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 사천의 조립라인에서 고객 기지까지
사천 회전익 생산 현장에서는 작업자가 아직 외피와 내부 장비가 완성되지 않은 헬기 동체를 둘러싸고 조립한다. 여기서 출발한 기체는 군의 시험과 검수를 거쳐 부대에 인도되고, 조종사와 정비사의 교육 대상이 된다. 수출 기체라면 이 여정은 해외 기지까지 길어진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업을 이해하는 데에는 완성된 항공기 한 장보다 이 긴 이동 경로가 더 유용하다.
이미지: 사천 회전익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헬기 동체를 조립하는 모습▲ 사천 회전익 생산 현장에서 작업자들이 헬기 동체를 조립하는 모습. 완제기 사업이 수많은 장비와 공정을 한 기체로 묶는 일임을 보여준다 — 출처: [매일경제, 2024-06-17](https://www.mk.co.kr/en/politics/11042976)
1999년 10월 1일 설립된 KAI의 영업 범위는 항공기뿐 아니라 우주선·위성체·발사체와 관련 부품의 설계, 제조, 판매, 정비까지 걸쳐 있다. 그러나 현재의 무게중심은 훨씬 선명하다. 고정익과 회전익 완제기의 체계개발·양산, 그리고 글로벌 민항기 제작사에 공급하는 기체 구조물이 본업의 중심이다. 우주와 무인·AI 플랫폼은 이 기반에서 뻗어 나가는 확장축으로 보는 편이 맞다.
대금이 생기는 경로도 제품 수만큼 복잡하지는 않다.
정부와 맺은 방산 연구개발·양산 계약이 국내 완제기 사업의 기반을 만든다.
해외 정부·기관과의 완제기 수출은 생산 물량과 고객 기반을 넓힌다.
Boeing·Airbus·IAI 같은 항공기 제작사에는 기체 구조물을 공급한다.
인도 후에는 훈련체계와 후속지원이 고객과의 접점을 이어 간다.
이 네 경로의 시간표는 서로 다르다. 개발은 길고, 양산은 납품 일정에 민감하며, 구조물 공급은 글로벌 민항기 생산 흐름을 탄다. 후속지원은 이미 운용 중인 기체가 있어야 커진다. 따라서 ‘항공우주 성장’이라는 큰 구호보다 어떤 기체가 개발·양산·운용 중 어느 단계에 있는지를 먼저 구분해야 한다.
2.완제기 사업 | 한 번의 개발이 여러 계약으로 갈라지는 구조
KAI가 맡는 체계종합은 동체만 제작하는 일과 다르다. 엔진, 항전장비, 유압계통, 임무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한 플랫폼 안에서 작동하게 만들고 시험과 양산까지 연결하는 역할이다. 고정익에서는 T-50 계열과 KF-21, 회전익에서는 KUH·LAH·LCH 계열이 이 구조를 대표한다. 같은 계열 안에서도 개발 계약, 초도양산, 후속 양산, 수출, 교육·지원의 계약 상대와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FA-50은 이 연결 구조를 가장 쉽게 보여주는 제품이다. 고등훈련기 T-50을 바탕으로 전술데이터링크, 정밀유도무장, 자기보호체계를 더한 경공격 플랫폼이며, 한국 공군은 2013년부터 운용하고 있다. 훈련기 계열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조종사 교육과 전술 운용을 하나의 제품군 안에서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고객에게는 고성능 전투기보다 낮은 진입 문턱으로 훈련과 경공격 임무를 함께 구성할 선택지가 된다.
수출은 발표 순간보다 인도와 운용이 더 길다. 2025년 6월 KAI와 필리핀 국방부는 FA-50 12대 추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방위사업청이 밝힌 계약 규모는 약 7억달러다. ‘추가’ 계약이라는 표현에는 이미 기체를 운용한 고객이 다시 같은 계열을 선택했다는 의미가 담긴다. 신규 국가를 뚫는 일과 기존 운용국에서 물량을 늘리는 일은 모두 수출이지만, 요구되는 영업 비용과 운용 기반은 같지 않다.
KF-21은 또 다른 단계에 있다. 이미 국내 체계개발과 양산의 핵심 플랫폼이지만, 해외 수출은 개별 계약이 확인되기 전까지 미래 조건이다. FA-50의 수출 경험이 KF-21 영업에 참고가 될 수는 있어도 두 기체의 가격, 임무, 도입 심사와 경쟁 구도는 다르다. 투자자가 두 제품을 한 묶음의 확정 물량처럼 더하면 안 되는 이유다.
회전익도 같은 문법을 가진다. KUH 계열의 운용 기반 위에서 파생형이 생기고, LAH는 별도의 양산·납품 시간표를 따른다. 파생형은 공통 기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무 장비와 시험·인증이 달라지면 일정 위험도 새로 생긴다. 조립라인 사진 속 한 동체에 여러 계통이 동시에 들어가는 이유이며, 작은 부품 하나의 준비 상태가 완성기 인도와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3.인도 뒤의 사업 | 해외 격납고와 훈련체계가 만나는 곳
완제기가 공장을 떠나는 순간 제조 공정은 끝나지만 고객의 운용은 그때 시작된다. 해외 기지에서는 인수된 기체를 다시 점검하고, 현지 조종사와 정비사가 운용 절차를 익혀야 한다. 폴란드 기지의 FA-50 사진은 수출 계약서에 적힌 ‘항공기’가 실제 고객 현장에서는 정비 공간, 지상 장비, 인력과 함께 움직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지: 폴란드 Mińsk Mazowiecki 기지 격납고에서 점검 중인 FA-50▲ 폴란드 Mińsk Mazowiecki 기지 격납고에서 점검 중인 FA-50. 수출은 기체의 국경 통과가 아니라 고객 운용체계의 가동으로 완성된다 — 출처: [Podlasie24, 2023-11-11](https://podlasie24.pl/minsk-mazowiecki/juz-prawie-eskadra-poludniowokoreanskie-fa-50-w-minsku-mazowieckim-20231111104159)
KAI는 T/TA-50·FA-50·KUH·KF-21에 연동되는 조종사 및 정비사 훈련체계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는 실제 기체 교육뿐 아니라 VR과 AI를 활용한 훈련 수단도 포함된다. 기체를 인도받기 전부터 인력을 준비하고, 인도 후에는 반복 숙달과 정비 교육을 이어 주는 접점이다.
이미지: 조종석과 가상 영상을 결합한 FA-50 훈련체계 소개 이미지▲ 조종석과 가상 영상을 결합한 FA-50 훈련체계 소개 이미지. 완제기 판매 뒤에도 조종사·정비사 교육이라는 운용 접점이 남는다 — 출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https://www.koreaaero.com/KO/Business/TrainingSystem.aspx)
다만 ‘항공기는 오래 쓰인다’는 사실만으로 후속지원 매출이 자동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 범위와 기간은 계약마다 다르고, 현지 정비 역량이나 파트너 구성도 달라질 수 있다. 확인된 것은 KAI가 완제기와 훈련체계를 함께 제공하며 운용 단계에 참여할 제품 기반을 갖췄다는 점이다. 장기간의 반복 수익 규모는 실제 후속지원 계약과 사업군 매출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이 구분은 수출 뉴스를 읽을 때 특히 중요하다. 계약 체결은 고객 기반을 만들고, 인도는 생산과 매출의 시간표를 움직이며, 훈련·지원은 운용 기간의 관계를 만든다. 세 장면이 연속될 수는 있지만 같은 날 같은 금액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4.실적 | 수주잔고의 두께와 분기 이익의 온도차
2025년 연결 매출은 3조6,963.79억원, 영업이익은 2,691.90억원, 순이익은 1,873.13억원이었다. 2026년에는 1분기까지 정기공시가 나왔고, 2분기와 상반기는 7월 29일 발표된 잠정 수치다. 기준일인 8월 12일은 12월 결산법인의 통상 반기보고서 제출기한인 8월 14일 전이므로 서로 같은 확정도로 다뤄서는 안 된다.
구분 | 매출 | 영업이익 | 순이익 | 공시 상태 |
|---|---|---|---|---|
2025년 연결 | 3조6,963.79억원 | 2,691.90억원 | 1,873.13억원 | 사업보고서 확정치 |
2026년 1분기 연결 | 1조926.9억원 | 671.4억원 | 413.1억원 | 분기보고서 |
2026년 2분기 연결 | 1조1,679억원 | 484억원 | 691억원 | 잠정치 |
2026년 상반기 연결 누적 | 2조2,606억원 | 1,156억원 | 미제시 | 잠정치 |
1분기 연결 수치는 분기보고서에 담겼다.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41.0%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3.1% 감소했다. 회사는 미르온(LAH) 납품 지연을 직접 요인으로 설명했다. 고환율과 수입부품 원가 부담은 보도에서 함께 거론됐으나, 세부 기여도를 회사가 분해해 제시한 확정 설명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매출 외형과 이익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은 분기라는 점이 핵심이다.
2025년 연결 영업부문 매출은 고정익 1조5,354억원, 회전익 7,636억원, 기체 1조293억원, 기타 4,615억원이었다. 반면 회사 IR 페이지의 사업군별 수치는 별도 기준이다. T-50·KF-21 1조3,879억원, KUH·LAH 6,371억원, 기타 방산 6,121억원, 기체부품·민수·기타수출 9,881억원으로 각각 별도 매출의 38.28%, 17.58%, 16.88%, 27.26%를 차지했다. 연결 영업부문 표와 별도 제품군 표는 분류 기준과 범위가 다르므로 합산하거나 점유율을 교차 적용하면 안 된다.
운영 지표 | 기준 | 수치 | 읽을 때의 주의점 |
|---|---|---|---|
별도 수주잔고 | 2025년 말 | 27조3,437억원 | 장래 매출 후보이지 현금이나 이익 확정액은 아님 |
연결 수주잔고 | 2026년 1분기 말 | 26조6,339억원 | 별도 수치와 범위가 다름 |
별도 수주잔고 | 2026년 1분기 말 | 26조5,532억원 | 계약 변경·납품·신규수주의 순효과가 반영됨 |
T-50·KF-21 계열 생산능력 | 2025년 | 연 60대 | 여러 기종이 계열 능력을 함께 사용 |
KUH·LAH·LCH 계열 생산능력 | 2025년 | 연 72대 | 제품별 실제 생산량과 동일하지 않음 |
전체 평균가동률 | 2025년 | 87.91% | 개별 라인의 병목을 직접 보여주지는 않음 |
수주잔고는 두껍지만 창고에 쌓인 현금은 아니다. 개발 일정, 고객 검수, 생산 진척과 인도 조건을 거쳐 매출로 바뀐다. 2025년 말 별도 잔고와 2026년 1분기 말 별도 잔고의 차이도 신규 계약, 수행 물량, 변경분을 모두 알아야 온전히 해석할 수 있다.
고객 구성은 이 전환 경로를 한 번 더 보여준다. 2026년 1분기 별도 매출처는 내수 52.03%, 완제기 수출국 28.49%, Boeing·Airbus·IAI 등 19.48%였다. 국내 방산, 완제기 수출, 글로벌 기체 공급망이 동시에 매출을 만들지만 분기별 제품 인도와 고객 검수에 따라 비중은 움직일 수 있다. 평균가동률이 높은 상황에서도 특정 기종의 부품이나 검수가 늦으면 해당 납품은 밀릴 수 있다. 생산능력과 납품 안정성을 같은 말로 볼 수 없는 이유다.
5.민항의 두 갈래 | 구조물 공급과 정비 옵션
완제기 사업의 반대편에는 민항기 구조물이 있다. 고객은 항공기를 도입하는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완제기 제작사다. KAI는 Airbus A350XWB의 Wing Rib, 즉 날개 내부에서 하중을 지지하는 리브에 대해 설계 승인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A320 날개 구조물 전용공장도 운영한다고 설명한다.
설계 승인권은 단순히 도면대로 가공하는 공급자보다 깊은 기술 책임을 맡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이 사업은 고객사의 항공기 생산률과 공급망 관리에 영향을 받는다. 방산 완제기처럼 한 국가의 도입 결정이 큰 계약으로 나타나는 구조와 달리, 글로벌 OEM의 생산 흐름에 맞춰 구조물을 지속 납품하는 성격이 강하다. 한쪽이 정부 예산과 검수 일정에 민감하다면 다른 쪽은 세계 민항기 생산 사이클과 품질·납기 경쟁에 노출된다.
민항 정비는 구조물과도 구분해야 한다. KAI는 2018년 7월 KAEMS를 설립했고, 항공정비조직 인증인 AMO와 안전관리체계인 SMS 인증을 거쳐 민항기 정비 전문업체로 지정됐다고 설명한다. 정비는 운항 중인 항공기를 대상으로 하므로 신규 기체 제작과 다른 수요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부품과 엔진 정비 확대는 회사가 제시한 계획 단계다. 이미 확보한 정비 자격과 향후 확대 구상을 같은 규모의 현재 사업으로 적어서는 안 된다.
구조물은 이미 형성된 글로벌 공급망 사업이고, 민항 MRO는 별도 법인과 인증을 바탕으로 넓혀 가는 영역이다. 둘 다 ‘민수’로 묶이지만 고객, 설비, 수익화 조건이 다르다. KAI의 사업 다각화를 평가할 때에는 방산 의존도를 낮춘다는 한 문장보다 이 차이를 보는 편이 정확하다.
6.KF-21의 시간표 | 개발의 성과가 양산 규율을 만날 때
KF-21은 국산 전투기 개발이라는 상징과 실제 양산 프로그램이라는 두 얼굴을 함께 갖는다. 개발 단계에서는 시험과 성능 입증이 중심이지만, 양산 단계에서는 같은 품질의 기체를 정해진 시점에 반복해 내놓는 능력이 중요해진다. 개발 성공이 곧바로 납품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으며, 양산 경험은 다시 후속 물량과 해외 고객의 신뢰를 좌우한다.
대통령실의 2026년 3월 현장 브리핑에 인용된 KAI 계획은 그해 KF-21 8대와 FA-50 19대를 납품하는 것이었다. 이는 실제 인도 완료나 매출 인식이 아니라 회사가 제시한 계획이다. 계획 숫자의 의미는 기대 매출을 미리 더하는 데 있지 않다. 두 고정익 계열이 같은 해 생산·시험·검수 자원을 어떻게 나눠 쓰고, 예정된 기체를 고객에게 넘기는지 관찰할 기준선이라는 데 있다.
KF-21 수출은 더 엄격한 경계를 요구한다. 플랫폼이 존재하고 국내 양산이 진행된다는 사실은 수출 협상의 기반이다. 그러나 상대국의 기종 선정, 정부 간 절차, 사양과 가격 협상, 계약 체결이 남아 있다. 개별 계약 원문이 나오기 전의 해외 논의는 성장 가능성이지 수주잔고가 아니다. 반대로 수출이 성사되면 기체 인도만이 아니라 훈련과 후속지원까지 고객 관계가 확장될 여지가 있다. KAI의 장점과 불확실성이 같은 긴 시간축 위에 놓인다.
7.우주와 무인 확장 | 참여 이력과 반복 사업 사이
우주 사업에는 항공기와 닮은 점이 있다. 위성 본체와 발사체도 여러 장비를 통합하고 극한 환경에서 시험해야 한다. KAI는 다목적실용위성 본체 개발에 참여했으며, 한국형발사체 KSLV-II에서는 체계총조립과 1단 추진제 탱크 개발 역할을 공개했다.
이미지: 청정실에서 위성 모듈을 시험 장비 주변에 통합하는 엔지니어들▲ 청정실에서 위성 모듈을 시험 장비 주변에 통합하는 엔지니어들. 우주 사업도 부품 제작보다 통합과 시험의 축적이 중요한 현장이다 — 출처: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https://m.koreaaero.com/EN/MediaCenter/PhotoGalleryView.aspx?PhotoPid=103)
청정실의 위성 모듈과 발사대의 로켓은 같은 사업의 서로 다른 끝이다. 앞에서는 조립과 시험이 이뤄지고, 뒤에서는 실제 임무를 향한 발사가 진행된다. 다만 특정 국가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독자 위성 제품이 대량으로 반복 판매된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미지: 야간 발사대에서 상승하는 Falcon 9 발사체▲ 군 정찰위성을 탑재하고 야간 발사대에서 상승하는 Falcon 9. 제작 참여가 실제 우주 임무로 이어지는 최종 사용 장면이다 — 출처: [Korea IT Times, 2025-11-02](https://www.koreait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7234)
AAV, 무인·AI 파일럿, 유무인복합도 회사가 제시하는 성장 방향이다. 유무인복합은 유인 항공기와 무인기를 연결해 임무를 수행하는 개념이다. 기존 전투기·헬기 체계 경험과 이어질 여지는 있지만 수익화 시점과 고객 계약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기술 로드맵, 공동개발 합의, 시제품, 양산 계약은 서로 다른 단계다.
이 때문에 우주와 무인 분야는 ‘없는 사업’도 ‘이미 완성된 제2의 본업’도 아니다. 위성 본체, 발사체 총조립처럼 확인된 참여 역할은 인정하되, 반복 가능한 제품과 서비스가 어느 고객에게 어떤 계약으로 팔리는지가 드러날 때 현재 본업과 같은 저울에 올릴 수 있다.
8.최근 동향과 쟁점 | 동맹, 지분, 납품은 같은 신호가 아니다
2025년 KAI와 Lockheed Martin은 로터크래프트, 차세대 플랫폼, 우주, UAV, 유무인복합, 훈련과 후속지원으로 협력 범위를 넓히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사는 T-50 계열에서 이어진 관계를 더 넓힐 틀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양해각서는 개별 사업의 수주나 매출을 확정하는 계약이 아니다. 협력 분야가 넓다는 사실과 상업화 속도가 빠르다는 판단은 분리해야 한다.
2026년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사업적 협력 강화를 목적으로 KAI 주식 취득을 결정했다. 공시된 취득 한도는 5,000억원, 취득 후 예정 지분은 4.73%이며 목적은 경영권 취득이 아니다. 국내 항공우주·방산 생태계에서 협력 가능성을 떠올리게 하는 변화지만, 소수 지분 취득만으로 사업 재편이나 합병, 특정 공동사업을 확정할 근거는 없다. 실제 의미는 후속 계약과 공급망 협력에서 드러나야 한다.
운영 측면의 쟁점은 더 현실적이다. 미르온 납품 지연 사례는 수주잔고와 생산능력이 충분해 보여도 납품 시점이 어긋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항공기는 수많은 부품, 시험, 고객 검수가 맞아야 인도된다. 어느 한 과정의 지연이 분기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제품 믹스와 인도 물량에 따라 커질 수 있다. 긴 수주잔고가 사업의 가시성을 높이는 동시에 일정 관리의 부담도 길게 끌고 가는 구조다.
미국 해군의 차세대 훈련기 기회로 거론된 UJTS 역시 경계를 보여준다. 이는 KAI의 확정 수주가 아니라 컨소시엄 참여를 둘러싼 시장 기대였고, 철수 이후 KF-21 수출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는 증권사의 해석이다. 입찰 기회가 사라진 것과 이미 잡힌 주문이 취소된 것은 재무적 의미가 다르다. 반대로 대형 해외 사업에 이름이 오르는 것만으로 계약 가능성을 높게 확정해서도 안 된다.
KAI의 사업은 개발 성공, 양산 규율, 고객 인도, 운용 지원이 차례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긴 수명을 얻는다. 사천 공장의 미완성 헬기와 폴란드 격납고의 FA-50 사이에는 계약서보다 긴 시간이 놓여 있다. 그 시간을 안정적으로 통과한 플랫폼은 후속 물량과 지원 기회를 남기고, 일정이 어긋난 플랫폼은 두꺼운 주문서 속에서도 이익의 변동을 만든다. 이 회사의 현재 가치는 결국 화려한 미래 기종의 수보다 이미 잡은 프로그램을 고객의 활주로까지 옮기는 실행력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낸다.
각주
- 한국항공우주산업 제27기 사업보고서(2025.12), 한국거래소·DART,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2088/20260318009747/11011.htm
- KAI 소개,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www.koreaaero.com/KO/Company/AboutKAI.aspx
- FA-50 전투기,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www.koreaaero.com/KO/Business/FA50.aspx
- 필리핀과 FA-50 12대 수출 계약 체결, 방위사업청, 2025-06-03 — https://dapa.go.kr/dapa/doc/selectDoc.do?bbsSeq=326&docSeq=21171&menuSeq=3069
- KF-21 한국형전투기,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m.koreaaero.com/KO/Business/KF21.aspx
- 훈련체계,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www.koreaaero.com/KO/Business/TrainingSystem.aspx
- 한국항공우주 사업보고서(2025년 사업연도), DART, 2026-03-18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001461
- 2026년 정기보고서 제출기한 안내, DART, 2026-08-12 열람 — https://dart.fss.or.kr/info/main.do?menu=410
- 한국항공우주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DART,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893/20260515004208/11013.htm
- KAI, 2분기 영업익 484억원…전년比 43.1%↓, 조선비즈, 2026-07-29 —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6/07/29/7LXRHZ6OAJEO7EJEUYRZMAF5CE/?outputType=amp
- KAI 요약재무제표·사업군별 매출실적,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www.koreaaero.com/KO/Ir/FinancialReport.aspx
- 한국항공우주산업 제27기 사업보고서 수주·생산 현황, 한국거래소·DART,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2088/20260318009747/11011.htm
- 한국항공우주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DART,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893/20260515004208/11013.htm
- 항공기 구조물 민항기 Airbus,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www.koreaaero.com/KO/Business/AerostructuresCommercial_Airbus.aspx
- 민항기 정비 — Commercial Aircraft MRO,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m.koreaaero.com/KO/Business/CommercialAircraftMRO.aspx
- KAI 생산 현장 시찰 관련 서면브리핑, 대한민국 대통령실, 2026-03-25 — https://www.president.go.kr/briefings/FlliMqwS
- 다목적실용위성 KOMPSAT EO/IR 계열,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m.koreaaero.com/KO/Business/KOMPSAT_EO_IR.aspx
- 한국형 발사체,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m.koreaaero.com/KO/Business/KoreaSpaceLaunchVehicle.aspx
- KAI 소개, KAI, 날짜 미상·2026-08-12 열람 — https://www.koreaaero.com/KO/Company/AboutKAI.aspx
- Lockheed Martin and Korea Aerospace Industries Expand Strategic Relationship, Lockheed Martin, 2025-06-17 — https://news.lockheedmartin.com/2025-06-17-Lockheed-Martin-and-Korea-Aerospace-Industries-Expand-Strategic-Relationship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한국항공우주 주식 취득결정, 한국거래소, 2026-07-0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7/08/000721/20260630002959/61381.htm
- 한국항공우주, UJTS 사업 철수: 아쉬움은 단기 변수. 핵심은 KF-21 수출, 뉴스핌·하나증권, 2026-04-27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4270000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