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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두 표적을 함께 겨냥하는 이중항체 플랫폼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

1.개요 | 치료제를 만드는 연구실과 권리를 사는 제약사 사이

에이비엘바이오의 사업 현장을 보려면 병원 약제실보다 연구실과 파트너사의 개발회의를 먼저 떠올리는 편이 정확하다. 회사가 당장 환자에게 반복 판매하는 완제품은 없다. 이중항체와 혈액뇌장벽(BBB, 혈액 속 물질의 뇌 진입을 제한하는 장벽) 셔틀을 설계하고, 이 기술이나 후보물질의 개발·상업화 권리를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거나 공동 연구하는 것이 본업이다. 고객은 Sanofi·GSK·Lilly 같은 제약사이고, 최종 사용 장면은 퇴행성뇌질환과 암 치료다.

돈이 생기는 순서는 제품 판매업과 다르다. 계약 체결 때 반환 의무가 없는 계약금을 받을 수 있고, 약속한 연구를 수행하면서 기술이전수익을 인식한다. 후보물질이 임상·허가·상업화의 문턱을 통과하면 마일스톤이 추가되고, 실제 판매까지 가면 로열티가 붙는 구조다. 계약서에 적힌 최대 금액은 이 모든 관문을 통과했을 때의 상한이다. 현재 매출이나 수주잔고처럼 읽으면 사업의 시간축을 놓치게 된다.

이 구조에서 회사가 직접 해결하려는 고객 문제는 두 갈래다. 하나는 큰 치료 물질을 뇌 안으로 충분히 보내기 어려운 전달 문제다. 다른 하나는 종양을 공격하는 면역 반응을 끌어올리면서 정상 조직에서의 과도한 활성은 줄여야 하는 문제다. Grabody-B와 Grabody-T는 각각 이 두 난제를 겨냥한다. 후보 하나의 성패도 중요하지만, 파트너가 여러 치료 표적과 물질 형태에 반복 적용할 수 있는 설계인지가 플랫폼 가치의 핵심이다.

이미지: ABL Bio 판교 사무실 출입구

▲ ABL Bio 로고와 ‘medicine for a better life’ 문구가 보이는 판교 사무실 출입구 — 출처: [뉴스토마토, 2026-08-10 accessed](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874112)

회사는 2016년 설립돼 2018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짧은 업력 안에 여러 글로벌 계약을 만들었지만, 계약의 존재와 신약의 성공은 서로 다른 단계다. 이 회사를 읽는 기본 단위는 ‘파이프라인 수’ 하나가 아니라 기술이 파트너에게 선택되고, 연구 의무가 이행되고, 임상 데이터가 나오고, 후속 지급 조건이 충족되는 연결 과정이다.

2.사업 | BBB 셔틀이 파트너의 여러 화물을 실을 때

Grabody-B는 IGF1R을 이용해 치료 물질이 BBB를 통과하고 중추신경계로 전달되도록 설계한 플랫폼이다. 셔틀이라는 표현 그대로, 특정 질환 표적만 고집하기보다 뇌로 보내려는 치료 물질에 운반 기능을 붙이는 접근이다. 이 때문에 계약 상대가 항체 하나를 사는지, 여러 프로그램에 적용할 운반 기술을 확보하는지에 따라 경제적 범위가 크게 달라진다.

이미지: Grabody-B 작동 도식

▲ 치료 항체와 IGF1R 결합 부위가 함께 그려진 Grabody-B의 BBB 통과 개념도 — 출처: [에이비엘바이오, 2022-04-25](https://www.ablbio.com/kr/company/cns)

2022년 Sanofi는 Grabody-B를 적용한 파킨슨병 후보 ABL301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공개된 구조는 계약금 7,500만달러와 최대 9억8,500만달러의 조건부 마일스톤이었다. 여기서 ABL301은 하나의 후보물질이고, Grabody-B는 그 후보가 뇌로 진입하도록 돕는 기반 기술이다. 후보의 임상 속도는 파트너가 결정하지만, 그 결과는 셔틀 플랫폼 전체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2025년 GSK 계약은 적용 폭을 한층 넓혔다. GSK는 Grabody-B를 활용해 항체뿐 아니라 siRNA와 ASO 같은 핵산 기반 치료 방식까지 포함한 복수의 퇴행성뇌질환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개발·제조·상업화를 맡는다. siRNA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낮추는 짧은 RNA이고, ASO는 표적 RNA에 결합해 단백질 생성 과정을 조절하는 올리고핵산이다. 분자 형태가 달라도 뇌 전달이라는 병목은 공유한다. 따라서 이 계약은 셔틀이 다양한 ‘화물’을 실을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사업적 검증에 가깝다.

같은 해 Lilly는 Grabody 플랫폼을 활용한 복수 치료제의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최대 25억6,200만달러의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과 단계별 로열티가 제시됐지만, 이는 각 조건이 충족될 때 생기는 권리다. 큰 숫자는 계약의 잠재 범위를 보여주는 천장이지, 이미 벌어들인 돈의 높이가 아니다.

파트너

선택한 범위

파트너가 맡는 장면

경제적 의미

Sanofi

Grabody-B 적용 ABL301

글로벌 개발·상업화

특정 후보의 임상 진전이 후속 지급의 관건

GSK

Grabody-B 기반 복수 퇴행성뇌질환 프로그램

개발·제조·상업화

항체와 핵산 치료제를 아우르는 셔틀 확장성 검증

Lilly

Grabody 플랫폼 기반 복수 치료제

공동 연구 후 개발 단계 전환

초기 연구 수행과 장기 마일스톤이 분리된 구조

세 계약은 모두 글로벌 제약사가 후반 개발과 상업화의 무게를 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초기 설계와 공동 연구에서 영향력을 발휘하지만, 임상 우선순위와 자원 배분을 전부 통제하지는 못한다. 자본과 개발 역량을 파트너에게서 끌어오는 장점과 파트너의 일정에 묶이는 위험이 같은 계약서 안에 들어 있다.

3.제품 | 뇌 전달, 면역 스위치, 약물 탑재 항체

Grabody-B와 Grabody-T가 푸는 서로 다른 문제

Grabody-B가 전달 플랫폼이라면 Grabody-T는 면역항암 이중항체 플랫폼이다. 종양항원과 T세포의 공동자극 수용체 4-1BB를 함께 겨냥한다. 이중항체는 하나의 항체 구조가 서로 다른 두 표적을 인식하도록 만든 물질이다. 암세포 주변에서 면역 반응을 집중시키려는 설계가 제품의 출발점이다.

두 플랫폼을 한 바구니에 담아 ‘이중항체 기술’이라고만 부르면 사용 장면이 흐려진다. Grabody-B의 시험대는 치료 물질이 뇌에 충분히 도달하는지다. Grabody-T의 시험대는 종양 환경에서 원하는 면역 활성을 만들고 임상적으로 감당할 안전성 범위를 확보하는지다. 같은 항체 공학을 쓰더라도 성공을 판정하는 데이터가 다르다.

이미지: Grabody 플랫폼 구성 도식

▲ Grabody-B·Grabody-T·Grabody-I의 항체 구조와 적용 개념이 나란히 배치된 플랫폼 도식 — 출처: [조선비즈, 2025-12-12](https://biz.chosun.com/en/en-science/2025/12/12/UUGFTMJRMVGWJD5WGIIA7TLB4M/)

임상 후보는 플랫폼의 실전 시험지다

ABL111은 HER2 음성·CLDN18.2 양성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의 1차 치료를 겨냥한다. 면역항암제 nivolumab과 항암화학요법 mFOLFOX6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으로 개발 중이며, 2026년 기준 임상 2상 단계다. 회사가 제시한 2026년 ESMO 데이터 공개와 연말 허가용 3상 개시 목표는 중요한 일정이지만, 아직 성공·허가·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ABL503은 단독요법 임상 1상에서 신규 암종 코호트를 추가하고 PD-1 억제제 병용 파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개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코호트는 같은 치료 조건을 적용받는 환자군이다. 암종과 병용 방식이 늘어난다는 것은 반응 신호를 찾을 기회가 커진다는 뜻이지만, 어떤 환자군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가장 잘 맞는지를 새로 가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ABL206과 ABL209는 이중항체 ADC 후보로 미국 임상 1상 단계에 들어갔다. ADC는 표적을 찾는 항체에 세포독성 약물을 연결해 암세포 쪽으로 운반하는 항체약물접합체다. 여기에 이중항체 구조를 결합하면 두 표적을 이용한 선택성과 약물 전달을 함께 노릴 수 있다. 글로벌 개발·상업화는 미국 법인 NEOK Bio가 담당하며, 초기 임상 데이터 공개는 2027년을 목표로 한다. 이들은 플랫폼 계약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회사 측 개발 조직이 임상 실행력을 증명해야 하는 성장 선택지다.

대표 후보·계약

현재 확인된 단계

가치가 드러나는 순간

BBB 셔틀

ABL301, GSK·Lilly 프로그램

파트너 개발 및 공동 연구

뇌 노출과 임상 진전, 추가 프로그램 채택

종양 면역 이중항체

ABL111, ABL503

임상 2상·1상

환자군별 반응과 안전성, 허가용 시험 전환

이중항체 ADC

ABL206, ABL209

미국 임상 1상

초기 사람 데이터에서 선택성과 치료 범위 확인

4.실적 | 계약금은 들어왔지만 매출은 시간을 나눠 인식한다

2025년 연결 영업수익은 793.5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기술이전수익이 789.5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같은 해 영업손실은 403.9억원, 당기순손실은 378.8억원이었고 연구개발비는 930.1억원이었다. 반복 판매가 아니라 계약과 연구 진행에 따라 수익이 잡히는 회사라는 점이 손익계산서에 그대로 나타난다.

2026년 1분기 연결 영업수익은 131.4억원으로 전액 기술이전수익이었다. 영업손실은 172.3억원, 순손실은 146.6억원이었다. 3월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867.3억원이다. 연간 수치와 한 분기 수치는 기간이 다르므로 단순 증감률보다 수익의 발생 원인과 현금 흐름을 구분해 보는 편이 낫다.

연결 기준

2025년

2026년 1분기

영업수익

793.5억원

131.4억원

기술이전수익

789.5억원

131.4억원

영업손실

403.9억원

172.3억원

당기순손실

378.8억원

146.6억원

연구개발비

930.1억원

공시된 근거 범위에서 별도 비교하지 않음

기말 현금및현금성자산

1,867.3억원

1분기 수익은 Lilly 계약금 일부를 초기 연구 수행기간에 걸쳐 인식한 것이다. 2026년 1월 실제로 받은 Lilly 계약금 4,000만달러와 지분투자금 1,500만달러가 그 분기 매출과 그대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현금 수령, 회계상 수익 인식, 조건부 마일스톤은 세 개의 다른 시계다. 계약 체결 뉴스를 손익에 옮겨 적으려면 어떤 의무를 언제 이행하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손실 자체는 상업 제품이 없는 연구개발 기업에서 낯선 모습이 아니다. 다만 연구개발비가 계약 수익을 웃도는 국면에서는 후속 계약, 기존 파트너의 단계 진전, 자체 임상의 자금 소요가 함께 중요해진다. 현금 잔액은 시간을 벌어주지만 임상 성공을 대신하지 않는다. 반대로 분기 손익의 적자만으로 플랫폼 계약의 장기 경제성을 모두 지워버리는 해석도 맞지 않는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확인된 최신 확정 재무 기준은 1분기 보고서다. 제공된 직접 원문 범위에서는 2분기 잠정실적이나 반기 확정 재무제표가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후 계약 발표를 곧바로 확정 매출에 합산해서는 안 된다.

5.임상 | 데이터 한 줄이 플랫폼 전체의 표정을 바꾼다

ABL111은 허가용 시험으로 넘어갈 수 있는가

ABL111의 개발 무대는 CLDN18.2 양성 위암이다. CLDN18.2는 특정 위암 세포에서 나타날 수 있는 표면 단백질로, 환자 선별과 표적 치료를 연결한다. 1차 치료 병용요법에서 의미 있는 반응을 보인다면 후보 하나의 가치뿐 아니라 종양항원과 4-1BB를 함께 겨냥하는 접근의 임상적 설득력도 커진다.

2026년 2월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가 보도됐다. 회사가 제시한 학회 데이터 공개와 3상 착수 목표 사이에는 환자 모집, 반응 지속성, 안전성, 규제기관 협의가 놓여 있다. 특히 병용요법은 관찰된 효과가 어느 약물에서 비롯됐는지를 해석해야 한다. 임상 2상 결과가 좋아도 허가용 3상의 설계와 대조군 선택에 따라 개발 난도는 다시 달라질 수 있다.

한 지표의 승리와 다른 지표의 패배

ABL001 담도암 임상은 바이오 데이터가 왜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독립 보도에 따르면 임상 2/3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4.7개월 대 2.6개월로 유의한 차이를 보였지만,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8.9개월 대 9.4개월로 유의하지 않았다. mPFS는 병이 진행하지 않고 지낸 기간을, mOS는 사망까지의 전체 생존기간을 본다.

질병 진행을 늦췄다는 신호와 전체 생존 우위를 입증하지 못한 결과가 공존하므로, 어느 지표가 허가와 의료 현장에서 충분한 의미를 갖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린다. 긍정론은 통계적으로 확인된 진행 억제에 무게를 둔다. 신중론은 전체 생존 결과와 허가 시점의 불확실성을 본다. 이 논쟁은 실패와 성공 가운데 하나를 급히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규제기관이 전체 데이터 묶음을 어떻게 판단할지의 문제다.

임상 기업의 주가는 때때로 하나의 숫자에 먼저 반응한다. 그러나 플랫폼 회사의 사업 가치는 개별 지표보다 더 넓고, 후보물질의 허가 가능성은 플랫폼 서사보다 더 좁고 엄격하다. 두 층위를 섞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6.운영 | 대량 생산은 외부에, 개발 통제는 가까이에

에이비엘바이오는 임상·상업용 대량 시료를 자체 공장에서 모두 생산하는 구조가 아니다. 국내외 CMO, 즉 위탁생산기관을 활용하고 자체 설비는 연구·공정개발과 소규모 비임상용 시료 생산에 집중한다. 공장 가동률이 매출을 결정하는 제조업보다는 후보 설계, 분석, 공정 이전과 외부 파트너 관리가 운영의 중심이다.

이미지: 에이비엘바이오 연구 현장

▲ 실험대에서 연구진이 피펫·시료·노트북을 다루고 있는 연구 현장 — 출처: [The Korea Times, 2026-08-10 accessed](https://www.koreatimes.co.kr/www/tech/2024/11/129_316203.html)

위탁생산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줄이고 후보별 생산량 변화에 대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대신 생산 일정, 품질 문서, 공정 재현성, 규제 대응에서 외부 기관과의 조율이 중요해진다. 항체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연구실에서 만든 물질을 임상용 규모로 같은 품질로 재현하는 과정은 독립된 개발 과제가 된다.

미국의 NEOK Bio는 ABL206·ABL209의 ADC 임상개발을 맡아 현지 CRO·CMO 및 FDA와 직접 소통한다. CRO는 임상시험 운영을 대행하는 기관이고, FDA는 미국 의약품 규제기관이다. 미국 임상에서 의사결정과 규제 소통을 가까이 두려는 조직 배치다. 다만 법인을 세운 사실보다 환자 등록, 용량상승, 안전성 평가와 후속 시험 설계가 실제 실행력을 보여준다.

이미지: 이상훈 대표 인터뷰 사진

▲ 판교 본사 인터뷰에서 손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상훈 대표 — 출처: [서울경제, 2024-08-21](https://www.sedaily.com/NewsView/2DD3QN32PP)

이 회사의 운영 레버리지는 생산설비를 오래 돌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하나의 항체 설계와 공정 지식을 여러 후보와 파트너 프로그램에 재사용하고, 임상 후반의 자본 부담은 파트너와 나누는 데서 나온다. 반대로 외부 파트너가 우선순위를 낮추거나 제조 일정이 밀리면 회사 내부의 연구 속도만으로 만회하기 어렵다.

7.역사 | 창업자의 항체 설계가 세 갈래 개발망이 되기까지

2016년의 에이비엘바이오는 창업자와 초기 연구조직을 중심으로 출발했다. 2018년 상장 이후 회사의 외형보다 먼저 확장된 것은 기술의 적용 경로였다. 자체 후보를 임상으로 밀어 올리는 길, 후보의 권리를 글로벌 제약사에 넘기는 길, 플랫폼을 복수 프로그램에 제공해 공동 연구하는 길이 차례로 겹쳐졌다.

이미지: 2016년 이상훈 대표 인터뷰 사진

▲ 창가에서 정장을 고쳐 입으며 웃고 있는 2016년의 이상훈 대표 — 출처: [바이오스펙테이터, 2016-09-08](https://www.biospectator.com/news/view/1682)

2022년 Sanofi 계약은 Grabody-B가 해외 제약사의 글로벌 개발 자산으로 선택된 전환점이었다. 2025년 GSK와 Lilly 계약은 범위를 후보 하나에서 복수 프로그램과 다양한 치료 물질로 넓혔다. 이 흐름에서 회사의 정체성도 ‘국내에서 신약 하나를 끝까지 개발하는 기업’보다 ‘초기 설계와 플랫폼을 만들고 글로벌 개발망에 연결하는 기업’ 쪽으로 선명해졌다.

그렇다고 자체 개발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ABL111과 ABL503은 종양 면역 이중항체의 사람 데이터를 만들고, ABL206과 ABL209는 이중항체 ADC라는 새 형식을 시험한다. 플랫폼 계약이 기술의 범용성을 보여준다면 자체 임상은 회사가 후보 선택과 개발 전략까지 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역사가 길지 않은 만큼 이 두 역량의 결합은 아직 완성형보다 진행형에 가깝다.

이미지: Grabody 플랫폼을 설명하는 공개 행사 사진

▲ 복도형 공간에서 Grabody 플랫폼 소개 행사에 참석한 이상훈 대표의 인물 사진 — 출처: [프라임경제, 2024-05-10](https://www.newsprime.co.kr/news/article/?no=639119)

기술이전 발표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기대 기준도 높아졌다. 처음에는 글로벌 제약사가 기술을 선택했다는 사실만으로 희소성이 컸다. 이제는 복수 계약 가운데 어떤 프로그램이 실제 후보 선정과 임상 진입, 후속 지급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의 계약이 다음 계약을 부르는 명함이었다면, 앞으로는 파트너가 만든 임상 데이터가 가장 강한 명함이 된다.

8.쟁점과 리스크 | 세 개의 시계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에이비엘바이오에는 연구의 시계, 파트너의 시계, 자본시장의 시계가 함께 돈다. 연구자는 후보를 설계하고 데이터를 쌓는다. 글로벌 제약사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놓고 개발 순서를 바꾼다. 시장은 계약 발표와 임상 결과를 짧은 간격으로 가격에 반영한다. 셋의 속도가 다르면 좋은 기술도 오랜 대기 구간을 맞을 수 있다.

독립 보도에 따르면 Sanofi는 ABL301의 우선순위를 조정했고 후속 임상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를 곧바로 계약 해지나 개발 중단으로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그러나 파트너가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라이선스 사업의 핵심 위험이다. 권리를 넘긴 뒤에는 후보의 과학만큼 파트너 내부의 예산과 전략이 중요해진다.

GSK와 Lilly 계약은 이 위험을 분산하는 면이 있다. 파트너와 프로그램 수가 늘면 한 후보의 지연이 회사 전체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아진다. 동시에 각 프로그램이 초기 연구를 넘어 실제 개발 후보로 선택되는지 확인할 일이 많아진다. 계약 건수의 증가가 자동으로 성공 확률의 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체 임상에서는 다른 종류의 위험이 생긴다. ABL111은 허가용 3상으로 이동할 만큼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ABL503은 확장된 암종과 병용 파트에서 적합한 환자군을 찾아야 한다. ABL206·ABL209는 2027년 목표로 제시된 초기 데이터에서 사람에게 투여 가능한 안전성 범위와 치료 신호를 보여줘야 한다. 목표 시점은 개발팀의 계획이고, 검증된 임상 성과는 아니다.

팬의 시선에서는 이미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플랫폼을 골랐다는 사실이 강한 검증이다. 안티팬의 시선에서는 상업 제품과 확정 로열티가 아직 없고, 큰 계약 금액 대부분이 조건부라는 점이 먼저 보인다. 두 시선은 각각 사실의 절반을 잡고 있다. 계약은 기술 선택의 증거지만 허가의 증거는 아니며, 임상 지연은 특정 후보의 위험이지만 플랫폼 전체의 무효 선언도 아니다.

결국 이 회사의 사업은 거대한 계약 총액을 더하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시계를 연결하는 일이다. 판교 연구대에서 만든 항체 설계가 파트너의 개발 우선순위를 통과하고, 임상 데이터가 되고, 다시 후속 프로그램과 경제적 권리로 돌아와야 한다. 그 연결이 반복될수록 플랫폼은 이름이 아니라 사업이 된다. 연결이 끊기면 화려한 계약서는 오래된 약속으로 남는다. 에이비엘바이오의 현재 위치는 바로 그 두 결과가 갈라지는 중간 지점이다.

각주

  1. 에이비엘바이오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0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08/001232/20260508002864/11013.htm
  2. 릴리와 Grabody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 체결, 에이비엘바이오, 2025-11-12 — https://www.ablbio.com/kr/company/news_view/892
  3. 에이비엘바이오 2025년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2/001105/20260312002806/11011.htm
  4. GSK와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위한 Grabody-B 기술이전 계약 체결, 에이비엘바이오, 2025-04-07 — https://www.ablbio.com/kr/company/news_view/836
  5. Sanofi Notice of Meeting 2022, Sanofi, 2022-05-03 — https://www.sanofi.com/assets/dotcom/content-app/events/annual-general-meeting/2022/2022-sanofi-agm-03052022-brochure-de-convocation-en-version-finale.pdf
  6. 에이비엘바이오, GSK와 새로운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위한 그랩바디-B 기술이전 계약 체결, 에이비엘바이오, 2025-04-07 — https://www.ablbio.com/kr/company/news_view/836
  7. 1분기 보고서 안내말씀, 에이비엘바이오, 2026-05-08 — https://ablbio.com/kr/company/notice_view/984
  8. ABL Bio IR Book, 한국거래소 KIND·에이비엘바이오, 2026-07-07 — https://kind.krx.co.kr/external/dst/irReference/18902/ABL%20Bio_IR%20Book%20%5B%ED%95%9C%EA%B8%80%5D%202026-07-07-KIND.pdf
  9. 에이비엘바이오 ABL111,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 완료, 뉴스핌, 2026-02-19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219000478
  10. 주주분들께 드리는 글, 에이비엘바이오, 2026-05-20 — https://www.ablbio.com/kr/company/notice
  11. 에이비엘바이오 주요 파이프라인 및 ABL503 임상 1상 IND 변경, 에이비엘바이오, 2026-06-08 — https://ablbio.com/kr/company/news/
  12. Poster Presentations Highlight Strong Preclinical Data and Differentiated Profile of ABL206 and ABL209 at AACR, 에이비엘바이오, 2026-04-23 — https://www.ablbio.com/en/company/news_view/955
  13. 에이비엘바이오 제10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2/001105/20260312002806/11011.htm
  14. 에이비엘바이오 제1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0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08/001232/20260508002864/11013.htm
  15. 1분기 보고서 안내말씀, 에이비엘바이오, 2026-05-08 — https://www.ablbio.com/kr/company/notice_view/984
  16. 에이비엘바이오 ABL111, 임상 2상 첫 환자 투여 완료, 뉴스핌, 2026-02-19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219000478
  17. 에이비엘, 담도암 임상 해석 분분…핵심 플랫폼 가치는 여전, 머니투데이, 2026-04-29 — https://www.mt.co.kr/amp/thebio/2026/04/29/2026042915273263598
  18. 에이비엘바이오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0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08/001232/20260508002864/11013.htm
  19. 에이비엘바이오 제11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0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08/001232/20260508002864/11013.htm
  20. 급락 에이비엘바이오, 사노피 우선순위 조정…임상 전략 재정비, 한국경제, 2026-01-30 —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1303312i
  21. 에이비엘바이오 온·오프라인 기업간담회 개최 및 최신 사업 업데이트, 에이비엘바이오, 2026-07-09 — https://www.ablbio.com/kr/compan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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