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사운즈 포레스트에서 시작되는 유통 지도
더현대 서울 5층에 크리스마스가 오면 매장 한가운데에 작은 마을과 숲이 들어선다. 고객은 상품 진열대보다 오두막, 나무, 조명 사이를 먼저 걷는다. 이 장면은 현대백화점의 현재를 꽤 정확하게 보여준다. 핵심 상품은 여전히 패션·식품·생활용품이지만, 그 상품을 팔기 위해 점포 전체를 오래 머무를 이유가 있는 장소로 편집한다. 더현대 서울은 실내정원과 폭포정원, 식음 및 문화 공간을 결합한 체류형 점포로 소개된다.
이미지: 더현대 서울 사운즈 포레스트에 조성된 크리스마스 마을과 숲▲ 더현대 서울 실내에 조성된 목조 오두막과 숲 형태의 크리스마스 연출 — 출처: 현대백화점그룹 뉴스룸, 2025-11-03
그렇다고 연결회사의 경계를 점포 안에서만 찾으면 안 된다. 현대백화점 아래에는 국내 백화점·아울렛·복합쇼핑몰, 현대면세점, 글로벌 온라인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가 함께 들어 있다. 고객도 세 갈래다. 주말에 점포를 찾는 생활권 고객, 출입국 과정에서 면세품을 고르는 여행객, 온라인에서 침대와 가구를 주문하는 해외 소비자다. 서로 같은 소비재를 다루더라도 방문 동기, 거래 장소, 비용 구조와 경기가 움직이는 속도는 다르다.
사업의 무대 | 실제 고객 장면 | 돈이 생기는 기본 경로 | 경영의 핵심 변수 |
|---|---|---|---|
백화점·아울렛·복합쇼핑몰 | 점포에서 쇼핑·식사·문화 경험을 함께 소비한다 | 입점 브랜드 판매, 특약·직매입, 임대 및 부대 서비스 | 상권, 상품 구성, 집객력, 소비심리 |
면세점 | 공항과 출국·입국 동선에서 상품을 산다 | 면세 상품 판매 | 여행객 수요, 공항점 운영 효율, 상품 경쟁력 |
지누스 | 온라인을 중심으로 매트리스와 가구를 고른다 | 자체 상품의 글로벌 판매 | 미국 소비, 관세, 가격, 재고와 판매 회복 |
이 세 사업을 하나의 성장 서사로 뭉치면 연결 손익을 읽기 어렵다. 백화점에서 사람이 더 오래 머무는 것과 미국에서 매트리스 가격을 올린 뒤 판매량이 회복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현대백화점을 이해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공간을 잘 만드는 능력을 중심에 놓되, 그 능력이 면세와 지누스에 자동으로 복제되지는 않는다는 경계를 함께 보는 것이다.
2.사업: 한 번의 방문을 여러 거래로 바꾸는 점포
백화점의 매출은 계산대 한 종류에서 나오지 않는다. 브랜드가 입점해 판매하고 백화점이 약정된 몫을 얻는 거래가 있고, 상품을 직접 사들여 되파는 거래가 있다. 점포의 자리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거나 주차·회원 서비스 같은 부대 활동으로 방문을 보조하기도 한다. 이 구조에서 점포는 거대한 진열장이면서 여러 사업자의 거래를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소비지출이 줄면 여러 층의 매출이 동시에 영향을 받지만, 좋은 상권과 강한 브랜드 구성이 있으면 한 번 들어온 고객의 시간과 지출을 여러 매장으로 분산시킬 수 있다.
더현대 서울의 실내정원이나 문화 공간은 무료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사진을 찍으러 온 고객이 식음 매장에 들르고, 팝업을 구경한 뒤 패션이나 생활용품 층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동선의 일부다. 공간이 직접 입장료를 받지는 않더라도 방문 빈도와 체류시간을 늘려 입점 브랜드의 판매 가능성을 높인다. 백화점이 건물 면적을 매대로 가득 채우지 않고 휴식 공간에 내어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매 효율을 매장 한 칸의 매출만으로 재지 않고 점포 전체의 집객력으로 보는 방식이다.
이미지: 더현대 서울 외벽의 수직 구조와 붉은 배관▲ 더현대 서울 외벽에 드러난 수직 구조와 붉은 설비선 — 출처: 현대백화점, n.d.
고객을 다시 불러오는 장치에는 회원제도 있다. VIP 리워드는 연간 누적 마일리지를 기준으로 앱이나 점내 회원서비스센터에서 상품권 또는 H.Point로 지급된다. 회사는 의심스러운 대량 구매나 재판매에 제한을 둘 수 있다고 명시한다. 리워드는 단순 할인이라기보다 고객의 구매 기록을 한 계정에 모으고 다음 방문의 이유를 만드는 비용이다. 동시에 혜택을 노린 비정상 거래를 걸러야 하므로, 충성도 관리와 거래 품질 관리가 붙어 다닌다.
2026년 3월 말 운영망은 백화점 13개, 아울렛 7개, 면세점 2개, 커넥트 2개로 제시됐다. 광주·부산·경산 프로젝트는 예정 사업으로 표시됐다. 이미 영업하는 점포와 개발 단계의 프로젝트를 섞어 세면 미래 매출을 앞당겨 보게 된다. 현재 현금을 만드는 운영망과 향후 상권을 넓힐 선택지는 구분해서 읽어야 한다.
3.제품과 포맷: 압구정의 백화점에서 부산의 커넥트까지
현대백화점이 파는 ‘제품’에는 매장에 놓인 상품뿐 아니라 점포 형식 자체도 포함된다. 압구정본점 같은 전통 백화점은 인근 상권과 장기간 관계를 쌓고, 더현대 서울은 대형 실내 공간과 팝업·문화 콘텐츠로 광역 방문을 끌어온다. 아울렛은 가격 매력을 앞세우고, 복합쇼핑몰은 쇼핑 이외의 시간을 넓힌다. 같은 브랜드가 들어가더라도 어느 포맷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고객이 기대하는 가격과 체류 방식이 달라진다.
커넥트현대 부산은 이 구분을 일부러 섞은 사례다. 회사는 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울렛의 가격 경쟁력, 문화·예술 체험을 결합한 지역 특화 복합 리테일로 설명했다. 약 240개 브랜드를 구성하고 기존 부산점을 새로운 이름과 동선으로 재편했다. 오래된 점포를 무조건 폐점하거나 전통 백화점으로 유지하는 대신, 생활권의 수요에 맞춰 여러 포맷의 장점을 다시 조립한 것이다.
이미지: 커넥트현대 부산의 정면 외관과 출입구▲ 도심 도로에서 바라본 커넥트현대 부산의 정면 외관과 출입구 — 출처: 동아일보, 2024-09-03
이 전략의 장점은 기존 건물과 상권의 기억을 활용하면서도 고객에게 재방문 명분을 줄 수 있다는 데 있다. 반대편에는 포맷의 경계가 흐려질 위험이 있다. 프리미엄과 가성비를 한 건물에 넣는다고 해서 고객이 두 가치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층별 브랜드, 식음, 전시와 지역 콘텐츠가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돼야 이름을 바꾼 효과가 생긴다.
회사가 제시한 2025년 말 백화점 시장 점유율은 점포 매출 기준 23%다. 이 수치에는 아울렛이 빠져 있다. 따라서 연결회사의 모든 유통 채널을 포괄하는 점유율로 읽을 수 없다. 다만 국내 백화점 본업이 주변 사업을 떠받치는 규모 있는 기반이라는 점은 확인된다. 면세점과 지누스가 별도의 고객을 찾는 동안에도 브랜드 소싱, 공간 운영, 회원 관계의 출발점은 이 점포망이다.
4.실적: 백화점의 힘과 지누스의 흔들림이 한 연결표에 겹친다
2025년 연결 순매출은 4조2,303억원, 영업이익은 3,782억원, 당기순이익은 1,419억원이었다. 전년 대비 순매출은 1.0%, 영업이익은 33.2% 늘었다. 매출의 큰 변화 없이 이익이 더 빠르게 늘었다는 점만 보면 운영 효율이 좋아진 해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별 표를 펼치면 백화점의 이익 규모와 다른 두 사업의 변동성이 뚜렷하게 갈린다.
구분 | 순매출 | 영업손익 | 읽을 때 중요한 점 |
|---|---|---|---|
2025년 연결 | 4조2,303억원 | 3,782억원 | 순매출 1.0%, 영업이익 33.2% 증가 |
2025년 백화점 | — | 3,935억원 | 연결 이익의 중심 역할 |
2025년 면세점 | — | 2억원 | 연간 기준 첫 흑자로 발표 |
2025년 지누스 | — | 258억원 | 연간 흑자였지만 손상차손이 순이익에 영향 |
1Q26 연결 | 9,501억원 | 988억원 | 당기순이익 649억원 |
1Q26 백화점 | 6,325억원 | 1,358억원 |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4%, 39.7% 증가 |
1Q26 면세점 | — | 34억원 | 공항점 성장과 인바운드 증가를 배경으로 제시 |
1Q26 지누스 | 1,396억원 | -301억원 | 전년 동기 대비 매출 44.2% 감소 |
2025년 사업별 영업이익은 백화점 3,935억원, 면세점 2억원, 지누스 258억원으로 발표됐다. 백화점 본업이 연결 실적의 버팀목이었다. 외국인 매출은 회사 추산 약 7,000억원으로 백화점 매출의 6%였다. 외국인 소비가 면세점에만 잡히는 것이 아니라 국내 백화점의 패션·식품·콘텐츠 매출에도 들어온다는 뜻이다. 고마진 패션과 외국인 수요를 긍정적으로 보는 증권가의 시각도 이 흐름에 닿아 있다.
순이익은 영업 현장만 봐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4Q25에는 지누스 무형자산 손상 2,056억원과 면세점 리스자산 손상 299억원이 세전이익과 순이익에 영향을 줬다. 손상은 과거 투자에서 기대했던 미래 현금흐름이나 자산 가치가 낮아졌음을 회계에 반영하는 절차다. 당장 같은 금액의 현금이 빠져나가는 비용은 아니지만, 인수와 점포 계약에 붙였던 기대를 낮추는 신호라는 점에서 가볍지 않다.
1Q26에는 사업 간 온도 차가 더 커졌다. 백화점 순매출은 6,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4% 늘었고 영업이익은 1,358억원으로 39.7% 증가했다. 면세점도 영업이익 34억원의 흑자를 냈다. 회사는 공항점 성장과 인바운드 증가를 배경으로 들었다. 반면 지누스 순매출은 1,396억원으로 44.2% 감소했고 30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미국 관세에 대응한 가격 인상과 그에 따른 판매 감소가 회사의 설명이었다.
연결 영업이익 988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는데, 여기에는 전년 반덤핑 소송 충당금 환입 167억원이 있었던 기저효과도 섞여 있다. 올해 영업만 나빠졌다고 단순화해서도, 일회성 요인을 빼면 모두 괜찮다고 넘겨서도 곤란하다. 백화점과 면세점의 개선이 지누스의 손실을 얼마나 흡수하는지가 연결 손익의 실제 쟁점이다.
재무 체력은 장기 실험을 버틸 시간을 결정한다. 회사 IR 기준 2025년 말 연결 자산은 11조2,500억원, 부채는 4조9,390억원, 자본은 6조3,110억원이었다. 부동산과 점포, 리스, 인수 자산이 함께 들어 있는 유통 복합회사의 숫자이므로 총액만으로 안전성을 단정할 수는 없다. 신규 점포와 해외 매장에는 자금이 들고, 지누스 부진이 길어지면 회복을 기다리는 비용도 커진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직접 확인되는 최신 회사 분기 실적은 1Q26까지다. 2Q26 및 반기 수치는 확정 실적으로 채우지 않는다. 이후 판단의 출발점은 백화점 호조가 이어지는지, 면세점 흑자가 안착하는지, 지누스 판매 감소가 멈추는지다. 세 질문은 하나의 연결 숫자 안에 들어가지만 답은 서로 다른 현장에서 나온다.
5.지누스: 같은 집 안의 소비지만 전혀 다른 사이클
지누스는 매트리스와 가구를 온라인 중심으로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백화점이 좋은 상권에 사람을 모으는 사업이라면, 지누스는 상품을 포장하고 가격을 정해 해외 소비자의 온라인 주문까지 연결해야 한다. 주거와 생활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현대백화점의 리빙 카테고리와 가깝지만, 점포 임대료보다 제조·물류·재고·관세와 현지 판매 속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 지누스를 인수했다. 인수의 매력은 백화점 안에서 팔던 리빙 상품의 범위를 글로벌 온라인 시장으로 넓힐 수 있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채널을 보유한 것과 상품 판매가 안정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별개다. 미국에서 관세가 오르면 가격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가격을 올리면 주문량이 줄 수 있다. 판매가 예상보다 느리면 재고와 판촉 부담도 뒤따른다. 증권사들이 미국 소비, 관세, 재고, 가격 인상 뒤의 판매 회복을 핵심 위험으로 보는 이유다.
물론 점포와 지누스 사이의 접점은 존재한다. 지누스는 2023년 더현대 서울에서 매트리스를 활용한 WonderBed 체험형 팝업을 열었다. 온라인에서 눕기 어려운 상품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하게 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현대백화점의 집객력은 지누스가 고객과 만나는 전시장이 될 수 있다.
다만 한 번의 팝업은 유통 시너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지 장기 수익성을 입증하는 결과가 아니다. 지누스의 회복은 백화점 방문객 수보다 주력 해외시장에서 정상 가격으로 제품이 팔리고 재고가 소화되는지에 달렸다. 현대백화점이 잘하는 공간 편집이 도움은 줄 수 있어도 관세와 미국 소비 사이클을 지워주지는 못한다. 이 차이를 인정해야 지누스를 ‘리빙 성장동력’이라는 이름과 실제 손익 사이에서 균형 있게 볼 수 있다.
6.역사: 점포를 고쳐 온 회사가 사업 경계도 넓혀 왔다
그룹의 출발점은 1971년 금강개발산업이다. 현재 상장법인 현대백화점은 2002년 그룹 백화점 사업부문이 분할되며 설립됐고 같은 해 재상장됐다. 그룹 전체의 긴 역사와 상장회사의 법적·사업적 경계는 같지 않다. 그룹 계열사의 매출이나 장기 목표를 현대백화점 단독 성과로 옮겨 적으면 회사의 크기와 책임 범위가 달라진다.
이미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과거 외관▲ 도로변에 자리한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의 역사적 외관 — 출처: 경향신문, 2021-06-14
압구정본점의 과거 외관은 백화점이 지역 상권의 큰 건물로 인식되던 시대를 보여준다. 매장은 상품을 사는 곳인 동시에 약속 장소이자 동네의 기준점이었다. 이런 지역 기반은 지금도 중요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일상화된 뒤에는 건물의 존재감만으로 방문을 보장하기 어렵다. 더현대 서울의 정원과 팝업, 커넥트현대의 복합 포맷은 오래된 점포 사업이 방문 이유를 다시 만드는 방식이다.
사업 경계는 점포 형식보다 더 크게 움직였다. 현대면세점 법인은 2016년 설립됐고, 2021년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열었다. 2022년에는 지누스를 인수했으며 2023년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순서대로 놓으면 국내 점포의 새 모델, 여행 소비, 글로벌 리빙이라는 서로 다른 확장 경로가 보인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도 전통 백화점과 완전히 같은 운영법을 쓰지 않는다.
이미지: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의 과거 건물과 주변 생활권▲ 낮은 상가와 보행자가 함께 보이는 현대백화점 울산동구점의 과거 생활권 풍경 — 출처: 한국경제, 2025-07-16
울산동구점의 과거 사진에는 대형 플래그십과 다른 백화점의 얼굴이 남아 있다. 화려한 실내정원보다 지역 주민의 일상 가까이에 놓인 건물이다. 모든 상권이 더현대 서울이 될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현대백화점의 점포 전략은 광역 관광형 플래그십, 전통 상권형 백화점, 가격 중심 아울렛, 지역 복합형 커넥트를 상권에 맞게 구분하는 일에 가깝다. 오래된 점포의 기억은 자산이지만, 고객의 생활권이 변하면 그 기억을 새 형식으로 번역해야 한다.
7.최근 동향: 더현대 하이와 도쿄 플래그십은 아직 옵션이다
더현대 하이(Hi)는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공간 운영과 브랜드 소싱 역량을 온라인으로 옮기려는 프리미엄 큐레이션 e커머스다. 상품 수를 무한히 늘리는 종합몰보다는 더현대라는 이름으로 고른 브랜드와 콘텐츠를 제안하는 방향이다. 성공한다면 점포에 오지 않는 시간에도 고객과 거래하고, 팝업에서 반응을 확인한 브랜드를 온라인으로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온라인 화면에는 정원도 폭포도 없다. 오프라인에서 통했던 희소한 팝업과 공간의 분위기를 상품 선택, 콘텐츠, 배송과 서비스로 번역해야 한다. 프리미엄 큐레이션이 고객에게 실질적인 편의와 발견의 즐거움을 주지 못하면 기존 온라인몰과의 차이가 희미해진다. 출범 자체보다 반복 구매와 브랜드 공급 관계가 사업성을 가르는 단계다.
더현대 글로벌은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 창구를 표방한다. 회사는 일본 팝업 운영을 거쳐 2026년 7월 도쿄 오모테산도에 620㎡ 규모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K-패션·뷰티·식음·지식재산권 콘텐츠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점포가 해외 관광객을 끌어오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 현지에서 더현대식 브랜드 편집을 판매하는 실험이다.
일본 팝업에서 정규 매장으로 이동한 과정은 단계적 확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팝업은 짧은 기간의 화제성과 희소성이 강하고, 정규점은 임대료·인력·상품 회전과 재방문을 계속 감당해야 한다. 팝업의 반응만으로 장기 매장 수익성을 입증했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도쿄 플래그십은 확정된 제2의 본업이라기보다, 국내 공간 기획 능력이 해외에서도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옵션에 가깝다.
그룹이 내건 2030년 매출 40조원 이상도 같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현대백화점 단독의 확정 실적 전망이 아니라 그룹 차원의 장기 목표다. 온라인 큐레이션과 해외 플래그십을 이 숫자에 곧장 연결하기보다, 각 사업이 고객과 반복 거래를 만드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옵션은 가능성 때문에 가치가 있지만, 가능성과 실적은 같은 문장이 아니다.
8.쟁점과 리스크: 공간 경쟁력은 어디까지 손익을 방어하는가
현대백화점의 가장 분명한 강점은 국내 점포에서 브랜드, 식음, 문화와 휴식을 하나의 방문 경험으로 편집하는 능력이다. 소비가 약해져도 고객이 굳이 찾아갈 이유를 만들 수 있고, 외국인에게는 쇼핑과 관광의 경계를 흐리는 장소가 된다. 고마진 패션과 외국인 수요, 공항 면세점 수익성 개선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장의 시선은 이 강점이 손익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기대고 있다.
동시에 백화점·아울렛·복합쇼핑몰·면세점은 모두 소비 경기와 내수 지출 변화에 민감하다. 공간이 훌륭해도 가계가 지출을 줄이면 판매는 압박받는다. 신규 프로젝트는 상권을 넓힐 수 있지만 개장 전 비용과 초기 안정화 기간을 요구한다. 점포 수를 늘리는 것보다 각 상권에서 프리미엄, 가성비, 체험 중 무엇을 앞세울지 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면세점은 적자 사업이라는 오래된 부담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였지만 여행 수요와 공항점 효율에 노출돼 있다. 공항점 성장이 매출로 이어져도 임차와 운영 부담을 감당하고 이익을 남겨야 한다. 분기 흑자는 전환의 신호가 될 수 있으나, 안정된 수익원이라는 평가는 여러 영업 기간을 통과한 뒤에 가능하다.
지누스는 더 직접적인 연결 위험이다. 백화점이 잘 벌어도 미국 관세와 가격 인상 뒤의 판매 감소가 커지면 연결 이익이 눌린다. 반대로 지누스 판매가 정상화되면 백화점과 면세점의 개선 위에 추가 회복이 얹힌다. 이 비대칭 때문에 현대백화점의 기업가치는 국내 점포의 질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인수 사업의 재고와 가격, 현지 수요까지 함께 봐야 한다.
여기서 회사의 여러 확장을 하나의 ‘더현대 생태계’로 포장하는 것은 쉬운 설명이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VIP 리워드와 더현대 하이는 국내 고객 관계를 잇고, 도쿄 플래그십은 브랜드 편집 능력의 해외 이전을 시험한다. 지누스 팝업은 온라인 매트리스에 오프라인 체험을 보탠다. 접점은 분명하지만 각 사업이 최종적으로 치르는 임대료, 관세, 재고와 고객 획득 비용은 서로 대체되지 않는다.
사운즈 포레스트의 크리스마스 마을은 현대백화점이 사람을 부르는 방법을 압축한다. 울산동구점의 옛 사진은 점포가 한 지역의 시간과 함께 늙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두 장면 사이에서 회사는 건물을 새로 꾸미고, 포맷을 섞고, 온라인과 해외로 경계를 넓혀 왔다. 앞으로도 본업의 힘은 사람들이 공간을 찾을 이유를 얼마나 잘 갱신하는지에서 나온다. 연결회사의 성패는 그 힘으로 번 시간을 면세와 지누스가 스스로 수익을 내는 시간으로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각주
- 더현대 서울 About, 현대백화점, n.d. — https://www.ehyundai.com/newPortal/DP/AB000000_V.do?branchCd=B00140000
- Business Areas – Retail and Total Living, 현대백화점그룹, n.d. — https://m.ehyundai.com/newPortal/group/CO/CO000001.do?bsnum=2
- 현대백화점 사업보고서 (2025.12), 금융감독원 OpenDART, 2026-03-18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318001314
- 2026년 VIP 리워드, 현대백화점, 2026-04-01 — https://www.ehyundai.com/newPortal/CS/CS000009_V.do?n=1
-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현대백화점 IR, 2026-05-01 — https://www.ehyundai.com/attachfiles/ir/23bc7b3724af4b499c7265fc6a59f867.pdf
- 현대백화점, 부산에 없는 신개념 리테일 ‘커넥트현대’ 선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 2024-09-03 — https://www.ehyundai.com/newPortal/group/GN/GNN000010_V.do?seq=536
- 현대백화점 2025년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 현대백화점, 2026-04-2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24/001004/20260424002268/10002.htm
- 현대백화점, 지난해 영업익 33.2% 급증... 면세점은 첫 흑자, 메트로서울, 2026-02-11 — https://www.metroseoul.co.kr/article/20260211500449
-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현대백화점 IR, 2026-02-01 — https://www.ehyundai.com/attachfiles/ir/8f80a9b54ddd4410bb6f4daf4b121c2c.pdf
- 현대백화점 2025년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 현대백화점, 2026-04-2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24/001004/20260424002268/10002.htm
- 현대백화점: 2분기 영업이익 증익과 감익 사이, 하나증권, 2026-06-16 — https://file.hanaw.com/download/research/FileServer/WEB/industry/enterprise/2026/06/15/hddept_260616.pdf
-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현대백화점 IR, 2026-02-01 — https://www.ehyundai.com/attachfiles/ir/8f80a9b54ddd4410bb6f4daf4b121c2c.pdf
-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현대백화점 IR, 2026-05-01 — https://www.ehyundai.com/attachfiles/ir/23bc7b3724af4b499c7265fc6a59f867.pdf
- 현대백화점, 백화점 호조에도 지누스 부진에 기대 이하 실적, 대한경제, 2026-05-06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605061446262820694
-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현대백화점 IR, 2026-05-01 — https://www.ehyundai.com/attachfiles/ir/23bc7b3724af4b499c7265fc6a59f867.pdf
- Financial Position, 현대백화점 IR, 2026-05-01 — https://www.ehyundai.com/mobile/newPortal/FN/FN000001.do?lanType=EN&menu=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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