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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리

원보험사의 거대한 위험을 나눠 맡는 전업 재보험사다

1.보험계약 뒤편에서 위험을 넘겨받는 회사

코리안리의 고객 창구에는 자동차보험이나 건강보험에 가입하려는 개인이 찾아오지 않는다. 직접 고객은 이미 보험계약을 판매한 국내외 원보험사다. 원보험사가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보상책임의 일부 또는 전부를 넘기면, 코리안리가 그 위험을 인수한다. 재보험은 보험사를 위한 보험이라는 짧은 표현으로 요약되지만, 실제 사업의 중심에는 어떤 위험을 얼마의 가격과 한도로 받아들일지 판단하는 일이 놓여 있다.

원보험사에는 한 번의 대형사고가 자본을 크게 흔들지 않도록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이 된다. 코리안리에는 그 위험을 인수한 대가와 나중에 발생할 손해 사이의 차이가 보험손익으로 남는다. 계약을 많이 받는 것만으로는 좋은 영업이라 할 수 없다. 낮은 요율로 손해 가능성이 큰 계약을 쌓으면 외형은 커져도 사고가 난 뒤 계산서가 돌아온다. 위험·요율·보상한도를 함께 고르는 언더라이팅이 매출의 입구이자 수익성의 방파제인 이유다.

받은 위험은 곧바로 현금 손익으로 끝나지 않는다. 보험계약에서 생긴 자금은 자산으로 운용되고, 여기에서 투자손익이 더해진다. 따라서 코리안리의 돈 버는 구조는 언더라이팅이 만드는 보험손익과 운용자산이 만드는 투자손익으로 나뉜다. 사고가 적은 시기에도 금융시장이 나쁘면 투자 쪽이 흔들릴 수 있고, 투자 환경이 좋아도 대형재난이 겹치면 보험 쪽에서 손실이 날 수 있다. 두 엔진이 서로 다른 날씨를 맞는 셈이다.

이미지: 코리안리 본사 입구와 사옥

▲ 코리안리 본사 입구와 고층 사옥, 소나무가 보이는 현장으로 물리적 생산라인보다 인력과 정보 인프라가 중심인 사업의 성격을 보여준다 — 출처: Kyndryl, 2023-03

재보험사의 핵심 설비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공장 굴뚝이나 매장 진열대보다 보험계약 정보, 손해 이력, 시장 가격과 자본 여력을 읽는 조직이 중요하다. 이 회사의 상품은 종이 계약 자체라기보다 큰 위험을 평가하고 나눠 맡을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급 능력에 대한 신뢰가 약하면 원보험사가 장기간 위험을 맡기기 어렵고, 지나치게 보수적으로만 움직이면 수익 기회를 놓친다. 신뢰와 선별 사이의 균형이 사업 규모를 결정한다.

재보험 브로커는 이 과정에서 원보험사와 재보험사 사이를 잇는 참여자다. 고객이 필요한 보장 범위와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연결하지만, 최종적으로 위험을 자기 장부에 올리는 쪽은 재보험사다. 코리안리가 판매하는 것은 사고를 없애 주는 약속이 아니다. 사고가 벌어진 뒤 원보험사의 부담 일부를 계약에 따라 감당할 자본과 판단력을 제공하는 일이다.

2.공사장과 발전소, 선박이 한 장부에 모일 때

코리안리가 인수하는 일반손해 재보험의 장면은 일상 소비재보다 기업과 인프라 현장에 가깝다. 건설공사 중 발생할 수 있는 손해, 기계와 전자장비의 사고, 발전·변전시설의 위험, 선박과 항공 관련 손해, 기업의 배상책임과 보증 등이 적용 대상에 들어간다. 서로 닮지 않은 현장들이지만 원보험사가 큰 손실을 혼자 떠안지 않도록 일부 책임을 넘긴다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 또는 위험

원보험사가 재보험을 활용하는 맥락

코리안리가 판단할 핵심

건설공사

공사 과정의 손해 책임을 분산

위험의 성격, 요율, 인수 한도

기계·전자장비

고가 설비 관련 보험책임을 나눔

받아들일 손해 범위와 가격

발전·변전시설

기업 인프라에 집중된 책임을 분산

계약별 위험과 감당 가능한 규모

선박·항공

운송 관련 보험책임 일부를 이전

손해 가능성과 인수 조건

배상책임·보증

기업 활동에서 생긴 책임을 재분배

보장 범위와 한도

이 목록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왜 한 가지 경기지표로 설명되지 않는지를 보여준다. 건설 현장과 발전시설, 선박은 위험의 모습도 다르고 사고가 발생하는 경로도 다르다. 코리안리는 서로 다른 계약을 한 장부에 모으되, 각각을 같은 가격표로 다뤄서는 안 된다. 현장별 위험을 구분한 뒤 받을 계약과 물러설 계약을 고르는 과정이 필요하다.

고객의 사용 장면도 사고가 난 뒤에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원보험사는 보험을 판매하는 시점부터 자기 자본으로 감당할 범위를 정하고, 넘길 책임을 설계해야 한다. 코리안리는 그 과정에서 조건을 검토하고 위험을 맡는다. 계약이 체결되면 보험수익의 기반이 생기지만, 그 계약의 품질은 훗날 지급할 비용까지 본 뒤에야 드러난다. 재보험 매출은 판매 순간에 박수치고 끝나는 매출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채점되는 매출이다.

그래서 외형 감소와 영업 악화를 곧바로 같은 말로 놓기 어렵다. 회사가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계약을 덜 받으면 보험수익은 줄 수 있다. 대신 예상보다 큰 비용을 부르는 계약을 피했다면 보험손익은 좋아질 수 있다. 반대로 외형 확대가 충분한 요율과 한도를 동반하지 않으면 미래 손해를 앞당겨 쌓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재보험사를 볼 때 계약의 양과 인수의 질을 함께 읽어야 하는 이유다.

3.언더라이팅은 책상에서 끝나지 않는다

언더라이팅은 보험계약의 위험을 심사해 받을지, 어떤 요율과 한도로 받을지 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심사표 한 장만 잘 만든다고 사업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원보험사의 보장 수요를 이해하고, 브로커를 통해 시장 조건을 확인하며, 사고 경험과 보험시장의 변화를 계약 조건에 반영해야 한다. 코리안리의 실제 서비스는 자본 제공과 함께 이런 전문 지식의 교환을 포함한다.

이미지: 국제 재보험 세미나 발표 현장

▲ 발표 화면을 바라보는 보험 전문가들과 연사가 보이는 국제 재보험 세미나 현장으로, 위험 판단이 사람과 정보의 교환을 통해 이뤄지는 모습을 담았다 — 출처: Korean Re, 2023-09-19

세미나와 지식 교류는 친목 행사의 곁가지로만 보기 어렵다. 서로 다른 시장의 원수보험사, 재보험사와 중개 참여자가 손해 경험과 인수 관행을 공유하는 자리는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재보험 계약은 눈에 보이는 완제품보다 상대방의 지급 능력과 판단 체계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사람과 조직에 축적된 신뢰가 반복 거래의 바탕이 된다.

이 구조에서는 빠른 성장과 좋은 성장이 구별된다. 가격 경쟁을 따라 무리하게 위험을 받으면 계약은 늘 수 있지만, 큰 사고가 난 뒤 과거의 판단이 한꺼번에 손익으로 돌아온다. 반대로 모든 위험을 피하면 자본과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를 잃는다. 영업 조직이 거래를 찾고 언더라이터가 문턱을 세우며 자산운용 조직이 들어온 자금을 관리하는 연결이 중요하다.

운영 인프라도 이 판단 사슬을 받친다. Kyndryl은 코리안리의 정보기술 시스템과 워크로드를 클라우드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보험계약과 리스크 정보를 다루는 업무 기반을 현대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다만 이 조치가 보험수익이나 이익을 얼마나 늘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스템 개선은 언더라이팅을 대신하는 새 엔진이 아니라, 기존 조직이 정보를 다루는 방식을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이미지: 재보험 경영 세미나 참가자들

▲ 코리안리 출입구 앞에 모인 재보험 경영 세미나 참가자들로, 고객과 파트너 전문가를 연결하는 지식 교류의 실제 접점을 보여준다 — 출처: 코리안리, 2019-05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것보다 보험업계 안에서 신뢰를 유지하는 일이 직접 매출에 더 가깝다. 고객은 일반 보험계약자가 아니라 원보험사이고, 거래에는 브로커와 여러 시장 전문가가 얽힌다. 코리안리의 영업 현장은 화려한 매장보다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회의실, 위험을 설명하는 발표장, 손해 경험을 검토하는 업무 시스템에 있다.

4.보호받던 국내 회사에서 해외 위험을 받기까지

코리안리는 1963년 설립됐다. 국내 재보험 시장에는 원보험사가 일정한 위험을 정해진 구조에 따라 출재하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있었고, 회사는 그 틀 안에서 기반을 쌓았다. 결정적인 변화는 의무출재 규정이 폐지된 1997년이었다. 그 뒤에는 제도적으로 들어오던 물량보다 시장에서 조건과 신뢰를 겨뤄 계약을 따내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이 전환은 현재의 해외 전략을 이해하는 출발점이다. 국내 원보험사의 위험을 받아주는 역할만으로는 경쟁시장에서 성장 경로가 좁다. 코리안리는 런던 Lloyd’s 현지법인과 취리히·미국 법인을 두고, 홍콩·싱가포르·상하이·두바이 등에도 거점을 마련했다. 현지 거점은 장식용 지도가 아니라 고객 및 중개시장에 접근하고 해외 위험을 심사하는 영업 기반이다.

해외 확대에는 두 얼굴이 있다. 지역과 위험을 넓게 나누면 국내 시장 의존도를 낮출 여지가 생긴다. 동시에 낯선 시장의 사고 경험, 가격 경쟁과 재난 손실을 자기 장부로 끌어온다. 해외 계약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포트폴리오가 좋아졌다고 결론 내릴 수 없는 이유다. 어떤 지역에서 어떤 조건의 위험을 골랐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미지: 인도 GIFT City 지점 개점 행사

▲ ‘KOREAN Re’ 표지 앞에서 관계자들이 의식용 등불 주위에 선 인도 GIFT City 지점 개점 행사로, 현지 영업 거점을 마련하는 단계를 보여준다 — 출처: ChosunBiz, 2026-01-22

최근 추가된 지도상의 점은 인도 구자라트주 GIFT City다. 지점은 2025년 11월 영업 인가를 받았고 2026년 1월 개점식을 열었다. 회사가 발표한 본격 영업 개시 계획은 같은 해 4월이었다. 인가와 개점은 영업 기반이 생겼다는 뜻이지만, 실제 계약이 쌓여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이후에 검증될 영역이다.

확장 단계는 여기서 한 번 구분해 볼 수 있다. 기존 해외 법인과 여러 거점은 이미 구축된 네트워크이고, 인도 지점은 인가와 개점이라는 구체적 절차를 통과한 신규 거점이다. 반면 그곳에서 벌어들일 보험수익과 손익은 공개된 확정치가 아니다. ‘진출’이라는 한 단어 안에 설립, 영업 개시, 계약 축적, 이익 정착이 서로 다른 시간표로 들어 있다.

회사 IR가 공개한 S&P 보험금지급능력평가의 A+(Stable)는 해외 거래에서도 참고되는 신뢰 표지다. 회사는 상향 근거로 자본건전성과 언더라이팅 수익성, 해외사업 성장을 들었다. 다만 신용등급은 개별 계약의 품질을 보증하는 도장이 아니다. 위험을 선별하고 손실을 감당할 능력에 대한 외부 평가이며, 이후 성과는 다시 실제 보험손익으로 확인해야 한다.

5.손해를 고르는 힘이 드러난 실적과 자본

재보험 실적을 읽을 때는 먼저 회계 범위를 맞춰야 한다. 회사의 경영통일공시에 실린 감독회계 수치와 감사된 연결·별도 K-IFRS 재무제표는 작성 목적과 범위가 같지 않다. 서로 편리한 숫자만 가져와 한 표에 섞으면 매출과 이익의 관계를 잘못 읽을 수 있다. 아래 비교는 회사 감독회계 기준으로 통일했고, 감사·확정 재무제표를 확인할 때는 DART 원문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감독회계 기준 지표

2025년

2026년 1분기

보험수익

4조8,783억원

1조1,008억원

보험손익

2,238억원

1,777억원

투자손익

2,378억원

1,067억원

영업이익

4,615억원

2,845억원

당기순이익

3,166억원

2,095억원

총자산

13조9,998억원

운용자산

11조6,840억원

11.73조원

K-ICS 비율

197.81%

208.43%

연간 수치와 분기 수치를 같은 기간처럼 나란히 비교해서는 안 된다. 표의 의미는 2025년 한 해에 보험손익과 투자손익이 모두 영업이익을 지탱했고, 이듬해 첫 분기에도 두 축에서 이익이 났다는 데 있다. 보험사업의 계약 규모를 보여주는 보험수익만 보거나 투자 성과만 떼어 보면 전체 수익 구조를 놓친다.

외형 감소와 손익 개선이 함께 나타난 분기

2026년 1분기 보험수익은 전년 동기보다 584억원 줄었다. 그런데 보험서비스비용은 같은 비교에서 2,653억원 감소했고, 그 결과 보험손익이 개선됐다. 외형 축소가 곧바로 영업력 약화만을 뜻하지 않는 사례다. 손해가 덜 발생했거나 수익성이 낮은 계약을 줄였을 때 보험수익과 비용은 서로 다른 폭으로 움직일 수 있다.

독립 보도는 이 흐름을 저수익 국내 수재 축소와 선별 인수의 성과로 해석했다. ‘수재’는 다른 보험사로부터 위험을 받아오는 일이다. 덜 받을 계약을 정해 손익을 높였다면 언더라이팅 규율이 작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줄인 물량을 해외 수재가 절대 규모로 대체할 수 있는지는 별도의 검증 과제다. 수익성 개선과 지속 가능한 외형은 같은 답이 아니다.

합산비율도 주의해서 읽어야 한다. 이 비율은 보험료에 견준 손해와 사업비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로, 낮아질수록 보험영업 효율이 좋아졌다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보도된 1분기 합산비율은 89.1%에서 74.6%로 개선됐다. 그러나 대손해 분류 기준이 보유손해 10억원 초과에서 50억원 초과로 바뀐 영향이 포함됐다. 표면적인 개선 폭 전부를 동일 기준의 손해 감소로 간주하면 안 된다.

고액사고가 두드러지지 않았고 증시 환경이 우호적이었다는 증권사 해석도 붙는다. 보험손익과 투자손익 양쪽에 좋은 조건이 겹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첫 분기의 이익 수준을 그대로 연간 정상 이익으로 늘여 잡기보다, 다음 갱신과 사고 발생, 금융시장 변화를 거치며 어느 정도가 유지되는지 살펴야 한다.

이익을 버틸 자산과 지급 여력

2025년 말 운용자산은 전체 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 2026년 1분기 말에는 국내 유가증권 6.40조원과 해외 유가증권 4.43조원이 운용자산의 중심을 이뤘다. 재보험료를 받고 장래 손해에 대비하는 동안 자산운용 결과가 손익의 또 다른 축이 되는 구조가 숫자로 드러난다. 해외 유가증권은 해외 보험계약과는 별도의 자산 항목이므로, 두 범위를 붙여 직접적인 인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 밖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가용자본을 요구자본과 비교하는 지급여력 지표다. 분기 말 비율은 연말보다 높아졌고, 회사는 보험·투자 손익 증가를 주요 변동 요인으로 설명했다. 재보험사는 사고가 난 뒤 책임을 이행해야 하므로 이익 규모뿐 아니라 손실을 흡수할 자본도 영업 신뢰의 일부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회사 공시 아카이브에서 확인되는 최신 경영통일공시는 1분기분이다. 따라서 그 뒤의 흐름을 확정 실적으로 덧붙이지 않았다.

6.생명보험사의 금리 위험까지 나누는 공동재보험

일반손해 재보험이 공장, 선박이나 배상책임 같은 사고 위험을 떠올리게 한다면 공동재보험은 다른 문제를 다룬다. 생명보험사가 안고 있는 준비금과 자산, 금리위험을 함께 관리하려는 수요와 연결된다. 오래 유지되는 보험계약에서 부채와 자산의 움직임을 맞추기 어려울 때, 위험 일부를 재보험사와 나누는 구조다.

보험연구원은 2020년 이후 국내 자산이전형 공동재보험 거래 6건 가운데 3건을 코리안리가 체결한 것으로 정리했다. 이는 코리안리가 일반손해 위험만 받는 회사가 아니라 생명보험사의 재무적 위험 관리에도 참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국내 시장 전체 거래 수가 아직 많다고 보기는 어려워, 이 숫자를 곧바로 거대한 실적 축으로 확대 해석할 근거는 부족하다.

공동재보험에서는 사고 발생 여부만큼 자산과 부채, 금리 움직임을 함께 이해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고객 역시 개인 보험계약자가 아니라 자본과 준비금을 관리해야 하는 생명보험사다. 코리안리가 제공하는 가치는 특정 상품을 대신 판매하는 데 있지 않다. 원보험사의 장기 위험 일부를 넘겨받아 재무 부담을 조정할 상대가 되는 데 있다.

이 사업은 기존 재보험의 원리와도 맞닿는다. 한 보험사에 집중된 책임을 다른 장부로 나눠 충격을 낮춘다는 점은 같다. 달라지는 것은 옮겨오는 위험의 모양이다. 자연재해나 시설 사고처럼 눈에 보이는 사건보다 금리와 장기 부채의 불일치가 앞에 선다. 코리안리가 확장할 수 있는 영역이 지역뿐 아니라 위험 유형에도 있다는 사례다.

7.사고가 적었던 계절 뒤에는 가격 경쟁이 온다

재보험 시장의 가격은 고정된 표준요금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큰 손실이 이어져 위험을 맡을 자본이 귀해지면 조건이 단단해질 수 있고, 시장에 자본이 늘면 원보험사가 더 낮은 가격을 요구하기 쉬워진다. 글로벌 재보험 전용 자본의 증가와 2026년 갱신 가격 하락은 해외 사업을 넓히는 코리안리에 경쟁과 마진 압력으로 작용할 산업 환경이다. 이는 회사 자체의 실적 전망이 아니라 시장 전체에서 관찰된 흐름이다.

가격이 내려가는 국면에서는 선택이 더 까다롭다. 계약을 지키려 가격을 따라가면 외형은 방어할 수 있지만, 나중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남는 폭이 얇아진다. 수익성을 지키려 계약을 줄이면 보험수익의 감소가 눈에 먼저 들어온다. 최근의 국내 저수익 물량 축소는 이 긴장을 실제 경영 선택으로 보여준다.

해외 사업은 이 문제의 탈출구인 동시에 확대경이다. 여러 지역에서 계약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글로벌 경쟁자와 같은 가격 사이클을 맞아야 한다. 국내 축소분을 해외에서 채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새로 받은 위험의 가격과 손해 경험이 좋아야 해외 확대가 질 좋은 성장으로 남는다.

이미지: 지진 뒤 무너진 건물과 주변 사람들

▲ 미얀마 만달레이 지진 뒤 기울어 무너진 건물과 잔해 주변의 사람들이 보이는 현장으로, 대형재난이 보험과 재보험 장부에 손실을 남길 수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 출처: The Straits Times, 2025-04-02

자연재해와 대형사고는 보험손익을 직접 흔드는 조건이다. 서로 다른 지역의 계약을 받았다고 해서 재난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예상보다 큰 사고가 한 시기에 겹치면 과거 여러 해의 인수 판단이 한꺼번에 시험받는다. 사진 속 피해는 코리안리의 특정 보험금 지급을 입증하는 장면이 아니라, 재보험사가 가격을 매겨 떠안는 위험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투자 쪽에는 다른 파도가 친다. 주식시장과 환율 변동은 운용 결과를 흔들 수 있다. 보험손익이 좋더라도 투자손실이 이를 깎을 수 있고, 반대로 증시 호조가 보험영업의 약점을 잠시 가릴 수도 있다. 두 손익을 함께 보되 원인을 섞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재난 손해와 시장 가격, 자산운용 변동은 서로 다른 경로로 같은 최종 이익에 도착한다.

코리안리의 최근 선택은 무조건적인 외형 확대보다 선별 인수에 무게를 둔 모습이다. 좋은 사고 경험이 이어질 때 이 전략은 훌륭해 보인다. 진짜 평가는 가격이 약해진 갱신시장과 새로운 대형손실을 통과한 뒤에도 계약의 질과 고객 기반을 함께 지킬 수 있는지에서 나온다. 언더라이팅은 한 분기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계절에 걸쳐 채점되는 판단이다.

8.사옥을 다시 짓는 동안 남는 것

코리안리 본사는 오랫동안 회사의 역사와 조직을 담아 온 물리적 거점이다. 이제 신사옥 건립이라는 큰 자본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다. 보도된 공사비는 3,982억원이고 완공 목표는 2030년 7월이다. 공사비와 일정은 변동될 수 있으며, 신사옥 자체가 재보험 계약을 만들어내는 직접 매출원은 아니다.

이미지: 코리안리 본사 외관과 간판

▲ 건물 상단의 ‘KOREAN Re’ 간판과 기존 본사 외관이 보이는 사진으로, 재건축을 앞둔 회사의 물리적 거점을 기록한다 — 출처: 한국경제, 2025-11-14

그렇다고 사옥을 보험영업과 무관한 부동산 한 줄로만 처리하기도 어렵다. 장기간 묶일 자본, 공사 관리와 브랜드 공간이라는 과제가 함께 따라온다. 재보험 본업의 손익을 설명할 때는 분리해야 하지만, 자본을 어디에 얼마나 오래 배치하는지를 볼 때는 무시할 수 없다. 계약 위험을 고르는 회사가 자기 장기 프로젝트의 비용과 일정도 관리해야 하는 셈이다.

건물은 바뀌어도 이 회사를 지탱하는 것은 간판보다 축적된 판단의 기록이다. 보호적 국내 구조에서 경쟁시장으로 넘어왔고, 해외 거점을 넓혔으며, 사고 위험뿐 아니라 금리와 장기부채의 위험까지 다루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일은 같다. 다른 보험사가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을 가져와 가격을 붙이고, 손실을 견딜 자본을 남기는 일이다.

새 본사가 문을 열 때까지 재보험 시장은 여러 차례 갱신되고 사고와 금융시장도 다른 얼굴을 보일 것이다. 사옥은 완공 시점이 보이는 프로젝트지만 언더라이팅에는 준공식이 없다. 오늘 받은 계약의 품질이 훗날 손해로 판정되고, 그 결과가 다시 다음 계약의 가격과 한도를 바꾼다. 코리안리의 역사는 결국 위험을 담는 건물보다 위험을 거절하거나 받아들이는 판단이 오래 남는 사업의 기록이다.

각주

  1. 코리안리와 함께하는 재보험 이해, 코리안리재보험 — https://koreanre.co.kr/publication/%EC%BD%94%EB%A6%AC%EC%95%88%EB%A6%AC%EC%99%80_%ED%95%A8%EA%BB%98%ED%95%98%EB%8A%94_%EC%9E%AC%EB%B3%B4%ED%97%98%EC%9D%B4%ED%95%B4.pdf
  2. 2025년 코리안리재보험 현황, 코리안리재보험 — https://www.koreanre.co.kr/USER_DATA/koreanre/content/editor/pdf/gyungyoung/2025_4.pdf
  3. CEO 인사말·회사소개, 코리안리 — https://eng.koreanre.co.kr/about/about_01.asp
  4. 기술보험 상품 가이드, 코리안리재보험 — https://koreanre.co.kr/reinsur/reinsur_01_2.asp
  5. 코리안리 창립 60주년 행사 및 재보험 세미나, 코리안리 — https://eng.koreanre.com/sub.asp?exec=view&intCategory=0&intPage=1&intSeq=1758&maincode=501&strBoardID=kui_573&strSearchCategory=%7Cs_name%7Cs_subject%7C&strSearchWord=&sub_sequence=518&sub_sub_sequence=573
  6. Kyndryl Completes Cloud Migration Project for Korean Re, Kyndryl — https://www.kyndryl.com/us/en/about-us/news/2023/03/cloud-for-financial-company-in-south-korea
  7. 코리안리와 함께하는 재보험 이해, 코리안리재보험 — https://koreanre.co.kr/publication/%EC%BD%94%EB%A6%AC%EC%95%88%EB%A6%AC%EC%99%80_%ED%95%A8%EA%BB%98%ED%95%98%EB%8A%94_%EC%9E%AC%EB%B3%B4%ED%97%98%EC%9D%B4%ED%95%B4.pdf
  8. Global Network, 코리안리재보험 — https://www.koreanre.com/about/about_07.asp
  9. 코리안리, 인도 지점 개점식 개최, 코리안리 — https://koreanre.co.kr/sub.asp?exec=view&intCategory=0&intPage=1&intSeq=1508&maincode=501&strBoardID=kui_519&strSearchCategory=%7Cs_name%7Cs_subject%7C&strSearchWord=&sub_sequence=519
  10. 신용등급평가, 코리안리재보험 IR — https://www.koreanre.co.kr/ir/ir_02.asp
  11. 코리안리 사업보고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331003834
  12. 코리안리 감사보고서제출, 금융감독원 DART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9801393
  13. 2025년 4분기 경영통일공시자료, 코리안리 — https://www.koreanre.co.kr/USER_DATA/koreanre/content/editor/pdf/gyungyoung/2025_4.pdf
  14. 2026년 1분기 경영통일공시자료, 코리안리 — https://www.koreanre.co.kr/USER_DATA/koreanre/content/editor/pdf/gyungyoung/2026_1.pdf
  15. 보험수익 감소에도 순익 두배…선별 인수 성과, 더벨 — https://www.thebell.co.kr/front/newsview.asp?key=202605261826033520108788
  16. 보험수익 감소에도 순익 두배…선별 인수 성과, 더벨 — https://www.thebell.co.kr/front/newsview.asp?key=202605261826033520108788
  17. 코리안리 ‘호실적으로 배당 기대 확대’, 뉴스핌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518000424
  18. 2026년 1분기 경영통일공시자료, 코리안리 — https://www.koreanre.co.kr/USER_DATA/koreanre/content/editor/pdf/gyungyoung/2026_1.pdf
  19. 경영통일공시자료 아카이브, 코리안리재보험 IR — https://www.koreanre.co.kr/ir/ir_03_1.asp
  20. 공동재보험 활성화 방안, 보험연구원 — https://www.kiri.or.kr/report/downloadFile.do?docId=583639
  21. 공동재보험 유형과 국내 거래 현황, 보험연구원 — https://www.kiri.or.kr/report/downloadFile.do?docId=583639
  22. Reinsurance Market Report: Results for Full-Year 2025, GallagherRe — https://www.ajg.com/gallagherre/news-and-insights/reinsurance-market-report-results-for-full-year-2025/
  23. Jan. 1 renewals set stage for lower reinsurance prices in 2026, 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 https://www.spglobal.com/market-intelligence/en/news-insights/articles/2026/1/jan-1-renewals-set-stage-for-lower-reinsurance-prices-in-2026-97599700
  24. 해외사업 힘입어 순항, 에너지경제신문 — https://m.ekn.kr/view.php?key=20260628023027157
  25. DL이앤씨, 코리안리 신사옥 수주, 뉴스핌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41700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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