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GPU에서 에이전트까지, 조너선이 잇는 세 층
기업이 생성형 AI를 업무에 붙이려면 모델 하나만 고르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계산을 맡을 GPU를 배분하고, 데이터를 준비해 모델을 학습·검증하며, 완성된 모델과 에이전트를 현업 시스템에 배포한 뒤 계속 관제해야 한다. 아크릴의 대표 플랫폼 조너선(Jonathan®)은 이 과정을 하나의 운영 흐름으로 묶겠다는 제품이다. 회사는 데이터 준비부터 학습·검증·배포·운영까지 연결하는 ‘AI 풀스택’을 표방한다.
조너선의 구조는 아래에서 위로 읽으면 이해하기 쉽다. GPUBASE는 서로 다른 GPU와 네트워크 자원을 배분하고 상태를 관제하는 기반층이다. FLIGHTBASE는 모델의 개발과 배포 과정을 관리하는 MLOps 층이다. MLOps란 모델을 한 번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검증·배포와 운영을 이어 주는 체계를 뜻한다. AGENTBASE는 검색증강생성(RAG), 여러 에이전트의 협업, 생성 결과를 통제하는 가드레일 등을 다루는 LLMOps 층이다. RAG는 기업 내부 문서를 찾아 답변에 반영하는 방식이고, LLMOps는 대규모 언어모델을 실제 업무에서 운영하기 위한 관리 체계다.
층 | 회사가 제시하는 역할 | 현장에서 풀려는 문제 |
|---|---|---|
GPUBASE | 이기종 GPU·네트워크 자원 최적화와 관제 | 비싼 계산 자원이 놀거나 특정 작업에 몰리는 상황 |
FLIGHTBASE | 데이터·모델의 학습, 검증, 배포를 잇는 MLOps | 개발 결과가 실서비스로 넘어가는 과정의 단절 |
AGENTBASE | RAG·멀티에이전트·가드레일을 포함한 LLMOps | 사내 지식과 생성형 AI를 업무 절차에 안전하게 연결하는 일 |
세 제품을 한꺼번에 도입해야 하는지, 각각을 독립적으로 판매하는지, 제품별 가격과 유지보수료가 어떻게 나뉘는지는 공개된 설명만으로 선명하지 않다. 따라서 조너선을 단일 소프트웨어 상품처럼 계산하기보다, 고객의 인프라와 업무 수준에 맞춰 여러 층을 조합하는 플랫폼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같은 이름 아래에 자원관리와 모델 운영, 업무 에이전트가 함께 들어 있다는 점이 제품의 폭이면서 동시에 매출 구조를 읽기 어렵게 만드는 지점이다.
이미지: 조너선 AgentBase의 병원 업무 화면▲ 브라우저 화면에 환자 분석·회복 예측·상담 요약·EMR 검색과 GPU 할당이 연결된 burn-care-workflow가 보이며, 조너선이 계산 자원과 병원 업무를 한 흐름으로 묶으려는 방식을 보여 준다 — 출처: 아크릴, 2025-08-14
이 화면에서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의 말솜씨보다 연결 관계다. 환자기록을 찾는 기능, 진단을 보조하는 기능, 상담을 요약하는 기능이 각각의 상자로 놓이고 그 아래에 계산 자원이 배정된다. 조너선이 노리는 자리는 챗봇 창 하나가 아니라, AI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워크플로우를 함께 관리하는 제어판에 가깝다. 고객이 이미 보유한 시스템과 데이터를 연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치 직후 모든 가치가 드러나는 제품도 아니다. 실제 평가는 구축 이후 현업 사용과 반복 운영에서 갈린다.
2.라이선스와 구축 사이에서 생기는 매출
아크릴의 고객은 AI 모델을 직접 연구하는 조직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기업과 공공기관, 병원처럼 기존 정보시스템을 가진 조직이 AI 개발·운영 환경을 새로 만들거나 업무 흐름에 생성형 AI를 붙일 때 조너선과 산업별 솔루션이 들어간다. 회사가 공개한 사업 설명을 종합하면 플랫폼 라이선스, 시스템 구축과 통합, 자원관리, 업무 워크플로우 운영이 돈이 되는 경로다.
고객 여정은 대체로 인프라와 데이터 환경을 확인하는 일에서 시작한다. 그 위에 모델 개발·배포 체계를 놓고, 마지막으로 문서 검색이나 상담 요약 같은 실제 업무를 에이전트에 연결한다. 병원에서는 전자의무기록과 임상 업무가 접점이 되고, 공공 전시에서는 관람객과 대화하는 디지털 휴먼이 결과물이 된다. 서로 멀어 보이는 사례지만 조너선의 관점에서는 기존 데이터를 읽고, AI를 실행할 자원을 배분하고, 사용자가 만나는 서비스까지 운영한다는 같은 구조를 가진다.
여기서 라이선스 매출과 프로젝트 매출을 섣불리 갈라 계산하면 안 된다. 공개된 범위에서는 소프트웨어 사용권이 얼마나 반복 과금되는지, 구축·통합 대가가 얼마인지, 운영 서비스가 계약 갱신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플랫폼 회사라는 명칭만으로 구독형 매출을 전제할 수도 없다. 현재 보이는 계약과 사례에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현장 통합이 함께 등장하므로 매출의 질은 계약금액보다 인식 기간, 유지보수 범위, 갱신 여부에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구축형 사업이라고 해서 플랫폼 가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한 고객에게 적용하며 만든 연결 방식이 다른 고객에게 재사용되고, 자원관리부터 에이전트 운영까지 같은 제품군으로 확장된다면 프로젝트 경험이 제품 판매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것이 실제로 반복 가능한지 판단하려면 독립된 고객 사례와 후속 계약이 더 쌓여야 한다. 회사가 제시하는 레퍼런스는 사용 장면을 보여 주지만 고객별 매출, 마진, 운영 기간까지 공개하지는 않는다.
이미지: 독립기념관 디지털 휴먼 전시 홍보 포스터▲ 안중근·김구·윤봉길을 재현한 디지털 휴먼 전시의 인물과 개관 안내가 보이며, 아크릴의 AI가 기업 내부 화면을 넘어 관람객과 만나는 공공 서비스에도 적용됐음을 보여 준다 — 출처: 메디칼타임즈, 2025-02-17
독립기념관 사례는 아크릴·비브스튜디오스·레벨나인 컨소시엄이 함께 구축한 서비스로 보도됐다. 따라서 전시 전체를 아크릴 단독 제품의 성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회사의 사업 범위를 읽는 데 유용하다. 고객이 구매하는 것은 범용 AI 엔진만이 아니라 콘텐츠, 화면, 상호작용, 현장 시스템이 결합된 결과물일 수 있다. 조너선의 넓은 적용 범위가 매출 기회를 늘리는 동시에 협력사별 역할과 수익 몫을 따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병원 기록이 실제 업무가 되기까지
의료 분야에서는 NADIA®가 별도의 전면에 선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NADIA는 전자의무기록(EMR),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검사정보시스템(LIS) 등 병원정보시스템(HIS)과 연결된다. 여러 형식의 임상 데이터를 정규화·구조화하고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한 뒤, 문서 작성과 검색, 요약, 코드 분류, 임상의사결정지원(CDSS) 같은 업무를 돕는 플랫폼이다.
이 설명의 핵심은 의료 AI 모델을 하나 더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병원 안의 기록은 진료, 영상, 검사 등 서로 다른 시스템에 흩어져 있다. NADIA가 겨냥하는 자리는 그 정보를 AI가 다룰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고, 결과를 의료진이 사용하는 문서와 검색, 판단 보조 과정에 되돌려 놓는 연결부다. 조너선이 범용 기반이라면 NADIA는 의료 현장의 데이터와 업무 문법을 입힌 산업 플랫폼이라고 볼 수 있다.
회사는 NADIA ESTHER를 소프트웨어 의료기기(SaMD) 축으로 소개한다. SaMD는 하드웨어 장비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자체가 의료 목적을 수행하는 제품군이다. 회사가 제시한 범위는 7종 개발과 4건 인허가 완료다. 이 수치는 개발·규제 단계의 진척을 보여 주지만 병원별 설치 수, 실제 가동 빈도, 진료 성과, 제품별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허가는 현장 진입에 필요한 문을 여는 사건이고, 상업적 성과는 병원의 구매와 사용이 뒤따라야 비로소 확인된다.
이미지: 우울증 관련 환자관리·감정분석 화면▲ 환자 목록과 진료기록, 감정분석 원형 그래프, 시간대별 변화와 우울증 진단결과가 한 대시보드에 표시돼 의료 AI가 의료진의 검토 화면으로 구현된 모습을 보여 준다 — 출처: BioWorld, 2024-12-23
아크릴의 의료 이력은 생성형 AI 열풍 뒤에 갑자기 붙인 간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2021년에는 삼성서울병원·충남대병원 등과 코로나19 환자의 상태와 예후를 예측하는 AI 협업이 독립 보도로 확인됐다. 사진 속 연구자가 결과 화면을 함께 들여다보는 장면은 의료 AI의 실제 병목을 잘 보여 준다. 알고리즘이 값을 출력하는 것과 의료진이 그 값을 환자 상태와 함께 검토하는 것은 다른 단계다.
이미지: 코로나19 환자 예후 예측 화면을 검토하는 연구자▲ 마스크를 쓴 두 연구자가 모니터의 ‘예후 예측 결과’ 화면을 가리키며 검토하고 있어, 의료 AI가 임상 정보와 사람의 판단 사이에서 사용되는 현장을 보여 준다 — 출처: 세종경제뉴스, 2021-10-20
최근 회사가 강조하는 항생제 적정사용관리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경북대병원 컨소시엄의 한국형 ARPA-H 과제 선정과 서울성모병원·강남성심병원 등이 참여하는 개발·실증은 회사 발표로 확인된다. 이는 병원 업무에 들어갈 제품을 실증하는 단계이지, 완성된 상용 매출의 증명은 아니다. 의료 사업을 볼 때는 연구 참여, 인허가, 병원 도입, 실제 사용, 반복 계약을 한 줄로 뭉개지 않고 차례로 구분해야 한다.
회사는 우즈베키스탄 병원 배포, 말레이시아·북미 진출, 1만 병상 이상 협력병원 같은 확장 지표도 제시한다. 해외와 대형 병원 네트워크는 매력적인 방향이지만 고객별 계약액이나 반복 수익, 임상 성과가 함께 공개된 것은 아니다. 의료 사업의 설득력은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가’에서 출발하되, 결국 ‘얼마나 자주 쓰이고 누가 비용을 내는가’에서 완성된다. NADIA는 그 중간 다리를 상당히 구체적으로 그려 놓았지만 상업화의 깊이는 아직 개별 병원 단위로 읽기 어렵다.
4.매출 반등과 적자 축소가 함께 보인 실적
확정 실적에서는 매출의 장기 정체와 최근 분기의 반등이 동시에 보인다. 회사 IR 자료에 제시된 연결 매출은 2023년 147.58억원, 2024년 134.23억원, 2025년 133.12억원이다. 외형만 놓고 보면 두 해 연속 줄었다. 2025년에는 매출 성장보다 손실 축소가 더 두드러졌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연결 기준 | 매출 | 영업손익 | 순손익 | 읽을 때 유의할 점 |
|---|---|---|---|---|
2025년 확정 | 133.12억원 | -22.54억원 | -28.08억원 | 정기주주총회에서 재무제표 승인 안건 가결 |
2026년 1분기 | 66억원 | -8억원 | -7억원 |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 적자는 지속 |
2025년 확정 연결 재무제표는 2026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됐다. 같은 해 말 연결 자본총계는 437.48억원으로 공시됐다. 다만 상장 과정에서 자본이 유입됐기 때문에 전년과 자본 규모를 단순 비교해 영업에서 같은 폭의 개선이 일어났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자본 확충은 사업을 버틸 여력을 보여 주고, 영업손익은 현재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보여 주는 서로 다른 창이다.
2026년 1분기 공시 매출은 66억원, 영업손실은 8억원, 순손실은 7억원이다. 독립 보도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3% 늘고 영업적자가 축소됐다고 전했다. 분기 반등은 최근 수주와 사업 진행이 매출로 옮겨 오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다. 그러나 한 분기의 프로젝트 인식 시점에 따라 등락할 수 있는 구조라면 연간 흐름과 마진을 함께 봐야 한다. 적자 폭이 줄었다는 사실과 흑자 사업모델이 확인됐다는 판단 사이에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 회사의 실적을 읽을 때 매출액 하나보다 매출의 구성과 반복성이 더 중요하다. 인프라 구축은 검수 시점에 매출이 몰릴 수 있고, 정부과제는 수행 기간과 회계 처리에 따라 분기별 모양이 달라질 수 있다. 반면 플랫폼 라이선스와 운영 매출이 갱신된다면 매출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현재 공개된 공시만으로는 이 세 갈래를 충분히 분리하기 어려우므로, 외형 반등을 확인하되 곧바로 반복 매출의 확립으로 번역하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를 인용한 보도는 2026년 매출 208억원과 영업손실 17억원을 전망했다. 이는 확정 실적도 회사가 보장한 가이던스도 아니다. 전망이 현실이 되려면 수주가 일정에 맞게 납품·검수되고, 늘어난 매출이 손실 축소로 이어져야 한다. 숫자의 방향은 성장 쪽을 가리키지만, 손익분기점에 이르는 속도는 계약의 마진과 반복성에 달려 있다.
5.설립에서 상장까지 쌓인 제품의 골격
아크릴은 2011년 설립됐다. 현재의 제품 구성을 보면 회사의 역사는 감정·의료 AI에서 출발해 범용 AI 운영 플랫폼과 GPU 인프라 관리까지 영역을 넓혀 온 과정으로 읽힌다. 의료 현장에서 데이터를 구조화하고 모델을 업무에 연결했던 경험이 조너선과 NADIA라는 두 이름으로 정리됐고, 생성형 AI 시대에는 에이전트 운영과 계산 자원 관리가 제품 설명의 앞쪽으로 이동했다.
이 변화는 완전한 업종 전환이라기보다 관리 범위의 확장에 가깝다. 의료 솔루션만 보면 병원이라는 특정 시장에 집중한 회사처럼 보이고, GPUBASE만 보면 GPU 인프라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보인다. 둘을 연결하는 공통점은 데이터를 준비하고 AI를 실행하며 결과를 현업 시스템에 넣는 운영 과정이다. 아크릴이 ‘풀스택’을 강조하는 이유도 서로 다른 사업을 한 플랫폼 서사 안에 묶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코스닥 상장은 이 제품 서사를 공개시장의 검증 대상으로 옮긴 사건이다. 회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421.2억원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연구개발과 사업 확대에 쓸 수 있는 자본이 커진 만큼, 상장 뒤의 평가는 기술 시연이나 협력 발표보다 고객 계약과 손익으로 더 빠르게 이동한다. 이전에는 플랫폼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중요했다면, 이후에는 그 넓은 범위가 서로 교차판매되고 반복 매출로 남는지를 보여 줘야 한다.
이미지: 코스닥 상장 기념식의 아크릴 경영진▲ 한국거래소 전광판 앞에서 아크릴 경영진과 관계자들이 상장 기념패와 꽃다발을 들고 있으며, 기술기업의 긴 개발 이력이 공개시장 평가로 넘어간 순간을 보여 준다 — 출처: 연합뉴스, 2025-12-16
상장은 종착점보다 번역기의 역할을 한다. 병원 실증은 상용 도입률로, GPU 검증은 납품과 운영 성과로, 플랫폼 범위는 계약당 매출과 갱신률로 번역돼야 한다. 아크릴은 긴 개발 이력과 여러 산업의 적용 사례를 갖고 있지만, 상장사는 그 경험이 어느 정도의 현금흐름을 만드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제품의 골격은 이미 넓고, 이제 공개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각 뼈마디가 실제 매출에서 어떻게 연결되는지다.
6.GPUBASE가 시험대를 넘어 계약으로 가는 길
GPUBASE는 아크릴의 최근 사업에서 가장 빠르게 숫자가 붙기 시작한 제품이다. 회사는 초기 248 GPU 프로젝트, 다중 클라우드 누적 1,000 GPU, 단일 클러스터 1,000~3,000 GPU 규모의 검증과 계획을 제시했다. 이 수치는 작은 데모를 넘어 대규모 환경을 겨냥한다는 방향을 보여 준다. 다만 검증·계획 단계의 규모를 모든 고객 환경에서 입증된 범용 성능 우위로 확대 해석할 근거는 부족하다.
계약 단계는 비교적 분명하다. 한컴과의 고급형 GPUBASE 공급계약은 33억원 규모이며 공시 미러에는 2026년 7월 27일부터 10월 31일까지로 표시된다. 회사는 앞선 보급형 계약 22억원과 이를 합쳐 누적 공급 규모가 55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두 계약은 제품이 유료 발주 단계로 들어왔다는 의미가 있지만, 누적 계약액 전체가 이미 공급 완료되거나 같은 시점에 매출로 인식됐다는 뜻은 아니다. 마진과 대금 회수 조건도 별도로 확인할 사안이다.
씨엔플러스와의 AI 데이터센터 구축·공급계약은 독립 보도에서 11억원 규모, 계약기간은 2026년 7월 21일부터 11월 30일까지로 전해졌다. GPUBASE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에 머무르지 않고 데이터센터 구축과 결합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동시에 하드웨어·네트워크·통합 작업이 함께 들어갈 경우 매출 규모만으로 소프트웨어 수익성을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드러낸다.
기술 개발의 다음 축은 GPU 사이의 통신망이다. RoCE는 이더넷 위에서 서버 간 데이터를 낮은 부담으로 주고받게 하는 네트워크 방식이다. 아크릴이 참여하는 개방형 GPU 네트워크 패브릭 고도화 연구개발은 정부지원 약 55억원, 총사업비 약 67억원 규모이며 2026년 5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진행되는 과제로 보도됐다. 엔비디아 인피니밴드의 대안을 겨냥한다는 방향은 전략적 의미가 크지만, 연구비와 총사업비는 제품 매출이나 이익이 아니다.
현재 GPUBASE에는 세 단계가 나란히 있다. 대규모 환경에서의 성능 검증, 고객과 체결한 공급계약, 미래 네트워크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이다. 투자 서사에서는 모두 ‘GPU 인프라 성장’으로 묶이기 쉽지만 사업의 확정도와 회계적 의미는 서로 다르다. 실제 제품력은 계약 이행과 운영 안정성으로, 사업성은 후속 고객과 갱신으로, 연구과제의 가치는 상용 제품 편입 여부로 드러난다.
7.의료와 공공에서 드러난 풀스택의 장단점
아크릴의 사례는 한 업종 안에서 반복되기보다 병원, 공공기관, 문화 전시, AI 데이터센터처럼 서로 다른 현장에 흩어져 있다. 낙관적으로 보면 이는 조너선이 특정 화면에 갇히지 않고 여러 산업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는 신호다. 비관적으로 보면 고객마다 새 통합 작업이 필요한 프로젝트 회사의 모습일 수 있다. 두 해석을 가르는 것은 사례의 화려함이 아니라, 한 현장에서 만든 기능이 다음 고객에게 얼마나 재사용되는가다.
의료에서는 NADIA라는 산업별 플랫폼이 재사용의 그릇이 된다. 병원마다 정보시스템과 업무가 달라도 데이터 정규화, 비식별화, 검색, 요약, 코드 분류라는 공통 기능을 제품 안에 축적할 수 있다. 공공·문화 분야에서는 디지털 휴먼 전시처럼 최종 사용자와 직접 만나는 서비스가 등장한다. 이 경우 아크릴의 플랫폼은 콘텐츠 제작사와 전시 설계사 사이에서 AI 기능을 제공하는 한 축이 된다. 같은 풀스택이라도 고객이 체감하는 결과물과 아크릴이 담당하는 범위는 프로젝트마다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객 명단만 세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 컨소시엄 사업에서는 어느 회사가 핵심 소프트웨어를 공급했는지, 단발성 구축 뒤 유지운영이 남는지, 플랫폼 사용권이 다른 사업으로 확장되는지를 봐야 한다. 병원 실증에서는 연구 참여와 유료 도입을 분리해야 한다. 해외 배포 설명에서도 설치, 실제 사용, 반복 과금과 임상 성과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 폭넓은 레퍼런스는 입찰과 영업의 문을 열 수 있지만, 수익 구조는 그 문 뒤에서 결정된다.
아크릴이 가진 독특한 조합은 의료 AI의 긴 현장 경험과 최근의 GPU 자원관리 사업이다. 병원 업무 화면에서는 환자기록을 읽는 에이전트 아래에 GPU 할당이 보이고, 데이터센터 계약에서는 자원관리 제품이 전면에 선다. 이 두 장면이 같은 고객 안에서 이어진다면 풀스택 전략은 설득력을 얻는다. 반대로 각 사업이 별도의 인력과 구축을 요구하고 교차판매되지 않는다면 제품군의 넓이는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다.
8.상장 이후의 평가는 ‘연결’에서 결정된다
아크릴을 둘러싼 낙관 조건은 비교적 구체적이다. GPUBASE의 추가 수주가 이어지고, 구축 매출이 반복 라이선스로 전환되며, 중앙아시아 의료 사업이 후속 계약으로 연결되고, 외형 증가가 손실 축소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반대편에는 최근까지 이어진 매출 정체와 영업적자, 구축·정부과제 매출의 변동성, 의료 규제와 현장 도입 지연, 회사 설명에 비해 제한적인 독립 고객 검증이 놓여 있다.
이 회사에는 ‘AI’라는 한 단어 아래 성격이 다른 사건이 많이 모인다. 의료기기 허가, 병원 실증, GPU 성능 검증, 공급계약, 정부 연구과제, 공공 전시 구축은 모두 의미가 있지만 같은 종류의 성과는 아니다. 이를 한꺼번에 호재나 위험으로 묶으면 사업의 현재 위치를 놓친다. 허가는 판매 자격에 가깝고, 실증은 현장 적합성을 시험하는 과정이며, 계약은 납품과 검수의 출발점이다. 반복 매출과 수익성은 그 뒤에 확인된다.
그래서 아크릴의 풀스택은 제품 설명인 동시에 회사가 증명해야 할 명제다. GPUBASE가 계산 자원을 관리하고, FLIGHTBASE가 모델의 생애주기를 잇고, AGENTBASE와 NADIA가 실제 업무를 움직인다는 그림은 논리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연결이 고객의 구매 과정에서도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인프라를 산 고객이 운영 도구와 에이전트까지 넓혀 가고, 병원 실증이 유료 운영과 갱신으로 남을 때 세 층은 하나의 사업모델이 된다.
독립기념관의 관람객 화면, 코로나19 예후를 함께 검토하던 연구자, 병원 워크플로우에 배정된 GPU, 데이터센터 공급계약은 서로 다른 시기의 장면이다. 이 장면들을 관통하는 것은 AI 모델 자체보다 모델이 일할 자리를 만드는 작업이다. 설립 이후 넓혀 온 그 자리를 상장 이후에는 반복 가능한 매출과 운영 성과로 고정해야 한다. 아크릴의 다음 단계는 더 많은 AI 이름을 붙이는 데 있지 않고, 이미 연결해 놓은 층들이 한 고객의 일상 속에서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데 있다.
각주
- 아크릴, Jonathan® AI 풀스택 플랫폼 — https://www.acryl.ai/jonathan
- 아크릴, Jonathan® — https://www.acryl.ai/jonathan
- 아크릴, Business / 산업 솔루션·레퍼런스·파트너 — https://www.acryl.ai/business
- 아크릴, ACRYL About / Corporate history — https://www.acryl.ai/about
- 메디칼타임즈, AI기업 아크릴, 독립기념관 디지털 휴먼 전시관 오픈, 2025-02-17 — https://www.medicaltimes.com/Mobile/News/NewsView.html?ID=1162442
- 아크릴, NADIA® 에이전틱 AI 헬스케어 플랫폼 — https://www.acryl.ai/nadia
- 아크릴, NADIA® — https://www.acryl.ai/nadia
- 세종경제뉴스, 코로나19 인공지능으로 분석…환자상태 예측한다, 2021-10-20 — https://www.seenews365.com/news/articleView.html?idxno=43719
- 아크릴, Jonathan의 Agentic AI 기반 병원 감염 대응, 2025-08-14 — https://www.acryl.ai/insights/195
- 아크릴, NADIA® 에이전틱 AI 헬스케어 플랫폼 — https://www.acryl.ai/nadia
- 아크릴·한국거래소, ACRYL IR Book 2026, 2026-03-06 — https://kind.krx.co.kr/external/dst/irReference/18170/ACRYL%20IR%20Book_260305.pdf
- 한국거래소 KIND, 아크릴 제15기 정기주주총회 결과, 2026-03-2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6/001579/20260323004943/70482.htm
- 금융감독원 DART, 아크릴 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15002792
- 뉴시스, 아크릴 1분기 매출 66억…전년比 123%↑, 2026-05-18 — https://nwww.newsis.com/view/NISX20260518_0003633628
- 뉴스핌, 한국IR협의회 “아크릴, GPU 병목 해결 AI 인프라 주목”, 2026-07-21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721000110
- 아크릴, About ACRYL — https://www.acryl.ai/about
- 한국거래소 KIND, 아크릴 상장예비심사 기업개요, 2025-12-16 — https://kind.krx.co.kr/listinvstg/listinvstgcom.do?bizProcNo=20250114000444&method=searchListInvstgCorpDetail
- ZDNet Korea, 아크릴, 국산SW 기반 AI칩 1000~3000장 성능 검증, 2026-03-31 — https://zdnet.co.kr/view/?no=20260331175443
- AWAKEPLUS, 아크릴 단일판매·공급계약체결, 2026-07-28 — https://www.awakeplus.co.kr/data/view/20260728900558
- 아크릴, GPUBASE 누적 공급 55억원…시장 확산 본격화, 2026-07-29 — https://www.acryl.ai/insights/248
- 이데일리, 아크릴, 씨엔플러스와 11억원 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공급 계약, 2026-07-22 — https://marketin.edaily.co.kr/News/ReadE?newsId=04063926645517144
- ZDNet Korea, 아크릴, 엔비디아 인피니밴드 대체 AI기술 개발 추진…55억 과제 선정, 2026-06-10 — https://zdnet.co.kr/view/?no=20260610150018
- 뉴스핌, 한국IR협의회 “아크릴, GPU 병목 해결 AI 인프라 주목”, 2026-07-21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72100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