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동을 거는 배터리에서 멈추지 않는 포트폴리오
세방전지의 가장 익숙한 얼굴은 로케트 브랜드의 차량용 납축전지다. 자동차의 시동을 비롯해 전원이 필요한 순간을 맡는 제품이며, 승용차에만 머물지 않고 소형 운송차와 건설·농업기계용 제품까지 전개된다. 회사의 현재 핵심 사업도 차량용·산업용·이륜용 납축전지와 관련 원부자재의 제조·판매다. 리튬전지 관련 부품 사업이 더해졌지만, 지금의 매출 기반을 설명할 때 출발점은 여전히 납축전지다.
이미지: 승용차와 상용 장비 등에 쓰이는 검은색 로케트 스타터 배터리▲ 적색·청색 단자와 로케트 상표가 보이는 스타터 배터리 — 출처: [Sebang Batteries Europe, 2026-08-10 accessed](https://www.sebang-europe.com/products/automotive/sli/bat065lcnbl)
같은 납축전지라도 사용 장면은 여럿이다. 차량용 제품이 도로 위 기계의 시동과 전원 수요에 닿는다면, 산업용 제품은 UPS, 통신 설비,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보안장비에 들어간다. UPS는 전력 공급이 끊겼을 때 일정 시간 전원을 이어 주는 무정전 전원장치다. 산업용 배터리는 완성차의 눈에 잘 띄는 부품과 달리 건물이나 설비 뒤편에 자리하지만, 전력의 공백을 메우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쓰임이 분명하다.
MOTIVE라는 범주에서는 골프카, 고소작업장비, 청소차와 전동지게차처럼 배터리로 움직이는 작업 장비를 다룬다. 고객이 사는 것은 네모난 배터리 한 개지만, 실제 수요는 자동차 시동, 비상전원, 이동형 작업 장비처럼 서로 다른 현장에서 발생한다. 특정 차종의 생산량만으로 세방전지의 납축전지 사업을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산업용과 MOTIVE 제품군은 차량용 제품 바깥에도 배터리를 교체하고 설비를 유지해야 하는 고객이 있음을 보여 준다.
리튬 쪽의 제품 언어는 조금 다르다. 세방리튬배터리가 내세우는 영역은 셀 자체의 생산보다는 여러 셀을 묶은 고전압 모듈, 저전압 보조배터리 팩, ESS용 모듈·팩·시스템의 조립이다. 모듈은 셀을 일정 단위로 묶은 구성품이고, 팩은 이를 차량이나 설비에 장착할 수 있도록 통합한 단위다. 납축전지 완제품을 만들어 온 본업과 리튬 셀을 조합·통합하는 사업은 소재가 다르지만, 고객이 바로 쓸 수 있는 전원 장치로 완성한다는 접점이 있다.
2.완성차 라인과 교체 시장을 함께 통과하는 판매망
차량용 납축전지는 크게 두 길로 팔린다. 하나는 완성차에 들어가는 OE, 즉 신차 생산 단계의 납품이다. 다른 하나는 도소매상과 대리점 등을 거쳐 이미 운행 중인 차량에 닿는 보수용 시장이다. OE에서는 완성차 생산 체계에 맞춘 거래가 중요하고, 보수용에서는 유통망이 최종 사용자와 제품을 연결한다. 제품 외관이 같아 보여도 돈이 생기는 경로와 거래 상대가 다른 셈이다.
이 이중 경로는 로케트라는 소비자 접점의 브랜드와 기업 간 납품 사업이 한 회사 안에 공존하게 한다. 운전자는 정비나 교체 과정에서 상표를 만나지만, 회사의 직접 고객은 완성차 업체일 수도 있고 도매상·소매상·대리점일 수도 있다. 산업용 제품에서는 통신, 전원 설비와 작업 장비에 연결되는 판매 관계가 더해진다. 따라서 브랜드 인지도만으로 고객 구조를 읽거나, 반대로 완성차 납품만 보고 유통 사업의 존재를 지우면 실제 판매망의 한쪽이 빠진다.
해외에서는 직접수출과 현지 유통이 함께 수익 경로가 된다. 유럽법인은 현지에서 제품과 회사를 소개하고 있으며 BMW, Volkswagen, Hyundai, KIA를 OE 파트너로 표기한다. 다만 이는 유럽법인이 공개한 마케팅상 파트너 명단이다. 어느 차종에 얼마만큼 공급하는지, 계약금액과 기간이 얼마인지는 공개된 페이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이름의 무게와 공시된 매출의 확정도를 구별해 읽어야 한다.
판매망의 폭은 세방전지를 특정 완성차 한 곳에 붙어 있는 부품사와는 다른 모습으로 만든다. OE는 신차가 생산되는 순간에, 보수용 채널은 운행 중인 차량이 제품을 찾는 순간에 작동한다. 직접수출은 국내 공장에서 해외 고객으로 연결되고, 현지법인과 유통망은 지역 시장에서 접점을 만든다. 어느 한 채널의 설명만으로는 로케트 배터리가 공장에서 고객에게 이동하는 전체 경로가 완성되지 않는다.
3.광주와 창원에서 갈라지는 생산 역할
생산 현장의 중심은 광주와 창원이다. 회사가 공개한 역할 구분에 따르면 광주 공장은 차량용 축전지를 맡고, 창원 공장은 차량용 AGM과 산업용 축전지를 생산한다. AGM은 전해액을 유리섬유 매트에 흡수시킨 형태를 가리키는 제품 분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기술 이름 자체보다 두 생산기지가 완전히 같은 품목을 복제하는 구조로 소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량의 차량용 제품과 AGM·산업용 제품이 공장 역할에 따라 나뉜다.
이미지: 세방전지 창원공장 항공 전경▲ 여러 생산동과 로케트 표기가 보이는 창원공장 전경 — 출처: [Sebang Batteries Europe, 2026-08-10 accessed](https://www.sebang-europe.com/company/about-us)
창원공장의 전경은 이 사업의 물리적 규모를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납축전지는 브랜드와 유통만으로 완성되는 상품이 아니라 생산동, 원부자재 조달, 제품군별 제조 체계가 필요한 공산품이다. 공장 사진만으로 개별 라인의 가동 상태나 생산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로케트라는 상표 뒤에 넓은 제조 기반이 놓여 있다는 점은 확인된다.
이미지: 로케트 AGM 차량용 배터리 제품▲ 상단 덮개와 단자가 노출된 로케트 AGM 차량용 배터리 — 출처: [세방그룹, 2026-08-12 (accessed; page undated)](https://www.sebanggroup.com/client/ko/business/manufacturing)
제품군을 공장과 연결해 보면 고객 장면도 선명해진다. 광주의 차량용 축전지는 완성차와 보수용 유통망으로 향하고, 창원의 AGM 차량용 제품은 같은 자동차 시장 안에서 별도의 제품 범주를 이룬다. 창원의 산업용 축전지는 UPS·통신·신재생에너지·보안장비 같은 설비 수요로 이어진다. 하나의 로케트 상표 아래에서 차량 생산, 교체 유통, 산업 설비라는 서로 다른 주문 흐름을 받아내는 구조다.
공장별 품목 구분은 향후 리튬 사업을 볼 때도 기준점이 된다. 현재 공개된 납축전지 생산기지와 세방리튬배터리가 제시하는 모듈·팩 조립 영역은 동일한 제품 라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존 공장의 외형만 보고 새 리튬 투자가 곧바로 납축전지 설비의 대체를 뜻한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 현 단계에서는 강한 본업의 제조 기반 옆에 별도의 리튬 통합 역량을 세우는 모습에 가깝다.
4.본업의 규모와 리튬 부문의 손익이 갈린 실적
연간 외형과 수익성
2025년 연결 매출은 2조1,420.68억원, 영업이익은 1,537.64억원, 연결총당기순이익은 1,414.30억원이었다.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회사는 미국 관세, 환율 효과와 일시적 비용 증가를 수익성 하락 요인으로 기재했다. 외형 성장과 이익 증가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은 해였다는 뜻이다.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연결총당기순이익 | 영업이익률 |
|---|---|---|---|---|
FY2025 확정 | 2조1,420.68억원 | 1,537.64억원 | 1,414.30억원 | 약 7.2% |
1Q26 확정 | 5,254.49억원 | 332.54억원 | 363.32억원 | 약 6.3% |
1Q25 비교 | 5,271.33억원 | 505.68억원 | — | 약 9.6% |
2Q26 잠정 | 4,052억원 | 387억원 | 374억원 | 약 9.6% |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 감소 폭은 더 컸다. 매출만 놓고 보면 외형이 급격히 무너진 모습은 아니지만, 영업이익률은 비교 기간보다 낮아졌다. 매출 방어와 수익성 방어가 서로 다른 문제임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납축전지 판매량이나 시장 지위가 유지되더라도 관세·환율·비용이 손익계산서에 들어오는 방식에 따라 이익의 표정은 달라질 수 있다.
2026년 2분기 수치는 8월 4일 공개된 잠정실적 기준이다. 1분기보다 매출은 작지만 영업이익은 더 크게 제시됐다. 다만 정식 반기보고서와 검토보고서의 확정치가 아니라는 경계를 두어야 한다. 잠정 수치만으로 비용 개선이 구조적으로 굳어졌다고 평가하기보다는, 확정 보고서에서 세부 항목이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납축전지가 벌고 EV전지가 투자비를 품은 구조
2025년 매출 구성은 납축전지가 약 85%, EV전지가 약 15%였다. 차량용 납축전지 매출은 1조7,880.52억원, 산업용 납축전지 매출은 1,981.83억원으로 공시됐다. 납축전지 판매에서 내수는 40.1%, 수출은 59.9%였고, 직접수출 비중은 55.6%였다. 브랜드의 국내 인지도와 별개로 실제 사업은 해외 판매의 비중이 큰 제조·수출 사업이다.
실적을 읽는 축 | 확인된 수치 | 의미 |
|---|---|---|
FY2025 납축전지 매출 비중 | 약 85% | 연결 외형의 중심은 기존 납축전지 |
FY2025 EV전지 매출 비중 | 약 15% | 리튬 관련 사업은 이미 매출이 있으나 본업보다 작음 |
1Q26 납축전지부문 | 매출 4,504.52억원·영업이익 394.18억원 | 해당 분기 연결 영업이익의 기반 |
1Q26 EV전지부문 | 매출 749.97억원·영업손실 61.64억원 | 외형은 발생했지만 손익은 적자 |
2025 국내시장 점유율 | 38.6% | 회사가 축전지 관련 매출 기준으로 산출한 국내 지표 |
1분기 부문 손익은 두 사업의 현재 역할을 더 선명하게 가른다. 납축전지부문은 이익을 냈고 EV전지부문은 손실을 기록했다. 리튬 사업을 막연한 미래 이야기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미 매출이 잡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연결 이익을 이끄는 축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는 부문 적자가 확인되기 때문이다. 현재의 세방전지는 납축전지에서 번 이익과 리튬 사업의 성장 비용이 한 손익계산서에 함께 놓이는 구간에 있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회사가 축전지 관련 매출을 기준으로 산출한 값이다. 시장에서 존재감이 크다는 참고 지표로는 쓸 수 있지만, 곧바로 모든 제품군의 가격 결정력이나 수익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수출 비중이 큰 만큼 국내 지표 하나가 연결 실적 전체를 대표하지도 않는다. 국내 기반, 해외 판매, 부문별 손익을 함께 놓아야 숫자의 범위가 맞는다.
5.납과 격리판에서 완성품으로 이어지는 그룹 공급망
세방전지의 제조 기반은 완성품 공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룹 안의 상신금속은 재생연과 합금연을, 세방산업은 PE 격리판을 공급망의 일부로 제시한다. 격리판은 배터리 내부의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맞닿지 않도록 분리하는 소재다. 세방산업이 밝힌 PE 격리판 생산능력은 연간 4,000만㎡다. 원재료와 핵심 부품, 완성 배터리가 계열 내 사업으로 연결되는 그림이다.
재생연은 사용된 납 자원을 다시 원료로 돌리는 리사이클링 고리를 보여 준다. 그렇다고 계열 공급망이 모든 원가 변동이나 조달 위험을 없앤다고 볼 수는 없다. 공개된 설명이 확인해 주는 것은 어떤 회사가 어떤 소재를 다루는지와 제시된 생산능력까지다. 내부거래 가격, 외부 조달 비중, 실제 투입량은 별개의 문제다. 공급망의 존재와 공급망이 손익에 주는 효과를 분리해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구조가 흥미로운 까닭은 세방전지의 오래된 제조 언어가 완제품 하나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납 원료를 가공하고, 내부 구성품을 공급하고, 광주와 창원에서 제품을 생산한 뒤 국내외 판매망으로 내보내는 여러 단계가 있다. 로케트 상표는 소비자가 보는 최종 표면이고, 그 뒤에는 소재 회사와 부품 회사, 생산기지와 유통망이 이어진다.
반면 리튬 사업에서 회사가 강조하는 자리는 셀 소재나 셀 제조가 아니라 모듈·팩·시스템 조립이다. 납축전지에서는 원료와 격리판까지 이어지는 그룹 공급망이 보이지만, 리튬에서는 외부의 셀을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단위로 통합하는 역량이 전면에 나온다. 두 사업 모두 배터리라는 이름을 공유해도 가치사슬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똑같지 않다. 이 차이를 무시하면 사업 확장이 기존 납축전지 공정을 그대로 복사하는 일처럼 보이게 된다.
6.기술 제휴로 키운 납축전지, 자회사로 연 리튬의 문
회사가 제시하는 기원은 1952년으로 올라간다. 1975년에는 일본 Yuasa와 기술·자본 제휴를 맺었고, 1978년 세방전지로 상호를 바꿨다. 이후 광주와 창원 생산기지를 확대하며 납축전지 제조 기반을 넓혔다. 이 연혁은 오늘의 로케트 브랜드가 단기간에 만들어진 판매 상표가 아니라 기술 도입과 생산기지 확장을 거쳐 축적된 사업이라는 점을 보여 준다.
역사의 전환점은 공장 증설만이 아니었다. 2015년 세방리튬배터리를 설립하면서 기존 납축전지와 다른 화학 체계의 사업을 별도 법인에 담았다. 납축전지 회사 안의 한 제품 라인으로 표시하기보다 자회사를 통해 전기차와 ESS용 모듈·팩 영역을 키우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이후 세방리튬배터리는 고전압 모듈과 저전압 보조배터리 팩, ESS 모듈·팩·시스템을 기술 영역으로 내세웠다.
이미지: 전기차 충전구에 연결된 케이블▲ 전기차 충전구와 케이블이 보이는 세방리튬배터리 공식 기술 이미지 — 출처: [세방리튬배터리, 2026-08-10 accessed](https://www.slbattery.co.kr/)
이 사진이 세방리튬배터리의 모듈이나 팩 자체를 보여 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가 리튬 사업의 기술 분야를 차량 전동화 장면과 연결해 설명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실제 제품의 위치는 차량 외부의 충전구보다 안쪽이다. 셀을 모듈로 묶고, 다시 팩으로 통합해 차량이나 설비가 사용할 수 있는 전원 단위로 만드는 쪽이다.
납축전지에서 쌓은 제조·품질·고객 관계가 리튬 사업에 어느 정도 적용되는지는 공개된 사실만으로 수치화하기 어렵다. 그래도 연혁의 방향은 명확하다. 기존 사업을 지우고 새 이름으로 갈아탄 것이 아니라, 오랜 납축전지 생산 체계 옆에 별도 자회사를 세워 새로운 제품 단위를 추가했다. 이 때문에 세방전지의 변화는 완전한 업종 전환보다 본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들고 가는 확장에 가깝다.
7.북미 ESS 투자가 공장에서 매출로 바뀌기까지
2026년 6월 세방전지는 세방리튬배터리에 920.84억원을 출자해 지분율을 92.08%까지 높이기로 했다. 세방리튬배터리가 결정한 유상증자 규모는 1,000억원이며, 자금 용도는 미국 현지법인 구축과 가동 투자다. 세방전지는 출자금을 북미 ESS 투자 재원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단순한 사업 검토보다 한 단계 나아가 자본 투입이 결정된 상태다.
ESS는 에너지저장장치다. 전력계통에서는 태양광 잉여전력을 충전했다가 수요가 있는 시간에 방전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ESS가 해결하는 일반적인 전력 문제를 설명하지만, 세방전지의 구체적인 고객이나 수주를 증명하지는 않는다. 북미 투자와 국내 전력시장 운영 사례를 한데 묶어 이미 정해진 판매처가 있는 것처럼 읽어서는 안 된다.
단계 | 공개된 내용 | 공개되지 않은 내용 |
|---|---|---|
자본 결정 | 자회사 유상증자와 모회사 출자 | 투자 회수 시기와 수익률 |
사업 목적 | 미국 현지법인 구축·가동, 북미 ESS 투자 | 공장 위치와 구체적 가동일 |
제품 방향 | ESS 모듈·팩·시스템 조립 | 최종 고객과 확정 제품 사양 |
상업 조건 | 공개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음 | 계약 물량·가격, 매출과 수익성 |
공개된 원문이 멈추는 지점은 분명하다. 최종 고객, 계약 물량과 가격, 공장 위치, 가동일, 예상 매출과 수익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은 북미 ESS 사업을 위한 투자 결정과 현지법인 구축 계획이다. 공장 가동, 고객 인증, 계약, 출하와 매출 인식은 그 이후의 상업화 과정에 속한다.
증권사 보도에서는 북미 ESS를 성장 옵션이자 주가 촉매로 해석하며 중기 매출목표 8,000억원을 언급했다. 시장이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이해하기 쉽다. 기존 납축전지보다 큰 성장 서사를 붙일 수 있는 전력망용 시장이고, 회사가 실제 자본 투입도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목표는 회사 공시가 확정한 수주액이나 이미 발생한 매출이 아니다. 투자 결정이라는 확인된 사실과 시장이 붙인 사업가치 사이에는 고객 계약과 양산 실적이라는 다리가 남아 있다.
세방리튬배터리의 1분기 손실과 북미 투자는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리튬 사업이 매출을 내고 있으나 아직 이익 기반이 되지 못한 시점에 추가 자본이 들어간다. 향후 공장과 현지법인이 준비되는 동안 비용이 먼저 발생할 수 있고, 상업화가 진행되면 외형이 커질 여지도 있다. 어느 쪽의 크기와 시기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투자 규모만 보고 성공을 선반영하거나, 현재 적자만 보고 투자 목적을 지워 버리는 해석 모두 시간축 하나가 빠진다.
8.성장 목표가 본업과 신사업에 요구하는 것
회사는 2028년까지 매출성장률 7%, 배당성향 25%, ROE 10% 유지를 기업가치 제고 목표로 제시했다. ROE는 자기자본으로 얼마의 순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이다. 성장, 주주환원, 자본 효율을 한 계획 안에 넣은 셈이다. 다만 이 수치들은 이미 달성된 실적이나 확정 수주에 기반한 보장이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목표다.
세 목표는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납축전지가 이익을 계속 받쳐 주면 리튬 투자와 배당을 함께 감당할 여지가 생긴다. 반대로 본업 수익성이 관세·환율·비용의 압박을 받는 동안 리튬 부문의 손실과 투자가 커지면 성장과 환원의 균형은 까다로워진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따라오지 않았던 최근 연간 흐름은 외형 목표만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판정하기 어려운 이유를 이미 보여 줬다.
ROE 목표도 단순한 이익 증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북미 투자를 위해 자회사 자본을 늘리면 자기자본의 기반도 변한다. 투입된 자본이 충분한 이익으로 돌아와야 자본 효율을 유지할 수 있다. 배당성향은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배분하는 몫이므로, 성장 투자에 필요한 현금과도 맞물린다. 결국 계획의 설득력은 납축전지 본업의 현금창출, EV전지부문의 손익 개선, 북미 ESS의 상업화가 어떤 순서와 속도로 이어지는지에서 생긴다.
세방전지의 현재 모습은 로케트 배터리 한 제품으로도, 북미 ESS 한 문구로도 온전히 잡히지 않는다. 광주와 창원의 납축전지는 완성차·교체 유통·산업 설비로 흘러가며 오늘의 이익을 만든다. 그룹의 납·격리판 공급망은 그 제조 기반을 뒤에서 잇는다. 세방리튬배터리는 셀을 만드는 대신 모듈과 팩으로 통합하고, 북미에서는 그 역량을 전력망용 사업으로 넓히려 한다.
이 회사의 변화는 오래된 로케트 상표가 사라지는 장면이 아니다. 창원공장 지붕의 로케트 표기와 전기차 충전구를 내세운 자회사의 이미지가 같은 기업집단 안에 놓이는 장면이다. 하나는 이미 공장과 유통망, 손익으로 증명된 기반이고 다른 하나는 자본 투입 뒤 고객 계약과 양산으로 넘어가야 하는 확장이다. 두 장면 사이를 실제 이익으로 연결하는 일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내용이며, 현재 세방전지를 읽는 가장 현실적인 좌표다.
각주
- 세방전지 제6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KRX),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636/20260319006747/11011.htm
- 연축전지·배터리팩·배터리모듈·리사이클링, 세방그룹 — https://www.sebanggroup.com/client/ko/business/manufacturing
- Commercial Battery, Sebang Batteries Europe — https://www.sebang-europe.com/products/commercial
- 세방리튬배터리 공식 Technology 페이지, 세방리튬배터리 — https://www.slbattery.co.kr/
- 세방전지 제6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DART,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636/20260319006747/11011.htm
- 제품소개, 세방로케트 — https://sbrocket.com/%EC%A0%9C%ED%92%88%EC%86%8C%EA%B0%9C/
- About us, Sebang Batteries Europe — https://www.sebang-europe.com/company/about-us
- 연축전지·배터리팩·배터리모듈·리사이클링, 세방그룹 — https://www.sebanggroup.com/client/ko/business/manufacturing
- ROCKET Starter Battery ASIA B1, Sebang Batteries Europe — https://www.sebang-europe.com/products/automotive/sli/bat065lcnbl
- 세방전지 제6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DART,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636/20260319006747/11011.htm
- 세방전지 제6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KRX),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528/20260515003348/11013.htm
- 세방전지 영업 잠정실적 공정공시, AWAKEPLUS DART 공시 미러, 2026-08-04 — https://www.awakeplus.co.kr/data/view/20260804800499
- 세방전지 제6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DART,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636/20260319006747/11011.htm
- 세방전지 제6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DART,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528/20260515003348/11013.htm
- 연축전지·배터리팩·배터리모듈·리사이클링, 세방그룹 — https://www.sebanggroup.com/client/ko/business/manufacturing
- 세방리튬배터리 공식 Technology 페이지, 세방리튬배터리 — https://www.slbattery.co.kr/
- 세방그룹 연혁, 세방그룹 — https://www.sebanggroup.com/client/ko/company/history
- 세방전지 기업가치제고계획, 세방전지, 2025-11-27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51127%EC%84%B8%EB%B0%A9%EC%A0%84%EC%A7%80_%EA%B8%B0%EC%97%85%EA%B0%80%EC%B9%98%EC%A0%9C%EA%B3%A0%EA%B3%84%ED%9A%8D.pdf
-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 한국거래소(KRX), 2026-06-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12/000717/20260609000738/61381.htm
- 2026년 봄철 태양광 ESS 운영방안 시행 안내, 전력거래소, 2026-02-20 — https://www.kpx.or.kr/board.es?act=view&bid=0042&list_no=76834&mid=a11201000000
- 세방리튬배터리 유상증자결정, 한국거래소 KIND, 2026-06-0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02/000618/20260529002825/91741.htm
- 세방전지, 미국 전력망용 ESS 배터리 모듈·팩 사업 진출, 하나증권·뉴스핌, 2026-06-16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616000113
- 2026년 세방전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 세방전지, 2026-03-20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60320%EC%84%B8%EB%B0%A9%EC%A0%84%EC%A7%80_%EA%B8%B0%EC%97%85%EA%B0%80%EC%B9%98%EC%A0%9C%EA%B3%A0%EA%B3%84%ED%9A%8D.pdf
- 세방전지 제6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KRX),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528/20260515003348/11013.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