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엔진 안쪽에서 오래 버티는 부품들
유성기업의 현재를 이루는 것은 피스턴링·실린더라이너·캠샤프트를 비롯한 내연기관 엔진부품이다. 자동차용 신품 부품 제조업체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지만, 제품이 들어가는 엔진의 범위는 승용차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와 중장비, 농기계, 선박, 발전용 엔진에서 마찰을 다루고 가스를 밀봉하며 회전과 밸브 구동을 이어 주는 영역이 회사의 주된 무대다.
이 부품군은 완성된 차량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운전자가 직접 조작하는 장치도 아니고 외관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엔진 안에서는 서로 다른 운동과 압력을 받아내는 부품들이 맞물려야 한다. 유성기업을 이해할 때 피스턴링 한 품목의 회사로 좁혀 보기보다, 엔진 내부의 접촉면과 운동계에 걸쳐 여러 부품을 공급하는 묶음으로 보는 편이 실제 사업에 가깝다.
피스턴링과 실린더라이너, 캠샤프트라는 이름은 각각 다르지만 고객에게 도달할 때는 한 엔진 생태계 안에서 만난다. 회사의 부품군은 마찰과 밀봉, 회전, 밸브 작동이라는 서로 연결된 문제를 맡는다. 이 때문에 핵심은 눈에 띄는 완제품 한 대를 파는 것이 아니라, 엔진을 조립하거나 정비하는 현장에 규격에 맞는 부품을 계속 공급하는 데 있다. 제품의 크기보다 납품 경로와 적용 엔진의 폭이 사업의 성격을 더 잘 말해 준다.
내연기관 부품은 여전히 연결 사업의 압도적인 중심이다. 전동화 제품이 회사의 새 얼굴로 소개되고 있어도, 오늘의 생산·유통 기반과 고객 접점은 기존 엔진부품에서 출발한다. 오래된 사업과 새 사업은 이미 비슷한 규모로 맞선 두 기둥이 아니다. 한쪽은 오랜 납품망을 가진 본체이고, 다른 한쪽은 자회사를 통해 제품과 양산 이력을 쌓는 확장 축이다.
이미지: 방사형 자속 모터와 축방향 자속 모터의 구조 비교▲ 방사형 자속과 축방향 자속 모터를 나란히 놓은 기술 그림으로, 기존 엔진부품과 다른 제품 축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를 보여 준다 — 출처: [YPR EMT, 2025-01-01](https://ypremt.com/page/afpm.php?me_code=1010)
2.조립라인·정비시장·수출선으로 갈라지는 주문
유성기업의 매출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조립용 납품, 국내 A/S용 판매, 해외 수출, 관계사 제품의 상품 유통으로 이어진다. 같은 엔진 계열 부품이라도 돈이 들어오는 문은 하나가 아니다. 새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과 이미 운행 중인 엔진을 위한 부품은 고객의 구매 장면이 다르고, 해외로 향하는 물량은 국내 납품과 별도의 판매 경로를 가진다.
국내 OEM 조립용은 유성기업이 직접 생산한 엔진부품이 완성차 생산 체계로 들어가는 길이다. 여기서는 피스턴링이나 실린더라이너 같은 개별 품목보다, 고객이 요구하는 부품군을 생산해 조립 수요에 연결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공시된 고객별 물량이나 계약 단가가 없어 특정 완성차 업체의 생산 변화가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까지 나눠 말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것은 OEM 납품이 현재 핵심 매출 경로 중 하나라는 점이다.
A/S는 차량이나 산업용 엔진이 이미 사용된 뒤 부품이 다시 필요해지는 시장과 연결된다. 신차 조립용과 정비용이 함께 있다는 사실은 유성기업의 고객 장면이 완성차 공장 출고 시점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다만 공시 범위에서는 조립용과 A/S용의 수익성을 따로 비교하기 어렵다. ‘교체 수요가 있으니 무조건 안정적’이라는 식의 평가는 근거보다 앞서간다.
수출은 기존 엔진부품을 해외 고객과 생산 거점으로 보내는 통로다. 유성기업은 과거 중국 합작 생산까지 시도했지만, 현재 수출 매출 전체를 어느 국가와 고객이 이끄는지는 제공된 공시만으로 세분하기 어렵다. 따라서 수출을 독립된 성장 사업으로 단정하기보다는 국내 OEM·A/S와 나란히 존재하는 판매 경로로 읽는 것이 안전하다.
관계사 상품 유통은 이 회사의 매출 구조를 순수한 본사 제조업으로만 볼 수 없게 만든다. Y&T파워텍의 SPINY 실린더라이너와 밸브시트, 코어텍의 Cam Piece 같은 제품이 공급·유통망에 포함된다. 유성기업은 직접 만든 부품을 파는 동시에 관계사 제품을 상품으로 받아 고객에게 연결한다. 생산공장만 바라보면 놓치기 쉬운 부분이다.
이 네 갈래는 서로 다른 고객 장면을 갖지만 결국 같은 엔진부품 영업망에서 만난다. 본사의 생산품과 관계사 상품을 함께 취급할 수 있다는 점은 품목 폭을 넓혀 준다. 반대로 상품 비중이 커지면 매출액만으로 자체 생산의 활력을 판단하기 어려워진다. 실제 사업을 읽을 때는 매출 규모와 함께 제조품·상품의 구성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3.1960년 본사에서 중국 합작과 관계사 그물까지
유성기업은 1960년 3월 18일 설립됐고 1988년 10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지금의 주력 부품들이 오래된 엔진 기술에 속한다는 점과 회사의 긴 업력은 서로 맞물린다. 사업의 역사는 유행하는 완제품을 빠르게 바꾸는 흐름보다, 엔진 규격과 고객 관계를 따라 생산·유통 범위를 넓혀 온 과정에 가깝다.
관계사 생태계는 품목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형성돼 있다. Y&T파워텍과 코어텍의 제품이 유성기업의 공급망 안에 들어오고, 연결 자회사 YPR EMT는 전동화 제품을 맡는다. 기존 엔진부품 안에서도 직접 생산품과 관계사 상품이 섞이고, 그룹의 바깥쪽에서는 모터와 구동모듈이 등장한다. 하나의 법인 안에서 모든 기술을 직접 쌓기보다 관계회사와 자회사를 통해 제품 지도를 넓힌 모습이다.
해외 확장의 오래된 장면은 중국 CUPR 공장이다. 2007년 준공된 이 공장은 유성기업과 일본 TPR, 중국 ARN의 합작으로 세워졌다. 목적은 중국 현지에서 피스턴링을 생산해 OEM에 공급하는 것이었다. 유성기업의 해외 사업이 단순 수출에만 머물지 않고 현지 생산과 합작이라는 방식까지 사용했던 사례다.
이 사례에서 중요한 것은 합작 당시의 목적과 구조다. 이후 중국 사업의 현재 수익성이나 지배력까지 같은 사진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피스턴링이라는 오래된 주력 제품이 국내 공장과 수출선을 넘어 해외 OEM 현지화의 매개가 됐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엔진부품 사업의 확장은 새 제품을 하나 더 붙이는 방식뿐 아니라, 같은 제품을 고객 가까이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도 진행됐다.
YPR EMT의 사업장 안내도는 또 다른 확장 방식을 보여 준다. 지도에는 경기도의 본사·연구개발 거점과 영남권의 제조 공장이 표시되고, 각 위치 옆에 건물과 설비 사진이 배치돼 있다. 이것은 전동화 사업이 홈페이지의 제품 렌더만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와 제조 공간을 함께 제시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다만 지도 자체만으로 생산량이나 상업적 성과를 판단할 수는 없다.
이미지: YPR EMT의 국내 사업장 위치와 시설 사진을 표시한 지도▲ 국내 지도에 본사·연구개발 거점과 제조 공장의 위치 및 시설 사진을 표시한 사업장 안내 — 출처: [YPR EMT, 2025-01-01](https://ypremt.com/page/location.php?me_code=3040)
오랜 본사, 관계사 상품망, 중국 합작공장, 전동화 자회사는 서로 다른 시대의 확장 수단이다. 이들을 한꺼번에 ‘사업 다각화’라는 말로 묶으면 차이가 사라진다. 중국 합작은 기존 피스턴링의 생산 반경을 넓힌 일이었고, 관계사 유통은 엔진부품의 품목 폭을 보완한 일이다. YPR EMT는 아예 동력계의 기술 축을 내연기관 밖으로 옮기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4.2025년 적자 확대와 2026년 1분기 실적
2025년 감사가 끝난 연결 매출은 3,045억7,476만원이었다. 영업손실은 300억2,301만원, 당기순손실은 232억5,975만원으로 집계됐다. 회사가 제시한 손실 확대의 직접 요인은 매출 감소와 통상임금 관련 비용 증가였다. 오래된 엔진부품 매출 기반이 존재해도 비용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해였다는 뜻이다.
기준 | 공시된 핵심 수치 | 읽을 때의 의미 |
|---|---|---|
2024년 사업 구조 | 내연기관 부품군이 연결 매출과 자산의 90% 초과 | 전동화 소개와 별개로 기존 엔진부품이 연결의 본체였다 |
2024년 연결 매출 구성 | 피스턴링 외 10.14%, 실린더라이너 외 16.60%, 피스턴·SPINY 라이너 상품 31.62%, HLA·밸브시트 외 상품 41.11% | 자체 제조품뿐 아니라 관계사 상품 유통의 비중도 컸다 |
2024년 본사 생산 기반 | 피스턴링 등 7,200만개, 실린더라이너·캠샤프트 등 920만개 생산능력; 평균 가동률 약 76% | 설비 여력과 실제 가동 사이에 간격이 있었다 |
2025년 연결 손익 | 매출 3,045억7,476만원, 영업손실 300억2,301만원, 순손실 232억5,975만원 | 매출 규모만으로는 본업과 자회사 비용 부담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
2025년 말 연결 재무상태 | 자산 4,339.7억원, 부채 1,343.4억원, 자본 2,996.3억원 | 손익 악화와 재무상태 규모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
2026년 1분기 | 연결 매출 약 673.8억원 | 한 분기 매출만 확인돼 연간 회복 여부는 아직 비교할 수 없다 |
2024년 제품 구성을 보면 상품 항목 두 묶음이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유성기업의 연결 매출이 본사 공장의 출하량과 똑같이 움직인다고 가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본사 생산능력과 가동률은 제조 현장의 상태를 보여 주지만, 연결 매출에는 관계사 제품의 유통이 함께 들어온다. 서로 범위가 다른 두 지표를 붙여 특정 고객의 주문 감소나 공장 효율 저하로 곧장 결론 내릴 수는 없다.
2025년 말 자본이 부채보다 큰 재무상태와 큰 폭의 연간 손실은 동시에 존재한다. 자산·부채·자본의 절대 규모만 보고 손실 부담을 가볍게 볼 수도 없고, 한 해의 적자만 보고 곧바로 계속기업 문제로 비약할 수도 없다. 외부감사인은 연결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냈으며, 공시상 계속기업 존속불확실성 사유는 해당하지 않았다.
연결 손익을 읽을 때 YPR EMT도 빼놓기 어렵다. 독립 보도는 이 자회사의 손실 확대와 약 40억원의 영업권 상각, 모회사 유성기업의 지원 부담을 지적했다. 회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통상임금 비용과 자회사 관련 부담은 성격이 다르다. 전자는 해당 연도의 본업 비용을 흔든 요인이고, 후자는 전동화 확장 과정에서 연결 손익과 자금 부담을 키운 문제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연간 수치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만 담는다. 영업손익과 비용 구조가 함께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출 숫자 하나로 정상화를 선언하기는 어렵다. 2026년 8월 12일 기준 확인되는 최신 정기실적 공시는 1분기보고서이며, 제공된 범위에는 반기 수치가 없다. 따라서 현재의 판단선은 ‘매출이 얼마인가’보다 본업 비용과 자회사 부담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가에 놓인다.
2025년 사업보고서는 2026년 6월 29일 기재정정본이 제출됐다. 연간 수치나 사업 내용을 인용할 때 최초 제출본만 보지 않고 최신 정정본과 대조해야 하는 이유다. 적정 감사의견은 숫자가 감사 기준에 맞게 표시됐다는 의미이지, 영업손실이 해소됐다는 뜻은 아니다. 유성기업의 재무 장면은 감사 신뢰성과 영업 부진을 서로 다른 축으로 놓을 때 가장 정확하게 읽힌다.
5.원판형 모터와 3-in-1 구동모듈의 시험대
부솔이피티는 2023년 유성기업 연결 범위에 들어왔고 2025년 YPR EMT로 이름을 바꿨다. 사명 변경 뒤 홈페이지에서 앞세우는 제품은 축방향 자속 영구자석 모터인 AFPM과 CEM-100 전기차 구동모듈이다. 엔진 안의 마찰·밀봉 부품을 공급해 온 모회사와 달리, 이 자회사는 모터·인버터·감속기처럼 전동화 동력계에 가까운 제품을 다룬다.
새 사업의 현재 위치는 발표 문구를 한데 섞기보다 확인된 단계별로 보는 편이 분명하다.
확인 단계 | 공개된 내용 | 경계선 |
|---|---|---|
양산·품질 이력 | 회사 연혁상 2024년 평화발레오향 FCEV 공기압축기용 모터 양산, 현대·기아 SQ 품질 인증 | 특정 모터의 양산·인증 이력 |
공개 제품 | AFPM 모터와 CEM-100 구동모듈의 적용처·성능 사양 제시 | 회사가 제시한 제품 설명 |
연결 손익 | 자회사 손실과 영업권 상각, 모회사 지원 부담이 독립 보도에서 지적됨 | 제품 공개와 사업 수익성은 별도 판단 |
AFPM이 겨냥하는 사용 장면
AFPM은 ‘Axial Flux Permanent Magnet Motor’의 약자로, 회사는 이를 축방향 자속 영구자석 모터로 소개한다. 공개 그림은 일반적인 방사형 자속 구조와 축방향 자속 구조를 나란히 보여 준다. 기술 명칭만으로 우열을 단정하기보다, YPR EMT가 기존 엔진부품과 다른 형태의 모터를 독자 제품군으로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회사가 제시한 적용처는 로봇, 펌프, 압축기, 송풍기, 전기차, 무인항공기다. 공개 사양은 최대 134kW, 400Nm, 효율 96%다. 적용처가 넓게 적혀 있다는 사실은 잠재 고객군의 범위를 보여 주지만, 각 시장에서 어느 고객과 어느 규모로 매출이 발생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제품 페이지의 성능 수치는 기술 설명의 출발점이고, 사업 성과는 양산 물량과 손익에서 확인돼야 한다.
이미지: AFPM 모터의 속도별 토크 곡선▲ 회전속도에 따라 토크가 변하는 곡선과 최대출력·연속운전 지점을 표시한 AFPM 공개 그래프 — 출처: [YPR EMT, 2025-01-01](https://ypremt.com/page/afpm.php?me_code=1010)
그래프에서 독자가 볼 수 있는 것은 속도 축과 토크 축, 최대출력과 연속운전으로 표시된 두 지점이다. 이 한 장은 모터가 단일 숫자로만 설명되지 않고 운전 영역에 따라 성능이 달라진다는 점을 시각화한다. 다만 시험 조건이나 고객 장비에서의 결과가 함께 제시된 것은 아니므로, 공개 곡선을 특정 완성품의 실제 성능으로 바꿔 읽어서는 안 된다.
CEM-100은 무엇을 한 덩어리로 묶었나
CEM-100은 모터와 감속기, 인버터를 통합한 3-in-1 전기차 구동모듈이다. 회사는 EV 1톤 트럭과 SUV 적용을 제시하며 최대출력 100kW, 효율 97.4%, 수냉식이라는 사양을 공개했다. 개별 모터만 파는 AFPM 설명과 달리, CEM-100은 구동에 필요한 주요 장치를 하나의 모듈로 구성한 제품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이미지: CEM-100 전기차 구동모듈 외형▲ 모터·감속기·인버터가 결합된 형태로 공개된 CEM-100 구동모듈의 외형 — 출처: [YPR EMT, 2025-01-01](https://ypremt.com/page/cem100.php?me_code=2010)
렌더에서 보이는 것은 케이스와 구동축, 전장 연결부가 한 덩어리로 배치된 모듈이다. 이 제품은 유성기업 그룹이 부품 단위의 엔진 사업에서 시스템에 가까운 전동화 제품으로 이동하려는 방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 준다. 동시에 시스템 제품을 공개했다는 사실만으로 고객 채택과 수익성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상업적 이력과 연결 손익을 함께 놓아야 제품 설명이 사업 설명으로 바뀐다.
YPR EMT는 모회사와 완전히 동떨어진 소비재 사업이 아니다. 모터와 구동모듈 역시 차량 또는 동력 장치 안에서 작동하는 부품이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기업 간 납품 경험과 접점이 있다. 그러나 제품 기술, 고객 승인, 생산경제가 자동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는 없다. 기존 엔진부품의 오랜 거래 기반은 출발 자산일 수 있지만 전동화 제품의 성패를 대신 증명하지는 않는다.
6.직장폐쇄 10년이 남긴 노사관계의 무게
유성기업의 역사에는 제품과 공장 확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11년 직장폐쇄로 시작된 노사갈등은 장기간 회사 안팎의 핵심 문제로 남았다. 갈등의 전환점은 2020년 말 노사 잠정합의와 노조 찬반투표 가결이었다. 시작부터 합의까지 약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 사이 법적 판단도 있었다. 2018년 대법원은 복직 노동자 11명에 대한 재해고 처분이 무효라는 판단을 확정했다. 이는 갈등이 임금협상 수준을 넘어 해고와 복직, 다시 해고된 노동자의 지위까지 다투는 법적 문제였음을 보여 준다. 노사관계를 단순히 ‘과거에 시끄러웠던 회사’라는 인상으로 축소하면 사건의 길이와 무게를 놓치게 된다.
2020년 합의는 장기 갈등의 방향을 바꾼 사건이지만, 이후 모든 관계와 비용 문제가 자동으로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과거 사건만으로 현재 공장의 생산성과 고객 관계를 단정할 수도 없다. 확인되는 역사적 사실은 장기간 이어진 직장폐쇄 관련 갈등이 합의 국면으로 넘어갔고, 그 전에 재해고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있었다는 데까지다.
2025년 회사가 통상임금 관련 비용을 손실 확대 요인으로 제시했다는 사실도 노사갈등 연혁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두 사안이 모두 노동과 비용에 닿아 있다고 해서 직접 인과로 묶을 근거는 없다. 하나는 과거 직장폐쇄와 해고를 둘러싼 장기 분쟁이고, 다른 하나는 해당 연도 손익에 반영된 임금 관련 비용이다. 유성기업의 노동 문제를 읽을 때 시간과 법적 성격을 나눠야 하는 이유다.
이 긴 갈등은 회사의 기술 설명서나 제품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래된 제조업체의 경쟁력은 설비와 제품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생산 현장의 관계가 오랜 기간 법정과 교섭의 대상이었다는 사실은 유성기업의 기업사를 구성하는 독립된 축이다. 합의 이후의 회사는 그 역사를 지운 회사가 아니라, 긴 분쟁을 겪은 뒤 다시 운영의 지속성을 증명해야 하는 회사다.
7.피스턴링의 반복 주문과 모터의 첫 양산 사이
유성기업의 두 시간축은 속도가 다르다. 피스턴링·실린더라이너·캠샤프트는 긴 업력과 국내 OEM, A/S, 수출, 관계사 상품망 위에서 움직인다. YPR EMT의 AFPM과 CEM-100은 적용처와 사양, 일부 양산·품질 이력을 앞세워 새로운 고객 접점을 만들고 있다. 전자는 오늘의 매출 기반이고 후자는 그룹이 동력계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이 구도에서 기존 사업을 곧 사라질 잔여물처럼 취급하면 현재 돈이 생기는 경로를 놓친다. 반대로 전동화 제품을 홈페이지 속 장식으로만 보면 자회사가 실제 제품과 사업장, 양산 이력을 공개하고 있다는 점을 놓친다. 두 극단 사이에서 중요한 것은 각 사업을 같은 잣대로 서둘러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본업에는 주문과 원가의 정상화를, 새 사업에는 고객 채택과 손익의 연결을 요구하는 일이다.
기존 부품 사업에도 해결할 과제가 있다. 매출 경로가 여러 갈래라고 해서 수익성이 저절로 방어되는 것은 아니며, 관계사 상품의 비중이 크면 본사 가동과 연결 매출의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손실이 커진 시기에는 매출 총액보다 제조품과 상품의 구성, 공장 운영, 임금 관련 비용이 어떻게 변하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전동화 축의 과제는 제품 설명을 반복하는 데 있지 않다. AFPM의 공개 곡선과 CEM-100의 구조도는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보여 준다. 이제 사업의 무게는 그 제품이 어느 고객 장비에 채택되고, 반복 생산으로 이어지며, 자회사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서 생긴다. 기술 사양과 연결 손익 사이의 거리가 좁아질 때 비로소 그룹 전체의 사업 구성이 달라진다.
이미지: CEM-100의 속도별 토크·출력 특성 그래프▲ CEM-100의 운전 영역과 속도별 토크·출력 변화를 함께 배치한 공개 특성 그래프 — 출처: [YPR EMT, 2025-01-01](https://ypremt.com/page/cem100.php?me_code=2010)
마지막 그래프에는 낮은 속도부터 높은 속도까지 이어지는 토크와 출력의 변화가 그려져 있다. 유성기업이 걸어온 길도 이 그림처럼 단일 지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랜 엔진부품 공급망은 지금도 연결 사업을 떠받치고, 그 옆에서는 전동화 모듈이 새로운 운전 영역을 그리고 있다. 두 축이 한 회사 안에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된 부품의 현금 흐름과 새 제품의 생산경제가 서로를 소모하지 않고 이어지는가다.
각주
- 유성기업 회사정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08-12 — https://englishdart.fss.or.kr/dsbc001/selectPopup.ax?selectKey=00174004
- 유성기업 사업보고서(2025.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03-18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001103
- 유성기업 반기보고서(2025.06),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5-08-14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50814001037
- 유성기업 사업보고서(2023.12), 한국거래소 KIND, 2024-03-20 — https://kind.krx.co.kr/external/2024/03/20/002218/20240320010217/11011.htm
- Company Information: YOOSUNG ENTERPRISE CO., LTD., 금융감독원 영문 DART 기업개황, 2026-05-01 — https://englishdart.fss.or.kr/dsbc001/selectPopup.ax?selectKey=00174004
- 유성기업 사업보고서(2023.12), 한국거래소 KIND, 2024-03-20 — https://kind.krx.co.kr/external/2024/03/20/002218/20240320010217/11011.htm
- 유성기업 중국 CUPR공장 준공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2007-05-31 — https://www.kaica.or.kr/biznews/485
- 유성기업 사업보고서(2025.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03-18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001103
-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한국거래소·DART, 2026-03-05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05801498
- 유성기업 사업보고서(2024.12), 한국거래소 KIND, 2025-03-17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03/17/000653/20250317002909/11011.htm
- 유성기업 감사보고서 제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03-18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800802
- 유성기업, 전기차 자회사 부진에…본업 현금까지 흔들, IB토마토, 2026-04-28 —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99062
- 유성기업 분기보고서(2026.03),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05-15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515001378
- 유성기업 기재정정 사업보고서(2025.12),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2026-06-29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629000189
- 와이피알이엠티 연혁, YPR EMT, 2025-01-01 — https://ypremt.com/page/history.php?me_code=3030
- AFPM(Axial Flux Permanent Magnet) Motor, YPR EMT, 2025-01-01 — https://ypremt.com/page/afpm.php?me_code=1010
- CEM-100 EPT 100kW 구동모듈, YPR EMT, 2025-01-01 — https://ypremt.com/page/cem100.php?me_code=2010
- 충남 아산 유성기업 직장폐쇄 후 10년 만에 노사갈등 끝, 뉴스1·머니투데이 재전재, 2020-12-31 — https://www.mt.co.kr/policy/2020/12/31/2020123115438244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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