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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웨이퍼 위에 막을 쌓고 열로 다듬는 공정장비 기업

1.개요: 장비의 완성은 공장 출하로 끝나지 않는다

웨이퍼 한 장이 반도체가 되려면 표면에 아주 얇은 막을 여러 번 쌓고, 열로 물성을 바꾸고, 필요 없는 부분을 정교하게 깎아내야 한다. 원익IPS의 핵심 무대는 이 반복 공정의 안쪽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사가 새 라인을 짓거나 공정을 바꿀 때 필요한 증착·열처리·식각 장비를 만들고, 현장에 설치한 뒤 보증·부품·개조와 사후관리까지 수행한다. 사업보고서가 분류한 사업 범위도 장비 판매에 retrofit, 부품, 현장 서비스와 연구개발 용역을 함께 묶는다.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이미지: 원익IPS GEMINI HQ 박막 증착 장비의 전면·모듈형 장비 사진

▲ 원익IPS GEMINI HQ 박막 증착 장비의 전면·모듈형 장비 사진 — 출처: 전자신문, 2022-01-05

장비 고객은 완성품 소비자가 아니라 반도체 소자와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하는 제조사다. 실제 사용자는 팹의 공정·장비 엔지니어다. 이들은 웨이퍼나 패널에 원하는 막이 균일하게 형성되는지, 정해진 열 이력이 재현되는지, 식각 결과가 다음 공정과 맞물리는지를 확인한다. 장비가 크고 복잡해도 고객이 원하는 공정 결과를 반복해서 내지 못하면 생산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생기지 않는다.

돈이 생기는 경로에도 이 특성이 그대로 묻어난다. 고객의 설비투자 결정이 수주를 만들고, 주문에 맞춘 제조와 출하가 이어진다. 그러나 출하 상자에 송장을 붙이는 순간만으로 사업을 이해하면 시간표를 놓친다. 설치와 셋업, 고객 현장의 확인 과정이 뒤따르고, 가동 이후에는 Warranty와 부품 교체, retrofit, 기술지원이 남는다. 회사가 주문생산부터 현장 서비스까지 직접 수행한다고 밝힌 이유다. [원익IPS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따라서 이 회사를 읽는 기본 단위는 장비 한 대가 아니라 ‘고객 투자 결정에서 안정 가동까지’ 이어지는 긴 사이클이다. 수주는 앞서 움직이고 매출은 설치와 검수의 영향을 받으며, 서비스는 이미 깔린 장비가 움직이는 동안 이어진다. 좋은 기술도 고객의 투자 시점과 맞지 않으면 대기해야 하고, 강한 수주도 현장 일정이 밀리면 손익계산서에 늦게 도착한다.

2.제품: 얇은 막과 열, 식각이 만드는 공정의 문법

원익IPS의 반도체 제품군은 PECVD, ALD, Diffusion Thermal System으로 정리된다. 디스플레이 쪽에는 Dry Etcher, PECVD, LTPS Furnace, PI Curing이 놓인다. [2025년 사업보고서, 2026-03-16] 이름은 낯설지만 고객이 장비에 요구하는 일은 ‘쌓기, 데우기, 깎기’로 풀어볼 수 있다.

공정 역할

대표 제품군

현장에서 하는 일

사업상 의미

박막 증착

PECVD, ALD

웨이퍼·패널 표면에 필요한 물질을 얇고 균일하게 형성한다

미세화와 구조 복잡도가 높아질수록 막의 두께·균일도·재현성이 중요해진다

열처리

Diffusion Thermal System, LTPS Furnace, PI Curing

열을 가해 물질의 성질을 바꾸거나 후속 공정에 필요한 상태를 만든다

처리 결과뿐 아니라 온도 제어와 반복 생산의 안정성이 고객 수율에 연결된다

식각

Dry Etcher

원하는 부분은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해 패턴과 구조를 만든다

앞뒤 증착 공정과 맞물려야 하므로 독립 장비보다 공정 통합 능력이 중요하다

PECVD는 플라스마를 이용한 화학기상증착이다. 반응성 가스를 활용해 기판 표면에 막을 형성한다. ALD는 원자층증착으로, 반응을 단계적으로 반복해 매우 얇은 막을 정밀하게 쌓는 방식이다. Diffusion Thermal System은 웨이퍼를 정해진 열 조건에서 처리하는 장비다. 디스플레이의 Dry Etcher는 건식 방식으로 막을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Furnace와 PI Curing은 열을 이용해 패널 공정에 필요한 물성을 만든다. 시장 자료도 이 장비들이 웨이퍼와 패널 제조의 증착·열처리·식각에 쓰인다고 설명한다. [한국IR협의회, 2026-02-13]

이미지: 연구원이 증착 장비에 웨이퍼를 로딩하는 현장 사진

▲ 연구원이 증착 장비에 웨이퍼를 로딩하는 현장 사진 — 출처: 매일경제, 2026-04-08

여기서 장비 경쟁력은 카탈로그의 최고 사양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막을 정교하게 만들더라도 처리 속도가 양산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면 곤란하다. 빠르더라도 웨이퍼마다 결과가 흔들리면 수율을 해친다. 고객은 공정 성능, 생산성, 장비 안정성, 유지보수 대응을 한 묶음으로 본다. 장비사가 고객의 소자 구조와 공정 조건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제품군이 여러 개라는 사실도 ‘무엇이든 만드는 회사’라는 뜻과는 다르다. 반도체에서는 증착과 열처리가 중심이고, 디스플레이에서는 증착·식각·열 공정에 대응한다. Solar Cell 장비가 사업 범위에 남아 있지만 최근 핵심 사업 설명과 보고부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중심이다. 태양전지는 현재 본업과 같은 무게로 볼 대상이라기보다, 실제 수주와 매출 기여가 확인될 때 평가가 달라질 선택지에 가깝다.

3.사업: 주문서가 현장 가동으로 바뀌는 다섯 장면

첫 장면은 고객의 투자다. 메모리 세대 전환, 파운드리 공정 도입, 디스플레이 신규 라인이나 보완 투자처럼 생산계획이 바뀌어야 장비 발주가 열린다. 원익IPS가 고객의 투자 사이클에 민감한 까닭은 장비 수요가 독립적으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공정 기술이 준비돼 있어도 고객이 팹의 문을 열지 않으면 주문은 늦어진다.

두 번째는 수주와 주문생산이다. 표준 플랫폼이 있더라도 고객의 공정 조건과 반입 일정에 맞춰 제조·조립·시험해야 한다. 고객별 수량과 납기는 투자정보이자 영업기밀이어서 공시에서도 구체적으로 가려진다. 이 때문에 외부 독자는 수주잔고의 총량은 볼 수 있어도 어떤 고객의 어느 공정이 얼마만큼 들어 있는지까지 분해하기 어렵다.

세 번째는 출하와 반입이다. 거대한 장비는 완성품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이 아니다. 고객 팹의 공간과 유틸리티, 앞뒤 장비의 일정에 맞춰 들어가야 한다. 장비사의 생산 일정이 끝났어도 고객 현장의 준비가 늦으면 반입과 셋업이 함께 밀릴 수 있다.

이미지: WONIK IPS 표기가 있는 생산·업무 복합 산업시설 전경

▲ WONIK IPS 표기가 있는 생산·업무 복합 산업시설 전경 — 출처: 성도이엔지, 날짜 미상

네 번째는 설치·셋업과 고객 확인이다. 장비를 연결하고 공정 조건을 잡은 뒤, 고객이 요구한 결과를 안정적으로 재현해야 한다. 바로 이 구간 때문에 ‘수주가 늘었다’와 ‘매출과 이익이 늘었다’ 사이에는 시차가 생긴다. 특히 여러 대가 묶인 라인 투자에서는 다른 장비와 공장 일정도 영향을 준다. 장비업체가 자기 공장만 잘 돌린다고 모든 시계를 통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다섯 번째는 가동 이후다. 부품 판매, Warranty, 현장 대응, retrofit은 이미 설치된 장비를 계속 움직이게 한다. retrofit은 기존 장비의 일부를 개조하거나 성능을 보완해 새 공정 조건에 대응시키는 작업이다. 신규 장비와 달리 설치 기반에서 수요가 생긴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객의 가동률과 개조 필요성에 따라 작업량이 달라진다. 이 후속 사업은 장비 판매와 분리된 부록이 아니라 고객 관계가 다음 투자로 이어지는 접점이다.

4.실적: 수주잔고와 매출 사이에 놓인 설치·검수의 시간차

2025년 연결재무제표는 적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확정 매출은 9,097.96억원, 영업이익은 738.14억원, 당기순이익은 840.29억원이다. 계산상 영업이익률은 약 8.1%다. 연말 자산은 1조1,646.36억원, 부채는 1,946.21억원, 자본은 9,700.16억원이었다. [감사보고서 제출, 2026-03-16]

구분

2025년 확정

2026년 1분기

읽는 법

연결 매출

9,097.96억원

1,649억원

연간 확정치와 한 분기 잠정치를 단순 연율화하면 설치 일정의 계절성을 놓칠 수 있다

영업이익

738.14억원

107억원

계산상 영업이익률은 각각 약 8.1%, 6.5%다

당기순이익

840.29억원

221억원

1분기 수치는 감사·반기 검토 전 잠정치다

제품 비중

7,865억원, 86.5%

1,306.72억원, 79.2%

상품·용역 비중은 각각 13.5%, 20.8%로 분기별 설치·서비스 조합의 영향을 받는다

1분기 잠정치는 매출 1,649억원, 영업이익 107억원, 순이익 221억원으로 공시됐다. [잠정실적 공시, 2026-05-08] 연합뉴스도 영업이익 흑자 전환을 보도했지만, 해당 수치는 확정 반기 실적이 아니라 잠정치라는 경계를 유지해야 한다. [연합뉴스, 2026-05-08]

2025년 매출을 제품과 후속 사업으로 나누면 제품이 7,865억원으로 86.5%, 상품·용역이 1,232억원으로 13.5%였다. 보고부문별로는 반도체 7,072억원, 디스플레이 2,026억원이다. 지역별 매출은 국내 6,448억원, 해외 2,650억원이었으며, 중국 매출은 반도체 1,483억원과 디스플레이 1,079억원으로 제시됐다. 제품 장비가 본체이지만 서비스와 해외 현장 대응을 떼어놓고 볼 수 없는 구성이 숫자로도 드러난다. [원익IPS 제10기 사업보고서, 2026-03-16]

수주잔고는 사업의 선행 단서지만 미래 매출과 동의어는 아니다. 2025년 말 장비 수주잔고는 2,982.29억원이었다. 2026년 1분기에는 수주총액 6,275.21억원 가운데 2,271.33억원이 기납품되고 4,003.88억원이 잔고로 남았다. [THE CFO, 2026-06-09] 잔고가 연말보다 커졌다는 점은 일감의 가시성을 높이지만, 고객별 내용과 납기는 공개되지 않는다. 실제 매출화 속도는 장비 반입·설치·검수에 달렸다.

생산 수치도 같은 주의를 요구한다. 1분기 생산능력은 반도체 장비 384대, 디스플레이 장비 240대로 제시됐고 생산실적은 각각 59대와 20대였다. 이 비율을 그대로 ‘가동률’로 부르기에는 장비 종류별 작업량과 주문생산의 시차가 가려진다. 다만 확보한 설비능력에 비해 실제 생산이 고객 발주와 일정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은 읽을 수 있다.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연구개발 부담은 이익과 기술 옵션을 동시에 설명한다. 2025년 경상 연구개발비는 1,674.55억원으로 매출의 18.41%였다. 2026년 1분기에는 416.18억원, 매출 대비 25.24%였다. 분기보고서는 3D NAND 선택적 제거와 8.6세대 디스플레이 CVD·식각 등을 개발 과제로 제시한다. 당장의 비용률만 보면 무겁지만, 공정 전환기에 고객의 검증을 받을 후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지출이기도 하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2분기 실제 실적과 반기보고서는 확정치에 포함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일정에는 반기보고서 제출일이 8월 14일로 표시돼 있다. [한국거래소 시장 일정] 따라서 위 표의 최신 기준은 감사받은 2025년 연간 실적과 검토 전인 2026년 1분기 잠정·분기 수치다.

5.기술의 계보: 법인 연혁보다 먼저 시작된 ALD와 CVD

현재 법인은 2016년 원익홀딩스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Solar 장비 사업이 인적분할되며 설립됐다. 2019년에는 원익테라세미콘을 흡수합병했다. 이 두 사건은 오늘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만든 법인·조직의 역사다. [2025년 사업보고서, 2026-03-16]

기술의 자기서사는 더 앞에서 출발한다. 회사 공식 LinkedIn은 1998년 ALD 양산 개척과 2004년 CVD 개발·양산을 연혁으로 소개한다. 이는 현재 법인의 설립일과 충돌하는 기록이 아니라, 분할 이전 조직에서 이어온 기술 계보를 회사가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분해 읽어야 한다. [Wonik IPS LinkedIn]

이미지: GEMINI ALD System for Advanced Multi-Patterning의 제품 소개 이미지

▲ GEMINI ALD System for Advanced Multi-Patterning의 제품 소개 이미지 — 출처: Wonik IPS LinkedIn, 2026-08-10 접속

오랜 업력이 자동으로 다음 세대의 채택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반도체 공정은 구조가 바뀔 때마다 막의 재료, 두께, 형성 순서와 제거 방식이 달라진다. 장비업체는 기존 양산 경험을 바탕으로 새 장비를 만들되, 다시 고객 검증을 받아야 한다. 과거의 양산 이력은 출발선의 신뢰를 높여줄 수 있지만 결승선의 도장은 아니다.

회사는 소자·부품업체와 공동 연구개발을 하고 10-class 클린룸 연구시설을 보유한다고 밝힌다. 10-class는 공기 중 입자 수를 엄격히 관리하는 청정 환경을 뜻한다. 장비를 조립하는 공간과 별개로, 오염에 민감한 공정을 시험하고 고객 조건을 모사하는 연구 기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공동개발은 장비사가 혼자 사양을 정하는 대신 소자 구조와 부품 성능을 함께 맞추는 생태계를 전제로 한다.

이미지: 세미콘 코리아 2026 원익IPS 전시 부스

▲ 세미콘 코리아 2026 원익IPS 전시 부스 — 출처: 한양경제, 2026-02-11

6.고객 곁의 사업: 해외 법인은 현장 대응과 연결된다

반도체 장비는 설치된 뒤에도 고객 팹 안에서 계속 손이 간다. 소모 부품을 제때 공급하고, 장애에 대응하고, 공정 조건 변화에 맞춰 장비를 손보려면 고객과의 물리적 거리가 중요하다. 2025년 말 연결 자회사에는 중국·미국·싱가포르의 반도체 설비기술 법인과 중국의 디스플레이 설비기술 법인 등을 포함한 5개사가 있었다. 법인 명칭과 회사가 현장 서비스를 직접 수행한다는 사실을 함께 보면, 이 해외 거점들이 판매뿐 아니라 설치·기술지원에도 연결된 대응망으로 기능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미지: 원익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 지도

▲ 원익 글로벌 네트워크 세계 지도 — 출처: 원익, 2026-08-10 접속

이 지도는 그룹 전체 네트워크이므로 모든 표기를 원익IPS의 법인이나 고객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원익IPS 자체의 연결 범위는 공시된 자회사 현황으로 확인해야 한다. 다만 장비·소재·부품 기업이 여러 제조 거점 가까이에 기술 거점을 두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고객 라인이 멈춘 상황에서는 먼 본사의 다음 주 회의보다 가까운 현장의 오늘 대응이 더 중요하다.

서비스망은 신규 수주에도 영향을 준다. 고객은 장비를 선정할 때 초기 공정 성능뿐 아니라 장기 부품 공급, 장애 대응, 개조 가능성을 함께 본다. 장비가 고객 팹에 축적될수록 서비스 접점도 늘어난다. 반대로 특정 지역이나 고객의 설비투자가 둔화하면 신규 장비와 현장 작업이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설치 기반은 반복 접점을 만들지만 경기와 무관한 고정 수입을 보장하는 방패는 아니다.

2026년 1분기에는 Advanced Tech-Integration Solutions Co., Ltd.가 지분 취득을 통해 새 연결 자회사로 편입됐다. 다만 제공된 공시 범위에서는 이 회사의 구체적 사업과 매출 기여를 확인하기 어렵다. 이름만으로 기술 통합이나 신사업의 크기를 추정할 단계는 아니다. 연결 편입 뒤 사업 내용과 거래가 공시될 때 의미를 붙이는 편이 안전하다. [원익IPS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7.최근 동향과 쟁점: 메모리 투자, 파운드리 검증, 디스플레이 일정

시장 낙관론의 중심에는 고객 투자의 재개와 공정 세대 전환이 있다. 메모리 제조사가 새로운 구조와 공정을 도입하거나 파운드리 투자가 늘면 증착·열처리 장비의 발주 기회가 커질 수 있다. 2026년 상반기 시장 보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효과가 하반기부터 반영될 가능성과 수주잔고의 매출 전환을 주목했다. [THE CFO, 2026-06-09] 다만 개별 고객·장비·납기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보도된 투자 방향과 확정된 고객별 주문을 같은 것으로 놓을 수는 없다.

증권가 역시 주요 고객사의 메모리 투자와 수주잔고를 상승 조건으로 본다. [SK증권, 2026-02-27] [삼성증권, 2026-05-11] 이 관측이 현실이 되려면 발주가 장비 제조와 반입을 지나 고객 확인까지 이어져야 한다. 투자 발표만으로 매출 시점을 고정할 수 없는 이유다.

파운드리 첨단공정용 하드마스크 증착과 ALD 장비는 별도의 성장 선택지다. 하드마스크는 미세한 패턴을 만들 때 아래층을 보호하고 식각 형상을 잡는 보조막이다. 국내 장비의 개발과 국산화가 보도됐다는 사실은 후보 기술의 존재를 뜻한다. 실제 사업의 크기는 고객 qualification, 즉 양산 라인에 투입할 만한 성능과 안정성을 갖췄는지 평가받는 절차를 통과하고 반복 수주를 확보해야 확인된다. [전자신문, 2022-01-05]

디스플레이는 다른 시계를 쓴다. 장비 제품군은 분명하지만 고객 라인의 대형 투자와 셋업 일정에 따라 프로젝트 단위의 진폭이 생길 수 있다. 시장이 언급하는 8.6세대 장비 개발도 연구 과제와 실제 고객 투입을 구분해야 한다. 개발 완료, 고객 평가, 장비 반입, 검수는 서로 다른 사건이다.

이 회사의 성장 옵션은 그래서 세 층으로 나뉜다. 기존 메모리·디스플레이 고객의 투자가 살아나 설치 장비가 늘어나는 길은 현재 사업의 연장선이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는 고객 검증을 거쳐야 할 확장 후보다. Solar Cell과 새 연결 자회사는 구체적인 사업 기여가 확인되기 전까지 더 바깥쪽 선택지다. 세 층을 한 문장에 섞으면 가능성이 실적으로 둔갑한다.

8.리스크: 고객이 쥔 시계와 장비사가 감당하는 비용

가장 큰 변수는 고객 CAPEX, 즉 설비투자다. 고객이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시점을 미루면 신규 수주가 흔들린다. 이미 주문한 장비도 팹 준비와 다른 공정 장비의 반입이 늦어지면 설치 일정이 바뀔 수 있다. 시장에서 디스플레이 장비의 셋업·검수 지연을 하방 조건으로 거론하는 것도 같은 구조 때문이다. [뉴스핌, 2026-06-29]

두 번째는 수주잔고의 해석이다. 잔고는 주문이 확보됐다는 긍정적 신호지만 고객별 구성과 납기가 공개되지 않는다. 특정 장비의 검수가 길어지거나 고객의 라인 일정이 변하면 잔고가 매출로 바뀌는 속도도 달라진다. 총액 하나만 보고 다음 분기의 손익을 정밀하게 맞추려는 시도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세 번째는 높은 연구개발 강도다. 미세화와 구조 변화가 계속되는 산업에서는 연구를 멈추기 어렵다. 그러나 개발비를 썼다고 모든 과제가 고객 채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양산 검증에 성공하면 다음 공정 세대의 진입권이 되지만, 채택이 늦거나 경쟁 장비가 선택되면 비용이 먼저 남는다. 기술 옵션을 많이 보유한 것과 수익성 있는 양산 레퍼런스를 확보한 것은 다른 단계다.

네 번째는 사업 포트폴리오의 온도 차다. 반도체 장비, 디스플레이 장비, 서비스는 고객과 투자 주기가 같지 않다. 어느 한쪽의 회복이 다른 쪽의 지연을 상쇄할 수 있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생산·인력·연구개발 자원의 배치가 어려워진다. 해외 법인도 고객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현지 운영과 지원 역량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기반이다.

원익IPS의 장비는 공장에서 완성된 외형만으로 매출의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다. 고객 팹에 들어가 가스와 전력, 앞뒤 공정에 연결되고, 요구한 막과 열 이력과 식각 결과를 반복해서 만들어야 비로소 생산수단이 된다. 이 긴 연결에서 기술력은 입장권이고, 현장 대응은 체류 자격이며, 고객의 투자 시간표는 경기장 문을 여는 열쇠다. 수주잔고가 커질 때의 기대와 검수가 늦어질 때의 답답함은 서로 반대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같은 장비 사업이 가진 한 몸의 두 표정이다.

각주

  1.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53/20260316006727/11011.htm
  2. 원익IPS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wonik-ips-co-ltd/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9140/
  3. 2025년 사업보고서,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53/20260316006727/11011.htm
  4. 한국IR협의회, 2026-02-13 — https://consensus.hankyung.com/analysis/downpdf?report_idx=646967
  5. 감사보고서 제출,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1975/20260316005726/70567.htm
  6. 잠정실적 공시, 2026-05-08 — https://cdn.financialreports.eu/financialreports/media/filings/15982/2026/RNS/15982_rns_2026-05-08_f4547faa-6bb8-42ee-b2dc-c5825db68e96.html
  7. 연합뉴스, 2026-05-08 — 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508130100527
  8. 원익IPS 제10기 사업보고서,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53/20260316006727/11011.htm
  9. THE CFO, 2026-06-09 — https://www.thecfo.kr/news/newsview.asp?newskey=202606091408426040104731
  10.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wonik-ips-co-ltd/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9140/
  11. 한국거래소 시장 일정 — https://kind.krx.co.kr/common/marketschedule.do?method=loadInitPage
  12. 2025년 사업보고서,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53/20260316006727/11011.htm
  13. Wonik IPS LinkedIn — https://kr.linkedin.com/company/wonikips
  14. 원익IPS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wonik-ips-co-ltd/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9140/
  15. THE CFO, 2026-06-09 — https://www.thecfo.kr/news/newsview.asp?newskey=202606091408426040104731
  16. SK증권, 2026-02-27 — https://www.hankyung.com/koreamarket/consensus/pdf/2026-02-b09ea3fa37c6302596eb1c413df08e03
  17. 삼성증권, 2026-05-11 — https://www.samsungpop.com/common.do?cmd=down&contentType=application%2Fpdf&fileName=2010%2F2026050712154367K_02_04.pdf&inlineYn=Y&saveKey=research.pdf
  18. 전자신문, 2022-01-05 — https://www.etnews.com/20220105000183
  19. 뉴스핌, 2026-06-29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629000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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