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냉장 진열대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이름
한성기업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는 장소는 항구보다 냉장 진열대다. 포장지를 뜯어 바로 먹거나 김밥과 샐러드에 넣는 크래미, 팬이나 찜기에 올려 반찬으로 내는 냉동 해물경단이 소비자와 만난다. 크래미는 연육을 가공한 맛살 제품이면서 한성기업의 회사 이름보다 먼저 떠오를 수 있는 소비자 브랜드다. 공식 온라인몰의 크래미 180g도 냉장 간편식과 김밥 재료라는 익숙한 사용 장면을 전면에 둔다.
이 대표 제품만으로 식품 사업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회사가 공개한 품목은 맛살에서 젓갈·어묵·육가공·냉동식품·반찬·식자재로 뻗어 있다. 완성된 간편식부터 조리 재료, 가정용 소포장부터 대용량 상품까지 식탁에 들어오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공식 행사 이미지에 크래미와 젓갈, 롤스틱, 소시지류와 떡갈비류가 한꺼번에 등장하는 이유도 브랜드의 실제 폭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미지: 크래미 냉장 패키지▲ 크래미 냉장 패키지와 내용물이 보이는 공식 상품 이미지로, 대표 브랜드가 소비자 판매 단위로 구현된 모습이다 — 출처: [한성마켓, 날짜 미상](https://www.hsmarket.co.kr/goods/goods_view.php?goodsNo=368)
해물경단은 이 포트폴리오의 다른 얼굴이다. 회사는 이를 냉동 조리식품으로 판매하면서 찌거나 부쳐 반찬으로 먹는 방법을 제시한다. 크래미가 개봉 후 곧바로 쓰는 냉장 제품의 장면을 대표한다면, 해물경단은 보관했다가 가열해 내놓는 냉동식품의 장면을 보여준다. 같은 수산식품이라도 소비자가 시간을 쓰는 방식과 매대의 위치가 달라진다.
이 제품들은 단순한 홍보용 구색이 아니다. 한성기업의 현재 구조에서 식품은 공장 생산과 상품 조달, 브랜드, 유통 채널이 맞물리는 사업이다. 자체 공장에서 만든 제품뿐 아니라 관계사 생산품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 즉 OEM 상품도 함께 판다. 따라서 포장에 같은 회사 이름이 붙어 있어도 모든 품목이 동일한 공장과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한 끼는 이 회사에 여러 번의 선택을 요구한다. 냉장과 냉동 중 어느 매대에 들어갈지, 바로 먹는 제품과 조리하는 제품 중 어디에 놓일지, 브랜드를 앞세울지 식자재 성격을 강조할지가 달라진다. 한성기업의 식품 사업은 하나의 히트상품을 오래 파는 일인 동시에, 서로 다른 식사 장면을 촘촘히 채우는 일이다.
2.제품보다 넓은 판매망이 돈을 만든다
식품이 매출로 바뀌는 길은 공장 출하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공시에 기재된 판매처에는 백화점·할인점·편의점·특판·도매상·대리점이 포함되고, 회사는 온라인 채널도 운영한다. 가정에서 포장 제품을 집어 드는 소비자는 가장 눈에 띄는 고객이지만, 실제 돈의 경로에는 소매 유통사와 도매 거래처, 대리점, 특판 수요가 함께 놓여 있다.
이 구조에서 브랜드 제품과 상품 유통은 구분하면서도 함께 봐야 한다. 직접 만든 제품을 파는 매출이 있는가 하면, 외부나 관계사에서 생산한 상품을 사들여 유통하는 매출도 있다. 회사가 가진 브랜드와 거래망은 공장 생산품을 소화하는 통로인 동시에 조달 상품을 판매하는 통로다. 제조 능력만으로도, 유통망만으로도 전체 모습이 완성되지 않는다.
이미지: 여러 식품 브랜드가 함께 배치된 공식 행사 이미지▲ 크래미와 젓갈, 롤스틱, 소시지류와 떡갈비류가 함께 놓여 있어 실제 판매 포트폴리오의 폭을 보여준다 — 출처: [한성기업, 2024년경](https://en.hsep.com/EVENT/?bmode=view&idx=20517615)
온라인몰은 이 복잡한 흐름을 소비자 눈높이에서 펼쳐 보이는 창구다. 상품 규격과 보관 방식, 조리 장면을 직접 제시할 수 있고, 회사 이름 아래 묶인 품목의 범위를 한눈에 보여준다. 다만 온라인몰에 진열됐다는 사실이 그 채널의 매출 규모나 수익성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판매망은 오프라인 유통과 도매, 특판을 함께 포함한다.
수산 부문에서 돈이 들어오는 방식은 또 다르다. 선박이 잡은 어획물을 판매하는 길, 수산물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길, 해외로 수출하는 길, 거래를 중계하는 길이 병존한다. 식품 사업이 가공과 포장으로 소비 장면을 세분한다면 수산 사업은 어획과 교역을 통해 원물의 이동 경로를 만든다.
결국 한성기업의 매출은 ‘크래미를 몇 개 팔았는가’라는 질문만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완제품, 조달 상품, 어획물은 수익 인식의 성격부터 다르다. 같은 수산물 가치사슬 안에 있지만 원재료 가격, 소비경기, 조업과 거래 조건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 차이가 실적을 볼 때 식품과 해외 사업을 나눠 읽어야 하는 이유다.
3.세 공장과 연구소가 나누어 맡은 식탁
회사 설명에 따르면 김해공장은 육가공과 냉동제품, 당진공장은 크래미를 포함한 연육제품, 포항공장은 맛살·젓갈·어묵·냉동식품을 생산한다. 공장별 역할이 완전히 겹치지 않으면서 일부 냉동 품목처럼 맞닿는 영역도 있다. 포트폴리오가 넓은 만큼 생산 거점도 한 품목에만 매이지 않는 구조다.
식품연구소는 맛살·어묵·육가공·냉동식품·가정간편식, 즉 HMR의 신제품과 시제품을 개발하고 품질을 점검한다고 회사는 소개한다. 여기서 연구는 거창한 원천기술보다 제품을 실제 매대에 올리는 과정과 가깝다. 형태와 조리 방식이 다른 여러 품목을 상품으로 다듬고, 생산 과정에서 품질을 확인하는 역할이다.
공장과 연구소 사이에는 유통 현장의 요구가 놓인다. 편의점에 들어가는 제품과 대용량 식자재는 포장과 사용 장면이 같지 않다. 냉장 맛살과 냉동 반찬도 보관 조건과 조리 안내가 다르다. 다만 품목별 납품처나 개발 기간, 개별 제품의 마진은 공개된 근거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되는 것은 다양한 제품군을 나누어 생산하고 연구소가 그 범위를 지원한다는 운영 형태다.
이미지: 포항공장 생산현장을 살펴보는 관계자들▲ 위생복을 입은 관계자들이 설비와 생산 라인을 살펴보는 포항공장 현장으로, 가공식품이 만들어지는 공간을 보여준다 — 출처: [영남일보·포스코 제공, 2020-12-08](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01207010000955)
포항공장의 개선 사례는 이 생산 체계를 좀 더 구체적인 장면으로 보여준다. 독립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는 센서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품질관리 시스템이 적용됐다. 작업 현장에서 얻은 정보를 품질 관리에 연결하려는 시도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다만 과거 한 공장의 개선 사례를 현재 전사 가동률이나 수익성 향상의 증거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식품 사업의 경쟁력은 제품명만큼이나 반복 생산과 품질 관리에 달려 있다. 소비자는 같은 포장을 다시 집을 때 익숙한 맛과 형태를 기대한다. 회사가 공장별 제품 영역과 연구소의 품질 점검 기능을 함께 설명하는 것도 이런 반복 가능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원재료 가격이 오르거나 소비가 둔해질 때는 생산 기반을 갖췄다는 사실만으로 이익이 지켜지지 않는다. 공장은 브랜드의 물리적 기반이지만 수요와 원가를 대신 해결해 주는 장치는 아니다.
4.선단에서 수입·중계 거래까지 이어지는 바다
한성기업의 수산 사업은 회사 연혁에 남은 상징이 아니라 현재 사업 구조의 한 축이다. 회사는 북태평양 명태 트롤, 참치 연승, 아르헨티나 오징어 채낚기를 주요 조업 형태로 소개한다. 트롤은 그물을 끌어 어종을 잡는 방식이고, 연승은 긴 줄에 여러 낚싯바늘을 달아 조업하는 방식이며, 채낚기는 낚시 장비를 이용해 오징어를 잡는 방식이다. 같은 원양어업 안에서도 대상 어종과 선박 운영 방식이 다르다.
WCPFC 선박 등록기록은 이 설명을 외부 자료로 확인해 준다. NO.36 HANSUNG은 한성기업 소유의 한국 등록 참치연승선으로 기록돼 있다. 공식 홈페이지의 선단 소개만이 아니라 국제 수산관리기구의 등록부에서도 실제 선박과 소유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미지: 부두에 접안한 NO.36 HANSUNG 선박▲ 선명과 등록번호가 선체에 표시된 NO.36 HANSUNG 참치연승선으로, 한성기업의 원양어업 기반을 실물로 보여준다 — 출처: [WCPFC, 2014-07-01 촬영·2024-08-01 기록 업데이트](https://vessels.wcpfc.int/vessel/2222)
선박을 보유한다는 사실은 공급망에 직접 참여한다는 뜻이지만, 그것이 식품 공장의 원료가 모두 자사 어획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회사가 함께 제시하는 수입·수출·중계 거래는 원양어업과 별개의 조달 및 판매 흐름도 존재함을 보여준다. 공개된 근거만으로 개별 어종이 어느 공장과 제품으로 연결되는지까지 일대일로 그을 수는 없다.
이 구분은 투자자가 흔히 만드는 매끄러운 서사를 경계하게 한다.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가 곧바로 크래미 포장에 들어간다는 식의 수직계열화 이야기는 직관적이지만, 실제로는 어획물 판매와 상품 조달, 식품 제조가 각각 매출을 만든다. 한성기업의 강점은 모든 원료를 직접 잡는 데 있다기보다 어업·교역·가공·브랜드 판매를 한 회사 안에서 다룬다는 데 가깝다.
바다는 회사에 정체성과 거래 기회를 함께 주지만 변동성도 가져온다. 선박의 존재와 이론적 조업능력은 확인할 수 있어도 실제 어획량과 가동률, 어가와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는지는 별도의 숫자가 필요하다. 그래서 선단 사진은 사업의 실재를 입증하지만 그 자체로 이익 전망표가 되지는 않는다.
5.실적이 드러낸 두 축의 무게
2025년 별도 기준 매출은 3,184억4,500만원, 영업이익은 58억3,100만원, 당기순이익은 1억6,700만원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47.0%, 순이익은 94.1% 감소했다. 매출 감소보다 이익 감소 폭이 훨씬 컸다는 점이 핵심이다.
별도 기준 | 2025년 | 전년 대비 | 읽을 지점 |
|---|---|---|---|
매출액 | 3,184억4,500만원 | -4.2% | 외형 감소는 한 자릿수였음 |
영업이익 | 58억3,100만원 | -47.0% | 매출보다 이익이 크게 후퇴 |
당기순이익 | 1억6,700만원 | -94.1% | 최종 이익이 거의 남지 않음 |
계산 영업이익률 | 약 1.8% | — | 공시 금액을 단순 나눈 값 |
계산 순이익률 | 약 0.1% | — | 작은 비용 변화에도 민감한 수준 |
회사는 식품부문의 이익 감소 원인으로 소비경기 침체에 따른 매출 감소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들었다. 판매량과 가격, 품목 구성의 세부 효과가 따로 공개된 것은 아니므로 어느 요인이 얼마만큼 영향을 줬다고 분해할 수는 없다. 다만 소비 둔화와 투입 원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 매출 방어와 마진 방어가 함께 어려워진다는 회사 측 설명은 이익 감소 폭과 방향이 맞는다.
부문별 매출은 식품 2,226억1,900만원으로 69.9%, 해외 937억2,100만원으로 29.4%, 기타 21억500만원으로 0.7%였다. 부문 영업손익은 해외 32억8,500만원, 식품 20억2,100만원, 기타 5억2,500만원이었다. 외형은 식품이 크지만 영업손익 기여는 해외가 더 컸다. 대표 브랜드의 인지도와 당해 이익 기여의 순서는 같지 않았던 셈이다.
수익을 인식한 성격으로 다시 보면 상품매출 2,047억3,000만원, 제품매출 847억7,300만원, 어획물매출 268억3,500만원이었다. 상품매출은 자체 제조만으로 회사를 해석하면 놓치는 부분이다. 공장 제품과 브랜드가 중요해도 조달한 상품을 거래망을 통해 판매하는 기능이 더 큰 금액으로 잡혔다.
공시 요약에 나타난 판매경로 비중은 식품 69.9%, 해외 수출 15.0%, 국내 도매 14.4%, 기타 0.7%다. 이 비율은 사업부문별 매출 비중과 이름이 일부 겹치지만 같은 분류표가 아니다. 특히 해외 부문의 비중과 해외 수출 경로의 비중을 그대로 비교해 차액의 원인을 단정하면 안 된다. 하나는 부문 구분이고 다른 하나는 판매경로 구분이다.
재무상태표에서는 2025년 말 자산총계 2,438억원, 부채총계 1,764억원, 자본총계 673억원이 확인된다. 같은 시점의 차입금은 1,139억원이며, 이 가운데 1년 이내 단기차입금은 553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이 줄고 순이익이 얇아진 해에는 차입금의 규모와 만기 구성이 더 무겁게 보인다. 다만 현금성자산과 담보, 차환 조건을 함께 분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유동성 위기를 단정할 근거는 없다.
선박 운영 설명에는 북양 트롤선·참치연승선·아르헨티나 채낚기선의 척당 연간 조업능력이 각각 약 7,000톤·400톤·1,500톤으로 제시돼 있다. 이는 설비의 이론적 설명이지 실제 어획량이나 가동률, 다음 기간의 매출 전망이 아니다. 실적과 연결하려면 조업일수와 어획량, 판매가격이 추가로 확인돼야 한다.
2026년 1분기보고서는 5월 15일 제출됐지만, 확보된 원문에서 수치를 안정적으로 추출하지 못했다. 따라서 위 비교의 기준점은 검증 가능한 2025년 연간 실적이다. 숫자가 없는 자리를 추정치로 채우기보다 매출 감소와 더 가파른 이익 후퇴, 식품과 해외 부문의 기여 차이를 확정된 핵심으로 남기는 편이 정확하다.
6.베링해에서 크래미로 옮겨 온 개척의 방식
회사는 1963년 설립됐고, 1969년 제1한성호로 베링해 명태 조업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이 출발점에서 한성이라는 이름은 냉장식품 브랜드보다 원양어업 회사에 가까웠다. 먼 바다에 선박을 보내 어획물을 확보하고 거래하는 일이 사업 정체성의 앞줄에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개척의 대상은 어장만이 아니게 됐다. 원물을 잡고 유통하는 역량 위에 가공식품과 소비자 브랜드가 자리 잡았다. 현재의 맛살·젓갈·육가공·냉동식품 포트폴리오는 원양어업의 단순한 부속품이라기보다 별도의 공장과 연구소, 유통망을 가진 사업으로 성장했다.
크래미의 이력은 그 전환을 압축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2000년 상표를 출원했고, 2001년 테스트 마켓을 거쳐 전국 유통망에 출시했다. 연육 가공품이라는 제품 분류에 이름을 붙이고, 제한된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전국 판매로 넓힌 과정이다. 선박과 어종이 중심이던 회사가 소비자가 기억할 제품명을 만든 장면이기도 하다.
브랜드는 어획물과 다른 시간을 산다. 어획물 거래는 조업과 시세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포장 제품은 반복 구매와 유통망의 축적이 중요하다. 크래미가 오랜 기간 대표 이름으로 남은 것은 회사가 바다에서 확보한 정체성을 소비자의 식사 장면으로 옮겨 놓았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브랜드의 역사만으로 현재의 시장점유율이나 가격 결정력을 추정할 수는 없다.
이미지: 한성기업 로고가 크게 표시된 건물 외벽▲ 한성기업의 붉은 로고와 설립 연도가 표시된 건물 외벽으로, 원양어업에서 식품 브랜드로 이어진 기업의 시간을 상징한다 — 출처: [뉴스토마토, 2025-02-21](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from=naver&no=1254210)
이 역사 때문에 한성기업에는 두 종류의 기억이 겹친다. 오래된 원양어업 회사라는 기억과 마트 냉장 코너의 크래미 브랜드라는 기억이다. 어느 한쪽도 과거형으로만 남지 않았다. 선단은 여전히 조업과 수산물 거래의 기반이고, 공장과 유통망은 소비자 식품 사업을 구성한다.
그 결과 회사의 변화는 옛 사업을 버리고 새 사업으로 갈아탄 이야기가 아니다. 원양어업 위에 가공과 브랜드를 덧붙였고, 다시 상품 조달과 다양한 판매경로를 결합한 역사에 가깝다. 현재 실적이 한 가지 업종의 경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도 이 누적된 구조에 있다.
7.인증과 등록 뒤에서 확인해야 할 실행력
최근 회사가 내세운 진전 가운데 하나는 포항·당진공장의 EU 가공공장 등록이다. 회사는 이를 글로벌 식품 확장 이력으로 소개한다. 등록은 특정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생산 기반과 관리 절차를 갖췄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공개된 내용에는 EU 지역의 고객, 계약, 수출 매출 규모가 제시되지 않았다. 등록 완료와 상업적 성과는 아직 구분해서 봐야 한다.
또 하나는 지속가능한 수산물 인증과 연계된 브랜드 활동이다. 회사는 2026년 MSC 코리아 어워즈에서 5년 연속 올해의 브랜드상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MSC는 지속가능한 어업과 수산물 공급망을 다루는 인증 체계다. 원양어업과 수산식품을 함께 하는 회사가 책임 있는 원료와 브랜드 이미지를 연결해 온 흔적이라는 의미는 있다.
이 수상 역시 바로 매출이나 마진으로 환산되지는 않는다. 인증과 수상은 거래처와 소비자에게 설명할 수 있는 신뢰 자산이지만, 제품별 판매 증가나 가격 프리미엄이 따로 확인돼야 재무 기여를 말할 수 있다. 한성기업이 확보한 것은 이야기할 수 있는 자격이고, 그 자격을 매출로 바꾸는 일은 유통과 제품 경쟁력의 몫이다.
이와 별개로 공시 신뢰를 살펴볼 사건도 있었다. 2023년에 체결된 유형자산 처분계약이 매수자의 대금 지급 불이행으로 2025년 해제됐고, 그해 7월 공시 번복에 따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과 벌점 2점이 부과됐다. 계약 해제의 직접 원인은 상대방의 지급 불이행이지만, 시장에는 앞서 공시된 거래가 끝내 완결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남았다.
이 사건을 식품 판매나 선박 조업의 경쟁력과 섞어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산 처분처럼 재무와 현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거래에서는 최초 계약보다 대금 수령과 소유권 이전까지 확인해야 한다. 회사가 새 등록이나 인증을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로, 발표된 상태와 실현된 결과를 구분해 읽는 습관이 필요하다.
한성기업의 최근 행보에는 서로 다른 종류의 ‘문턱 통과’가 나란히 놓인다. 공장 등록과 브랜드 수상은 시장 접근성과 신뢰를 넓히는 문턱이고, 해제된 자산계약은 거래 종결 능력과 공시 정확성을 되묻게 한 사례다. 셋을 하나의 호재나 악재로 합산할 수는 없다. 각각 생산 기반, 브랜드, 재무 거래라는 다른 영역의 실행력을 보여준다.
8.바다와 진열대 사이에 남은 회사의 형태
한성기업의 모습은 선박, 공장, 포장 제품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선명해지는 것이 아니다. 세 장면이 이어질 때 비로소 현재 사업이 보인다. 선단과 교역은 수산물의 이동을 만들고, 공장은 원료와 조달 상품을 식품으로 구현하며, 유통망은 이를 소비자의 냉장고와 식탁으로 보낸다.
이 연결은 회사의 장점인 동시에 해석의 난점이다. 대표 제품이 익숙하다고 식품 이익이 자동으로 안정되는 것은 아니고, 선박을 보유했다고 실제 어획 실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공장 등록과 인증을 얻었다고 해외 판매가 곧바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각 고리는 실물 기반을 보여주지만 성과는 수요와 원가, 조업과 거래, 유통 실행에서 따로 만들어진다.
팬의 눈에는 오래된 브랜드와 원양어업 자산, 넓은 제품군이 한데 있는 회사로 보일 수 있다. 회의적인 눈에는 낮아진 이익과 차입 부담, 결과까지 이어지지 않은 자산 거래가 먼저 들어올 수 있다. 두 시선은 서로 다른 회사를 보는 것이 아니다. 같은 가치사슬에서 실물 자산의 깊이와 수익 전환의 어려움을 각각 보고 있다.
크래미 포장은 이 복잡한 회사를 가장 간단한 모습으로 보여준다. 소비자에게는 한 끼 재료지만 그 뒤에는 연구소와 생산라인, 여러 판매경로가 있다. 반대로 원양선 한 척은 개척의 역사를 상징하지만 그 경제적 결과는 어획물 판매와 교역 숫자를 거쳐야 드러난다. 이미지가 강한 사업일수록 숫자와 계약 상태를 한 번 더 대조해야 한다.
한성기업이 긴 시간 동안 만든 것은 특정 제품 하나보다 바다의 원물과 일상의 식품을 함께 다루는 구조다. 그 구조는 이미 실재한다. 이제 평가를 가르는 것은 구조의 존재가 아니라, 각 고리에서 생긴 매출을 비용과 이자를 치른 뒤 얼마나 이익으로 남길 수 있느냐다. 오래된 선박의 이름과 익숙한 냉장 포장이 같은 회사 안에 있다는 사실은 출발점이고, 그 사이를 효율적으로 잇는 일이 현재의 사업이다.
각주
- 한성마켓 ‘크래미 180g’ — https://www.hsmarket.co.kr/goods/goods_view.php?goodsNo=368
- 한성기업 ‘크래미 25주년’ — https://www.hsep.com/crami25th
- 한성기업 ‘한성해물경단 1kg’ — https://hsep.com/ALL/?bmode=view&idx=89109472
- 오늘의공시 ‘한성기업 2025 사업보고서 원문 미러’ — https://ohgong.com/disclosures/20260318001070
- 오늘의공시 ‘한성기업 2025 사업보고서 원문 미러’ — https://ohgong.com/disclosures/20260318001070
- 한성기업 ‘수산 부문 개요’ — https://www.hsep.com/Marine-Intro
- 한성기업 ‘식품부문’ — https://hsep.com/Food
- 한성기업 ‘식품부문’ — https://hsep.com/Food
- 영남일보 ‘수산물 가공도 스마트팩토리 시대’ — https://www.yeongnam.com/web/view.php?key=20201207010000955
- 한성기업 ‘수산 부문 개요’ — https://www.hsep.com/Marine-Intro
- WCPFC ‘NO.36 HANSUNG 선박 등록기록’ — https://vessels.wcpfc.int/vessel/2222
- 한성기업 ‘선단 소개’ — https://www.hsep.com/Fleet
- 한성기업 ‘재무정보’ — https://hsep.com/Finance
- 금융감독원 DART ‘한성기업 사업보고서’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001070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57기 감사보고서’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800673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57기 감사보고서’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800673
- 오늘의공시 ‘한성기업 2025 사업보고서 원문 미러’ — https://ohgong.com/disclosures/20260318001070
- 한성기업 ‘재무정보’ — https://hsep.com/Finance
-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제57기 감사보고서’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318800673
- 한성기업 ‘선단 소개’ — https://www.hsep.com/Fleet
- 전자공시 OPENDART ‘한성기업 1분기보고서’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515001137
- 한성기업 ‘창립 63주년 개척의 파도’ — https://hsep.com/Corporate-PR/?bmode=view&idx=170601991
- 한성기업 ‘크래미 25주년’ — https://www.hsep.com/crami25th
- 한성기업 ‘창립 63주년: 글로벌 식문화의 중심으로’ — https://hsep.com/Corporate-PR/?bmode=view&idx=170601991
- 한성기업 ‘MSC 브랜드상 5년 연속 수상’ — https://hsep.com/ESG/?bmode=view&idx=171825282&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t=board
- 매일경제 공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 https://stock.mk.co.kr/news/disclosure/template/7253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