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샘표라는 종목과 샘표식품이라는 현장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샘표는 간장병을 직접 생산·판매하는 사업회사와 정확히 같은 법인이 아니다. 샘표는 2016년 인적분할을 거쳐 2017년 순수지주회사로 전환했고, 실제 연결 영업의 중심에는 자회사 샘표식품이 있다. 주식의 이름은 샘표지만 소비자가 마트와 주방에서 만나는 제품, 공장 가동, 국내외 유통 활동은 주로 샘표식품에서 일어난다.
돈의 흐름도 이 구분에서 출발한다. 식품사업은 발효·장 기술과 브랜드를 간장·된장·연두를 비롯한 장류 및 비장류 제품으로 바꾸어 유통업체, 대리점, 농협, 온라인·소재 고객과 해외 거래처에 판매한다. 지주회사는 자회사 지분에서 생기는 지분법수익을 중심으로 브랜드 사용, 배당, 임대 등에서 수익을 얻는다. 결국 식품이 팔려 사업회사의 가치가 높아지는 경로와, 그 성과가 지주회사 손익과 자산가치에 반영되는 경로를 함께 보아야 한다.
이 구조는 샘표를 해석할 때 생기는 작은 함정이기도 하다. 식품사업의 제품별 총매출과 지주회사를 포함한 연결 매출은 집계 범위가 다르고, 지주부문의 수익에는 일반 소비재 매출과 성격이 다른 지분법수익이 들어간다. 간장 판매가 기본 엔진인 것은 맞지만, 상장 지주회사의 분기 손익을 간장 출고량 하나로 곧장 환산할 수는 없다.
반대로 지주사라는 말만 앞세우면 사업의 실체가 흐려진다. 샘표식품의 제품 구성과 판매경로, 발효 공정, 판촉비 집행, 수입 원료 부담이 연결 성과를 움직인다. 샘표를 읽는 가장 현실적인 순서는 법인 구조를 확인한 뒤, 식탁에서 선택되는 제품이 어떤 채널을 거쳐 현금으로 돌아오는지 살피는 것이다.
2.간장병에서 ‘오늘 뭘 해 먹지’의 답으로
샘표의 출발점은 장류다. 간장과 된장은 오래 보관하는 소스이면서 여러 요리에 반복 사용되는 기초 조미료다. 이 제품군은 회사의 발효 기술과 브랜드를 소비자가 가장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자리다. 양조간장 한 병은 화려한 신제품보다 익숙해 보이지만, 장류가 여전히 식품사업의 한 축을 이루는 만큼 오래된 브랜드 신뢰와 일상적 재구매가 만나는 핵심 상품이다.
이미지: 노란 라벨과 주황색 뚜껑이 달린 샘표 양조간장 501 병▲ 노란 라벨의 샘표 양조간장 501 제품과 장류 중심 브랜드의 익숙한 접점 — 출처: 메가마트몰, 2026-03-13
그러나 현재의 제품 지형은 간장과 된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샘표식품의 제품 매출은 장류와 장류 외 제품이 거의 나란히 놓이는 구조다. 연두처럼 발효를 요리 에센스라는 사용법으로 다시 제시한 상품, 요리 초보가 조리 과정을 쉽게 따라가도록 돕는 양념, 해외 소비자가 현지 재료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보게 하는 키트가 전통 장류 옆에 자리한다. 핵심 기술을 버린 확장이 아니라, 발효에서 얻은 맛을 서로 다른 조리 문제에 맞춰 포장하는 확장에 가깝다.
여기서 제품의 경쟁 단위는 병이나 봉지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소비자는 간장의 발효 원리를 공부하려고 장을 보는 것이 아니라, 국의 맛을 잡거나 반찬을 만들고 가족과 한 끼를 해결하려고 제품을 고른다. 따라서 레시피, 사용 순서, 함께 넣을 식재료를 알려 주는 콘텐츠가 제품 사용 경험의 일부가 된다. ‘무엇을 넣을까’에서 ‘어떻게 완성할까’까지 브랜드가 차지하는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이미지: 후추 그라인더와 연두 병을 함께 잡고 요리하는 손▲ 후추와 연두를 사용하는 손이 포착한 가정 요리의 순간과 제품 사용법의 중요성 — 출처: 새미네부엌, 2024-08-27
이런 방향은 장류 외 매출이 커졌다는 사실보다 한 단계 더 중요하다. 샘표가 판매하는 가치가 보관용 조미료에서 조리 실패를 줄여 주는 해법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류는 브랜드의 뿌리와 반복 구매를 받치고, 비장류 제품과 콘텐츠는 새로운 식습관과 초보 사용자를 향한 입구가 된다. 둘 가운데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낸다기보다 같은 발효 자산을 서로 다른 사용 장면에서 회수하는 구조다.
3.진열대, 검색창, 요리 수업이 이어지는 판매 경로
국내 식품은 한 종류의 고객에게 곧장 팔리지 않는다. 대형 유통점 같은 신유통, 지역 대리점, 농협, 특판·특약, 온라인과 식품 소재 채널이 함께 작동한다. 마트 진열은 대중적인 인지도와 즉시 구매를 만들고, 대리점과 농협은 다른 생활권에 제품을 전달한다. 온라인은 제품 검색과 레시피 콘텐츠를 가까이 붙일 수 있으며, 소재 거래는 가정용 완제품과 다른 수요를 품는다.
채널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강점은 아니다. 각 경로에서 가격과 판촉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 제품이 일회성 할인 구매를 넘어 반복 사용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특히 조미식품은 한 번의 눈에 띄는 진열보다 냉장고와 찬장에 자리를 잡은 뒤 다시 선택되는 과정이 길다. 판매촉진비를 크게 쓰면 출고는 늘 수 있지만 이익이 약해질 수 있고, 비용을 줄이면서도 구매 빈도를 지킬 수 있다면 손익의 질이 달라진다.
회사는 제품 밖에서도 사용 장면을 만든다. 샘표 우리맛 공간은 방문객이 제품을 바라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직접 한식을 만들어 보게 하는 접점이다. 외국인에게는 낯선 장류를 맛의 설명만으로 설득하기보다, 손으로 조리해 완성된 음식을 먹게 하는 편이 빠르다. 국내의 요리 초보와 가족에게 레시피를 제공하는 일도 같은 결을 가진다. 제품을 먼저 팔고 사용법을 뒤늦게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 경험이 구매 이유가 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미지: 샘표 우리맛 공간 주방에서 완성한 요리를 들고 있는 방문객과 진행자▲ 샘표 우리맛 공간에서 방문객이 한식 요리를 완성한 장면과 체험형 브랜드 접점 — 출처: 샘표식품, 2024-07-23
이 생태계의 경제적 의미는 콘텐츠 조회 수보다 제품 사용의 문턱을 낮추는 데 있다. 조리법을 모르면 좋은 소스도 찬장에 남지만, 성공 경험이 생기면 같은 제품을 다른 메뉴에도 쓸 가능성이 열린다. 다만 체험 공간, 레시피 플랫폼, 쿠킹클래스의 활발함을 곧바로 매출로 세어서는 안 된다. 이 활동은 판매계약 자체가 아니라 인지도와 사용법 교육을 담당하며, 실제 성과는 유통점의 재주문과 소비자의 반복 구매에서 확인된다.
4.콩알메주와 온도 리듬이 브랜드가 되기까지
샘표의 장류는 ‘오래된 맛’이라는 이미지보다 구체적인 공정 위에 서 있다. 회사가 설명하는 된장 제조는 콩을 선별하고 씻은 뒤 익히는 증자, 콩알메주 발효, 염수 담금, 온도 리듬 숙성, 포장으로 이어진다. 온도 리듬 숙성은 숙성 과정의 온도를 관리해 발효가 진행되게 하는 방식이다. 소비자에게는 한 통의 된장으로 보이지만 공장에서는 원료 처리, 미생물 활동, 숙성 관리와 식품안전이 연결된 결과물이다.
간장·된장·연두의 주요 원료인 탈지대두, DNS맥, 대두에는 공시상 수입 원료가 쓰인다. 발효 기술이 차별화의 원천이라 해도 원료 조달비와 환율·국제 가격 환경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사업은 아니라는 뜻이다. 원료비가 오르면 가격, 제품 구성, 판촉비와 생산 효율 사이에서 부담을 나누어야 한다. 기술과 브랜드가 판매가격을 얼마나 방어하는지는 결국 공정 밖의 유통 경쟁과도 맞물린다.
생산 거점의 설명에는 영동과 이천이 함께 등장한다. 회사는 충북 영동에서 장류 전 제품을 생산한다고 안내하고, 이천공장은 간장 제품의 베이스 생산과 장류 제조를 담당하는 거점으로 소개한다. 공장별 역할을 한 문장으로 단순화하기보다는 베이스 생산과 완제품 제조가 연결된 운영망으로 보는 편이 안전하다.
이천공장은 2024년 HACCP 우수영업장에 선정됐고, 회사는 같은 해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HACCP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HACCP은 원료 입고부터 제조·유통까지 위해 요소를 관리하는 식품안전 체계이며, 스마트 HACCP은 주요 기록과 점검을 디지털 장치로 연결하는 접근이다. 수상 하나가 곧 비용 절감이나 매출 증가를 증명하지는 않지만, 발효식품에서 위생과 공정 기록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보여 주는 운영 단서다.
이 공정의 시간은 회사의 역사와도 겹친다. 샘표는 1946년 조업을 시작한 뒤 2001년 전통 한식간장을 복원했고, 2002년 장류 업계에서 HACCP을 도입했으며, 2010년에는 연두를 내놓았다. 연혁의 방향은 장을 오래 만들어 왔다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전통의 맛을 복원하는 일, 안전관리 체계를 공장에 심는 일, 발효의 맛을 새로운 조리 제품으로 번역하는 일이 차례로 쌓였다.
5.실적: 반반이 된 제품 구성, 비용 효율이 만든 이익
연결 기준 2025년 매출은 4,089.6억원, 영업이익은 241.4억원, 당기순이익은 188.1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약 5.9%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 1,037.3억원, 영업이익 65.6억원, 당기순이익 91.4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이 약 6.3%로 나타났다.
구분 | 2025년 | 2026년 1분기 | 읽을 때 주의할 점 |
|---|---|---|---|
연결 매출 | 4,089.6억원 | 1,037.3억원 | 지주회사와 종속회사를 연결한 순매출 |
연결 영업이익 | 241.4억원 | 65.6억원 | 각각의 영업이익률은 약 5.9%, 6.3% |
연결 당기순이익 | 188.1억원 | 91.4억원 | 분기 순이익에는 영업 외 항목도 반영 |
장류 제품 총매출 | 2,333억원 | 577.1억원 | 제품 총매출 기준 비중 51.3%, 50.1% |
장류 외 제품 총매출 | 2,217억원 | 575.6억원 | 제품 총매출 기준 비중 48.7%, 49.9% |
식품사업 국내 매출 | 3,890.1억원 | 983.4억원 | 제품 총매출의 판매지역 구분 |
식품사업 해외 매출 | 660.7억원 | 169.4억원 | 연결 순매출과 집계 기준이 다름 |
제품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장류와 장류 외가 사실상 반반이 됐다는 점이다. 2025년 샘표식품 제품 총매출은 장류 2,333억원, 장류 외 2,217억원이었고, 2026년 1분기에는 각각 577.1억원과 575.6억원이었다. 다만 두 항목을 더한 제품 총매출은 내부거래 제거 등을 반영한 연결 순매출과 다른 숫자다. 제품별 외형을 설명하는 지표와 연결 손익계산서의 매출을 섞으면 실제 성장률과 마진을 잘못 읽기 쉽다.
지역별로는 2025년 식품사업 국내 매출이 3,890.1억원, 해외가 660.7억원이었으며, 2026년 1분기에는 국내 983.4억원, 해외 169.4억원이었다. 해외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지만 현재 외형은 여전히 국내가 중심이다. 미국 유통 진입과 쿠킹클래스가 중요한 이유도 이미 해외가 주력이라서가 아니라, 국내 중심 구조에서 반복 가능한 다음 판매경로를 만들 수 있는지 시험하기 때문이다.
국내 판매경로 가운데 2026년 1분기 온라인·소재 비중은 34.3%였다. 소비자용 온라인 판매와 소재 거래가 한 범주에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전부 전자상거래 성장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전통적인 대리점과 대형 유통 외에도 디지털 접점 및 소재 고객이 상당한 판매축을 이룬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수익성 개선의 배경에는 외형보다 비용 관리가 먼저 보인다. 회사는 2026년 1분기 이익 증가 요인으로 프로모션 비용 절감, 매출원가율 개선, 판매촉진비의 효율적 집행을 들었다. 독립 보도에서도 2025년 상반기 연결 매출 1,998억원과 영업이익 86억원이 제시됐고, 원가율은 64.1%에서 61.4%로 낮아졌으며 판관비는 723억원에서 684억원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도됐다. 서로 다른 기간의 지표를 한 흐름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근 이익 회복을 설명하는 공통어가 매출 급증보다는 원가와 판촉비의 통제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주부문만 떼어 보면 2026년 1분기 매출은 49.0억원, 영업이익은 45.7억원이었고 지주 매출의 90.9%가 지분법수익이었다. 높은 부문 이익률을 소비재 사업의 마진으로 읽으면 안 되는 이유다. 지주부문은 자회사 성과를 회계적으로 받아들이는 성격이 강하고, 식품사업의 건강도는 연결 손익과 제품 구성, 비용 집행을 통해 따로 확인해야 한다.
기준일 현재 2분기 잠정실적이나 반기보고서 원문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일정에는 12월 결산법인의 반기보고서 제출일이 2026년 8월 14일로 표시돼 있어, 위 비교는 확인 가능한 1분기까지를 경계로 삼는다.
6.미국에서 먼저 팔아야 하는 것은 사용법이다
해외에서 한국 식품을 판다는 말에는 서로 다른 과제가 섞여 있다. 교민이 익숙한 간장을 다시 사게 하는 일과, 한국 장류를 처음 보는 소비자가 용도를 이해하고 요리에 넣게 하는 일은 다르다. 샘표의 최근 미국 활동은 유통점에 제품을 놓는 것과 조리법을 가르치는 것을 함께 시도한다는 점에서 읽을 만하다.
완두간장은 2025년 말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된 것으로 독립 보도됐다. 공개 사진에는 알레르겐·글루텐·대두 무첨가를 전면에 내세운 제품이 보인다. 기존 간장의 익숙함을 그대로 수출하기보다 현지 소비자가 바로 알아볼 선택 이유를 패키지에 배치한 모습이다. 다만 판매 속도와 재주문, 다른 지역으로의 확대, 연결 실적 기여도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미지: 녹색 배경에 완두간장 병과 알레르겐·글루텐·대두 무첨가 문구가 배치된 홍보물▲ 미국 코스트코 판매용 완두간장과 현지 소비자에게 제시한 제품 선택 이유 — 출처: 이투데이, 2026-02-10
H마트와 진행하는 온라인 쿠킹클래스는 그 옆의 사용법 접점이다. 회사는 미국 동부에서 하던 수업을 서부로 넓히고 격월로 정기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공개 이미지에는 매장 안에서 온라인 수업 안내물을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소비자가 보인다. 제품을 진열한 뒤 광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매 장소에서 조리 콘텐츠로 연결하려는 장면이다.
이미지: 매장 벽의 온라인 쿠킹클래스 안내물을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사람▲ 미국 식품 매장에서 쿠킹클래스 안내를 확인하는 소비자와 유통·콘텐츠의 연결 — 출처: 샘표식품, 2026-07-24
김치앳홈은 같은 문제를 다른 제품 형식으로 푼다.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채소에 김치양념과 고춧가루 스틱을 더해 김치를 만들도록 구성한 해외용 DIY 제품이다. 완성 김치를 운반하는 대신 사용자가 현지 재료로 직접 완성하게 하므로, 한국 식품에 관심은 있지만 담그는 법을 모르는 사람에게 조리 순서를 제품 안에 넣어 준다. 이 제품은 서울푸드 어워즈 2026 기호식품 부문에 선정됐다.
이미지: 김치앳홈 비건·클래식 키트와 새미네부엌 겉절이 양념 제품▲ 현지 채소로 김치를 만들도록 양념과 고춧가루를 묶은 김치앳홈 제품군 — 출처: 샘표식품, 2026-06-08
세 활동은 증거의 단계가 다르다.
활동 | 현재 확인된 단계 | 경제적 의미 |
|---|---|---|
완두간장 | 일부 미국 매장 판매 | 현지 유통에서 실제 제품 반응을 시험 |
온라인 쿠킹클래스 | 지역 확대와 정기 운영 계획 | 제품 인지와 사용법 교육 접점 형성 |
김치앳홈 | 제품 출시와 어워즈 선정 | 현지 재료를 활용하는 DIY 수요 제안 |
이 가운데 매장 판매만 실제 유통 진입을 확인해 주며, 교육 확대와 수상은 수요 창출 가능성을 보여 주는 단계다. 셋 모두에서 아직 빠진 것은 반복 구매의 공개 기록이다. 해외 전략의 성패는 한 번의 입점이나 행사보다 진열이 유지되고 수업 참여가 구매로 이어지며, 현지 소비자가 제품을 다시 찾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7.발효가 식품 소재와 신사업으로 넘어가는 경계
샘표가 가진 연구 자산은 소비자용 소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2026년 한국식품연구원과 정부과제, 기술이전, 시제품·인증, 신시장 제품 개발을 포괄하는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방향은 발효 미생물 기술을 기업 간 거래용 식품 소재로 확장하는 것이다. 미생물 발효는 미생물의 작용을 이용해 맛이나 기능을 가진 물질을 얻는 기술이며, 여기서는 완제품 브랜드와 다른 고객·인증·사업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미지: 샘표와 한국식품연구원 관계자가 협약서를 들고 선 모습▲ 샘표와 한국식품연구원이 식품·기술 개발 협력을 약속한 업무협약 현장 — 출처: 샘표식품, 2026-03-06
제천 제2산업단지 신공장과 미생물 발효기술 기반 바이오소재 사업은 2028년까지를 대상으로 한 투자협약·계획 단계다. 협약은 지자체와 회사가 투자 방향을 합의했다는 뜻이지 공장이 이미 가동 중이거나 고객 주문이 확보됐다는 뜻은 아니다. 한국식품연구원과의 협력 역시 연구, 기술이전, 시제품과 인증을 사업화로 이어 보기 위한 기반이지 수주계약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선택지가 회사 역사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장류 공정에서 축적한 발효 연구를 소비자용 조미 제품에 적용해 온 회사가 이제 소재 고객을 향해 범위를 넓혀 보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성공한다면 브랜드 완제품과는 다른 거래 구조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연구 결과가 제품 규격과 인증, 고객 채택을 통과하지 못하면 협약과 시설 계획만 남을 수 있다. 현재 단계에서 평가할 대상은 예상 매출액보다 연구가 시제품이 되고, 시제품이 인증과 고객 검증을 거치는 전환 과정이다.
주류 수출도 비슷한 경계에 있다. 샘표식품은 2026년 주주총회에서 주류 수출을 사업목적에 추가했지만, 독립 보도에서 즉시 제조·판매에 들어간다는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정관의 사업목적은 움직일 수 있는 법적 범위를 넓힌 것이며, 실제 사업은 제품과 유통계약이 나타난 뒤에야 실체를 갖는다.
현재 사업을 지탱하는 조건은 훨씬 현실적이다. 수입 원료 부담을 관리하면서 국내 제품 구성을 지키고, 판촉비를 줄여도 판매량과 재구매가 유지돼야 한다. 해외에서는 유통 입점과 체험 콘텐츠가 반복 주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신공장과 소재 연구가 긴 호흡의 확장이라면, 원가와 판촉, 기존 제품의 회전은 매 분기 손익을 움직이는 짧은 호흡이다. 어느 한쪽만으로 샘표의 현재를 설명하기 어렵다.
8.오래된 장맛을 낯선 식탁에 번역하는 회사
샘표의 정체성은 전통과 신사업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데 있지 않다. 콩을 발효해 장을 만드는 공정, 가정에서 반복 구매되는 간장, 요리 초보를 돕는 양념과 콘텐츠, 해외 소비자에게 사용법을 보여 주는 수업, 미생물 기반 소재 연구가 한 줄로 이어진다. 이 줄을 묶는 것은 ‘발효’라는 단어 자체보다 발효에서 얻은 맛과 기술을 실제 고객이 쓸 수 있는 형식으로 바꾸는 능력이다.
그래서 장류와 비장류가 나란히 커진 모습은 기존 핵심이 사라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간장과 된장이 연구와 신뢰의 바닥을 만들고, 연두와 간편 양념이 조리 문제를 넓게 받아내며, 김치 키트와 쿠킹클래스가 낯선 식탁에 진입하는 다리가 된다. 소재 연구는 이 기술을 소비재 브랜드 밖에서도 팔 수 있는지 시험하는 가장 먼 가지다.
주식시장에서 샘표를 볼 때도 이 연결을 끊지 않는 편이 좋다. 지주회사 손익에는 자회사 가치가 반영되고, 자회사의 성과는 공장과 원료, 유통 판촉, 소비자의 재구매에서 나온다. 해외 행사나 연구협약만 확대해 보면 현재의 국내 식품 기반을 놓치고, 간장 판매만 바라보면 이미 절반 가까이 넓어진 제품 지형과 새로운 사용 장면을 놓친다.
1946년에 시작된 조업이 오늘날 미국 매장의 조리 수업과 발효 소재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샘표의 변화 방식을 잘 보여 준다. 오래된 간판을 떼어 새것처럼 보이게 하기보다, 그 간판 아래 축적된 맛을 병과 키트, 레시피와 소재로 계속 번역해 온 회사다. 샘표의 다음 모습도 거창한 명칭보다 그 번역이 실제 식탁과 반복 주문에 닿는 자리에서 구체화될 가능성이 크다.
각주
- 샘표 분기보고서 (2026.03), 한국거래소(KRX),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279/20260515002794/11013.htm
- 사업보고서 (2025.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2026-03-13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3001077
- 분기보고서 (2026.03), 한국거래소 KIND / 샘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279/20260515002794/11013.htm
- 샘표 우리맛 공간, K-푸드 체험하려는 외국인들에게 인기, 샘표식품, 2024-07-23 — https://www.sempio.com/news/view/1266
- 샘표 장류 / 된장 제조과정, 샘표식품 — https://www.sempio.com/product/jang/02
- 사업보고서 (2025.12), 한국거래소 KIND / 샘표, 2026-03-1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3/001633/20260313004119/11011.htm
- 샘표 75년 역사, 샘표식품 — https://www.sempio.com/about/history
- 샘표식품 이천공장, ‘2024년 HACCP 우수영업장’ 선정, 샘표식품, 2024-12-11 — https://www.sempio.com/news/view/1321
- 샘표 75년, 샘표식품 — https://www.sempio.com/about/history
- 샘표 분기보고서 (2026.03), 한국거래소,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279/20260515002794/1101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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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기보고서 (2026.03), 한국거래소 KIND / 샘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279/20260515002794/11013.htm
- 샘표, 1Q 영업익 65억 444.9%↑…비용 효율화 실적 향상 견인, 뉴시스, 2026-05-15 —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515_0003631567
- 샘표, 상반기 매출 1,998억·영업익 86억…흑자 전환 성공, 푸드투데이, 2025-08-14 — https://www.foodtoday.or.kr/news/article.html?no=197279
- 2026년 정기보고서 공시 일정, 한국거래소 KIND, 2026 — https://kind.krx.co.kr/common/marketschedule.do?method=loadInitPage
- 샘표 완두간장, 미국 코스트코 입점, 이투데이, 2026-02-10 — https://v.daum.net/v/xA6xq4Lxyx?f=p
- 샘표, H 마트와 함께하는 美 소비자 대상 온라인 쿠킹클래스 확대, 샘표식품, 2026-07-24 — https://www.sempio.com/news/view/1624
- 샘표 ‘김치앳홈’, ‘서울푸드 어워즈 2026’ 수상, 샘표식품, 2026-06-08 — https://www.sempio.com/news/view/1584
- 샘표, 한국식품연구원과 식품 및 기술 개발 협력 MOU 체결, 샘표식품, 2026-03-06 — https://www.sempio.com/news/view/1532
- 샘표, 충북도·제천시와 투자협약 체결, 샘표식품, 2024-04-03 — https://www.sempio.com/news/view/1211
- 샘표, 주류까지 확장 승부수…해외 부진 넘을까, 뉴스핌, 2026-03-23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323000901
- 샘표, 한국식품연구원과 식품 및 기술 개발 협력 MOU 체결, 샘표식품, 2026-03-06 — https://www.sempio.com/news/view/153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