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상자가 문 앞에 오기까지
배송 담당자가 고객에게 상자를 건네는 순간은 한진의 서비스가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장면이다. 그러나 회사가 돈을 받는 지점은 문 앞에만 있지 않다. 화물을 접수하고, 터미널에서 행선지별로 나누고, 도시 사이를 옮기고, 지역 집배점에서 다시 분류하는 과정마다 운송망이 움직인다. 기업 고객의 상품이라면 이보다 앞서 창고 입고, 재고 보관, 포장과 출고가 붙을 수 있다. 국경을 넘으면 항공·해상 운송 주선과 통관, 국제특송까지 서비스의 길이가 늘어난다.
한진의 현재 중심은 택배와 기업 물류다. 개인이 보내는 생활 택배, 온라인 판매자가 출고하는 주문, 제조·유통기업이 맡긴 재고와 원부자재, 항만으로 들어온 화물이 같은 회사의 서로 다른 망을 이용한다. 매출은 택배 운임 한 종류에서만 생기지 않는다. 배송료와 운송료, 창고 보관료, 입출고·유통가공 대가, 하역·통관 수수료, 국제 포워딩과 풀필먼트 서비스 대가가 층층이 쌓인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은 고객이 맡긴 일이 어디까지인가다. 상자 하나를 목적지에 보내 달라는 주문은 표준화된 택배망에 가깝다. 상품의 입고부터 재고관리와 포장, 출고까지 맡기는 계약은 창고 운영과 정보시스템이 결합된 장기 업무에 가깝다. 공장 설비나 행사 물자를 옮기는 주문은 화물의 형태와 일정에 맞춘 프로젝트가 된다. 한진은 하나의 운송수단을 파는 회사라기보다, 화주가 직접 수행하기 번거로운 이동과 보관의 구간을 이어 붙여 대가를 받는 회사에 가깝다.
이 구조는 택배 물량이 늘었다는 소식만으로 회사 전체를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집 앞에서 보이는 상자는 많아도, 손익은 기업 물류 계약과 하역, 창고 운영, 국제운송의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대형 물류시설과 차량망은 물량이 충분히 흐를 때 효율을 높일 수 있지만, 시설비와 운영비가 먼저 나가는 시기에는 무게가 된다. 택배의 인지도와 전사의 이익 원천이 반드시 같은 곳에 있지는 않다.
이미지: 한진택배 배송 담당자가 고객에게 상자를 건네는 모습▲ 배송 담당자가 고객에게 상자를 건네는 장면은 복잡한 물류망이 최종 고객과 만나는 지점이다 — 출처: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2.허브에서 갈라지는 택배의 길
택배망의 역할은 제각각인 소형 화물을 모아 같은 방향끼리 묶는 데서 시작한다. 접수된 물품은 지역 시설을 거쳐 대형 허브로 이동하고, 목적지에 따라 다시 나뉜 뒤 지역 집배점과 배송 차량으로 이어진다. 고객에게는 송장 하나와 도착 예정일로 보이지만, 운영 현장에서는 상차와 하차, 스캔, 분류, 간선 운송, 재분류가 연속해서 일어난다. 어느 한 구간이 밀리면 뒤 구간의 차량과 인력도 기다리게 된다.
대형 허브는 이 흐름을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설비다. 한진은 대전 SMART Mega-Hub에 인공지능 기반 자동분류, 실시간 물량 감지와 구간별 균형 조정, 입체 자동스캐너를 적용했다고 설명한다. 사람이 일일이 주소를 읽고 방향을 정하던 업무를 기계와 정보시스템이 나눠 맡는 셈이다. 물량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면 특정 라인에 화물이 몰리는 상황을 줄이고, 스캔 정보가 배송 추적과도 연결될 수 있다.
자동화 설비가 있다는 사실과 이익이 자동으로 늘어난다는 말은 같지 않다. 허브의 경제성은 충분한 물량이 꾸준히 들어오는지, 분류라인이 고르게 사용되는지, 절감된 작업이 시설의 고정비를 흡수할 만큼 큰지에 달려 있다. 대형 시설은 잘 찬 비행기와 비슷하다. 흐름이 풍부할 때는 많은 화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지만, 가동이 기대에 못 미치면 빈 공간에도 비용이 붙는다. 회사가 허브를 강조하는 이유와 투자자가 가동률을 궁금해하는 이유가 여기서 만난다.
택배 고객도 한 덩어리가 아니다. 개인 고객은 접근성과 배송 품질을 보고, 온라인 판매자는 주문 처리의 편의와 단가를 함께 본다. 대형 화주는 안정적인 처리 능력과 시스템 연동을 중시할 수 있다. 한진의 택배 서비스는 이 고객들을 같은 물리적 네트워크에 태우되, 접수 방식과 계약 조건을 달리하는 구조다. 촘촘한 집배송망은 진입 기반이지만 가격 경쟁, 처리 품질, 기사와의 운영 합의가 동시에 맞아야 그 기반이 수익으로 남는다.
이미지: 대전 SMART Mega-Hub 물류시설 전경▲ 숲과 도로 사이에 자리 잡은 대형 물류시설은 전국에서 모인 화물을 분류하는 허브의 규모를 보여 준다 — 출처: 한진정보통신, 2026-08-10 접속
3.창고 안에서 길어지는 기업 물류
택배가 이미 포장된 상자의 이동에 가깝다면, 제삼자 물류인 3PL은 고객사의 물류부서를 일부 대신 운영하는 모델이다. 한진이 설명하는 업무에는 재고 보관, 창고관리시스템인 WMS를 이용한 입출고, 상품 포장과 라벨 부착 같은 유통가공, 조달 지원과 물류 컨설팅이 포함된다. 고객이 상품을 창고에 맡기면 주문 정보에 맞춰 꺼내고, 필요한 형태로 가공해 출고한 뒤 택배나 화물운송에 연결한다.
이 사업에서는 창고 면적만큼 운영의 정확도가 중요하다. 재고 수량이 맞지 않거나 출고 순서가 꼬이면 배송 속도가 빨라도 고객의 판매는 차질을 빚는다. 반대로 보관과 출고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면 한 번의 운송 주문이 반복적인 운영 계약으로 길어질 수 있다. 창고, 정보시스템, 작업 인력, 차량을 묶어 제공한다는 점에서 건별 택배보다 고객 업무에 깊숙이 들어가는 서비스다.
기업 화물은 모양도 일정하지 않다. 일반 상품 외에도 공장과 사무실의 이전 물품, 대형 설비, 행사 운영 물자처럼 표준 상자에 담기 어려운 대상이 있다. 이런 프로젝트는 포장 방법과 운송 장비, 작업 순서, 도착 시각을 화물별로 설계해야 한다. 한진이 글로벌 사업의 한 갈래로 기업이전과 프로젝트 화물을 함께 제시하는 것도 정형화된 배송망만으로 처리하기 힘든 주문을 받기 위해서다.
항만에서는 또 다른 연결이 생긴다.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는 하역, 보세구역과 통관 절차, 내륙 운송을 한 흐름으로 묶으면 화주는 구간마다 다른 사업자를 찾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한진에는 운송수단 하나의 운임보다 여러 구간의 서비스 대가를 확보할 기회가 된다. 다만 항만 물동량이 흔들리면 작업량이 같이 변하고, 장비와 인력 비용은 곧바로 줄이기 어렵다. 기업 물류가 전사 이익의 버팀목이면서도 경기와 교역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유다.
이미지: 포장 화물이 줄지어 놓인 기업이전 작업 공간▲ 대형 포장 화물이 작업 공간을 채운 모습은 기업이전 물류가 포장부터 적재까지 이어지는 맞춤 작업임을 보여 준다 — 출처: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4.공항의 창고에서 해외 주문을 다시 나누다
글로벌 사업에는 항공·해상 포워딩, 국제특송, 프로젝트 화물, 기업이전, 전자상거래 풀필먼트가 함께 들어 있다. 포워딩은 화주를 대신해 국제운송의 경로와 운송수단을 연결하는 업무다. 회사가 모든 항공기와 선박을 직접 보유해야만 가능한 사업은 아니며, 화물의 일정과 목적지에 맞춰 운송 공간과 통관, 현지 배송을 조정하는 능력이 상품이 된다.
인천공항의 GDC는 이 가운데 전자상거래 화물을 다루는 복합 거점이다. 대량으로 들어온 상품을 보관하다가 실제 해외 주문이 발생하면 주문별로 분류하고 소포장한다. 이후 통관과 수출, 현지 배송망으로 연결한다. 판매자는 국가별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출발지에서 낱개를 새로 보내는 대신, 재고를 거점에 미리 모아 놓고 출고할 수 있다. 한진에는 보관과 작업, 국제운송을 한 고객 여정 안에서 제공할 접점이 된다.
국제사업의 매력은 국내 택배망 바깥에서 새로운 물량을 끌어올 수 있다는 데 있다. 회사는 해외 네트워크와 공항 거점을 확장의 기반으로 제시한다. 국내 판매자의 해외 진출이나 해외 상품의 역직구가 늘면 포워딩, 풀필먼트, 국제특송을 묶을 여지가 생긴다. 국내에서 집하한 상자를 국제운송에 태우거나, 해외에서 들어온 상품을 국내 배송망으로 넘길 수도 있다.
반면 국제운송은 통제하기 어려운 변수가 많다. 세계 교역과 공급망의 변화는 하역 물량과 운임 환경을 움직이고, 새 거점의 운영비는 물량이 자리 잡기 전에도 발생한다. 그래서 글로벌 매출의 성장과 글로벌 이익의 개선은 따로 확인해야 한다. 해외망이 넓다는 설명은 영업의 출발점이지만, 실제 수익은 각 노선의 물량과 단가, 시설 활용도가 결정한다.
이미지: 한진 인천공항 복합물류센터 건물▲ 한진 로고가 붙은 인천공항 복합물류센터는 대량 입고 화물을 보관·분류해 국제배송으로 잇는 물리적 거점이다 — 출처: 한진정보통신, 2026-08-10 접속
5.플랫폼은 새 물류망보다 새 입구에 가깝다
원클릭, 원클릭 글로벌, 훗타운, 이지오더는 한진이 제시하는 디지털 플랫폼 축이다. 대상은 대규모 전용 계약을 맺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스타트업, 개인 간 거래 고객까지 넓다. 이용자는 플랫폼에서 주문이나 배송 정보를 입력하고, 그 뒤의 실제 작업은 택배와 국제배송, 배송대행, 풀필먼트망으로 이어진다.
이 구조에서 플랫폼의 역할은 물류 자체를 가상화하는 것이 아니다. 창고와 차량, 작업자는 여전히 필요하다. 달라지는 것은 고객이 서비스를 찾고 신청하는 방식이다. 영업사원을 통한 개별 협의가 부담스러운 작은 판매자에게 표준화된 접수 화면을 제공하면, 흩어진 소량 화물을 기존 망으로 끌어올 수 있다. 플랫폼은 별개의 소프트웨어 매출원이라기보다 물류 고객을 모으는 입구이자 서비스 묶음을 보여 주는 진열대에 가깝다.
원클릭 풀필먼트는 이 연결을 더 길게 만든다. 판매자가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 포장, 배송까지 한 흐름으로 맡기는 방식이다. 한진이 소상공인 물류 서비스 지원사업의 수행기관으로 선정된 사례도 작은 판매자에게 이 흐름을 제공하는 실제 운영 접점을 보여 준다. 정책 사업 참여만으로 장기간의 수익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플랫폼에서 유입된 고객을 창고와 택배 서비스에 함께 태운다는 사업 방향은 분명하다.
플랫폼의 성패는 앱의 존재보다 전환 이후에 달려 있다. 들어온 고객이 꾸준히 물량을 맡기는지, 소량 주문을 모은 뒤에도 처리비용을 통제할 수 있는지, 국내 판매자가 국제배송까지 서비스를 넓히는지가 중요하다. 디지털 화면은 고객 획득비용을 낮출 가능성을 열지만, 최종 품질은 결국 창고의 재고 정확도와 택배망의 배송 수행에서 결정된다.
이미지: 항공기와 선박, 노트북을 배치한 한진 디지털플랫폼 이미지▲ 항공기·선박·노트북을 한 화면에 배치한 공식 이미지는 여러 물류 서비스를 디지털 접점으로 연결하려는 구상을 나타낸다 — 출처: 한진, 2026-08-10 접속
6.1945년 운송업에서 1992년 택배로
한진은 1945년 창업했다. 회사가 설명하는 역사에서 큰 전환점은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 일이다. 화주가 맡긴 큰 짐을 운송하던 사업에서 다수 개인과 상점의 작은 상자를 규격화해 처리하는 사업으로 고객 접점이 넓어졌다. 오늘날 익숙한 방문 집하와 문 앞 배송은 이 회사의 오래된 브랜드 자산이 됐다.
택배의 등장은 기존 운송사업을 없애지 않았다. 오히려 항만 하역과 육상운송, 창고 운영 위에 소형 화물망이 추가됐다. 이후 국제 포워딩과 특송, 전자상거래 풀필먼트가 붙으면서 화물의 크기와 이동 거리가 양쪽으로 확장됐다. 한진의 역사는 새 사업이 이전 사업을 대체하기보다 기존 망에 새로운 고객과 작업 구간을 포개 온 과정에 가깝다.
2024년 정식 개장한 대전 Mega-Hub는 이 변화의 최근 상징이다. 초기 택배가 전국 집배송망을 구축하는 단계였다면, 대형 허브는 누적된 물량을 자동화 설비와 데이터로 처리하는 단계다. 사람과 차량을 더 투입하는 것만으로 성장하기보다 같은 시설에서 화물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흘려보낼지가 중요해졌다.
오랜 업력은 전국망과 고객 인지도를 남겼지만, 동시에 넓은 시설과 복잡한 이해관계도 남겼다. 신규 플랫폼을 출시해도 실제 서비스는 기존 현장으로 들어오고, 해외 물량을 확보해도 공항과 항만의 고정비를 거쳐야 한다. 한진의 현재를 읽는 핵심은 새 이름의 사업이 등장했는지가 아니라, 오래 축적한 운송망에 그 사업이 얼마나 밀도 있게 얹히는가에 있다.
7.실적: 커진 매출과 얇아진 이익의 간격
2025년 연결 실적은 감사가 끝난 확정치다. 2026년 1분기는 분기보고서 수치이고, 같은 해 2분기와 상반기는 외부감사인 검토 전 잠정치다. 서로 확정 단계가 다르므로 매출 성장률만 이어 붙이기보다 영업이익률과 부문 손익을 함께 보는 편이 안전하다.
기간 | 연결 매출 | 연결 영업이익 | 영업이익률 | 상태 |
|---|---|---|---|---|
2025년 | 3조649억원 | 1,122억원 | 약 3.66% | 감사·확정 |
2025년 1분기 | 7,291억원 | 283억원 | 약 3.88% | 비교 기준 |
2026년 1분기 | 7,790억원 | 198억원 | 약 2.54% | 분기보고서 |
2026년 2분기 | 8,478억원 | 287억원 | 약 3.39% | 잠정 |
2026년 상반기 누계 | 1조6,268억원 | 485억원 | 약 2.98% | 잠정 |
2026년 1분기에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줄었다. 2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14.4%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2.4% 감소했다. 매출 외형이 커지는 속도를 비용이 따라잡지 못했다는 뜻이다. 회사가 설명한 압박 요인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하역 물동량 변동, 글로벌 인프라 고정비,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 심화였다. 어느 하나만으로 전사 이익 감소를 모두 설명하기보다, 여러 사업에서 비용 부담이 겹친 시기로 보는 편이 맞다.
부문별 숫자는 택배 인지도와 이익 기여가 다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2025년에는 물류가 영업이익의 주된 원천이었다. 2026년 1분기에는 물류가 흑자를 유지했지만 택배가 적자로 돌아섰고, 글로벌 부문의 이익도 전년 연간 규모와 비교해 조심스럽게 추이를 볼 필요가 생겼다.
연결 부문 | 2025년 영업이익 | 2026년 1분기 영업이익 |
|---|---|---|
물류 | 945억원 | 211억원 |
택배 | 108억원 | -24억원 |
글로벌 | 160억원 | 34억원 |
에너지 | -3억원 | 1억원 |
연결조정 | 별도 제시 없음 | -22억원 |
택배 부문의 적자는 물량 증가가 곧바로 이익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경고다. 분류와 간선운송, 집배송의 각 구간에서 단가 경쟁과 인력·운영비가 맞물린다. 글로벌 부문 역시 시설을 먼저 갖춘 뒤 물량을 채우는 과정에서는 고정비 부담이 드러날 수 있다. 반면 물류 부문의 흑자는 창고, 하역, 육상운송 등 기업 고객 기반 업무가 전사 손익의 중심축임을 확인해 준다.
현재 운영 기반과 과거 투자 규모를 한곳에 모으면 고정비의 크기와 영업 레버리지의 조건이 더 잘 보인다.
운영·투자 지표 | 공시·회사 제시 내용 | 읽을 때의 의미 |
|---|---|---|
택배 분류 터미널 | 127개 | 전국 집배송 흐름을 연결하는 시설 기반 |
집배점 | 793개 | 지역 라스트마일 접점 |
택배 차량 | 약 1만대 | 집하·간선·배송 수행 기반 |
해외 네트워크 | 60개국 155개 | 포워딩·국제배송의 영업 접점 |
2025년까지 누적 투자 이행액 | 약 7,260억원 | 대형 시설과 신규 사업에 투입된 자본 규모 |
회사는 과거 중장기 계획의 영업목표와 일부 투자계획이 대외 환경 변화로 실제 이행과 차이가 났다고 정정했다. 투자액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이미 지출한 자본이 처리 물량과 계약으로 얼마나 채워지는가다. 매출 증가에도 상반기 이익률이 낮아진 현재 실적은 새 시설의 존재보다 가동과 비용 흡수가 먼저 증명돼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
8.자동분류기 옆에는 사람이 남는다
택배 현장은 기계와 사람이 번갈아 화물을 넘기는 공간이다. 자동스캐너가 송장을 읽고 분류기가 방향을 정해도, 차량에서 물품을 내리고 라인에 투입하며 규격 밖 화물을 다루는 작업은 남는다. 지역 집배점에서는 다시 상차와 배송이 이어진다. 자동화는 현장을 없애기보다 반복 작업의 배치를 바꾸고, 사람의 손이 필요한 구간을 다시 드러낸다.
이 때문에 운영 효율과 노무 조건은 분리하기 어렵다. 한진의 주7일 배송 도입을 둘러싼 협의에서는 기사와 노동조합 측이 근무일, 수입, 담당 구역, 추가비용 문제를 제기했고 원청과의 논의가 지연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고객이 원하는 배송일을 늘리려면 단순히 영업일을 선언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 기사에게 일이 몰리지 않도록 인력을 어떻게 배치할지, 구역을 어떻게 나눌지, 추가 작업의 대가를 누가 부담할지가 운영 설계에 들어간다.
주말 배송은 이커머스 고객에게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합의가 약한 상태에서 속도만 높이면 서비스 안정성과 비용 통제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충분한 물량과 명확한 근무체계가 마련되면 이미 구축한 허브와 차량망을 더 자주 활용하는 길이 열린다. 같은 시설을 더 오래 돌린다는 장점과 현장 부담이 커진다는 문제가 한 조 안에 들어 있는 셈이다.
자동화 투자와 노무 협의는 서로 다른 뉴스처럼 보이지만 손익에서는 한 지점으로 모인다. 기계가 처리하는 구간과 사람이 맡는 구간의 경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대형 허브의 속도가 마지막 배송까지 이어진다. 분류라인의 처리 능력만 빠르고 집배송 구간이 받쳐 주지 못하면 화물은 다음 병목으로 이동할 뿐이다. 한진의 효율화는 설비 성능뿐 아니라 전국 현장의 작업 조건을 함께 조율하는 일이다.
이미지: 한진택배센터에서 물품을 분류하고 상차하는 현장▲ 여러 대의 차량 사이에서 노동자들이 상자를 분류·상차하는 모습은 자동화 뒤에도 남는 현장 작업을 보여 준다 — 출처: 경향신문, 2021-07-26
9.특수화물과 작은 판매자가 여는 다음 입구
한진이 최근 넓히는 영역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이라기보다 기존 물류망에 다른 화물을 올리는 시도에 가깝다. 소상공인에게는 입고부터 배송까지 이어지는 풀필먼트를 제공하고, 항공 특수화물에서는 신선·바이오 화물을 다루기 위한 인증을 확보했다. 스포츠 행사에서는 대회 물자의 이동과 현장 택배 접수처를 함께 운영했다. 서로 다른 사례지만 창고, 운송, 현장 운영을 묶는 능력을 판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디까지 사업으로 확인됐는지는 한 번 나눠 볼 필요가 있다.
근거 단계 | 확인되는 내용 | 아직 분리해 알기 어려운 것 |
|---|---|---|
실제 운영 | 소상공인 풀필먼트 지원, 서울마라톤 물자 운영과 현장 택배 접수 | 반복 물량과 계약 지속성 |
역량 인증 | IATA CEIV Fresh 취득과 특수화물 확대 시도 | 해당 화물의 매출·수익 규모 |
이사회 결정 | IGCT 유상증자 참여 및 사업이행보증보험 연대보증 의결 | 납입 완료 여부, 최종 지분율과 손익 기여 |
회사의 확장 축 | 디지털 플랫폼, 전기차·태양광 등 기존 물류망과의 시너지 | 독립 사업별 매출과 이익 |
증권사 전망 | 미주 K-브랜드 연계 포워딩·이커머스 물량과 인프라 효율화 | 전망의 현실화 시기와 크기 |
이사회가 IGCT 관련 자본 참여와 보증을 의결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공개된 이사회 현황만으로 후속 절차와 경제적 효과까지 확정할 수는 없다. 전기차와 태양광 역시 회사가 물류망과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인접 축으로 제시하지만 독립적인 손익은 분리돼 있지 않다. 시장에서는 미주 K-브랜드 수요와 연계된 포워딩·글로벌 전자상거래 물량, 기존 인프라의 효율화가 상승 조건으로 거론된다. 이는 계약으로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 사업망이 잘 채워질 때의 시나리오다.
프로젝트 물류는 이런 확장의 성격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 준다. 표준 택배망에 들어가지 않는 대형 설비를 포장하고 운송 장비에 고정해 목적지까지 옮기는 일은 주문마다 다르다. 행사 물류도 지정 시각에 필요한 물자를 배치하고 회수해야 한다. 빈도가 높은 표준 배송과 단가가 다른 맞춤 업무를 함께 수행할 수 있다면 고객 한 곳에서 맡는 구간이 길어진다.
한진이 쌓아 온 자산은 허브 건물 하나나 택배 브랜드 하나로 환원되지 않는다. 창고에 들어온 상품을 주문별로 꺼내고, 항만과 공항을 지나게 하며, 마지막에는 지역 배송망으로 넘기는 연결 능력이 자산의 본체다. 새 플랫폼과 특수화물 인증, 프로젝트 사례의 가치는 이 연결망에 실제 화물을 보태는 데서 생긴다. 결국 회사의 다음 모습도 화면 속 신사업 이름보다, 현장에서 더 다양한 화물이 같은 망을 얼마나 꾸준히 통과하느냐에 의해 만들어진다.
이미지: 운송 장비 위에 고정된 대형 원통형 프로젝트 화물▲ 대형 원통형 설비가 운송 장비 위에 고정된 모습은 표준 상자로 처리할 수 없는 프로젝트 물류의 성격을 보여 준다 — 출처: 한진, 2026-08-10 접속
각주
- 회사소개 — https://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016,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 택배 사업 소개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25,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 한진 제70기 사업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08/20260316006597/11011.htm,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물류센터 운영 지원: 대전 SMART Mega-Hub·인천공항 GDC — https://www.hist.co.kr/business/logistics/logistics-center, 한진정보통신.
- 한진 택배 소개·서비스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25, 한진.
- 한진 택배 소개·서비스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25, 한진.
- 글로벌 사업 소개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031,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 글로벌 사업 소개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031,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 한진 글로벌사업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031, 한진.
- 한진 글로벌사업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031, 한진.
- 한진 임직원 메시지·회사 역사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71, 한진.
- 한진 디지털플랫폼사업 — https://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70, 한진.
- 한진 소상공인 물류 서비스 지원사업 수행기관 선정 — https://www.etnews.com/20260601000394, 전자신문, 2026-06-01.
- 한진 택배 소개·서비스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25, 한진.
- 임직원 메시지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71,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 한진 택배 소개·서비스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125, 한진.
- 한진 제70기 사업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08/20260316006597/11011.htm,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 한진 제71기 1분기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734/20260515006213/11013.htm,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2026년 2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 잠정실적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7/10/000934/20260710001984/10002.htm, 한국거래소 KIND, 2026-07-10.
- 한진 2분기 매출 증가·영업이익 감소 — 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709042000030, 연합뉴스, 2026-07-09.
- 한진 제70기 사업보고서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6/002308/20260316006597/11011.htm, 한국거래소 KIND, 2026-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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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 주7일 배송 한 달째 평행선·원청과 기사 갈등 — https://www.etnews.com/20250527000135, 전자신문, 2025-05-27.
- 한진 소상공인 물류 서비스 지원사업 수행기관 선정 — https://www.etnews.com/20260601000394, 전자신문, 2026-06-01.
- 한진 IATA CEIV Fresh 인증 취득·고부가 콜드체인 확대 — https://view.asiae.co.kr/en/article/2026061908355646046, 아시아경제, 2026-06-19.
- 한진 2026 서울마라톤 공식 물류사 — https://www.asiae.co.kr/article/distribution/2026031809294768572, 아시아경제, 2026-03-18.
- 이사회 구성 및 활동 현황 — https://www.hanjin.com/kor/CMS/Contents/Contents.do?mCode=MN087, 주식회사 한진, 접속 2026-08-12.
- 2025 HANJIN Sustainability Report — https://www.hanjinkal.co.kr/common/file/2025_Hanjin_Report_kr.pdf, 한진칼·한진그룹, 2025-08-13.
- 한진 기업분석 리포트 — https://www.imfnsec.com/upload/R_E08/2026/02/%5B19071641%5D_002320.pdf, iM증권, 2026-0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