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LNG 화물창의 보이지 않는 벽
LNG 운반선의 거대한 화물창 안쪽에는 액화가스를 외부 열과 격리하고 누출 위험을 억제하는 단열·차단 구조가 들어간다. 한국카본의 현재 주력 사업은 이 공간에 쓰이는 고성능 단열 패널과 2차 방벽 자재를 공급하고, 설치·시공 또는 설치감독까지 맡는 일이다. 선박의 외형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안전성과 운항 효율을 좌우하는 내부 구조물이다.
핵심 고객 장면은 조선소다. 조선소가 LNG 운반선을 수주하면 선박별 건조 일정에 맞춰 화물창용 자재를 주문한다. 한국카본은 R-PUF로 불리는 단열용 경질 폼과 2차 방벽을 비롯한 자재를 생산해 출고한다. 계약 범위에 따라 현장 설치와 감독도 수익의 일부가 된다. 제품 한 장을 파는 데서 끝나는 소재 사업이라기보다, 선박별 사양과 공정표에 맞춰 자재와 현장 대응을 함께 제공하는 프로젝트형 사업에 가깝다.
이미지: LNG선 모형의 절개된 화물창과 단열 구조▲ LNG선 모형의 절개된 화물창 안쪽에 격자형 구조가 보인다. 선체 밖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이 공간이 주력 제품의 사용 현장이다 — 출처: 한국카본, 게시일 미표기
회사의 정체성이 LNG 보냉재 하나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프리프레그, 직물, 폼, 허니컴 코어와 같은 복합소재도 자동차·철도·항공·스포츠용으로 제시한다. 다만 현재 사업의 무게중심과 복합소재 확장 가능성은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지금 돈을 버는 중심에는 조선소의 LNG선 건조가 있고, 다른 적용처는 소재 기술이 뻗어갈 수 있는 범위를 보여준다.
2.사업: 조선소의 주문이 납품대금이 되는 경로
분기보고서에 적힌 판매 흐름은 주문 접수, 채권 확인, 생산·출고, 검수, 수금의 순서다. 수출은 신용장(L/C)을 이용한 현금판매 방식으로 설명된다. 이 짧은 흐름 안에 투자자가 구분해야 할 세 가지 시간이 들어 있다. 계약을 따내는 시간, 자재를 생산해 납품하는 시간, 검수를 마치고 대금을 회수하는 시간이다.
단계 |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 | 사업상 의미 |
|---|---|---|
수주·주문 | 조선소와 선박별 물량·일정을 확정 | 앞으로 수행할 일감이 생긴다 |
생산 준비 | 채권과 조건을 확인하고 자재 생산을 편성 | 원재료와 운전자금이 먼저 투입될 수 있다 |
출고·현장 대응 | 건조 일정에 맞춰 납품하고 필요하면 설치·감독 | 제품 품질과 납기 대응력이 함께 시험된다 |
검수·수금 | 고객 검수를 거쳐 대금을 회수 | 장부상 매출이 실제 현금으로 마무리된다 |
따라서 대형 계약 발표가 곧바로 같은 기간의 매출이나 현금 유입을 뜻하지 않는다. 선박은 여러 척이 서로 다른 공정표에 따라 건조되고, 보냉자재도 필요한 시점에 나눠 공급된다. 계약서의 시작일과 종료일은 납품 가능한 범위를 보여주지만 실제 매출 인식은 건조 진도와 검수에 맞춰 분산될 수 있다.
여기서 한국카본이 파는 것은 소재의 물성만이 아니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규격을 맞춘 자재가 도착하고, 설치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며, 선박 일정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품질이 좋아도 납기가 어긋나면 고객 공정을 막는다. 반대로 생산·출고·현장 대응이 안정적이면 같은 고객의 후속 선박으로 관계가 이어질 여지가 생긴다.
이 구조는 수주잔고를 읽는 방법도 바꾼다. 잔고는 이미 받은 현금이 아니라 앞으로 생산과 검수를 거쳐야 할 작업 목록이다. 길게 쌓인 예약 장부는 가시성을 주지만, 원재료 구매와 재고 축적이 매출보다 먼저 움직이면 현금흐름은 잠시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수주가 많다’와 ‘현금이 넉넉하다’는 서로 다른 문장이다.
3.제품: 폼과 2차 방벽이 함께 지키는 화물창
LNG 화물창의 단열 시스템은 한 종류의 판재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카본이 제시하는 대표 구성에는 열의 유입을 억제하는 R-PUF 계열 단열재와 가스 차단 안전망 역할을 하는 2차 방벽이 포함된다. 배관에도 초저온 단열과 가스 차단이 필요하다. 각 소재는 기능이 다르지만 선박 안에서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성능을 내야 한다.
이미지: LNG선 단열 패널에 쓰이는 복합소재 구조▲ 절개된 LNG선 모형 안쪽에 단열 패널 구조가 층층이 배치돼 있다. 개별 소재보다 조립된 시스템의 완성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 출처: 한국카본, 게시일 미표기
제품·소재군 | 맡는 역할 | 돈과 연결되는 지점 |
|---|---|---|
R-PUF 계열 폼 | 화물창과 배관으로 들어오는 열을 줄이는 단열층 | LNG선별 규격과 납기 대응이 반복 납품의 기반이 된다 |
2차 방벽 자재 | 1차 차단 구조에 이상이 생겼을 때 추가 안전층을 제공 | 소재 신뢰성과 시공 품질이 함께 요구된다 |
프리프레그 | 섬유에 수지를 미리 함침한 성형용 중간재 | 고객이 원하는 형상과 강도의 복합재 부품으로 이어진다 |
직물·페이퍼·멀티레이어 시트 | 보강, 절연, 차단 등 용도에 맞춘 중간소재 | 조선 외 여러 산업으로 적용처를 넓히는 바탕이다 |
허니컴 코어 | 벌집 구조로 무게를 줄이면서 강성을 보완 | 경량화가 중요한 운송·항공 분야의 후보 소재다 |
프리프레그는 탄소섬유 같은 보강재에 수지를 미리 스며들게 한 중간재다. 고객은 이를 열과 압력으로 성형해 가볍고 단단한 부품을 만든다. 허니컴 코어는 벌집 모양 내부 구조를 이용해 적은 무게로 강성을 확보한다. 이런 제품군은 ‘가볍게 만들되 필요한 강도와 내환경성을 유지한다’는 공통 문제를 푼다.
그러나 적용 가능성과 실제 사업 규모는 같지 않다. 자동차·철도·항공·스포츠가 제품 목록에 등장한다고 해서 모두 LNG선 보냉재와 같은 수준의 반복 매출을 만들었다고 볼 수는 없다. 제품 포트폴리오는 기술의 폭을 보여주고, 수주와 납품 실적은 그 기술이 상업적으로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준다. 두 층위를 섞지 않는 것이 이 회사를 읽는 첫 번째 규율이다.
4.생산 체계: 중간소재부터 현장 대응까지
소재 업체의 경쟁력은 완성품 사진만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원재료를 어떤 중간소재로 바꾸고, 고객 규격에 맞춰 가공하며,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지가 뒤에 숨어 있다. 한국카본은 2023년 하반기 한국신소재와 합병하면서 제직과 코팅 등 중간소재부터 완제품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강화했다고 설명한다.
수직계열화의 의미는 모든 것을 내부에서 만든다는 구호보다 공정 사이의 조정에 있다. 원단과 코팅, 복합재 중간재와 완제품을 잇는 과정이 가까워지면 규격 변경이나 납기 조정에 대응하기 쉬워질 수 있다. 반면 내부 공정이 늘어날수록 생산계획, 품질관리, 재고관리가 복잡해진다. 일감이 빠르게 늘 때는 이 연결 능력이 강점이 되고, 일정이 지연될 때는 묶인 재고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지: 한국카본 밀양공장 전경▲ 여러 생산동이 모인 밀양공장 전경이다. 대형 프로젝트의 납기 대응은 제품 기술뿐 아니라 생산동 전체의 편성과 물류 관리에 달려 있다 — 출처: 한국카본, 게시일 미표기
회사는 밀양공장을 비롯한 국내 생산기반과 함께 영국·미국·중국·베트남·슬로바키아에 생산·판매 거점을 둔다고 밝힌다. 해외 거점의 존재만으로 현지 매출이나 생산 효과를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조선 외 복합소재 고객을 상대하고 장거리 공급망을 운영하려면 고객과 가까운 영업·생산 접점이 필요하다는 방향은 읽을 수 있다.
설치와 시공 또는 설치감독을 제공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현장은 제품의 최종 시험대다. 도면대로 만든 자재라도 선박 안에서 맞지 않거나 설치 과정의 품질이 흔들리면 고객에게는 완성된 해결책이 아니다. 생산거점에서 출고된 자재가 조선소 검수를 통과할 때 비로소 기술, 납기, 현장 대응이 하나의 매출로 묶인다.
5.실적: 수주잔고가 매출과 현금으로 바뀌는 속도
2025년 감사·확정 연결 매출은 9,088억원, 영업이익은 1,310억원, 순이익은 1,017억원이었다. 2024년과 비교하면 매출뿐 아니라 이익 증가 폭이 컸다. 2026년 1분기에는 연결 매출 2,118억원, 영업이익 411억원, 순이익 155억원을 기록했다.
구분 | 연결 매출 | 영업이익 | 순이익 | 영업이익률 |
|---|---|---|---|---|
2024년 | 7,417억원 | 454억원 | 203억원 | 약 6.1% |
2025년 | 9,088억원 | 1,310억원 | 1,017억원 | 약 14.4% |
2026년 1분기 | 2,118억원 | 411억원 | 155억원 | 약 19.4% |
영업이익률은 공시 금액으로 계산한 값이며 반올림했다. 2025년에는 매출이 전년보다 약 22.5% 늘어난 가운데 영업이익률도 크게 상승했다. 2026년 1분기의 높은 영업이익률은 납품 물량, 단가, 환율과 제품 믹스가 우호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다만 한 분기의 수익성을 장기 정상치로 놓으려면 이후 납품 구성과 비용 흐름을 더 확인해야 한다. 증권사 역시 수주잔고의 납품 전환, 단가·환율·제품 믹스를 수익성 조건으로 해석했다.
2026년 1분기 부문 매출은 산업재 1,986억원, 일반재 132억원이었다. 산업재 비중은 약 93.8%다. 복합소재 적용처가 넓어지고 있다는 회사의 설명과 별개로, 현재 손익은 산업재 부문에 매우 강하게 기울어 있다. 조선용 보냉재의 납품 흐름이 전체 실적의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큰 구조다.
같은 분기 말 LNG 운반선 화물창 패널 수주잔고는 12억4,445만달러였다. 회사는 2024년 LNG 보냉재 잔고를 약 1조7,200억원으로 소개한 적이 있지만, 집계 시점과 통화가 다른 과거 회사 수치이므로 현재 잔고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된다.
최근 계약도 납품 기간이 길다.
발표 시점·고객 | 계약 규모 | 계약기간 | 읽을 때 유의할 점 |
|---|---|---|---|
2026년 3월 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 | 합계 2,280억원 | 독립 보도가 DART 공시를 인용 | 고객별 공시 원문 대신 보도에 근거한 합산 맥락이다 |
2026년 5월 한화오션 | 720억원 | 2026년 5월 21일~2027년 12월 26일 | 여러 기간의 생산·검수 과정에 걸쳐 매출로 전환된다 |
2026년 6월 삼성중공업 | 1,513억원 | 2026년 6월 24일~2029년 5월 30일 | 건조 일정과 환율에 따라 매출 시점과 원화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 |
3월 계약 합계는 독립 보도가 공시를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한화오션 계약은 회사 공시에서 금액과 기간이 확인된다. 삼성중공업 계약에는 자체생산, 계약금·선급금, 납품 후 지급 조건이 명시됐다. 선급금이 일부 있더라도 전체 계약금액이 발표 시점에 현금으로 들어오는 구조는 아니다.
좋은 실적과 두꺼운 잔고 사이에는 운전자본이라는 다리가 놓인다. 생산 확대를 위해 원재료와 재고가 먼저 늘고, 매출채권 회수가 뒤따르면 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의 방향이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 독립 보도도 수주 증가 과정에서 재고자산과 운전자본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종목에서 실적의 질은 영업이익률뿐 아니라 재고가 납품으로, 매출채권이 현금으로 얼마나 원활히 바뀌는지까지 봐야 드러난다.
2026년 8월 12일 기준 확보된 회사 공시·뉴스룸에는 2분기 실적이나 반기보고서 직접 원문이 확인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신 확정 기준은 2026년 1분기이며, 그 이후 계약은 향후 납품될 일감으로 구분했다.
6.역사: 낚싯대용 소재에서 선박의 안전층으로
회사는 1984년 설립됐고 탄소섬유 프리프레그 상용화에서 출발했다고 소개한다. 탄소복합재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던 시기에는 낚싯대 같은 스포츠용품이 가볍고 강한 소재의 효용을 보여주는 대표 제품이었다. 이후 같은 소재 언어가 운송장비와 산업재로 이동했다. 더 가볍게 만들고, 필요한 강도를 유지하며, 열과 화학 환경을 견디게 하는 문제다.
한국카본의 역사에서 LNG 보냉재는 기존 복합소재 기술이 거대한 산업 설비의 내부 구조로 옮겨간 장면이다. 스포츠용 소재는 사용자가 직접 만지지만, 화물창 단열 패널은 배가 완성되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제품의 노출도는 낮아졌고 프로젝트 규모와 고객의 품질 요구는 커졌다. 동시에 조선사의 수주 주기와 건조 일정에 실적이 더 강하게 연결됐다.
이미지: 우주로 향하는 로켓을 담은 회사 이미지▲ 발사 중인 로켓을 담은 회사 이미지다. 특정 항공우주 매출의 증거라기보다 낚싯대에서 첨단 운송 분야로 적용처를 넓히려는 복합소재 기업의 지향을 상징한다 — 출처: 한국카본, 게시일 미표기
2023년 한국신소재 합병은 이 역사에 공정 통합이라는 축을 더했다. 외형적인 제품 추가보다 제직·코팅과 완제품 사이를 잇는 능력을 강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회사가 그리는 미래는 탄소섬유 한 품목의 확대가 아니라 여러 중간소재를 조합해 고객의 극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쪽에 가깝다. 다만 역사적 방향이 곧 모든 신규 분야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7.최근 동향: 암모니아 탱크와 극한 환경으로 넓히는 선택지
회사가 공개한 LNG·암모니아 연료용 Type-B 탱크 스프레이 폼 단열 시스템은 현재 본업과 인접한 기술 선택지다. Type-B는 선박용 독립 탱크의 한 설계 유형이며, 이 시스템은 미리 만든 패널을 붙이는 대신 탱크 형상에 맞춰 폼 단열층을 시공하는 접근을 제시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일본조선과 공동 개발했고 선급 NK와 LR의 AiP를 받았다.
AiP는 Approval in Principle의 약자로, 개념 설계가 관련 규정과 기술 원칙에 맞는지 사전 검토받았다는 뜻이다. 상용화를 향한 기술 관문이지만 선박 발주, 공급계약, 반복 매출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LNG에서 확보한 극저온 단열 경험을 암모니아 연료 탱크로 옮길 가능성이 확인된 단계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미지: Type-B 탱크 스프레이 폼 단열 시스템 설명 자료▲ Type-B 탱크용 스프레이 폼 단열 시스템의 특징을 기존 방식과 비교한 회사 설명 화면이다. 형상 대응과 현장 시공을 앞세운 인접 기술의 현재 단계를 보여준다 — 출처: 한국카본, 게시일 미표기
2026년 3월에는 JEC World에서 극한 환경 대응 복합소재 기술을 전시했다. 전시는 고객과 기술을 연결하는 접점이지 수주 자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선용 단열재에만 머무르지 않고 내열·경량·고강도 같은 소재 특성을 다양한 운송 분야에 제안하고 있다는 방향은 확인된다.
이미지: JEC World 2026 한국카본 전시 현장▲ 한국카본 로고가 걸린 JEC World 2026 부스와 참가자들이 보인다. 연구개발 결과가 해외 고객에게 제안되는 상업화 초기 접점이다 — 출처: 한국카본, 2026-03-13
계열사 생태계도 선택지를 넓힌다. 회사는 KAT를 UAM 분야, KCI를 항공우주·방산·MRO 분야, c2i를 자동차·항공기 부품 분야의 계열사로 소개한다. 2026년 4월에는 미국 종속회사와 관련한 타법인 주식·출자증권 취득 및 유상증자 결정도 공시했다. 해외 거점과 계열사의 존재는 고객 접근과 기술 결합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투자 효과는 실제 고객 인증과 수주, 양산 진입으로 판별해야 한다.
현재 본업과 성장 선택지의 거리는 서로 다르다. LNG선 화물창용 패널은 이미 조선소 주문, 생산, 납품, 검수로 이어지는 사업이다. Type-B 탱크 시스템은 설계 검증을 통과한 기술 후보이고, 항공우주·UAM 생태계는 계열사와 전시를 통해 시장을 여는 단계다. 같은 ‘복합소재’라는 이름 아래 있어도 확정성은 한 줄로 놓이지 않는다.
8.쟁점과 리스크: 좋은 수주가 좋은 현금이 되기까지
가장 먼저 볼 변수는 조선소의 건조 일정이다. 보냉자재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공정 시점에 납품된다. 선박 인도가 늦어지면 계약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매출 전환이 뒤로 밀리고, 미리 확보한 원재료와 재고가 오래 머물 수 있다. 수주잔고는 든든한 예약표이지만 조선소의 시계가 늦어지면 회사의 시계도 함께 늦어진다.
두 번째는 원가다. 증권사들은 MDI 등 원재료 가격 상승을 마진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계약 단가가 원가 변화를 얼마나 흡수하는지, 고수익 제품의 납품 비중이 유지되는지에 따라 같은 매출에서도 이익이 달라질 수 있다. 환율도 양면적이다. 달러 기반 잔고와 수출은 원화 환산액에 영향을 주지만, 계약 조건과 비용 통화가 함께 움직이므로 원화 약세를 곧바로 전액 이익으로 환산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사업 집중도다. 산업재가 실적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LNG선 호황의 효과를 크게 받게 해준다. 동시에 조선 발주와 고객 공정 변화가 전사 실적에 직접 전달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자동차·항공·UAM 같은 확장 분야가 상업화되면 집중도를 낮출 수 있지만, 아직은 주력 사업과 같은 무게로 손익을 지탱한다고 보기 어렵다.
네 번째는 성장기의 현금흐름이다. 일감이 늘면 생산에 필요한 재고도 늘 수 있다. 회계상 이익이 개선되는 동안 현금이 재고와 매출채권에 묶이는 현상은 제조업 성장 국면에서 드물지 않다. 문제는 증가 자체보다 회전이다. 재고가 고객 일정에 맞춰 출고되고, 검수가 끝난 채권이 정상적으로 회수된다면 성장 비용이다. 일정 지연으로 회전이 둔화하면 자금 부담이 된다.
이 회사를 둘러싼 낙관론과 경계론은 사실 같은 장면을 본다. 낙관론자는 밀양공장에서 만들어진 단열 구조물이 두꺼운 수주잔고를 따라 조선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본다. 경계론자는 그 이동 사이에 쌓이는 원재료, 재고, 환율 변화와 고객의 건조 일정을 본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사업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국카본의 경쟁력은 화려한 완성선 사진보다 화물창 안쪽에서 드러난다. 폼과 2차 방벽을 규격에 맞춰 만들고, 조선소가 요구하는 날에 공급하며, 현장에서 설치 품질을 완성하고, 검수 뒤 대금을 회수하는 일련의 연결이 본체다. 암모니아 탱크와 항공우주는 그 연결 능력이 다른 극한 환경에서도 통할지를 시험하는 바깥 고리다. 결국 이 종목의 현재 가치는 보이지 않는 벽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 생산하느냐에 있고, 확장의 가치는 그 벽에서 익힌 소재와 공정의 언어가 새로운 고객의 실제 주문으로 번역되는 데 있다.
각주
- 한국카본 조선해양 사업,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ourBusiness/ship.do
- 한국카본 사업영역,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company/businessArea.do
- 한국카본 제품별 목록,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ourBusiness/productList.do
- 한국거래소 KIND·한국카본 분기보고서(2026.03), 2026-05-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4/000378/20260514000819/11013.htm
- 한국카본 케미칼 R&D 센터 주요 개발 제품,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rnd/product.do
- 한국카본 제품별 목록,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ourBusiness/productList.do
- 한국카본 연혁,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history/history.do
- 한국카본 경영진 메시지,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company/greeting.do
- 금융감독원 OpenDART 한국카본 사업보고서(2025.12), 2026-03-19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319001272
- 금융감독원 OpenDART 한국카본 1분기보고서(2026.03), 2026-05-14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514000370
- IBK투자증권 한국카본: 1Q26 Re, 2026-05-26 — https://m.ibks.com/iko/IKO01/download.do?attatchCd=ATTATCH1&menuCode=IKO010201&seq=12213
- 한국거래소 KIND·한국카본 분기보고서(2026.03), 2026-05-1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4/000378/20260514000819/11013.htm
- 한국카본 Type-B 탱크 스프레이 폼 단열 시스템,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ourBusiness/productDetail.do?idx=27
- 아시아경제 한국카본, 총 2280억원 규모 초저온 보냉자재 공급 계약, 2026-03-12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31213152833069
- 한국거래소 KIND·한국카본 한화오션 공급계약 공시, 2026-05-21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21/000082/20260519000099/91370.htm
- 한국거래소 KIND·삼성중공업 LNG운반선 초저온 보냉자재 공급계약, 2026-06-2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6/25/000143/20260622000956/70370.htm
- 더벨 한국카본의 질주: 수주 호황에 재고자산 역대 최대, 현금흐름 압박, 2026-05-29 — https://www.thebell.co.kr/front/newsview.asp?code=0705&key=202605271556186520104777
- 한국카본 전자공시, 2026-08-10 — https://www.hcarbon.com/en/media/disclosureData.do
- 한국카본 기업개요, 2026-08-12 접근 — https://www.hcarbon.com/ko/company/outline.do
- 한국카본 LNG·암모니아 Type-B 탱크 스프레이 폼 단열 시스템,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ourBusiness/productDetail.do?idx=27
- 한국카본 JEC World 2026 전시 소식, 2026-03-13 — https://www.hcarbon.com/ko/media/newsroom.do?attFoler=newsroom&idx=800&lang=ko&pageName=press&path=media&viewPageName=ajaxPressView
- 한국카본 계열사 및 비즈니스 네트워크, 게시일 미표기 — https://www.hcarbon.com/ko/business/subsidiary.do
- 금융감독원 DART 타법인주식및출자증권취득결정, 2026-04-13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413800090
- DS투자증권 한국카본, 2026-05-19 — https://stock12.mk.co.kr/uploads/20260519/1779170434_ab86370480fc5583196a.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