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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글로벌 의류 주문과 국내 패션 매장을 함께 굴린다

1.세계의 주문을 옷으로 바꾸는 수출 본체

신원의 본체는 해외 바이어가 주문한 의류를 생산해 납품하는 수출사업이다. 익숙한 국내 패션 브랜드가 소비자 눈에는 먼저 들어오지만, 회사의 공장과 인력, 거래 관계를 움직이는 큰 흐름은 기업 간 거래에서 시작한다. 바이어가 원하는 디자인과 사양을 제시하면 해외 생산망에서 니트와 스웨터 등을 만들고 품질을 관리해 넘긴다. 공시가 거래처의 예로 드는 이름은 GAP·Walmart·Target이다. 이들은 신원의 상표가 붙은 옷을 사는 소비자가 아니라, 자신의 판매망에 놓을 상품을 주문하는 고객이다.

OEM은 바이어가 정한 사양에 맞춰 생산하는 방식이고, ODM은 제조사가 디자인과 소재 제안에도 참여하는 방식이다. 신원은 두 모델을 함께 운영한다. 주문서를 받아 봉제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디자인, 소재, 샘플, 생산, 품질과 물류를 한 흐름으로 연결한다는 것이 회사가 내세우는 수출사업의 성격이다. 완성된 옷에 어떤 상표가 붙느냐보다, 바이어의 기획을 정해진 품질의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이 사업의 출발점이다.

돈이 들어오는 길도 여기서 갈린다. 수출부문은 글로벌 바이어의 주문을 확보한 뒤 생산·납품하는 거래에서 매출을 만든다. 국내 패션부문은 자체 브랜드 상품을 기획해 매장과 온라인 유통망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전자는 한 번의 주문 규모와 반복 발주가 중요하고, 후자는 매장 방문, 상품 반응과 재고 소진이 중요하다. 같은 옷을 다루지만 고객과 판매 단위, 현장의 시간표가 다르다.

수출 거래에서 신원의 역할은 생산국에 흩어진 공정을 하나의 서비스처럼 묶는 데 있다. 회사가 제시한 흐름에는 방적·편직과 원단 염색, 프린팅, 워싱, 봉제 이후의 창고·물류가 함께 놓인다. 모든 공정을 한 건물에서 직접 수행한다는 뜻으로 읽기보다는, 바이어 주문이 여러 생산 단계를 지나도록 관리하는 운영 범위를 보여주는 그림에 가깝다.

이미지: 방적과 편직부터 봉제 이후 물류까지 연결한 의류 생산 흐름도

▲ 방적·편직, 염색·프린팅·워싱과 창고를 연결한 의류 생산 흐름 — 출처: [신원, 날짜 없음](https://www.shinwon.com/kor/m21.php)

이 구조에서는 바이어 관계가 곧 판매망이다. 국내 의류처럼 광고로 최종 소비자를 직접 모으는 것만으로 수출 주문이 생기지는 않는다. 디자인을 제안하고 샘플을 승인받은 뒤, 생산 일정과 품질을 맞춰 납품한 기록이 다음 주문의 바탕이 된다. 신원이라는 이름이 해외 매장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도 수출사업이 클 수 있는 이유다. 반대로 최종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 신원의 수주가 보장되는 구조도 아니다. 주문 주체는 어디까지나 바이어다.

2.샘플룸에서 시작되는 제조 서비스

바이어의 아이디어와 실제 양산품 사이에는 여러 번의 번역이 필요하다. 디자인은 생산 가능한 패턴과 소재 조합으로 바뀌어야 하고, 샘플은 색상과 착용 형태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승인을 받은 뒤에는 같은 결과가 생산라인에서 반복되어야 한다. 신원이 설명하는 ODM 역량은 이 간격을 좁히는 일에 집중돼 있다.

회사는 바이어 맞춤 디자인과 소재 제안, 3D 샘플링과 가상 쇼룸을 앞단의 도구로 제시한다. 실물 샘플만 오가는 방식에 디지털 검토를 더해 디자인 선택과 생산 준비를 잇겠다는 구상이다. 자체 원단 개발과 가먼트 다잉, 워싱도 제안 범위를 넓히는 요소로 설명한다. 가먼트 다잉은 봉제가 끝난 의류 상태에서 염색하는 공정이다. 여기서 기술의 가치는 별도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데 있다기보다 바이어가 주문할 상품을 구체화하는 데 있다.

생산에 들어가면 IE와 품질관리가 뒤를 받친다. IE는 생산 순서와 작업 효율을 다루는 생산관리 활동이며, 회사는 생산 전·중·후 단계에 이를 적용한다고 밝힌다. 품질관리도 마지막 검사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양산 준비부터 출하 전까지 이어지는 서비스로 제시된다. 디자인이 좋아도 대량생산에서 결과가 흔들리면 주문을 수행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앞단의 제안 능력과 뒷단의 반복 생산 능력은 따로 떼기 어렵다.

이 모델에서 신원이 파는 것은 옷 한 벌만이 아니다. 바이어가 상품을 구상한 시점부터 창고로 이동할 때까지 생기는 조율 업무가 옷값 안에 함께 들어간다. 소재를 고르고 샘플을 수정하는 과정은 수주 가능성을 높이는 활동이고, 생산과 검사는 이미 받은 주문을 약속대로 완성하는 활동이다. 물류는 완성품을 바이어의 공급망으로 넘기는 마지막 연결부다.

ODM이라는 이름이 자동으로 높은 수익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디자인 제안 범위가 넓어도 주문 가격과 생산비, 불량과 납기 관리가 맞지 않으면 이익은 얇아질 수 있다. 반대로 제조 역량을 단순 봉제 인력 규모로만 보면 샘플 승인과 품질관리 같은 거래 유지 장치를 놓치게 된다. 신원의 수출 경쟁력을 볼 때 디자인 조직과 해외 공장을 하나의 주문 수행 체계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또 하나의 경계도 분명하다. 3D 샘플링과 가상 쇼룸은 수출 의류 사업을 보조하는 도구로 제시됐으며, 독립적인 디지털 사업의 매출이 공시된 것은 아니다. 화려한 기술 이름보다 그것이 샘플 결정, 생산 준비, 품질 확인 가운데 어디에 연결되는지를 보는 편이 회사의 실제 사업에 가깝다.

3.SWIMS가 묶는 해외 생산 현장

수출 주문은 디자인실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단과 부자재가 창고에 들어오고, 재단된 조각이 봉제라인을 거쳐 완제품이 되며, 마감과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여러 생산기지에서 이 흐름을 동시에 운영하면 현재 재고와 작업 진행, 품질 이상을 같은 기준으로 파악하는 일이 중요해진다. 신원은 이를 위한 제조관리 체계를 SWIMS, 즉 ShinWon Intelligent Manufacturing System이라고 부른다.

SWIMS의 공식 공정도에는 창고·재단·봉제·마감과 품질관리 단계가 이어진다. WMS는 창고관리, MES는 생산 실행관리, QMS는 품질관리 영역을 맡고, IoT와 데이터 분석이 현장 정보를 연결하는 구성이다. 회사는 가상 생산과 실제 생산을 맞대어 시뮬레이션, 변수 최적화와 예측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제시한다.

이미지: 가상 생산과 실제 생산을 연결한 SWIMS 공정도

▲ 가상·실제 생산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과 최적화를 배치한 SWIMS 공정 — 출처: [신원, 날짜 없음](https://www.shinwon.com/kor/m23.php)

이 시스템이 겨냥하는 문제는 매우 현장적이다. 창고의 자재와 라인의 작업 상태, 마감 이후의 품질 결과가 떨어져 있으면 주문별 진행 상황을 한눈에 보기 어렵다. SWIMS는 각 단계를 데이터로 잇는 관리 틀이다. 다만 회사가 생산성·품질·비용 개선을 설명하고 있어도, 개선 효과를 금액이나 이익률로 환산한 공시 수치는 없다. 따라서 스마트팩토리라는 명칭 자체를 실적 개선액으로 바꾸어 읽을 수는 없다.

독립 보도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꾸닝안 스마트 봉제공장은 2025년 당시 100개 니트 생산라인을 운영했다. 기사의 현장 사진에는 관계자들이 실과 작업 설비가 놓인 생산 구역을 살피는 장면이 담겼다. 이는 자동화 설비만으로 돌아가는 무인공장보다는, 사람의 작업과 설비·관리 시스템이 함께 움직이는 의류 생산 현장을 보여준다.

이미지: 인도네시아 의류 생산 현장에서 설비를 살피는 관계자들

▲ 실과 생산 설비가 놓인 인도네시아 꾸닝안 봉제공장의 현장 점검 장면 — 출처: [뉴데일리, 2025-01-10](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10/2025011000085.html)

해외 생산망의 크기는 주문을 소화할 기반이지만, 라인이 많다는 사실과 수익성이 높다는 사실은 같지 않다. 라인에 채울 주문이 있어야 하고, 주문 가격 안에서 인건비와 원부자재비, 물류비를 감당해야 한다. 생산기지 수와 고객 집중도 역시 범위가 다른 지표다. 어느 고객의 주문이 어느 공장을 얼마나 채우는지 연결한 정보가 없으므로 둘을 곧바로 원인과 결과로 묶을 수 없다.

SWIMS의 의미는 결국 공장 안의 작은 사건을 주문 전체의 언어로 바꾸는 데 있다. 재고 부족, 공정 지연과 품질 이상이 뒤늦게 드러나면 납기와 비용이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데이터를 연결하는 체계는 그런 사건을 관리하기 위한 기반이다. 신원에 대한 평가는 시스템 이름보다 실제 납품 안정성과 비용 통제, 반복 수주가 함께 나타나는지에 달려 있다.

4.베스띠벨리의 계산서는 공장과 다르다

국내 패션부문에서는 신원의 이름보다 개별 브랜드가 앞에 선다. 공식 포트폴리오는 BESTI BELLI·SI·viki·ISABEY·SIEG·FAHRENHEIT를 제시하고, GCDS와 CANALI는 글로벌 브랜드로 구분한다. 여성복과 남성복을 아우르는 여러 간판을 통해 최종 소비자와 만나는 구조다. 수출 옷의 상표가 바이어에게 속한다면, 이쪽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상품 구성이 신원 자신의 판매 자산이 된다.

자체 브랜드의 돈 버는 방식은 매장에서 더 잘 보인다. 상품을 기획해 매입·생산하고, 유통망에 진열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주문을 먼저 확보하는 수출과 달리 판매 전 재고와 매장 운영을 감당해야 한다. 같은 의류라도 공장에서는 정해진 사양을 반복 생산하는 능력이 중요하고, 매장에서는 어떤 상품을 얼마나 준비해 어느 채널에 놓을지가 중요하다.

CANALI는 이 구도에서도 별도 성격을 지닌다. 자체 상표를 키우는 사업이 아니라 해외 브랜드를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경로다. 신원은 공식 포트폴리오에서도 자체 브랜드와 글로벌 브랜드를 구분해 놓았다. 따라서 모든 간판을 하나의 브랜드 육성 성과로 합쳐 보기보다는, 자체 기획 상품과 수입 유통 상품의 역할을 나눠 보는 편이 정확하다.

패션부문이 택한 채널 전략도 한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 독립 보도에 따르면 회사는 자사 온라인몰 의존을 낮추고 무신사·W컨셉 같은 외부 플랫폼 입점을 추진하는 한편 오프라인 접점도 확대했다. 온라인에서 고객이 모이는 곳으로 들어가면서, 실제로 입어 보고 브랜드 공간을 경험하는 매장도 유지하려는 조합이다.

2026년 4월 문을 연 베스띠벨리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은 그 오프라인 전략이 구현된 장면이다. 유리 전면 안으로 상품 진열과 마네킹, 매장 동선이 보인다. 다만 새 매장을 열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만, 해당 점포가 추가 매출이나 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이미지: 베스띠벨리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 전면과 상품 진열

▲ 의류와 마네킹이 진열된 베스띠벨리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 — 출처: [패션엔, 2026-04-22](https://m.fashionn.com/board/read.php?number=60727&table=fashionnews)

브랜드 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패션부문의 힘을 판단하기도 어렵다. 공식 웹사이트의 포트폴리오와 정기공시의 영업 브랜드 집계는 분류 범위가 다르므로 이름을 단순 합산하면 어긋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각 브랜드가 소비자를 데려오고 정상 가격 판매와 재고 회전을 만들어 내는지다. 수출부문이 바이어의 주문서를 기다린다면, 패션부문은 매일 매장과 플랫폼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5.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따라오지 않은 2025년 실적

2025년 신원은 외형을 크게 키웠지만 영업이익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연결 매출은 전년보다 16.3% 증가한 1조922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253억원에서 188억원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16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약 1.7%다. 매출 증가분이 같은 비율의 영업이익으로 남지 않았다는 점이 확정 실적의 핵심이다.

구분

2025년 확정 실적·현황

2026년 1분기 실적·현황

읽을 때의 초점

연결 매출

1조922억원

2,808억원

1분기는 전년 동기 대비 8.2% 증가

영업이익

188억원

62.8억원

1분기 전년 동기는 62.0억원

당기순이익

-16억원

15.5억원

연간 순손실 뒤 분기 흑자

2025년 부문 매출

수출 9,092억원, 패션 1,830억원

별도 비교 생략

수출 비중 83.2%, 패션 16.8%

패션부문 영업손익

-21억원

공시된 비교값 없음

연간 적자 축소 여부가 중요

수출 운영 기반

연말 숫자 생략

해외 생산기지 9곳, 고정 바이어 약 20곳

주문 지속성과 생산비 통제가 관건

패션 영업 기반

연말 숫자 생략

브랜드 5개, 유통망 492개, CANALI 매장 3개

접점의 크기와 수익성은 별개

수출부문은 전체 매출의 압도적인 축이었다. 패션부문은 외형상 보완축이지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조합에서는 국내 브랜드의 화제성보다 글로벌 주문 물량과 수출 생산의 채산성이 연결 실적을 더 크게 움직인다. 동시에 패션 적자가 줄어들면 규모가 작은 부문이라도 전사 이익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두 부문은 매출 규모뿐 아니라 손익에 기여하는 방식도 다르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늘었고 영업이익도 62.0억원에서 62.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5.5억원이었다. 단순 계산한 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2.2%로 연간 수치보다 높지만, 한 분기의 계절성과 비용 구조를 확인하지 않은 채 연간 개선으로 곧장 환산하기는 어렵다.

운영 기반은 사업의 크기를 이해하게 하지만 수익을 대신 증명하지는 않는다. 해외 거점과 고정 바이어가 존재해도 주문 가격, 가동 상황과 생산비가 달라지면 이익은 변한다. 국내 유통망도 접점의 폭을 보여줄 뿐 점포별 매출이나 재고 부담을 말해 주지는 않는다. 공장과 매장 숫자는 손익을 해석하는 배경으로 써야지, 그 자체를 이익으로 세면 안 된다.

자본정책에서는 2026년 7월 보통주 400만주, 약 4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취득 결정이 나왔다. 공시된 취득 기간은 7월 10일부터 10월 9일까지다. 이는 회사가 정한 주주환원·자본 운용 행동이지만, 취득 결정과 실제 완료 수량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시점에 검증된 최신 정기 실적은 2026년 1분기까지다. 2분기와 반기 수치가 없는 상태에서는 분기 흑자가 연간 순이익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확정된 그림은 분명하다. 수출이 매출의 중심이고 패션은 적자였으며, 늘어난 외형에 비해 연간 영업이익은 줄었다. 이후의 관건은 더 많은 매출이 아니라 매출이 이익으로 남는 비율이다.

6.수출회사에 국내 브랜드가 더해진 반세기

신원은 1973년 수출기업으로 설립됐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해외 바이어 중심 구조는 후대에 붙은 사업이 아니라 회사의 출발점이다. 1988년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1990년 여성복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국내 패션으로 영역을 넓혔다. 오늘날의 두 사업축은 한꺼번에 설계된 것이 아니라 수출 기반 위에 소비자 브랜드가 쌓인 결과다.

이 순서는 회사의 조직과 자산을 이해하는 데 의미가 있다. 해외 생산기지와 바이어 관계는 수출기업으로 축적한 기반이고, 국내 브랜드와 유통망은 이후 더해진 소비자 접점이다. 신원은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완전히 전환하지 않았다. 바이어의 이름으로 팔리는 옷과 자체 간판 아래 팔리는 옷을 동시에 다루는 회사가 됐다.

2010년에는 물류·부동산 사업을 신원GLS로 물적분할했다. 현재의 신원을 읽을 때 물류가 의류 납품 과정에 포함된다는 사실과 별도 물류·부동산 법인으로 분리된 역사적 사업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수출 서비스의 물류 연결은 주문 수행 과정이고, 분할은 회사의 사업 경계를 다시 그은 사건이다.

역사는 국내 브랜드가 수출 본체를 대체했다기보다 다른 수익 경로를 추가했음을 보여준다. 패션 매장이 소비자에게 더 잘 보이더라도 회사 규모는 여전히 해외 주문에 크게 기대고 있다. 국내 패션은 작은 장식물이 아니라 독자적인 기획·재고·유통 조직을 요구하지만, 수출과 같은 무게의 실적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신원의 오래된 과제는 두 사업을 하나의 구호로 합치는 일이 아니다. 수출에서는 반복 주문과 생산 채산성을 지키고, 패션에서는 브랜드별 판매와 재고를 관리해야 한다. 역사가 만든 복합 구조는 기회도 두 갈래로 열지만, 경영진이 풀어야 할 문제도 서로 다른 언어로 남긴다.

7.큰 바이어가 주는 물량과 집중의 그늘

2026년 1분기 공시에서는 익명 처리된 주요 고객 3곳이 각각 연결 매출의 10%를 초과했다. 여러 글로벌 거래처를 보유했다는 설명과 별개로, 실제 매출은 일부 대형 고객에게 집중돼 있다는 뜻이다. 거래처 이름별 매출과 계약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특정 브랜드의 주문이 어느 정도인지 추정할 수는 없지만, 큰 고객의 발주 변화가 전사 실적에 미칠 가능성은 무시하기 어렵다.

집중도는 장점과 위험을 함께 만든다. 대형 바이어의 반복 주문은 해외 생산망을 움직일 물량의 기반이 된다. 반면 주문 축소나 단가 협상이 발생하면 다른 고객으로 빈자리를 빠르게 채워야 한다. 신원의 고객은 최종 소비자가 아니라 유통기업이므로, 소비자 수요 변화도 바이어의 발주 판단을 거쳐 회사에 전달된다.

관세와 환율, 해외 생산비도 같은 주문의 채산성을 바꾸는 조건이다. 이 변수들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매출이 늘고도 연간 영업이익이 줄었던 회사에는 특히 중요한 관찰 대상이다. 주문액만 보면 공장이 바빠 보일 수 있어도, 원부자재와 인건비·물류비를 치른 뒤 남는 몫은 달라질 수 있다.

공급망의 환경 기준도 거래 관계에서 점점 분리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업계 매체는 신원이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인 SBTi로부터 넷제로 목표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는 장기적인 배출 감축 목표가 외부 절차를 통과했다는 근거다. 그러나 승인 자체가 수주 증가나 마진 개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2025년 KCGS 평가 결과로 통합 B, 환경 B+, 사회 A+, 지배구조 C를 제시한다. 사회 영역과 지배구조 영역의 평가 차이가 크다는 점은 ESG를 하나의 총점 이미지로만 소비하기 어렵게 만든다. 환경 목표 승인과 사회 등급이 공급망 관리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지배구조 등급은 별도의 개선 과제가 남아 있음을 드러낸다.

이 요소들은 서로 섞어 하나의 원인으로 만들면 안 된다. 고객 집중도는 판매 구조의 문제이고, 생산비는 주문의 채산성 문제이며, ESG 목표는 공급망 관리의 기준이다.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자동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신원의 수출사업은 큰 주문을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능력에서 힘을 얻지만, 바로 그 주문이 소수 고객에게 몰릴 때 협상과 변동의 부담도 함께 커진다.

8.매장 안의 두 번째 엔진을 다시 다듬다

국내 패션의 최근 움직임은 브랜드를 접는 방향보다 판매 접점을 다시 배치하는 쪽에 가깝다. 회사는 오프라인 강화와 브랜드 리뉴얼, 수입 브랜드 전개를 불황 대응책으로 내세웠다. 자사몰 안에서만 소비자를 기다리지 않고 외부 패션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쇼핑 공간 안의 매장도 늘리는 전략이다.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은 서로 다른 일을 한다. 플랫폼 입점은 이미 패션 소비자가 모여 있는 곳에서 상품을 노출하는 선택이고, 매장은 옷의 소재와 착용 모습을 직접 확인하게 하는 공간이다. 신원이 두 채널을 병행하는 것은 어느 한쪽이 완성된 답이어서가 아니라, 자체 브랜드의 소비자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출점 기사와 브랜드 리뉴얼 소식은 손익 개선의 선행 장면이지 결과표가 아니다. 새 매장이 자리를 잡으려면 방문객이 구매로 이어지고, 판매가 임차료와 인건비, 재고 부담을 넘어야 한다. 외부 플랫폼에서도 노출 확대와 수익성은 같은 말이 아니다. 패션부문이 독립된 보완축으로 힘을 가지려면 채널 수보다 브랜드별 판매 효율이 실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수출 쪽에서는 디지털 샘플과 제조관리 시스템이 주문 수행의 간격을 줄이려 하고, 패션 쪽에서는 플랫폼과 매장이 소비자와의 간격을 줄이려 한다. 하나는 바이어의 기획을 해외 생산라인으로 옮기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자체 기획 상품을 소비자의 옷장으로 옮기는 일이다. 신원의 두 얼굴은 결국 서로 다른 고객에게 옷을 전달하는 두 개의 운영 체계다.

꾸닝안 공장에 놓인 실과 설비, 베스띠벨리 매장에 놓인 마네킹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같은 회사의 계산서에 들어온다. 지금까지는 공장이 훨씬 큰 매출을 만들었고 매장은 수익성 회복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수출로 출발해 국내 브랜드를 더한 신원의 현재 모습은 어느 한쪽을 지우는 데 있지 않다. 보이지 않는 글로벌 주문의 규모를 지키면서, 눈에 잘 보이는 매장을 손실이 아닌 두 번째 이익 경로로 바꾸는 데 있다.

각주

  1. 신원 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3088/20260515007046/11013.htm
  2. APPAREL: 글로벌 OEM/ODM 제조, 신원, 접속 2026-08-12 — https://www.shinwon.com/kor/m21.php
  3. Manufacturing / Apparel, ShinWon, 접속 2026-08-13 — https://hw.sw.co.kr/kor/m21.php
  4. Technology / Design·IE·QA, ShinWon, 접속 2026-08-13 — https://hw.sw.co.kr/kor/m22.php
  5. Technology / Design·IE·QA, ShinWon, 접속 2026-08-13 — https://hw.sw.co.kr/kor/m22.php
  6. SWIMS: ShinWon Intelligent Manufacturing System, 신원, 접속 2026-08-12 — https://www.shinwon.com/kor/m23.php
  7. 박정빈 신원 부회장, 새해 첫 현장 경영지는 ‘인도네시아’, 뉴데일리, 2025-01-10 —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5/01/10/2025011000085.html
  8. Fashion brands, ShinWon, 접속 2026-08-13 — https://hw.sw.co.kr/kor/m31.php
  9. 분기보고서 제54기 1분기, 한국거래소 KIND·신원,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989/20260515004406/11013.htm
  10. 신원, ‘오프라인 강화·브랜드 리뉴얼·수입’으로 불황 돌파, 아시아투데이, 2025-01-01 —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101010000340
  11. 신원 베스띠벨리, 스타필드 빌리지 운정점에 신규 매장 오픈, 패션엔, 2026-04-22 — https://m.fashionn.com/board/read.php?number=60727&table=fashionnews
  12. 사업보고서 제53기, 한국거래소 KIND·신원, 2026-03-1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9/001780/20260319007354/11011.htm
  13. 분기보고서 제54기 1분기, 한국거래소 KIND·신원,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989/20260515004406/11013.htm
  14. 신원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취득결정), AWAKEPLUS, 2026-07-09 — https://www.awakeplus.co.kr/data/view/20260709000306
  15. 신원 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3088/20260515007046/11013.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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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ShinWon gains SBTi approval for ambitious net-zero targets, Knitting Industry, 2025-01-09 — https://www.knittingindustry.com/shinwon-gains-sbti-approval-for-ambitious-netzero-targets/
  21. Corporate governance / ESG, ShinWon, 접속 2026-08-13 — https://www.shinwon.com/kor/m46.php
  22. 신원, ‘오프라인 강화·브랜드 리뉴얼·수입’으로 불황 돌파, 아시아투데이, 2025-01-01 —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5010101000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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