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공항 창구에서 JBANK까지, 제주 생활금융의 동선
제주공항 인근 은행 창구에서는 여행객이 지역화폐를 발급받고, 도심 지점에서는 주민과 자영업자가 예금·대출을 상담한다. 휴대전화 속 JBANK에서는 계좌조회와 이체부터 예·적금, 대출, 카드, 외환, 오픈뱅킹까지 이어진다. 제주은행의 현재 모습은 이 세 장면을 한데 놓을 때 선명해진다. 제주에 뿌리를 둔 은행이면서 개인·소상공인·기업의 일상적인 자금 흐름을 다루고, 물리적 영업망과 모바일 접점을 함께 운영하는 종합은행이다.
영업망의 무게중심은 이름 그대로 제주에 있다. 2026년 3월 말 기준 제주에는 19개 지점과 4개 출장소가 있고, 제주 밖에는 3개 지점이 있어 전체 영업점은 26개다. 전국을 촘촘히 덮는 대형 은행과는 출발점이 다르다. 제주 주민의 생활금융, 지역 기업의 운전자금, 관광객이 섬에 들어와 만나는 결제 접점처럼 좁은 지역 안에서 반복적으로 생기는 금융 수요를 깊게 포착하는 쪽에 가깝다.
이미지: 제주은행 본점 외관▲ 유리 외벽과 제주은행 간판이 보이는 현재 본점 건물 — 출처: 스마트투데이, 2026-02-04
창구가 맡는 일도 단순 입출금에 그치지 않는다. 조직상 기존 영업 축은 SOHO금융, 기업금융, 지역금융, 자산관리로 나뉜다. SOHO는 소규모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를 상대하는 금융을 뜻한다. 지역 상권의 매출 주기와 담보, 보증기관 연계 같은 현실적인 사정을 다루는 영역이다. 기업금융은 법인계좌와 여신, 자금집행으로 이어지고, 자산관리는 개인 고객의 예금과 금융상품 상담을 붙잡는다.
모바일 접점은 지점의 복제판이라기보다 영업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줄이는 통로다. JBANK에서 고객이 기본 업무를 직접 처리하면 창구는 상담과 서류 확인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일부 지점에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범 운영하면서 ATM과 모바일뱅킹을 보완 수단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변화다. 지점 접근성을 유지해야 하는 지역은행의 책임과 고정비를 줄여야 하는 운영 현실이 한 화면에서 만난다.
제주은행을 이해하는 첫 단서는 규모보다 동선이다. 섬 안의 주민과 사업자가 지점에서 관계를 만들고, 일상 거래는 앱으로 옮겨가며, 공항과 지역화폐 같은 제주 고유의 접점에서는 다시 오프라인 역할이 살아난다. 이 동선이 예금을 모으고 대출 고객을 만나게 하는 영업 기반이다.
2.예수금이 여신으로 흐를 때 생기는 은행의 수익
은행의 기본 원재료는 고객이 맡긴 돈이다.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보다 대출과 유가증권 운용에서 받는 이자가 많으면 순이자손익이 생긴다. 제주은행도 수익의 중심이 이 구조에 있다. 외환·신탁·카드와 각종 금융 서비스에서 수수료를 받지만, 손익을 움직이는 주력 엔진은 예금을 모아 여신으로 운용하는 과정이다.
개인 고객이 월급과 생활자금을 예치하고, 자영업자가 결제대금을 넣어 두며, 기업이 법인계좌로 자금을 관리하면 은행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조달 기반이 생긴다. 반대편에서는 주택·생활자금 대출, 소상공인 여신, 기업 운전자금처럼 서로 다른 대출 수요가 기다린다. 예금과 대출의 가격 차이뿐 아니라 연체 가능성, 담보 가치, 고객을 관리하는 비용까지 합쳐져 실제 이익이 결정된다.
지역은행의 관계 영업은 여기서 양면성을 갖는다. 고객과 상권을 가까이서 알면 정형화된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영업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반면 영업 기반이 한 지역에 모이면 같은 경기 충격이 예금자와 차주에게 동시에 번질 수 있다. 제주 관광과 내수가 둔화하면 숙박·음식점과 도소매업자의 매출이 함께 약해지고, 은행은 신규 대출 성장보다 기존 여신의 건전성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이미지: JBANK의 과거 모바일 메뉴 화면▲ 입출금·예금·대출·카드·외환 메뉴가 배열된 2022년 당시 JBANK 화면 — 출처: mobile world, 2022-09-17
수수료 사업은 이자 의존도를 보완하지만 독립된 거대 축으로 보기는 어렵다. 카드 결제, 외환, 신탁과 각종 계좌 서비스는 고객이 제주은행 안에서 더 많은 거래를 하도록 만든다. 고객의 결제와 급여, 예금, 대출이 한곳에 모일수록 은행은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쉽다. 다만 앱에 기능이 많다는 사실과 그 기능이 큰 수익을 낸다는 말은 다르다. 실제 손익은 거래량과 가격, 조달비용, 신용비용을 거쳐 확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제주은행의 사업모델은 ‘지역 고객을 많이 안다’는 문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역에서 모은 관계를 예금과 대출로 연결하고, 반복 거래는 모바일로 옮겨 비용을 조정하며, 카드·외환·자산관리 서비스를 덧붙이는 구조다. 이후 등장한 지역화폐와 ERP 뱅킹도 완전히 별개의 사업이라기보다 고객이 돈을 쓰고 관리하는 순간에 은행 접점을 끼워 넣으려는 확장으로 읽힌다.
3.탐나는전, 관광객과 골목상권이 만나는 결제 접점
탐나는전은 앱에서 충전한 뒤 제주특별자치도 내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선불·체크카드형 지역화폐다. 제주은행은 카드 발급과 결제 접점에 연결돼 있고, 공항 인근 지점은 여행객이 제주에 도착해 지역화폐를 만나는 장소가 된다. 주민에게는 생활비 결제 수단이고, 관광객에게는 여행 중 혜택을 받는 수단이며, 가맹점에는 지역 안에서 소비를 유도하는 정책 도구다.
이미지: 제주공항 인근 제주은행 지점의 탐나는전 안내 현장▲ 제주은행 지점 안에서 관계자들이 탐나는전 안내 배너 옆 발급·금융서비스 현장을 살펴보는 모습 — 출처: 제주일보, 2026-03-23
지역화폐의 파급력은 정책 조건에 민감하다. 2025년 4월 탐나는전 카드·모바일 사용액은 499억원이었고, 당시에는 15% 적립률과 월 200만원으로 넓어진 한도가 소비를 밀어 올렸다. 혜택이 커지면 사용자는 결제수단을 바꾸고, 가맹점에는 지역화폐 매출이 늘어난다. 반대로 적립률이나 한도가 조정되면 이용 강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 사용액을 제주은행의 카드 수익이나 예금 증가액으로 곧바로 바꾸어 읽으면 안 된다. 지역 전체 결제액과 은행이 인식하는 수익은 범위가 다르다. 제주은행에 분명한 의미는 대규모 소비 흐름이 아니라 고객 접점이다. 카드 발급 과정에서 앱과 계좌를 알리고, 공항을 찾은 관광객과 지역 주민을 만난다. 지역 정책이 만든 결제망 속에서 은행 브랜드가 실제 사용 장면에 등장하는 셈이다.
탐나는전은 제주은행의 지역성을 가장 눈에 보이게 만드는 서비스이기도 하다. 예금과 대출은 장부 안에서 움직이지만 지역화폐는 음식점, 시장, 상점의 계산대에서 쓰인다. 관광 소비가 골목상권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정책과 은행의 결제 인프라가 맞물린다. 은행이 지역경제의 모든 성과를 가져가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라는 영업 기반을 디지털 결제와 연결하는 통로는 확보한다.
이 사업의 관전 포인트는 화려한 앱 기능보다 정책과 일상 사용의 결합이다. 혜택이 이용을 만들고, 이용이 가맹점 결제를 만들며, 발급과 충전 과정이 은행 접점을 만든다. 탐나는전은 제주은행의 주력 손익 그 자체라기보다 지역 주민·상인·관광객이 한 결제망에서 만나는 드문 현장이다.
4.2025년과 2026년 1분기 실적, 이익과 건전성의 간격
2025년 연결 손익에서는 순이자손익이 수수료손익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의 절대 규모와 비용 효율성은 가볍지 않은 숙제로 남았다.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했다. 은행 손익을 볼 때 최종 순이익 한 줄만으로 영업 체력까지 같은 방향이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손익 항목 | 실적 | 직접 비교 |
|---|---|---|
FY25 순이자손익 | 1,629.22억원 | — |
FY25 순수수료손익 | 127.95억원 | — |
FY25 영업이익 | 99.34억원 | — |
FY25 당기순이익 | 139.30억원 | FY24 104.16억원 대비 33.9% 증가 |
1Q26 매출액 | 945.79억원 | 1Q25 910.63억원 |
1Q26 영업이익 | 9.47억원 | 1Q25 12.67억원 |
1Q26 법인세차감전순이익 | 48.88억원 | — |
1Q26 당기순이익 | 42.10억원 | 1Q25 29.04억원 |
여기서 매출액은 일반 제조업의 제품 판매액처럼 읽기보다 은행 회계에서 표시되는 수익 총액으로 봐야 한다. 순이자손익은 조달과 운용의 결과를 더 직접적으로 보여 주고, 영업이익에는 인건비·점포비용과 신용비용 등이 반영된다. 법인세차감전순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영업이익과 다른 단계의 항목이므로, 서로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만으로 반복 가능한 영업성과를 단정할 수 없다.
재무·운영 지표 | 기준일 수치 | 읽을 지점 |
|---|---|---|
연결 자산 | 2025년 말 8조199억원 | 은행 전체 운용 규모 |
상각후원가측정대출채권 | 2025년 말 6조2,607억원 | 대출 중심 자산 구성 |
예수부채 | 2025년 말 6조4,491억원 | 고객 예금 기반 조달 |
BIS 총자기자본비율 | 2025년 말 16.24% | 자본 완충력 지표 |
보통주 현금배당 | FY25 주당 100원 | 배당성향 27.14% |
원화예수금 | 2026년 3월 말 6조4,611억원 | 원화 조달 기반 |
총여신 | 2026년 3월 말 6조4,966억원 | 대출·신용공여 규모 |
자체 ATM | 2026년 3월 말 117대 | 지역 내 비대면 현금 접점 |
BIS 총자기자본비율 잠정치 | 2026년 3월 말 15.85% | 직전 연말보다 낮아진 수준 |
대손충당금 적립률 | 2026년 3월 말 90.51% | 부실여신 대비 충당금 수준 |
자산과 조달의 큰 축은 대출채권과 예수부채다. 예금을 받아 여신으로 운용하는 전형적인 은행 구조가 수치로도 확인된다. 자본비율은 손실을 흡수할 완충력을 보여 주지만, 비율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자산의 질까지 설명되지는 않는다. 충당금 적립 수준과 부실 가능성이 있는 여신의 흐름을 함께 봐야 한다.
한국신용평가는 2026년 3월 말 고정이하여신비율을 1.5%,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을 3.2%로 제시했다.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2025년 말 2.9%에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이미 건전성이 크게 약해진 대출을 가리키고, 요주의이하여신은 그 전 단계에서 주의가 필요한 자산을 넓게 포착한다. 당장 부실로 확정된 숫자만큼이나 앞으로 신용비용으로 번질 후보군의 방향이 중요하다.
비용 효율성도 규모의 제약을 드러낸다. 한국신용평가는 FY25 비용수익비율을 65%로, 지방은행 비교군의 45%보다 높게 평가했고 ROA는 0.18%로 제시했다. 비용수익비율은 수익을 내기 위해 어느 정도 비용을 썼는지를 보는 지표이며 낮을수록 효율적이다. 지역 영업망과 인력을 유지하면서 수익 기반이 작은 은행은 같은 비용도 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실적의 핵심은 순이익 증가와 영업 기반의 질을 분리해 보는 데 있다. 이자 중심 수익은 유지됐고 최종 이익은 좋아졌지만, 분기 영업이익과 효율성, 요주의 여신의 방향은 낙관만 허용하지 않는다. 자본 완충력과 예금 기반이 방어선이라면, 제주 경기 변화가 여신 건전성과 비용 부담으로 번지는 속도가 그 방어선의 실제 강도를 시험한다. 2026년 7월 22일 연결 잠정실적 공시가 목록에는 표시돼 있으나 원문 표의 수치를 재검증하지 못해 분기 비교는 1분기까지로 한정했다.
5.ERP 화면 안에 은행을 심는 DJ BANK
DJ BANK의 출발점은 기업 고객이 은행 일을 하려고 업무 화면을 떠나는 번거로움이다. 회사가 매출과 비용, 급여와 세금계산서를 ERP에서 관리하다가 자금집행이나 대출을 위해 별도 인터넷뱅킹으로 이동하면 업무 흐름이 끊긴다. DJ BANK가 제시하는 임베디드 기업금융은 ERP 안에 계좌와 금융 기능을 넣어 이 이동을 줄이려는 모델이다. 임베디드는 금융 서비스를 다른 업무 소프트웨어의 사용 흐름 안에 결합한다는 뜻이다.
이미지: DJ BANK ERP 뱅킹 사업모델을 정리한 기사 표▲ DJ BANK의 개요·특징·강점과 향후 계획을 한 화면에 정리한 표 — 출처: 한국금융신문, 2026-04-03
첫 상품은 더존 ERP를 사용하는 기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비대면 신용대출이었다. 특별금리를 적용하는 상품 한도는 300억원으로 제시됐다. 신청 경로는 더존 ERP 앱·웹, 카카오 플랫폼, 제주은행 모바일뱅킹 앱으로 열렸다. 고객이 반드시 제주은행 지점을 찾거나 단일 앱에서 출발하지 않아도 되는 유통 구조다.
진행 단계는 세 갈래로 구분된다.
2025년 10월에는 ERP 이용 기업 임직원용 첫 신용대출 상품이 출시됐다.
같은 해 12월에는 ERP 이용 기업과 임직원이 ERP 화면에서 제주은행 계좌를 만들고 예·적금에 가입하는 수신중개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기업·소상공인 상품 확대와 ERP 데이터·AI를 활용한 추천 및 심사 고도화는 후속 계획으로 제시됐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은 기존 규제 체계에서 바로 구현하기 어려운 금융 서비스를 시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장치다. 지정 자체가 고객 확보나 수익성을 보증하지는 않지만, ERP 화면 안에서 계좌 개설과 금융상품 가입을 중개하는 구조가 규제상 실험 단계에 들어갔다는 의미는 있다. 첫 대출 출시와 수신중개 지정은 각각 상품과 제도라는 서로 다른 문턱을 넘은 사건이다.
이 모델이 기존 JBANK와 다른 점은 고객이 찾아오는 화면이다. JBANK는 개인이 은행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여는 금융 앱이다. DJ BANK는 기업과 임직원이 이미 사용 중인 ERP 업무 흐름에서 금융을 발견하게 한다. 은행 입장에서는 제주 밖 고객에게 접근할 유통망을 얻고, 더존비즈온 입장에서는 ERP에 금융 기능을 더한다. 제주라는 물리적 영업권을 소프트웨어 유통망으로 넓힐 가능성이 여기서 나온다.
다만 ERP 데이터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대출이 자동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추천과 심사에 데이터를 쓰려면 고객 동의, 실제 사용성, 신용모형의 검증과 사후 연체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현재 확인되는 것은 첫 상품과 접근 경로, 규제 지정, 계획의 방향이다. DJ BANK의 경제성은 향후 고객 수와 잔액, 조달 기여, 수수료, 신용비용이 공시될 때 비로소 기존 은행 사업과 같은 저울에 올라간다.
6.신한금융의 자회사, 더존비즈온의 전략적 주주
제주은행의 지배구조에는 두 축이 있다. 2026년 3월 말 최대주주는 지분 64.01%를 보유한 신한금융지주회사다. 제주은행은 지역 이름과 영업 기반을 유지하면서 대형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놓여 있다. 독립 지역은행의 역사와 금융그룹 소속이라는 현재가 겹쳐 있는 구조다.
두 번째 축은 더존비즈온이다. 2025년 전략적 자본제휴에서 더존비즈온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14.99%를 확보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신한금융의 지분율은 75.31%에서 64.01%로 낮아졌다. 단순 업무협약을 넘어 소프트웨어 기업이 자본을 투입해 주요 주주가 됐다는 점이 DJ BANK의 무게를 설명한다.
이 조합에서 제주은행은 은행 면허와 예금·대출 운영 역량, 신용위험 관리 경험을 맡는다. 더존비즈온은 기업이 매일 쓰는 ERP 접점을 제공한다. 양사의 자산이 맞물리면 제주은행은 지점을 새로 내지 않고도 기업 고객을 만날 수 있고, ERP는 회계와 인사 관리에서 금융 실행으로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이는 제휴 구조가 겨냥하는 역할 분담이지, 실적이 이미 완성됐다는 뜻은 아니다.
조직도에도 변화의 방향이 드러난다. Digital·AX Group 안에 DJ Bank 사업부가 배치돼 있고, 기존의 SOHO금융·기업금융·지역금융·WM 축과 나란히 존재한다. AX는 인공지능을 업무와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는 전환을 가리킨다. 제주 지역의 전통 영업을 없애는 조직이라기보다, 기존 금융상품을 새로운 화면과 데이터 흐름에 연결하는 전담 축에 가깝다.
지배구조를 읽을 때는 두 주주의 이름을 경쟁 구도로만 볼 필요가 없다. 신한금융은 지배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더존비즈온은 ERP 뱅킹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전략 주주가 됐다. 중요한 것은 이 구도가 실제 의사결정과 상품 확장, 위험 분담에 어떻게 반영되는가다. 주주 구성의 변화가 분명한 출발 신호라면, 고객 행동과 손익으로의 전환은 별도의 실행 문제다.
7.지역밀착의 강점과 제주 경기 집중의 대가
지역밀착은 광고 문구보다 일이 벌어지는 장소에서 확인된다. 제주은행은 제주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성산·한림, 서귀포 매일올레시장과 제주시 동문시장 등을 찾아 소상공인에게 보증 상담과 세무 컨설팅을 제공했다. 사업자가 은행과 보증기관을 따로 찾아가는 대신 전통시장과 상권 현장에서 상담을 받도록 한 방식이다.
보증기관 연계는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소상공인에게 특히 중요하다. 은행은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심사해야 하고, 사업자는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지역 보증재단이 일부 신용위험을 보완하면 두 요구를 연결할 여지가 생긴다. 제주은행이 지역 상권을 잘 안다는 강점도 이런 현장 상담과 사후 관계에서 구체화된다.
이미지: 제주은행 창구의 고객 응대 장면▲ 창구 직원이 앉아 있는 고객의 서류 작성을 가까이에서 돕는 모습 — 출처: 미디어제주, 2024-04
지역은행에는 디지털 전환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고객도 있다. 제주은행은 시각장애인 고객을 위한 점자 안내와 서류 작성 보조 서비스를 제공했다. 앱과 ATM이 일상 업무를 흡수하더라도 접근성 지원, 복잡한 대출 상담, 보증 연계처럼 사람의 설명이 필요한 순간은 남는다. 지점을 줄이거나 운영시간을 조정할 때도 효율과 금융 접근성을 함께 봐야 하는 까닭이다.
강점과 위험은 같은 지역 집중에서 나온다. 고객과 상권을 가까이서 이해할 수 있지만, 제주 부동산·내수·관광이 함께 부진하면 포트폴리오를 다른 지역의 호황으로 상쇄하기 어렵다. 한국신용평가는 음식숙박과 도소매 같은 경기민감 업종의 주의 여신 증가를 수익성과 건전성의 핵심 위험으로 평가했다. 관광객 수나 지역 소비가 흔들리는 일이 곧바로 모든 대출의 부실을 뜻하지는 않지만, 차주의 현금흐름을 통해 은행 장부로 들어오는 경로는 분명하다.
그래서 제주은행의 디지털 전략은 편의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모바일이 지점 비용을 보완하고, 탐나는전이 지역 소비 접점을 넓히며, ERP 뱅킹이 제주 밖 기업 고객으로 유통망을 확장한다. 세 통로는 서로 다른 고객을 향하지만 공통 과제는 지역 집중에서 생기는 비용과 성장 한계를 완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심사와 사후관리가 약해지면 디지털 확장이 새로운 신용비용을 부를 수 있으므로, 확장 속도만으로 성공을 재단할 수 없다.
지역밀착은 제주은행이 버려야 할 낡은 자산도, 무조건적인 방어막도 아니다. 현장 정보와 고객 관계를 만드는 원천이면서 특정 지역의 경기 변동을 고스란히 받는 제약이다. 결국 은행의 경쟁력은 밀착 자체보다 그 관계를 얼마나 효율적인 서비스와 건전한 여신으로 바꾸느냐에서 결정된다.
8.원도심 본점에서 노형동과 디지털 축으로
제주은행은 1969년 지역 상공인의 참여로 출범했다. 지역에서 모은 자본으로 지역의 금융 수요를 맡는다는 출발이었다. 2002년에는 신한금융 계열에 편입됐고, 2022년에는 본점을 제주 원도심에서 노형동 세기빌딩으로 옮겼다. 지역은행이라는 이름은 이어졌지만 자본의 울타리와 업무 공간은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이미지: 제주 원도심의 옛 제주은행 본점▲ 제주은행 간판과 1층 영업점이 보이는 이전 당시 원도심 본점 건물 — 출처: 제주의소리, 2021
옛 본점은 은행의 지역성을 가장 물리적으로 보여 주던 건물이었다. 원도심 한가운데 있는 영업점과 본부가 같은 장소를 공유했고, 거리에서는 은행 간판과 고객의 출입이 함께 보였다. 본점 이전 뒤 옛 건물은 매각돼 다른 활용을 맞게 됐다. 은행의 역사가 도시 공간의 변화와 맞물린 사례다.
노형동으로의 이동이 지역 기반의 포기를 뜻하지는 않았다. 영업점과 지역화폐, 전통시장 상담은 여전히 제주 안에서 움직인다. 달라진 것은 지역과 연결되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본점과 지점의 위치가 관계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JBANK 화면과 탐나는전 결제망, ERP 업무 화면도 고객이 은행을 만나는 장소가 됐다.
이 변화에는 작은 지역은행의 현실이 배어 있다. 물리적 영업망만으로 전국 규모를 따라가기 어렵고, 지역 관계만으로는 경기 집중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제주라는 기반을 지워 버리면 탐나는전과 현장 금융, 지역 고객에 대한 이해처럼 다른 은행과 구별되는 접점도 약해진다. 제주은행이 택한 방향은 지역성을 버리는 대신 그 위에 금융그룹의 지배구조와 소프트웨어 유통망을 겹치는 쪽이다.
공항에서 지역화폐를 안내하는 창구, 시장을 찾아가는 보증 상담, 휴대전화 속 생활금융, ERP 안에서 시작되는 기업대출은 서로 멀어 보인다. 그러나 모두 고객이 돈을 쓰고 관리하는 바로 그 자리로 은행이 이동한 장면이다. 원도심 건물에 새겨졌던 지역은행의 정체성은 이제 하나의 주소보다 여러 접점에 흩어져 있다. 제주은행의 역사는 본점을 옮긴 데서 멈추지 않고, 은행이 있어야 할 장소의 정의를 넓히는 과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주
- 제주은행 사업보고서(2025.12),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0980/20260316003176/11011.htm
- 제주은행 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common/disclsviewer.do?acptno=20260515003284&docno=&method=search&viewerhost=
- 제주은행 분기보고서(2026.03),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common/disclsviewer.do?acptno=20260515003284&docno=&method=search&viewerhost=
- Organization, 제주은행 — https://www.jejubank.co.kr/hmpg/bank/ensn/jjbk/orgzCmps.do
- 제주은행 점심시간 휴무제 시범 운영, 네이트 뉴스, 2026-03-03 — https://news.nate.com/view/20260303n11841
- 제주은행 사업보고서(2025.12),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0980/20260316003176/11011.htm
- KIS Credit Opinion — 제주은행 2026년 1분기 업데이트, 한국신용평가, 2026-05-29 — https://m.kisrating.com/fileDown.do?fileName=rs20260529-33.pdf&gubun=2&menuCd=R8
- 탐나는 소비엔, 탐나는 혜택을!, 제주은행, 2026-01-08 — https://www.jejubank.co.kr/hmpg/csct/evnt.do?evntId=EVNT_cc283a4cd259437f88b306b68ff980fb&mode=detail
- 탐나는전, 제주 관광객 소비도 잡는다, 제주일보, 2026-03-23 — https://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24244
- 제주서 지역화폐 안쓰면 손해, 경향신문, 2025-05-11 — https://www.khan.co.kr/article/20250511153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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