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 서버보다 먼저 복잡해지는 회로판
데이터센터의 스위치나 AI 가속기 장비를 열면 반도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칩과 메모리, 각종 부품 사이에서 신호와 전력을 이어 주는 인쇄회로기판(PCB)이 있다. 이수페타시스의 주력은 여러 회로층을 쌓은 MLB(Multi-Layer Board), 그중에서도 층수가 높고 신호 설계가 까다로운 고다층·초고다층 기판이다. 회사가 상대하는 장비는 네트워크 스위치와 라우터, 서버·스토리지, 고성능컴퓨팅(HPC), AI 가속기 등이다.
이미지: 22층과 36층 다층 PCB 제품 이미지▲ 서로 다른 크기와 회로 구성을 지닌 22층·36층 다층 PCB — 출처: [Altium 365, 2020-06-01](https://resources.altium.com/p/role-isu-petasys-multilayer-manufacturing-company-realizing-successful-pcb-implementation)
이 제품은 진열대에서 규격을 골라 사는 범용 부품과 거리가 멀다. 고객이 장비 구조와 요구 사양을 정하면 그 설계에 맞춰 생산하는 주문형 사업이다. 설계 검토와 샘플, 기술검증을 통과해야 양산 주문으로 이어지고, 양산 중에는 같은 품질을 반복해서 내는 일이 중요하다. 회로가 복잡해질수록 ‘만들 수 있다’와 ‘필요한 수율로 계속 만들 수 있다’ 사이의 간격도 벌어진다.
돈이 생기는 경로는 그래서 비교적 선명하다. 고객 장비에 채택되는 보드가 늘고, 한 장 안에 들어가는 층과 공정 난도가 높아지며, 검증을 마친 제품이 반복 주문으로 이어질 때 매출과 제품 믹스가 좋아진다. 반대로 샘플 수가 늘었다고 바로 대량 양산 매출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설비를 들여놓은 것과 그 설비에서 고객 승인을 받은 제품을 안정적으로 뽑는 것도 서로 다른 단계다.
사업의 실체는 거의 PCB에 집중돼 있다. 한국 본사는 고다층 MLB를 양산하고, 중국 후난 법인은 중·고다층 제품을 만든다. 미국 법인은 해외 고객을 상대로 영업과 마케팅을 맡는다. 공장은 대구에 있지만 고객의 장비와 구매 의사결정은 세계 시장에 놓인 구조다. 이 회사가 제조업체이면서 동시에 긴 고객 인증 주기를 관리하는 기술 공급업체로 읽히는 이유다.
2.사업 — 고객의 설계가 반복 주문이 되기까지
이수페타시스의 PCB는 고객 장비 안에서 백플레인이나 주요 보드로 쓰인다. 네트워크 스위치·라우터에서는 여러 장치와 포트를 잇는 신호 통로가 되고, 서버와 스토리지 및 HPC에서는 많은 부품이 주고받는 신호를 감당한다. AI 가속기 분야에서는 OAM 모듈용 기판과 반도체 테스트·번인 인터페이스 같은 제품군을 제시하고 있다. 번인은 반도체를 일정 조건에서 작동시켜 초기 불량을 가려내는 시험이며, 여기서 인터페이스 보드는 시험 장비와 반도체 사이의 연결을 맡는다.
고객이 해결하려는 문제 | PCB가 맡는 역할 | 이수페타시스가 돈을 버는 조건 |
|---|---|---|
스위치·라우터의 대용량 연결 | 많은 신호 경로를 한 보드에 구성 | 고객 사양 충족, 장비 채택, 반복 발주 |
서버·스토리지·HPC의 복잡한 연산 구조 | 부품 사이의 고속 연결을 안정적으로 유지 | 고다층 설계와 양산 품질 확보 |
AI 가속기 모듈과 반도체 시험 | 가속기 모듈 또는 시험 인터페이스를 연결 | 기술검증과 시제품 이후 실제 양산 전환 |
우주·항공 등 특수 장비 | 맞춤형 다층 회로를 제공 | 긴 검증을 통과한 제품의 지속 공급 |
주문생산은 재고 부담을 줄여 주는 마법의 주문서가 아니다. 고객 요구가 바뀌면 공정 조건과 소재 조합, 검사 항목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새 설계를 받아 생산성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들고, 특정 고객과 제품이 생산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 그 고객의 장비 일정이 공장 흐름에 직접 영향을 준다. 주문형이라는 말에는 높은 진입장벽과 높은 의존도가 같이 들어 있다.
회사가 연구 영역으로 강조하는 Signal Integrity, 즉 신호 무결성은 이 사업을 이해하는 핵심 용어다. 전기 신호가 보드 위를 이동하는 동안 왜곡과 손실을 억제해 원래 의도한 형태로 도착하게 만드는 성능을 뜻한다. 이를 위해 임피던스를 분석·제어하고, 신호 손실이 적은 소재와 여러 적층 구조를 검토한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층이 많다’는 자랑보다 실제 장비 속도에서 신호가 제대로 통한다는 결과다.
이 때문에 거래 관계도 납품 단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설계 단계에서 제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고, 샘플과 시험 결과를 축적한 공급사는 고객의 다음 제품에서도 후보가 되기 쉽다. 다만 그 관계를 영구 계약처럼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장비 아키텍처가 바뀌거나 다른 공법이 채택되면 기존 보드의 역할과 사양도 달라질 수 있다.
3.제품 — 스위치가 본업이고 AI 가속기는 검증 중인 확장선
현재 제품 지도를 읽을 때는 ‘AI 관련’이라는 넓은 이름보다 어떤 장비에 들어가는 보드인지 구분하는 편이 낫다. 회사가 제시한 제품군에는 네트워크 장비, 서버·스토리지, 슈퍼컴퓨터, 우주·항공, AI 가속기와 반도체 시험용 보드가 함께 있다. 이 가운데 네트워크 스위치용 기판은 이미 사업의 중심을 이루고, AI 가속기용 제품은 기존 고다층 제조 역량을 옆 시장으로 확장하는 성격이 강하다.
스위치용 보드는 데이터가 오가는 네트워크 장비의 물리적 기반이다. 장비 처리량과 연결 복잡도가 커질수록 한정된 면적 안에서 많은 신호를 안정적으로 보내야 한다. 회로층을 늘리고 저손실 소재를 쓰는 이유가 여기 있다. 초고다층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층수 경쟁이 아니라 설계, 적층, 홀가공, 도금, 검사 난도가 한꺼번에 올라가는 제품군을 가리킨다.
AI 가속기 쪽에서는 기대와 확인 범위를 나눠 봐야 한다. 회사는 리벨리온·퓨리오사AI와의 협력을 발표했지만, 공개적으로 확인된 단계는 고다층 PCB 기술검증과 시제품 공급이다. 대량 양산이나 상용 매출 규모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토종 AI 반도체 기업과의 접점은 의미 있는 입구지만, 입구 사진만으로 공장 안쪽의 양산 풍경까지 그릴 수는 없다.
같은 경계는 OAM 모듈과 테스트·번인 인터페이스에도 적용된다. 회사 홈페이지에서 제품 선택지는 확인되지만 공시상 별도 매출은 분리돼 있지 않다. 따라서 AI 가속기용 PCB를 현재 본업 전체와 같은 확정도로 평가하면 제품 지도를 납작하게 만든다. 투자자가 볼 것은 발표 건수보다 샘플이 고객 승인과 반복 발주를 거쳐 실제 제품 믹스로 이동하는 속도다.
다중적층도 비슷한 맥락이다. 여러 번 적층 공정을 수행해 더 복잡한 연결 구조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고사양 보드 수요에 대응하는 카드다.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는 샘플, 고객이 평가 중인 샘플, 양산 승인을 받은 품목, 안정적으로 수율을 확보한 제품은 서로 다른 칸에 놓아야 한다. 주식시장은 이 칸들을 종종 한꺼번에 ‘AI 매출’이라고 부르지만 공장은 차례를 건너뛰지 못한다.
4.제조 — 층을 쌓을수록 병목도 함께 쌓인다
PCB 제작은 내층 회로 형성과 검사에서 시작해 적층, 홀가공, 동도금, 외층 회로 형성, 표면처리, 전기시험과 최종검사로 이어진다. 각 단계가 다음 단계의 바닥이 된다. 앞 공정에서 생긴 미세한 문제를 뒤늦게 발견하면 이미 여러 공정의 시간과 재료가 투입된 뒤일 수 있다.
이미지: 자동화 PCB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작업자▲ 대구 본사 공장 안에서 작업자가 자동화 PCB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모습 — 출처: [매일경제, 2026-01-28](https://www.mk.co.kr/news/business/11945014)
내층에서는 각 층의 회로를 정확히 만들고 검사한다. 적층 단계에서는 여러 층을 압착해 하나의 보드로 묶는다. 이후 드릴로 층간 연결을 위한 홀을 만들고 동도금으로 전기가 통할 길을 형성한다. 외층 회로와 표면처리를 마친 뒤 전기시험에서 연결과 절연 상태를 확인하고 최종검사를 거쳐 출하한다.
고다층 제품의 제조 경쟁력은 특정 장비 한 대보다 공정 전체의 연결에서 나온다. 적층 정렬이 흔들리면 홀가공과 층간 연결에 영향을 주고, 드릴과 도금이 불안정하면 전기적 신뢰성이 낮아진다. 마지막 검사에서 문제를 잘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처음부터 불량 발생을 줄여야 납기와 원가가 함께 지켜진다.
회사는 제4공장 양산과 기존 공장의 자동화·설비 고도화가 생산효율과 품질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고 설명한다. 자동화는 사람을 지우는 구호라기보다 반복 공정의 편차를 줄이고 검사 데이터를 이어 붙이는 수단에 가깝다. 새 장비가 들어오더라도 제품별 공정 조건을 잡고 작업 흐름을 안정시키는 과정이 남는다.
이미지: 이수페타시스 제4공장 전경▲ ‘기술연구소’와 ‘이수페타시스 4공장’ 표기가 보이는 스마트팩토리 건물 전경 — 출처: [이수AMC, 상시 페이지](https://www.isu-amc.co.kr/kor/business/getBiz4002Html.do)
이 지점에서 수율이 숫자의 번역기가 된다. 고사양 수요가 많아도 불량과 재작업이 늘면 생산량과 이익이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 않는다. 반대로 공정 안정화가 진행되면 같은 설비에서도 출하 가능한 제품이 늘 수 있다. 이수페타시스를 볼 때 고객 주문, 설비, 공정 능력, 수율을 한 줄로 연결해야 하는 까닭이다.
5.실적 — 고부가 믹스가 증설보다 먼저 숫자에 들어왔다
2025년 감사·확정 연결 매출은 1조880억원, 영업이익은 2,047억원이었다. 계산상 영업이익률은 약 18.8%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3,403억원, 영업이익은 672억원, 분기순이익은 504억원으로 공시됐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35%, 영업이익은 41% 늘었고, 분기 영업이익률은 약 19.8%였다.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순이익 | 읽을 때의 기준 |
|---|---|---|---|---|
2025년 연결 확정 | 1조880억원 | 2,047억원 | — | 감사보고서 기준 연간 실적 |
2026년 1분기 연결 확정 | 3,403억원 | 672억원 | 504억원 | 최신 공시 확정 분기 |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 +35% | +41% | — | 성장률은 분기보고서 기준 |
2025년 연결 제품 매출에서 PCB가 차지한 비중은 95.09%였다. 회사는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에 따라 제품 평균판매단가가 전년보다 상승했다고 공시했다. 별도 기준으로 회사가 제시한 2025년 제품군 매출 구성은 스위치 70%, 가속기 19%, 기타 11%다. 이 수치는 연결 제품 분류나 특정 고객 매출과 같은 표가 아니므로, 사업 방향을 읽는 보조선으로 쓰는 편이 정확하다.
매출의 해외 의존도도 높다. 2025년 수출은 로컬 수출을 포함해 전체의 95% 이상이었고, PCB는 전량 주문생산 방식으로 제조됐다. 글로벌 장비 투자가 강할 때는 주문이 빠르게 공장으로 들어올 수 있지만, 주요 고객의 투자 일정과 환율·공급망 변화가 실적에 전달되는 통로도 짧다.
고객 집중도는 이미 확인된 조건이다. 2026년 1분기 익명 주요 고객 A·B·C사 매출 합계가 전체 매출의 61.3%였다.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고 의존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형 고객의 주문 확대는 고사양 제품의 학습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지만, 설계 변경이나 발주 조정도 실적 변동을 크게 만들 수 있다.
수주 지표는 강한 수요를 보여 주되 매출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회사 IR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말 별도 수주잔고는 5,737억원, 분기 수주는 4,897억원이었다. 별도 기준 숫자이고 납기 변경이나 제품 승인, 생산 진행에 따라 실제 연결 매출로 잡히는 시점과 규모는 달라질 수 있다.
투자의 크기도 함께 봐야 한다. 회사는 2025~2028년 신규 공장과 생산능력 증설, 기존 설비 효율화에 총 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2025년 말까지 945억원을 집행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수요에 대응할 그릇을 키우는 계획인 동시에 감가상각과 현금 지출을 먼저 감수하는 선택이다. 실제 성과는 완공 발표가 아니라 고객 인증, 양산 개시, 수율 안정화와 가동률 상승 순서로 드러난다.
회사가 제시한 다중적층 매출 비중 계획은 2025년 9%에서 2026년 31%로의 확대다. 관련 양산능력 투입 시점도 2026년 3분기와 2027년 1분기 등으로 제시됐다. 모두 확정 실적이 아니라 회사 계획이다. 한편 다중적층 샘플 비중은 FY24 21%, FY25 37%, 2026년 1분기 59%로 높아졌지만, 샘플 비중은 매출 비중이나 대량 양산을 뜻하지 않는다. 기대가 숫자가 되려면 샘플 증가와 설비 도입 사이에 고객 승인과 수율이라는 다리가 놓여야 한다.
2026년 2분기 숫자는 입력된 범위에서 증권사 전망일 뿐 확정 공시가 아니다. 최신 확정 분기는 2026년 1분기로 두는 것이 맞다.
6.최근 동향 — 제5공장과 다중적층의 시간표
제5공장은 회사의 다음 성장 국면을 가장 물리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이다. 기존 공장 옆에서 실제 기초공사가 진행되는 모습은 지방정부 투자 발표와 독립 현장 보도로 확인된다. 다만 공사 현장이 보인다는 사실과 생산능력이 매출로 연결됐다는 판단은 구분해야 한다. 완공, 장비 반입, 시운전, 고객 승인과 정상 가동은 각기 다른 이정표다.
이미지: 기존 공장 옆 제5공장 공사 현장▲ 기존 공장 옆 부지에서 굴착과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제5공장 증설 현장 — 출처: [매일경제, 2026-01-28](https://www.mk.co.kr/en/business/11944728)
증설을 앞당기는 배경에는 다중적층과 고사양 PCB 수요에 대응하려는 판단이 있다. 다중적층은 공정 횟수와 관리 지점이 늘어나는 만큼 단순 면적 확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신규 라인에서 목표 사양을 재현하고, 검사 결과를 쌓으며,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을 반복해서 증명해야 한다.
2025년 신설된 ISU-APEX도 생산 거점 확장의 한 축이다. 공시된 지분 구조는 이수페타시스 85%, APEX CIRCUIT(THAILAND) 15%다. 이름과 지분 구조는 확인됐지만, 새 법인의 역할을 곧바로 대규모 실적으로 연결해 해석할 단계는 아니다. 실제 생산 품목과 고객 승인, 연결 손익 기여가 후속 공시에서 채워져야 한다.
제5공장과 ISU-APEX, 기존 공장 고도화는 모두 같은 질문으로 모인다. 수요가 있다는 판단 아래 생산 기반을 먼저 넓혔을 때, 얼마나 빠르게 고사양 제품의 양산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건물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수율은 공시된 실적과 회사 설명을 통해 시간을 두고 확인해야 한다.
7.역사 — 1989년 PCB 진입에서 글로벌 생산망까지
회사는 1972년 설립됐고 1989년 PCB 사업에 들어갔다. 현재는 스스로를 초고다층 PCB 전문기업으로 소개한다. 이 변화는 전자부품 사업을 넓게 펼친 역사라기보다, 회로층과 신호 난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제조 역량을 축적한 과정에 가깝다.
이미지: ISU Exaboard 개업식 현장▲ 공장 입구의 ‘ISU Exaboard 개업식’ 현수막과 참석자들이 보이는 당시 행사 현장 — 출처: [ISU PETASYS, not stated](https://www.petasys.com/kor/company/history.jsp)
미국 판매법인은 2000년에 설립돼 해외 고객 접점을 맡았고, 중국 후난 생산법인은 2013년에 세워졌다. 대구 제4공장은 2023년 준공됐다. 고객과 가까운 영업 거점, 제품을 만드는 복수의 생산 거점, 국내 고다층 중심 공장이 차례로 붙으면서 지금의 운영 구조가 형성됐다.
이 연혁에서 중요한 것은 공장 수 자체가 아니다. 네트워크 장비의 고속화와 서버·HPC의 복잡한 연결 요구에 맞춰 더 높은 층수와 더 엄격한 신호 품질을 다룰 수 있는지가 사업의 방향을 정했다. AI 가속기 역시 완전히 별개의 신사업이라기보다 이 축적된 능력을 새로운 장비군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그렇다고 역사가 미래 주문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래된 공정 경험은 신규 제품의 학습 기반이 되지만, 고객의 다음 세대 설계는 다시 검증을 요구한다. 초고다층 전문기업이라는 정체성은 한 번 따낸 훈장이 아니라 새 장비가 나올 때마다 생산라인에서 갱신해야 하는 자격에 가깝다.
8.쟁점과 리스크 — 주문은 강해도 공장은 단계를 건너뛰지 못한다
낙관론의 논리는 분명하다. AI 서버와 고속 네트워크 스위치 수요가 이어지고, 다중적층을 포함한 고부가 제품 채택이 늘며, 증설 라인이 정상 가동되면 주문과 제품 믹스가 함께 좋아질 수 있다. 고속 신호와 복잡한 적층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공급사가 한정돼 있다면 기존 고객 관계와 제조 경험도 힘을 발휘한다.
반대편 논리도 같은 생산라인에서 나온다. 신규 설비의 안정화가 늦거나 고다층·다중적층 수율이 기대에 못 미치면 매출 전환 속도와 채산성이 흔들린다. 고객이 장비 설계나 PCB 공법을 바꾸면 기존 제품의 물량과 사양이 달라질 수 있다. CCL(동박적층판) 등 원재료 가격이 오를 때 이를 판매가격과 고부가 믹스로 흡수하지 못하면 원가 부담도 커진다.
고객 집중은 성장과 위험을 동시에 증폭한다. 큰 고객의 차세대 장비에 들어가면 물량뿐 아니라 기술 학습과 레퍼런스를 얻는다. 반면 몇몇 고객의 발주 조정이 전체 공장 흐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고객 이름을 추측하는 일보다 공시된 집중도가 낮아지는지, 신규 고객의 샘플이 양산으로 넘어오는지 보는 편이 실질적이다.
AI라는 이름도 적절한 크기로 다뤄야 한다. 네트워크 스위치용 PCB는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와 맞닿을 수 있고, 가속기 모듈과 시험 인터페이스는 더 직접적인 AI 제품군이다. 그러나 둘은 고객, 승인 단계, 매출 인식 경로가 같지 않다. 스위치 본업의 확장과 가속기용 시제품의 가능성을 한 바구니에 넣으면 현재 실적과 미래 선택지가 뒤섞인다.
이 회사의 성장 서사는 반도체 칩 발표 무대보다 공장의 전기시험대에서 완성된다. 고객이 설계한 복잡한 보드를 만들고, 층간 연결과 신호 품질을 검사하며, 같은 결과를 반복해 출하해야 주문이 매출이 된다. 제5공장의 콘크리트와 AI 가속기 시제품이 기대의 외형이라면, 그 기대를 기업가치의 내구성으로 바꾸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적층 정렬과 도금, 검사, 수율의 반복이다.
각주
- 이수페타시스, 제품소개: 사업분야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business.jsp; 이수페타시스, 슈퍼컴퓨터(HPC)용 PCB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supercomputer.jsp
- 한국거래소 KIND/DART, 제54기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연결·별도),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070/20260323004838/11011.htm
- 이수페타시스, 네트워크 장비용 PCB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network.jsp; 이수페타시스, AI 가속기용 PCB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ictester.jsp
- 이수페타시스, 연구분야: Signal Integrity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research.jsp
- 이수페타시스, 2025년 실적 및 2026년 경영계획, 2026-02-24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60224%EC%9D%B4%EC%88%98%ED%8E%98%ED%83%80%EC%8B%9C%EC%8A%A4_25%EB%85%84_%EA%B2%BD%EC%98%81%EC%8B%A4%EC%A0%81_Review_%EB%B0%8F_26%EB%85%84_%EC%A0%84%EB%A7%9D.pdf
- 이수그룹, 이수페타시스, 리벨리온·퓨리오사AI와 협력, 2025-07-11 — https://www.isu.co.kr/kor/prcenter/news_view.jsp?sno=854
- 이수페타시스, 제품소개: AI 가속기용 PCB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ictester.jsp
- 이수페타시스, 사이버 공정도: PCB Manufacturing Process — https://www.petasys.com/kor/product/cyberproduction.jsp
- 한국거래소 KIND/DART,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212/20260515004929/11013.htm
- 금융감독원 DART, 1분기보고서 (2026.03), 2026-05-15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515002006
- 한국거래소 KIND/DART, 제54기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연결·별도),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070/20260323004838/11011.htm
- 이수페타시스, 2025년 실적 및 2026년 경영계획, 2026-02-24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60224%EC%9D%B4%EC%88%98%ED%8E%98%ED%83%80%EC%8B%9C%EC%8A%A4_25%EB%85%84_%EA%B2%BD%EC%98%81%EC%8B%A4%EC%A0%81_Review_%EB%B0%8F_26%EB%85%84_%EC%A0%84%EB%A7%9D.pdf
- 한국거래소 KIND / 이수페타시스, 사업보고서 (2025.12),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070/20260323004838/11011.htm
- 한국거래소 KIND/DART,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212/20260515004929/11013.htm
- 이수페타시스, 2026년 1분기 실적 및 2분기 전망 IR자료, 2026-05-26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60526%EC%9D%B4%EC%88%98페타시스_UBS_Asian_Investment_Conference2026.pdf
- 한국거래소 KIND/DART, 제54기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연결·별도),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070/20260323004838/11011.htm
- 이수페타시스, 2025년 실적 및 2026년 경영계획, 2026-02-24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60224%EC%9D%B4%EC%88%98%ED%8E%98%ED%83%80%EC%8B%9C%EC%8A%A4_25%EB%85%84_%EA%B2%BD%EC%98%81%EC%8B%A4%EC%A0%81_Review_%EB%B0%8F_26%EB%85%84_%EC%A0%84%EB%A7%9D.pdf
- 이수페타시스, 2026년 1분기 실적 및 2분기 전망 IR자료, 2026-05-26 — https://file.alphasquare.co.kr/media/pdfs/company-ir/20260526%EC%9D%B4%EC%88%98페타시스_UBS_Asian_Investment_Conference2026.pdf
- KB증권 / 한국경제 컨센서스, 2Q26 Preview: 노이즈 속 견조한 수요, 2026-07-08 — https://www.hankyung.com/koreamarket/consensus/pdf/2026-07-2417dce8f027c87efbcd623d9a45b9c1
- 대구광역시 뉴스룸, 이수페타시스 추가 투자 발표, 2025-11-27 — https://news.daegu.go.kr/newshome/mtnmain.php?aid=274894&mkey=2&mtnkey=articleview; 매일경제, 대구 이수페타시스 제5공장 증설 현장 보도, 2026-01-28 — https://www.mk.co.kr/en/business/11944728
- 한국거래소 KIND/DART, 제54기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연결·별도), 2026-03-2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23/001070/20260323004838/11011.htm
- 이수페타시스, 회사소개 — https://www.petasys.com/kor/company/introduction.jsp
- 이수페타시스, 회사연혁 — https://www.petasys.com/kor/company/history.jsp
- BNK투자증권, 이수페타시스: 다중적층 수요 대응, 증설 계획 앞당김, 2026-02-27 — https://www.petasys.com/upload/new_board/B1774347875068.pdf; 매일신문, AI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구 소부장 기업 실적도 밀어올려, 2026-05-23 — https://www.imaeil.com/page/view/2026052305392178183
- KB증권 / 한국경제 컨센서스, 2Q26 Preview: 노이즈 속 견조한 수요, 2026-07-08 — https://www.hankyung.com/koreamarket/consensus/pdf/2026-07-2417dce8f027c87efbcd623d9a45b9c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