키지 — 출처: 마켓온제이, 접속 2026-08-12

하루엔진은 의약품 핵심 사업과 같은 규제·사용 장면을 가진 제품이 아니다. 그렇다고 회사와 무관한 장식품도 아니다. 약국에서 형성한 건강 관련 인지도와 소비자 접점을 온라인으로 확장하는 인접 사업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확인되는 근거는 상품 판매와 채널의 존재까지다. 이 영역이 독립적인 성장축인지, 의약품 브랜드를 보완하는 작은 진열대인지는 별도 실적이 공개돼야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포트폴리오에는 세 가지 얼굴이 공존한다. 공장에서 생산해 병원·약국에 공급하는 의약품, 외부 권리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판매하는 도입품목, 온라인에서 소비자를 만나는 건강기능식품이다. 품목 수를 단순히 합산하기보다 누가 개발했고 어디서 생산하며 어떤 채널에서 팔리는지를 따라가야 삼진제약의 역할이 선명해진다.

3.향남·오송·마곡이 나눠 맡은 생산과 연구

삼진제약의 운영 기반은 향남공장, 오송공장, 마곡 연구센터로 나뉜다. 공시상 향남은 완제의약품 생산, 오송은 API와 무균 주사제 생산, 마곡은 연구개발을 맡는다. API는 완제약을 만드는 데 쓰이는 유효성분 원료다. 무균 주사제는 오염을 통제하는 생산시설이 필요한 제형이다. 연구와 원료·주사제, 완제 생산을 한 건물에 몰아넣지 않고 기능별 거점을 둔 구조다.

오송공장 사진에서는 회색 외벽의 대형 생산동들이 연결된 시설을 확인할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증축 시설에는 API 원료 생산동과 주사제동이 포함됐다. 이 장면이 보여주는 것은 특정 약 한 상자보다 넓은 생산 플랫폼이다. 원료와 주사제 생산능력을 갖춰 기존 정제 중심 포트폴리오 바깥의 제형까지 다룰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미지: 오송공장 증축 시설 전경

▲ API 원료 생산동과 주사제동이 들어선 오송공장 증축 시설 — 출처: 코메디닷컴, 2022-11-01

오송 주사제동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MP 적합 인증을 받은 무균 주사제 생산시설이다. GMP는 의약품이 정해진 품질 기준에 맞게 일관되게 생산·관리되도록 요구하는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이다. 인증은 공장 건물이 완성됐다는 사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규제 기준 아래에서 해당 생산을 수행할 토대를 갖췄다는 뜻이다.

다만 시설 보유와 경제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새 생산동은 가동 물량이 채워지고 품질 기준을 반복해서 지켜야 매출과 이익에 기여한다. 반대로 초기 가동률만 보고 시설의 장기 가치를 확정할 수도 없다. 오송의 의미는 ‘큰 공장이 생겼다’는 사진 한 장보다 어떤 품목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산해 판매하느냐에서 완성된다.

마곡 연구센터는 이 생산 체계의 앞단을 맡는다. 외부 연구기관·바이오기업과 맺은 공동연구가 후보물질과 공정으로 구체화되면 연구센터의 역할이 커지고, 개발이 진전된 후보는 원료와 완제 생산 문제를 만나게 된다. 현재 공시가 모든 후보의 생산 거점을 특정하지는 않으므로 세 장소를 하나의 자동 연결 공정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연구, 원료·무균 주사제, 완제 생산을 담당할 조직과 시설을 각각 운영한다는 점이다.

4.매출은 버텼고 이익은 좁아졌다: 2025~1Q26 실적

2025년 감사·확정 연결 실적은 외형 방어와 이익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 감사의견은 적정이다. 매출은 전년과 거의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매출액만 보면 정체에 가깝고, 손익까지 보면 같은 매출을 남기는 힘이 약해진 해였다.

구분

2025년 확정 실적

전년 대비

1Q26 누적 실적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091억원

+0.25%

681억원

-3.9%

영업이익

268억원

-15.34%

36억원

-25.8%

순이익

242억원

-38.39%

14억원

-62.6%

영업이익률

약 8.7%

5.3%

연간 매출 구성은 제품 2,570억원, 상품 366억원, 기타 156억원으로 공시됐다. 자체 생산 제품이 중심이지만 외부에서 확보해 판매하는 상품과 기타 매출도 함께 존재한다. 독립 보도에서는 상품매출 및 원가 부담을 수익성 변수로 거론했다. 이는 공시된 매출 구성을 해석한 시장의 관측이며, 개별 품목별 원가나 이익이 공개됐다는 뜻은 아니다.

2026년 1분기에는 정제가 매출의 55.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사제 14.52%, 캡슐 11.56%, 상품 11.50%, API 등 기타 5.56%가 뒤를 이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한 브랜드보다 정제라는 넓은 제형군이 매출의 중심이라는 점, 오송의 주사제와 API가 이미 매출 항목에 들어와 있다는 점을 함께 보여준다.

연구개발비는 2025년 357억원으로 매출의 11.54%였고 연구개발 인력은 93명이었다. 2026년 1분기에는 83억원, 매출 대비 12.24%였다. 당장 이익이 줄어드는 국면에도 연구 지출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지출 규모만으로 후보물질의 성공 가능성을 계산할 수는 없다. 연구비는 미래 품목을 만들기 위한 투입이며 현재 매출과는 시간표가 다르다.

오송공장의 2026년 1분기 평균 가동률은 59.29%였다. 생산시설이 완전히 채워진 상태는 아니어서 추가 물량을 확보할 여지와 고정비 부담 가능성을 함께 읽게 한다. 독립 보도 역시 오송 가동과 원가를 수익 정상화의 주요 변수로 다뤘다. 다만 가동률은 전사 고객집중도와 다른 범위의 지표다. 공시는 2025년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단일 매출처가 없다고 밝혔다. 이를 오송의 특정 고객이나 특정 품목 수요와 직접 연결할 근거는 없다.

시장에서는 제네릭 약가정책 가능성도 수익성 변수로 거론한다. 제네릭은 특허가 끝난 성분을 같은 유효성분으로 만든 의약품이다. 약가가 내려가면 판매량이 유지돼도 매출과 이익에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지만, 구체적인 정책 결과와 회사 손익 영향은 아직 확정 실적이 아니다.

기준일에 직접 확인되는 최신 정기공시는 2026년 1분기보고서다. 2분기와 반기 확정 실적은 아직 확인 범위에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연간 이익 감소가 일시적 비용의 영향인지, 1분기의 낮아진 수익성이 이어지는지는 현재 숫자만으로 매듭지을 수 없다.

5.연구계약이 신약이 되기까지의 긴 거리

삼진제약의 연구개발은 자체 후보와 외부 협업을 함께 사용한다. 자체 면역·염증 신약 후보 SJN314, 국가신약개발사업단과 진행하는 경구용 저분자 후보 프로그램, 바이오기업들과 맺은 ADC 공동연구, AI 기반 면역항암 연구가 같은 목록에 등장한다. 이름은 모두 신약개발이지만 근거의 단계는 서로 다르다.

프로그램

확인된 위치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

SJN314

2026년 2월 식약처 임상 1상 IND 신청 보도

IND 승인, 임상 성공, 허가·상업화

면역질환 경구용 저분자 후보

2년간 비임상 유효성·독성·약동학과 파일럿 API 공정을 추진하는 협약

임상 진입과 제품화

ADC 공동연구

노벨티노빌리티·에이피트바이오와 연구개발 협약 체결

임상 후보 확정과 매출 발생

AI 기반 면역항암 연구

아론티어와 공동연구 계약 체결

연구 결과와 임상 진입

플래리스정 해외 진출

필리핀 허가 등록 완료

반복 주문 규모와 수익성

IND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하기 위해 규제기관에 제출하는 임상시험계획이다. 신청은 후보가 연구실 단계에서 임상 진입을 준비하는 문턱에 왔다는 뜻이지만, 승인이나 임상 성공과 같지 않다. SJN314 보도에서 확인되는 사건은 신청까지다. 이 경계를 분명히 하면 후보의 진전을 과소평가하지 않으면서도 개발 일정과 매출을 미리 당겨 잡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과의 프로그램은 더 앞단에 있다. 비임상 유효성·독성, PK로 줄여 부르는 약동학, 파일럿 API 공정을 진행한다. 약동학은 후보물질이 몸 안에서 어떻게 흡수·분포·변화·배출되는지를 살피는 연구다. 파일럿 공정은 향후 생산을 염두에 둔 시험 규모의 원료 공정이다. 연구 주제와 수행 항목은 구체적이지만 임상 결과가 나온 단계는 아니다.

ADC는 항체에 약물을 결합하는 접근을 가리킨다. 삼진제약은 노벨티노빌리티와 공동연구를 맺었고, 이후 에이피트바이오와도 별도 ADC 협약을 체결했다. 아론티어와의 계약에는 AI 기반 면역항암 신약개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외부 기술과 내부 연구조직을 연결해 탐색 범위를 넓히는 전략이지만, 계약 체결식의 문서가 곧 임상 데이터는 아니다. 독립 보도가 이를 제네릭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평가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미지: 삼진제약과 아론티어의 공동연구 계약 체결식

▲ AI 기반 면역항암 신약 공동연구 계약서를 든 삼진제약·아론티어 관계자 — 출처: 히트뉴스, 2023-10-24

연구협약 사진에서 실제로 보이는 것은 두 회사 관계자와 서명 문서다. 후보물질 구조나 실험 결과, 환자 데이터는 보이지 않는다. 이 사진의 의미는 삼진제약이 모든 탐색 기술을 내부에서 만들기보다 외부 파트너와 연구망을 구성한다는 데 있다. 이후의 가치는 계약 건수보다 후보 선정, 임상 진입, 허가로 이어지는 전환율에서 드러난다.

6.플래리스가 필리핀에서 시험하는 해외 경로

플래리스정의 필리핀 사례는 삼진제약 의약품이 국내 영업망 바깥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보도는 현지 판매를 위한 규제 절차가 진행됐음을 확인해 준다. 국내에서 팔던 제품을 해외에서 판매하려면 현지 허가와 유통 경로가 필요하므로, 규제 문턱을 넘은 것 자체는 구체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해외 허가와 의미 있는 수출 사업은 시간표가 다르다. 제공된 공시와 보도에는 계약 상대방별 주문량, 매출 규모, 반복 구매 주기, 판매 비용, 이익률이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필리핀 진출을 이미 전사 실적을 바꾼 축으로 놓기보다 해외 판매 경로가 열린 사례로 읽는 편이 근거에 맞다. 허가 후 실제 출하가 이어지고 매출이 공시에서 식별될 때 사업의 크기를 평가할 수 있다.

이 사례는 도입품목과 방향이 반대라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노스판패취가 외부 제품의 국내 판매권을 활용하는 길이라면, 플래리스는 삼진제약 포트폴리오를 해외 시장으로 가져가는 길이다. 하나는 국내 영업망을 외부 권리와 결합하고, 다른 하나는 보유 품목의 판매 지역을 넓힌다. 두 경로 모두 공장을 새로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허가, 계약, 유통, 반복 주문이 차례로 붙어야 한다.

해외 사업의 핵심은 국가 수보다 재현성이다. 한 나라의 등록이 다른 나라의 허가를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고, 첫 출하가 장기 수요를 보장하지도 않는다. 플래리스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거창한 글로벌 구호보다 검증 가능한 첫 단계를 남겼기 때문이다. 이후 숫자가 쌓이면 국내 중심 포트폴리오의 외연이 실제로 넓어졌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7.자사주를 투자 재원으로 바꾼 선택과 지배구조

회사는 2026년 5월 보유 자기주식 995,198주를 약 234억원에 처분했다. 공시에 적힌 목적은 투자 재원 확보다. 공장, 연구개발, 도입품목 등 자금이 들어갈 영역은 여럿이지만, 처분 목적 문구만으로 어느 프로젝트에 얼마를 투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자금을 마련한 사실과 투자 성과를 낸 사실 사이에는 집행 내역과 결과가 남아 있다.

보유 주식을 활용한 자금조달은 경영진이 기존 자산을 어떤 우선순위로 배치하는지 보여주는 사건이다. 특히 이익이 약해진 시기에는 조달 규모보다 사용처의 구체성과 회수 기간이 중요해진다. 제공된 공시에서 확정되는 것은 처분 주식 수, 금액, 투자 재원이라는 목적이다. 특정 신약이나 오송공장 물량에 직접 연결됐다는 설명은 확인되지 않는다.

지배구조 공시는 자금의 사용과 감시 체계를 보는 또 다른 창이다. 2026년 핵심지표 준수율은 46.7%였고 전자투표, 집중투표, CEO 승계정책, 독립 내부감사부서 관련 지표가 미준수로 기재됐다. 이 항목들은 각각 주주 의결 참여, 이사 선임 방식, 경영 연속성, 내부감사의 독립성과 연결된다. 준수율 하나만으로 이사회가 실제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평가할 수는 없지만 제도적 빈칸이 어디에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다.

연구개발 회사의 지배구조는 형식적인 부록에 머물지 않는다. 후보물질은 개발 기간이 길고 실패 가능성이 있으며, 생산시설 투자는 먼저 현금이 나간 뒤 물량을 기다린다. 자본 배분을 설명하고 감시하는 장치가 약하면 좋은 기술이나 큰 공장도 주주에게 어떤 경제적 결과를 남기는지 추적하기 어렵다. 반대로 제도 항목을 채우는 것만으로 성공적인 투자가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삼진제약에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속도와 그 재원을 검증 가능하게 배분하는 체계가 함께 요구된다.

8.GMP 인증과 품질 사건이 함께 남긴 운영의 무게

제약회사의 브랜드는 광고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같은 품질의 제품을 반복 생산하고, 문제가 발견됐을 때 제조번호를 추적해 회수하며, 허가와 약사법 기준을 지키는 일상이 브랜드의 바닥을 만든다. 삼진제약은 오송 주사제동의 GMP 적합 인증이라는 생산 기반을 확보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란드정 특정 제조번호에 대한 회수·폐기 명령과 약사법 관련 벌금을 공시했다.

특정 제조번호 사건을 회사의 모든 제품이 불량하다는 주장으로 넓히는 것은 근거를 벗어난다. 제조번호가 특정됐다는 것은 문제의 범위가 식별됐다는 뜻이며, 공시에서 확인되는 조치는 해당 물량의 회수·폐기다. 반대로 한정된 사건이라는 이유로 가볍게 넘길 수도 없다. 의약품에서는 생산기록, 출하 관리, 회수 실행이 환자와 약국의 신뢰에 직접 닿는다.

GMP 인증도 면죄부는 아니다. 인증은 시설과 품질관리 체계가 기준에 적합하다는 규제 판단이지만, 이후 모든 생산분의 무결성을 영구 보증하지 않는다. 품질관리는 일회성 합격증보다 배치마다 반복되는 운영에 가깝다. 시설 인증과 제품 회수는 서로 모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제약 생산이 설비와 일상 관리 두 층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약가정책, 상품 원가, 공장 물량은 손익계산서에서 만나는 변수다. 품질과 규제 준수는 그보다 앞에서 판매 자격과 신뢰를 지킨다. 삼진제약이 게보린의 오래된 인지도, 병원·약국 영업망, 오송의 생산설비, 여러 공동연구를 하나의 사업으로 이어가려면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부담을 떠넘기지 않아야 한다. 연구계약은 허가로, 허가는 반복 생산으로, 생산은 안정적인 판매로 연결돼야 한다.

삼진제약의 현재 모습은 익숙한 약 상자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연구계약 사이에만 있지 않다. 그 둘을 잇는 것은 공장의 가동, 제조번호 단위의 품질관리, 판권과 해외 허가, 자본 배분 같은 덜 화려한 운영이다. 오래된 브랜드의 시간은 새 구호가 아니라 이 연결이 끊기지 않을 때 연장된다.

각주

  1. 한국거래소 KIND, 사업보고서,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156/20260316006153/11011.htm
  2. 헬스코리아뉴스, 진통제 게보린의 기지개, 접속 2026-08-12 — https://www.hkn24.com/news/articleView.html?idxno=307067
  3. 팜이데일리, 노스판 패취 국내 독점 판권 확보, 2024-07-03 — https://pharm.edaily.co.kr/News/Read?newsId=03466966638950912
  4. 마켓온제이, 하루엔진 Easy, 접속 2026-08-12 — https://www.marketonj.co.kr/goods/goods_view.php?goodsNo=1000001067&mtn=7%5E%7C%5EMD+PICK%5E%7C%5En
  5. 한국거래소 KIND, 삼진제약 제58기 사업보고서,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156/20260316006153/11011.htm
  6. 코메디닷컴, 오송공장 첨단 시설 업그레이드, 2022-11-01 — https://kormedi.com/1543131/
  7. 데일리팜, 오송공장 주사제동 식약처 GMP 승인, 2024-07-08 — https://oldm.dailypharm.com/newsView.html?ID=313374
  8. 한국거래소 KIND, 2025년 확정 실적,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156/20260316006153/11011.htm
  9. 블로터, 외형 방어 성공·약가인하 대응, 2026-03-17 — https://news.nate.com/view/20260317n32332
  10. 한국거래소 KIND, 제59기 1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195/20260515004879/11013.htm
  11. EBN, 오송공장 가동·수익 정상화, 2025-05-27 — https://news.nate.com/view/20250527n11521
  12. 블로터, 제네릭 약가정책 관련 시장 관측, 2026-03-17 — https://news.nate.com/view/20260317n32332
  13. 아시아경제, SJN314 임상시험계획 신청, 2026-02-04 — https://www.asiae.co.kr/en/article/2026020409413356307
  14. 뉴스핌, 국가신약개발사업단 공동개발 협약, 2025-06-27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50627000437
  15. 한국경제,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공동연구개발 협약, 2023-01-04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01040744i
  16. 약사공론, 에이피트바이오와 ADC 공동연구개발 협약, 2024-11-29 — https://www.kp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55501
  17. 히트뉴스, 아론티어와 AI 기반 면역항암 공동연구, 2023-10-24 — https://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363
  18. 연합뉴스, 플래리스정 필리핀 수출 본격화, 2025-10-13 — https://www.yna.co.kr/view/AKR20251013111300017
  19. 뉴시스, 제네릭 위주 사업 탈피와 AI 신약개발, 2026-01-15 — https://mobile.newsis.com/view/NISX20260115_0003478877
  20. 조선비즈, 플래리스정 필리핀 수출 허가, 2025-10-14 — https://biz.chosun.com/science-chosun/bio/2025/10/14/GHDZV6X4NNEIDP7COFZJLGR3TM/
  21. 연합뉴스, 플래리스정 필리핀 허가 등록, 2025-10-13 — https://www.yna.co.kr/view/AKR20251013111300017
  22. 한국거래소 KIND, 자기주식 처분 결정, 2026-06-11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11/000462/20260611000471/61382.htm
  23. 한국거래소 KIND, 기업지배구조보고서, 2026-06-01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01/000379/20260601000604/99667.htm
  24. 한국거래소 KIND, 제59기 1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195/20260515004879/1101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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