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배송 상자 안쪽에서 시작되는 사업
택배 상자를 열면 먼저 보이는 것은 내용물이다. 한국수출포장이 다루는 것은 그 바깥을 감싼 골판지다. 상자 한 장은 소비자에게 금세 버려지는 포장재일 수 있지만, 만드는 쪽에서는 종이 원지부터 골이 들어간 원단, 접고 인쇄해 완성한 상자까지 이어지는 생산물이다. 회사의 현재 사업도 이 순서를 따라가야 가장 잘 보인다.
골판지 원지는 상자의 표면과 이면 등에 쓰이며, 골판지를 만드는 중간재다. 원지를 결합해 물결 모양의 골을 가진 판재인 원단을 만들고, 이 원단을 재단·가공하면 내용물 보호에 쓰이는 외부 포장 상자가 된다. 회사가 공시에서 제시하는 핵심은 오산의 원지 생산과 안성·양산·대전의 원단·상자 가공을 한 생산망으로 묶는 수직 일관생산이다.
이 구조에서 제품 이름은 셋이지만 고객에게 도착하는 효용은 하나다. 보내야 할 물건을 정해진 규격과 시간에 보호해 넘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상자는 내용물보다 먼저 충격을 받고, 창고와 운송 과정에서는 쌓임과 이동을 견디는 외피가 된다. 회사 제품의 성능을 접촉 가능한 근거 이상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상자를 ‘내용물 보호용 외부 포장’으로 설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미지: 식품과 음료가 담긴 골판지 배송상자▲ 식품·음료를 함께 담은 골판지 배송상자 사용 장면으로, 특정 회사의 제품이나 고객이 아니라 골판지가 도착하는 최종 맥락을 보여준다 — 출처: [한국농어민뉴스, 2025-09-03](https://kffnews.com/News/Section/articleView/5087)
사진 속 상자가 한국수출포장 제품이라는 근거는 없다. 다만 이 장면은 골판지 산업의 고객 문제가 어디에서 끝나는지를 보여준다. 식품과 음료처럼 크기와 형태가 다른 상품이 한 상자 안에 담기면 포장재는 상품 자체가 아니라 유통 과정의 질서를 판다. 유통업계가 택배 포장 중량을 줄이는 등 포장재 감축을 시도한다는 보도 역시 발주처가 포장재에 요구하는 것이 단순한 수량만은 아니라는 배경을 제공한다.
원지는 중간재, 상자는 외부 매출의 중심
원지는 사업의 출발점이지만 소비자가 마주하는 완성품은 아니다. 거대한 롤 형태로 생산·보관되는 종이가 골판지 제조 설비를 거쳐 원단이 되고, 이후 주문 규격에 맞춘 상자로 바뀐다. 회사는 원지와 원단도 제품으로 구분하지만, 외부 매출에서는 완성 상자의 비중이 더 크다. 내부 생산망의 앞단이 반드시 같은 크기의 외부 매출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미지: 대형 원지 롤이 보관된 제지공장▲ 대형 골판지 원지 롤과 이동 중인 지게차가 보이는 제지공장 내부로, 한국수출포장 현장이 아닌 원지의 형태와 취급 규모를 보여주는 산업 맥락 사진이다 — 출처: [매경LUXMEN, 2022-01-26](https://luxmen.mk.co.kr/news/all/10197920)
원지 생산을 안에 두었다는 사실은 모든 원지를 자체 조달한다는 뜻도 아니다. 실제 가공공장은 오산산과 외부 조달분을 함께 사용한다. 따라서 이 회사를 볼 때는 ‘제지회사인가, 상자회사인가’ 가운데 하나만 고르는 것보다 원지 생산과 외부 구매를 조합해 원단과 상자를 납품하는 연결 구조를 보는 편이 정확하다. 돈은 주로 가공된 상자와 원단이 외부로 나갈 때 잡히고, 원지 공장은 그 매출을 가능하게 하는 공급 축으로 작동한다.
2.오산에서 세 가공공장으로 이어지는 지도
생산망의 앞단에는 오산 원지공장이 있고, 가공 거점은 안성·양산·대전에 놓여 있다. 여기에 완전 자회사 한수팩이 원단을 공급받아 상자를 만드는 구조로 참여한다. 한수팩은 별개의 이름을 가졌지만 공시상 그룹의 가공 생산망 안에 들어오는 회사다.
거점을 나눈 까닭이나 각 공장의 담당 권역을 근거 없이 추정할 필요는 없다. 확인되는 것은 역할의 분업이다. 오산은 원지를 만들고, 가공공장들은 자체 생산분과 외부에서 산 원지를 투입해 원단과 상자를 만든다. 이 때문에 오산의 생산 상태는 회사 전체에 중요하지만, 오산 하나만으로 가공공장의 모든 투입량을 설명할 수는 없다. 반대로 외부 조달이 가능하다고 해서 내부 원지공장의 차질이 자동으로 상쇄된다고 볼 수도 없다.
이미지: 한국수출포장 대전공장 전경▲ 회색·청색 지붕의 공장 건물과 차량이 드나드는 출하 공간이 보이는 한국수출포장 대전공장 전경 — 출처: [잡코리아, 2025-01-01](https://www.jobkorea.co.kr/recruit/co_read/c/kep2908)
대전공장 사진은 이 사업이 종이 롤만 쌓아 두는 장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넓은 공장동과 차량 동선은 가공과 출하가 같은 현장 흐름에 놓여 있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상자는 부피가 있는 실물 제품이므로 수주, 생산, 보관, 출하가 서로 끊긴 활동이 아니다. 회사가 고객의 주문을 받은 뒤 납품까지 관리한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현장 구조와 맞닿아 있다.
이미지: 안성 산업단지의 공장 위치 지도▲ 안성 산업단지 도로와 한국수출포장공업 안성공장 표기가 함께 보이는 실제 지도 타일 — 출처: [장비나라·Daum 지도 타일, 2025-12-31](https://www.jangbinara.com/jangbi/m/m_toolsview?seqno=7134)
안성공장은 지도에서 산업단지 안의 한 지점으로 보인다. 지도 한 장만으로 물류 범위나 고객 구성을 읽을 수는 없지만, 오산의 원지 생산과 여러 가공 거점을 연결해 보는 데는 유용하다. 이 회사의 생산능력은 하나의 거대한 공장에 모인 단일 설비라기보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원지와 가공품을 이어 붙이는 운영 체계에 가깝다.
이 다거점 구조의 장점과 부담은 같은 문장에서 나온다. 앞단부터 완성 상자까지 관여할 수 있지만, 공장 사이의 공급 연결과 외부 구매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 각 공장을 따로 보면 설비 목록에 그치고, 연결해서 보면 왜 원지 생산량과 상자 판매단가가 동시에 중요한지 이해할 수 있다.
3.수주표가 생산표와 납품표로 바뀌는 과정
한국수출포장은 가치 제안을 화려한 소비자 브랜드가 아니라 정확한 납기, 고객의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에 둔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영업은 수주에서 끝나지 않고 생산과 납품까지 이어진다. 고객이 원하는 규격과 물량을 받아 공장 일정에 올리고, 가공한 제품을 약속한 시점에 넘겨야 매출 과정이 닫힌다.
이 사업에서 주문은 곧바로 이익이 아니다. 먼저 어떤 원지를 투입할지, 어느 가공 설비를 거칠지, 언제 상자로 완성해 출하할지를 맞춰야 한다. 회사가 밝힌 ‘정확한 납기’는 홍보 문구이면서 동시에 운영의 핵심 조건이다. 제때 도착하지 않은 포장재는 고객의 포장 작업과 출하 일정에 맞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구체적인 고객 공정의 손실 규모나 회사 제품의 우월한 성능까지 확인된 것은 아니다.
이미지: 대형 골판지 제조기와 작업 플랫폼▲ 원지를 골판지 원단으로 가공하는 대형 제조기와 작업 플랫폼으로, 한국수출포장 고유 설비가 아닌 공정 설명용 산업 현장이다 — 출처: [BHS Corrugated, 2025-12-31](https://www.bhs-world.com/en/portfolio/corrugators/produktnews/page-3)
골판지 제조기, 즉 코러게이터는 원지를 골 구조의 판재로 만드는 대형 설비다. 사진의 기계가 한국수출포장 공장에 설치됐다는 근거는 없지만, 원지와 상자 사이에 별도의 가공 단계가 있다는 점은 선명하게 보여준다. 종이 롤이 바로 배송 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 설비를 거쳐 원단이 되고, 다시 주문에 맞게 상자로 가공된다.
돈이 생기는 경로도 이 공정 순서와 겹친다. 회사는 일부 원지를 내부에서 만들고 나머지를 외부에서 사들여 가공한다. 이후 원단 또는 상자를 외부에 판매한다. 내부 원지는 외부 매출이 없어도 상자 매출의 투입물로 쓰일 수 있으므로, 제품별 외부 매출만 보고 원지공장의 경제적 역할이 없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수직계열화를 갖췄다는 사실만으로 원가 우위가 입증되는 것도 아니다. 자체 생산과 외부 조달의 조합이 실제 수익으로 남았는지는 판매가격, 투입비, 가동 상태를 함께 봐야 한다.
회사 설명에서 생산성과 원가 절감은 고객에게 주는 가치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그 약속을 회사 자신의 손익으로 되돌려 봐야 한다. 공장이 많이 돌아가고 제품이 꾸준히 출하되더라도 판매단가가 비용을 흡수하지 못하면 바쁜 공장과 좋은 실적은 얼마든지 갈라질 수 있다. 최근 실적이 바로 그 간극을 보여준다.
4.높은 가동률과 적자가 겹친 2025~2026년 실적
확정 연결실적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매출 감소보다 손실 확대다. 2024년 매출은 3,017.612억원, 영업손실은 5.859억원이었다. 2025년에는 매출 2,895.997억원, 영업손실 65.574억원, 순손실 38.8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영업적자 폭이 크게 넓어진 셈이다.
기간 | 연결 매출 | 연결 영업손익 | 연결 순손익 | 읽을 지점 |
|---|---|---|---|---|
2024년 | 3,017.612억원 | -5.859억원 | 공시 수치 미기재 | 이미 영업적자였음 |
2025년 | 2,895.997억원 | -65.574억원 | -38.804억원 | 매출 감소와 손실 확대가 동반됨 |
2026년 1분기 | 691.243억원 | -71.688억원 | -53.099억원 | 한 분기 영업손실이 전년도 연간 손실 규모를 넘어섬 |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58% 감소했다. 외부 매출 구성은 골판지상자 534.45억원, 77.32%와 골판지원단 156.79억원, 22.68%였고 외부 원지 매출은 없었다. 이는 원지가 사라진 사업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원지가 내부 가공의 투입물로 쓰이고, 외부 고객에게는 주로 상자와 원단 형태로 매출이 잡히는 구조를 보여준다.
회사는 2025년 손실 배경으로 소비침체와 공급과잉, 임금체계 개편, 에너지·물가 상승, 판매가격 인상의 어려움을 들었다. 2026년 1분기 매출 감소에 대해서는 상자 판매단가 인하와 장기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을 설명했다. 이 설명들을 묶으면 제품을 덜 팔았다는 한 문장만으로는 손익을 설명할 수 없다.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가운데 비용 부담이 겹쳤다는 것이 회사가 제시한 진단이다.
실제 평균 판매단가도 이 방향과 맞는다. 2026년 1분기 상자는 535원/kg, 원단은 460원/㎡로 2025년 연간 평균보다 각각 낮았다. 서로 단위가 다르므로 두 제품의 가격 수준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각 제품이 자기 전년 평균보다 낮아졌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상자 매출 비중이 큰 구조에서 상자 가격 약세는 특히 손익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다.
가동률은 더 까다로운 신호다. 2025년 평균 가동률은 95.13%였다. 설비가 높은 수준으로 돌아갔는데도 영업손실이 확대됐으므로, 생산량을 채우는 것과 이익을 남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고 읽을 수 있다. 높은 가동이 판매가격과 비용의 불리함을 상쇄하지 못한 것이다. 이 수치는 2025년 평균이며 화재 이후인 2026년 현재 가동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원료 조달에서도 ‘완전한 자체 생산’이라는 그림은 성립하지 않는다. 1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안성·양산·대전 가공공장은 투입 원지의 약 29%를 오산에서, 약 71%를 외부에서 조달했다. 내부 원지공장이 중요한 축이지만 외부 구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 시점이었다. 이 구성은 화재 뒤 외부 조달이 완충 수단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외부 원지 가격과 수급에도 노출돼 있음을 뜻한다. 다만 해당 비율만으로 화재 이후 실제 대체 조달량이나 비용을 계산할 수는 없다.
1분기보고서상 생산능력은 원지 286,300톤, 상자·원단 656,019,000㎡로 기재됐다. 같은 기간 오산의 원지 생산량은 27,888톤으로 전년 동기 38,852톤보다 적었다. 생산 감소에는 화재가 발생한 기간이 포함되지만, 보고서는 화재 후 정확한 재가동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생산량 차이를 전부 화재 손실로 등치하거나 설비 정상화 시점을 역산하는 것은 무리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직접 확인되는 최신 확정 실적은 1분기다. 12월 결산 상장사의 반기보고서 제출기한인 8월 14일 전이어서 2분기와 반기 확정 수치는 아직 공백이다. 적자 확대와 원지 생산 감소까지는 숫자로 확인되지만, 이후 복구가 매출과 비용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는 차기 정기보고서가 채워야 할 부분이다.
5.불이 난 곳이 원지 공정이었다
2026년 2월 7일 오산공장의 초지기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초지기동은 원지 생산설비가 있는 건물이다. 회사 공시 당시 화재 원인과 직접·간접 손실액은 조사·확인 중이었고, 보험금도 손해사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었다.
이미지: 오산 골판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 소방차와 적재물이 보이는 오산 골판지 제조 공장 화재 현장으로, 경기소방재난본부 사진을 뉴스토마토가 게시했다 — 출처: [뉴스토마토, 2026-02-09](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90834)
사진은 화염과 연기, 소방차가 들어선 밤의 현장을 보여준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화재가 실제 생산 현장에서 발생했다는 사실까지다. 보이는 적재물의 종류나 손상 범위, 설비별 피해를 사진만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회사 역시 당시 손실액과 보험금 규모를 숫자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 사건이 중요한 까닭은 불이 난 위치가 수직 일관생산의 앞단이기 때문이다. 오산은 원지를 만드는 거점이고 다른 공장들은 그 원지와 외부 조달분을 받아 가공한다. 따라서 화재의 영향은 건물 복구비에만 머물지 않을 수 있다. 내부 원지 공급이 줄면 가공공장은 외부 원지 구매, 재고 운용, 생산 일정 조정 가운데 가능한 대응을 찾아야 한다. 다만 회사가 실제로 어떤 대응을 어느 규모로 실행했는지는 확인된 공시 범위를 넘어선다.
외부 조달 비중이 이미 컸다는 점은 양면적이다. 낙관적으로는 자체 원지의 공백 일부를 외부 구매로 메울 통로가 있다는 뜻이다. 비관적으로는 수익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구매 비용과 공급 조건이 추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둘 가운데 어느 쪽이 우세했는지는 조달량, 원가와 판매가격이 함께 공개돼야 판단할 수 있다.
독립 보도에서 제시된 회복 시나리오는 보험과 복구, 외부 원지 조달, 판매가격과 원가 사이의 차이 개선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다. 반대편에는 공급 차질 장기화, 고정비 누적, 원가 전가 실패가 놓인다. 이는 확정 전망이 아니라 사건 이후 사업 구조를 읽는 조건부 해석이다. 보험금이 들어온다고 영업 경쟁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 외부 조달이 가능하다고 기존 원가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화재 전부터 회사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었다. 그래서 사건 이후의 평가는 ‘공장을 다시 돌렸는가’와 ‘돌린 공장에서 이익을 남겼는가’를 나눠야 한다. 복구는 생산 연속성의 문제이고, 가격과 비용은 수익성의 문제다. 오산공장이 정상화되더라도 판가와 비용의 간격이 개선되지 않으면 화재 이전에 드러난 숙제가 남는다. 반대로 수익성이 회복되더라도 손해액과 보험 정산이 확정되기 전에는 사건의 전체 재무 영향을 닫아 말하기 어렵다.
6.수출포장이라는 이름보다 오래 남은 골판지 축
회사는 1957년 설립됐고 197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이름에는 ‘수출포장’이 들어가지만, 현재 공시에서 확인되는 중심은 특정 수출품이나 무역업이 아니라 골판지 원지·원단·상자의 생산망이다. 오래된 사명보다 실제 공장 사이의 제품 흐름이 오늘의 회사를 더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은 사업을 완전히 다른 분야로 바꾼 사건보다 가공망을 넓힌 움직임이다. 2006년 한수팩 편입으로 상자 가공 자회사가 생산 체계에 들어왔고, 2007년 대전공장 준공으로 다거점 가공 구조가 형성됐다. 오산에서 원지를 만들고 여러 지역에서 원단과 상자를 가공하는 현재의 모습은 이 연장의 결과다.
오랜 업력은 그 자체로 수익성을 보증하지 않는다. 다만 회사가 왜 원지공장과 복수의 가공공장을 함께 보유하는지, 화재가 왜 생산망 전체의 사건으로 읽히는지를 설명한다. 수십 년 동안 쌓인 정체성은 종이를 만드는 한 공장이나 상자를 접는 한 공장에만 있지 않다. 앞단의 원지와 뒤쪽의 납품을 같은 운영 체계로 묶는 데 있다.
이 역사적 구조는 최근의 어려움도 선명하게 만든다. 오래된 설비망을 많이 돌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소비 부진과 공급과잉 속에서 가격을 방어해야 한다. 동시에 원지 생산 차질이 생기면 가공 거점의 투입물도 다시 짜야 한다. 업력이 길다는 평가는 과거의 생존 기록이고, 현재의 손익은 지금의 가격표와 공장 상태가 결정한다.
7.주식 수는 줄이고, 새 사업은 문턱에 세웠다
영업 현장 밖에서는 자본정책의 변화가 있었다. 회사는 자기주식 4,500,059주를 소각해 발행주식 수를 38,000,000주에서 33,499,941주로 줄였다. 변경상장일은 2026년 5월 27일이었다. 관련 신탁계약 해지 공시와 변경상장 공시를 통해 실행이 확인된다.
주식 소각은 남은 주식 한 주가 차지하는 지분의 분모를 줄이는 자본정책이다. 그러나 공장의 매출을 늘리거나 화재 설비를 복구하는 영업 활동은 아니다. 적자와 생산 차질을 설명할 때 소각을 개선된 영업실적처럼 섞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실행이 완료된 자본정책이라는 사실까지 무시할 이유도 없다. 생산망의 변화와 주식 수의 변화는 서로 다른 장부에서 읽으면 된다.
2025년 말 경영진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45.56%로 기재됐다. 이 수치는 지배구조의 집중도를 보여주지만, 그 자체만으로 소수주주 정책의 좋고 나쁨이나 향후 의사결정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확인되는 것은 비교적 큰 내부 지분과 실제 자기주식 소각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업목적에는 전자상거래 도소매업도 추가됐다. 근거 단계는 명확하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이 사업은 시장 탐색과 준비 단계였으며, 현재 핵심 매출이나 상용화된 신사업으로 볼 만한 실적은 제시되지 않았다. 정관과 사업목적에 이름을 올리는 일은 가능성을 열지만, 고객·거래·매출을 확보하는 일과는 다르다.
전자상거래는 기존 포장 사업과 단어상 가까워 보일 수 있다. 배송이 늘면 상자가 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어떤 상품을 어떤 방식으로 거래할지, 기존 골판지 사업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알려진 연결고리보다 모르는 사업 설계가 더 많으므로, 현재 단계에서 전자상거래를 두 번째 성장축으로 계산하는 것은 이르다.
결국 이 회사에서 서로 다른 확정도를 가진 세 장면이 겹친다. 자기주식 소각은 끝난 자본정책이고, 전자상거래는 준비 단계의 사업목적이며, 골판지는 이미 공장과 매출을 가진 본업이다. 시장의 관심은 새 단어로 쉽게 옮겨가지만 회사의 손익은 여전히 원지 조달, 상자 가격, 공장 가동과 납품에서 나온다.
배송 상자 하나를 거꾸로 따라가면 대전·안성·양산의 가공 현장을 지나 오산의 원지 공정에 닿는다. 최근의 적자와 화재, 외부 조달과 자사주 소각은 모두 그 생산망의 서로 다른 면을 비춘다. 현재 한국수출포장을 설명하는 마지막 단어는 전자상거래가 아니라, 다시 안정적으로 이어져야 할 원지와 원단과 상자다.
각주
- 한국수출포장, 원지 제품 소개 — https://www.keppack.co.kr/ver2/bbs/content.asp?co_id=sub_0201
- 한국거래소 KIND, 한국수출포장공업 사업보고서(제69기, 2025년)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 한국수출포장, 원지 제품 소개 — https://www.keppack.co.kr/ver2/bbs/content.asp?co_id=sub_0201
- 한국농어민뉴스, 택배포장 중량 줄이기 등 유통업계 포장재 감축 노력 — https://kffnews.com/News/Section/articleView/5087
- 한국거래소 KIND, 한국수출포장공업 분기보고서(제70기 1분기)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63/20260515006048/11013.htm
- 한국수출포장, CEO인사말 — https://www.keppack.co.kr/ver2/bbs/content.asp?co_id=sub_0101
- 한국수출포장, CEO인사말 — https://www.keppack.co.kr/ver2/bbs/content.asp?co_id=sub_0101
- 한국수출포장, 제지사업부·설비안내 — https://www.keppack.co.kr/ver2/bbs/board3.asp
- 한국거래소 KIND, 제69기 사업보고서(2025 감사·확정 연결실적)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 한국거래소 KIND, 제69기 정기주주총회 소집공고 및 첨부 재무자료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03/000644/20260303002113/00591.htm
- 한국거래소 KIND, 제70기 1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63/20260515006048/11013.htm
- 한국거래소 KIND, 제69기 사업보고서(2025 감사·확정 연결실적)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 한국거래소 KIND, 제70기 1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63/20260515006048/11013.htm
- 한국거래소 KIND, 제70기 1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63/20260515006048/11013.htm
- 한국거래소 KIND, 제69기 사업보고서(2025 감사·확정 연결실적)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 한국거래소 KIND, 제70기 1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63/20260515006048/11013.htm
- 한국거래소 KIND, 제70기 1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663/20260515006048/11013.htm
- 한국거래소 KIND, 2026년 시장공시 일정 — https://kind.krx.co.kr/common/marketschedule.do?method=loadInitPage
- 한국거래소 KIND, 재해발생: 오산공장 화재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2/09/000001/20260207000003/61245.htm
- 한국수출포장, 화재사건사고 정보공개 — https://www.keppack.co.kr/ver2/bbs/board_view.asp?idx=20&tb=notice
- 뉴스토마토, 한국수출포장, 적자 전환 이후 공장 화재까지…경영 부담 확대 —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290834
- 한국수출포장, 회사연혁 — https://www.keppack.co.kr/ver2/bbs/content.asp?co_id=sub_0103
- 한국거래소 KIND, 한국수출포장공업 제69기 사업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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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거래소, 한국수출포장공업 변경상장(주식소각)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21/000106/20260521000206/68155.htm
- 한국거래소 KIND,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 결정, 2026-01-2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1/28/000179/20260128000529/11335.htm
- 한국거래소 KIND,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해지 결정, 2026-04-0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09/000455/20260409000749/11335.htm
- 한국거래소 KIND, 제69기 사업보고서(2025 감사·확정 연결실적)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 한국거래소 KIND, 한국수출포장공업 제69기 사업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1483/20260311003574/11011.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