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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신라

면세점과 특급호텔로 여행객의 소비와 숙박을 잇는 기업

1.여행객의 지갑을 두 번 만나는 구조

호텔신라의 사업은 여행자가 이동할 때 열리는 두 종류의 지갑을 향한다. 하나는 출국을 앞두고 화장품·향수·명품·패션·주류를 사는 면세 쇼핑이고, 다른 하나는 목적지에서 객실·식사·연회·휴식을 구매하는 체류 소비다. 회사는 이를 각각 TR과 호텔&레저로 구분한다. TR은 Travel Retail, 즉 여행객을 상대로 한 소매 유통을 뜻한다.

둘은 같은 관광 수요를 바라보지만 돈이 생기는 방식은 꽤 다르다. 면세에서는 공항·시내·온라인 매장에 상품과 브랜드를 모으고 판매대금을 받는다. 이때 상품 원가뿐 아니라 공항 임대료, 환율, 할인과 판매 촉진 비용이 수익성을 흔든다. 호텔에서는 객실료만 받는 것이 아니다. 식음료, 연회, 웰니스와 레저, 쇼핑까지 한 장소에서 여러 차례 결제가 일어난다.

접점

고객이 실제로 하는 일

회사가 판매하는 것

손익을 가르는 조건

공항 면세점

출국 전 상품을 고르고 바로 받는다

면세 상품과 브랜드 선택지

여객·구매 수요, 임대료, 환율

시내 면세점

여행 중 매장을 방문해 쇼핑한다

화장품·향수·명품·패션·주류 등

외국인 구매력, 할인·수수료 부담

온라인 면세점

출국 전에 주문하고 공항에서 수령한다

디지털 상품 구색과 인도 서비스

출국 수요와 구매 전환

더 신라·신라모노그램

숙박하며 식사·연회·레저를 함께 이용한다

객실과 고급 체류 경험

객실·외국인·연회 수요

신라스테이 계열

출장이나 비교적 실용적인 체류를 해결한다

객실과 비즈니스 편의시설

지점 가동과 투숙 수요

이 구조 때문에 호텔신라를 읽을 때 매출 규모와 이익 기여를 같은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 수많은 상품이 빠르게 회전하는 면세는 외형을 키우기 좋지만 비용 조건에 민감하다. 호텔은 외형이 상대적으로 작아도 한 객실에서 식사와 부대시설까지 소비를 확장할 수 있다. 한쪽이 여행자의 이동을 거래로 만들고, 다른 한쪽이 머무는 시간을 여러 서비스로 나눈다.

두 부문은 고객을 만나는 장소도 다르다. TR의 거래는 출국 일정과 여권·항공권 정보에 연결되고, 호텔&레저의 거래는 특정 호텔과 시설에서 보내는 시간에 연결된다. 같은 여행객이라도 면세에서는 구매자와 출국자로 관리되고, 호텔에서는 투숙객·식음 고객·연회 참석자·부대시설 이용자로 여러 차례 나타날 수 있다. 관광 수요가 회복되더라도 어느 채널에서 어떤 비용을 치르고 매출을 얻었는지에 따라 회사 전체의 이익은 달라진다.

이미지: 서울신라호텔 건물 외관과 도심 입지

▲ 서울신라호텔 건물 외관과 주변 도심 — 출처: 연합뉴스, 2022-10-28

2.출국 60일 전부터 시작되는 면세 거래

신라면세점의 고객 여정은 공항 검색대 앞에서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출국 60일 전부터 여권과 항공권 정보를 이용해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상품을 살 수 있다. 온라인 주문품은 출국 당일 공항 인도장에서 받는다. 결제와 수령 장소가 갈라지는 셈이다.

온라인에서는 출국 정보를 확인하고 상품을 탐색한 뒤 주문한다. 시내점에서는 여행 중 실제 진열과 브랜드 매장을 살펴본다. 공항점은 이동 동선 자체가 판매 기회다. 세 채널은 서로 다른 매장처럼 보여도 출국 일정이라는 하나의 시계에 묶여 있다. 비행편이 없으면 온라인 주문의 인도도 없고, 여행객이 줄면 공항의 자연 유동도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은 별개의 전자상거래 사업이라기보다 공항 인도와 결합한 면세 채널로 작동한다. 고객은 출국 전에 비교와 결제를 마칠 수 있지만 상품을 받는 마지막 단계는 실제 여행 일정에 의존한다. 시내점과 공항점 역시 고객이 상품을 접하는 시점과 방식은 달라도 여행객이라는 동일한 수요 기반을 공유한다. 호텔신라의 TR은 매장 세 곳을 따로 운영하는 사업이 아니라, 출국 전 탐색부터 공항 수령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여러 접점으로 나눈 사업에 가깝다.

회사는 국내 시내·공항·온라인 채널과 함께 인천·싱가포르 창이·홍콩 공항에서 사업을 펼쳐 왔으며, 공식 소개에서는 1,300개가 넘는 브랜드를 다룬다고 설명한다. 이는 단순히 상품 수가 많다는 자랑보다 운영 범위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공항과 고객층에 맞춰 브랜드를 배치하고, 결제 뒤 정해진 출국자에게 상품을 넘겨주는 유통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면세 특유의 역설이 있다. 공항은 고객이 모이는 강력한 판매 장소지만 좋은 자리는 비싸다. 공항 임대료가 구매액에 맞춰 저절로 가벼워지는 구조가 아니라면 여객 수와 구매 전환이 기대보다 낮을 때 부담이 먼저 드러난다. 회사가 중국인 구매력 약화, 원·달러 환율 상승, 공항 임대료를 면세 수익성의 주요 제약으로 적은 이유도 이 거래의 세 축이 고객·상품·공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객 증가와 면세 이익 증가는 같은 문장이 아니다. 여행객이 늘어도 구매력이 약하거나 판매 과정에서 할인과 수수료 부담이 크면 매출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판매 공간을 줄이면 매출 기회는 줄 수 있지만 임대료 부담도 함께 변한다. TR의 핵심 질문은 얼마나 많은 고객이 지나갔는지뿐 아니라 그 고객에게 상품을 팔기 위해 어떤 비용 구조를 유지했는지다.

3.464개 객실보다 넓은 호텔의 판매면

1979년 3월 8일 문을 연 서울신라호텔은 464개 객실을 갖췄다. 그러나 호텔&레저가 파는 것은 객실 수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 객실, 식음, 연회, 웰니스, 쇼핑이 한 건물 안에서 서로 다른 방문 이유를 만든다. 숙박하지 않는 고객도 식사를 하거나 행사에 참석할 수 있고, 투숙객은 객실 밖에서 추가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호텔이라는 물리적 공간은 그대로여도 고객에게 제시되는 상품의 조합은 여러 개다. 객실만 이용하는 체류, 식음과 결합한 방문, 연회나 이벤트 참석, 웰니스와 레저를 포함한 패키지는 각기 다른 구매 이유를 만든다. 이 때문에 호텔&레저의 영업력은 객실 판매량만이 아니라 같은 공간을 식음·연회·부대시설 수요와 어떻게 연결하는지에서도 드러난다.

식사는 객실 밖의 독립된 목적지가 된다

더 파크뷰는 오픈 키친과 뷔페형 다이닝 공간을 전면에 내세운다. 사진에서 보이는 조리대, 음식 진열대와 넓은 좌석은 호텔 식음이 객실의 부속 조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식재료나 메뉴의 우열을 사진만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객이 조리 장면과 공간 자체를 경험하도록 구성된 판매 현장이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더 파크뷰 오픈 키친 및 뷔페형 다이닝 공간

▲ 조리대와 음식 진열대, 좌석이 배치된 더 파크뷰 다이닝 공간 — 출처: 신라호텔앤리조트, 2026-08-12 접속

수영장은 패키지가 되는 부대시설이다

서울신라호텔의 Urban Island는 투숙객과 피트니스 회원이 이용하는 유료 야외 부대시설이다. 객실 패키지와 묶어서도 판매된다. 객실 한 박을 수영장 이용과 결합하면 같은 객실도 다른 체류 상품이 된다. 계절과 날씨가 이용 장면을 바꾸지만, 호텔이 보유한 공간을 별도의 방문 동기와 패키지 가격으로 전환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미지: 서울신라호텔 Urban Island 야외 수영장

▲ 서울신라호텔 Urban Island의 야외 수영장과 휴식 공간 — 출처: The Shilla Hotels & Resorts, 2026-05-29

Urban Island가 유료 시설이면서 객실 패키지에 포함될 수 있다는 사실은 호텔 상품의 결합 방식을 잘 보여준다. 고객에게는 수영장이 객실 선택의 이유가 되고, 회사에는 기존 시설을 체류 상품의 일부로 판매하는 접점이 된다. 객실·식음·레저가 각각 따로 존재하면서도 하나의 방문 안에서 함께 선택될 수 있는 구조다.

브랜드 층위도 넓다. 더 신라가 대표적인 고급 호텔 경험을 담당한다면 신라모노그램과 신라스테이는 다른 체류 수요를 받는다. 특히 신라스테이는 미팅룸, 비즈니스 코너, 피트니스, 세탁실 등을 두어 출장과 장기 투숙의 실용적인 문제를 해결한다. 2026년 3월 말 국내 운영망은 신라스테이 15개, 신라스테이 플러스 1개, 신라모노그램 강릉 1개였다. 하나의 대형 호텔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지역과 체류 목적의 숙박 접점을 확보한 모습이다.

서울신라호텔의 464개 객실과 신라스테이 계열의 전국 운영망은 같은 숫자로 묶기 어렵다. 전자는 식음·연회·웰니스·쇼핑이 모인 복합적인 호텔이고, 후자는 출장과 장기 투숙에 필요한 편의시설을 강조한다. 호텔&레저 부문 안에서도 브랜드마다 고객이 돈을 쓰는 이유와 이용하는 시설의 조합이 다르다.

4.1979년 장충동에서 아시아 공항으로

호텔신라의 출발점은 서울 장충동의 호텔이었다. 1979년 서울신라호텔을 개관한 뒤 1986년 면세 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국내 시내점과 공항을 넘어 인천, 창이, 홍콩이라는 아시아 주요 공항으로 운영 범위를 넓혔다. 회사 이름에는 호텔이 남았지만 사업의 외형을 크게 바꾼 사건은 면세 진출이었다.

연혁 이미지에는 매장 개장과 브랜드·서비스 확장이 긴 시간축에 쌓여 있다. 세로로 긴 구성은 여러 시기의 항목과 관련 사진을 연속해 보여준다. 호텔에서 출발한 회사가 면세점과 공항 채널을 더하며 여행객을 만나는 장소를 넓혀 온 흐름을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신라면세점 연혁 아카이브

▲ 여러 시기의 항목과 사진을 시간순으로 배열한 신라면세점 연혁 아카이브 — 출처: 신라면세점, 2016-01-05

호텔 개관과 면세 진출은 서로 분리된 두 사건이지만 현재의 사업 구조에서는 한 회사 안에 나란히 남아 있다. 호텔은 여행자의 체류를, 면세는 출국과 이동을 거래로 만든다. 인천·창이·홍콩 공항으로의 확대는 면세 사업이 국내 호텔 고객에게 상품을 파는 수준을 넘어 국제 여행 동선에 직접 들어갔음을 뜻한다.

다만 넓어진 지도가 항상 좋은 경제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항 사업권은 국제적 인지도를 얻는 통로인 동시에 장기간 비용을 부담하는 계약이다. 고객이 늘어도 구매력이 약하거나 환율과 할인 조건이 불리하면 매출 증가가 이익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는다. 확장은 운영 능력의 기록이지만, 어느 공간을 계속 보유할지는 별도의 계산이다.

5.실적: 매출의 TR, 이익의 호텔&레저

2025년 감사 확정 연결 매출은 4조683억원, 영업이익은 135억원이었다. 당기순손실은 1,728억원으로 영업 단계의 얇은 흑자가 최종 손익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연결조정 전으로 보면 TR은 매출 3조4,039억원에 영업손실 531억원, 호텔&레저는 매출 7,299억원에 영업이익 609억원이었다. 매출의 중심과 이익의 중심이 갈라진 해였다.

TR 매출은 호텔&레저보다 훨씬 컸지만 부문 영업손익은 적자였다. 반대로 호텔&레저는 상대적으로 작은 매출로 6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 대비는 회사 전체 매출이 늘거나 줄었다는 정보만으로 수익성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어느 부문에서 매출이 발생했는지, 특히 TR의 비용 조건이 어땠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1조535억원, 영업이익은 204억원, 순이익은 60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8.4% 늘었고, 영업손익은 25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연결조정 전 TR도 영업흑자를 냈고 호텔&레저도 흑자를 유지했다.

구분

2025년 확정

2026년 1분기

읽어야 할 대목

연결 매출

4조683억원

1조535억원

1분기 수치는 연간 수치와 기간이 다르므로 단순 연율화에 주의

연결 영업이익

135억원

204억원

영업이익률은 각각 약 0.3%, 1.9%

연결 순손익

-1,728억원

60억원

2025년에는 영업흑자와 최종 적자가 함께 나타남

TR 매출·영업손익

3조4,039억원·-531억원

8,893억원·110억원

외형이 가장 크지만 수익성 변화 폭도 큼

호텔&레저 매출·영업손익

7,299억원·609억원

1,803억원·82억원

외형보다 이익 기여가 두드러짐

표의 부문 수치는 연결조정 전이므로 연결 합계와 그대로 일치하지 않는다. 영업이익률은 공시 금액을 단순히 나눈 값이다. 2025년 TR 영업이익률은 약 -1.6%, 호텔&레저는 약 8.3%였고, 2026년 1분기에는 각각 약 1.2%, 4.5%였다.

2025년 연간 수치와 2026년 1분기 수치를 비교할 때는 기간 차이도 분리해야 한다. 1분기 영업이익 204억원이 2025년 연간 135억원보다 크다는 사실만으로 연간 개선 폭을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TR이 2025년 연간 적자에서 2026년 1분기 흑자로 바뀌고 호텔&레저도 흑자를 냈다는 점은 해당 분기의 손익 구성이 전년 연간 구조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한 분기 반등은 의미가 있지만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판정은 이르다. 호텔&레저의 이익창출력과 외국인·연회 수요는 긍정 요인으로 평가되는 반면, 과거 영업실적 저하 뒤 발생한 자산손상, 차입금 증가와 금융비용은 재무 부담으로 지적됐다. 2025년 순손실이 보여준 것도 영업현장 밖의 재무 부담까지 함께 읽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2026년 1분기는 회복의 증거이되 완료의 증거는 아니다. TR이 흑자로 전환한 상태가 이어지는지, 호텔&레저가 계속 이익을 보태는지, 영업 단계의 개선이 순손익으로 연결되는지를 후속 공시에서 따로 확인해야 한다. 매출의 대부분을 만드는 부문과 안정적인 이익을 보탠 부문이 다르다는 구도가 호텔신라 재무 해석의 출발점이다.

6.DF1 반납이 드러낸 공항 면세의 비용 방정식

2025년 이사회는 인천공항 면세 DF1 사업권 반납과 마카오 법인 영업 종료를 의결했다. 2026년 공모사채 증권신고서에도 DF1 반납이 실제 사업 변화로 기재됐다. 이는 신규 사업 계획이나 검토 단계의 선택지가 아니라 이미 결정되고 공시에 반영된 운영 범위 축소다.

DF1 반납은 매장을 줄였다는 한 문장보다 더 큰 의미를 갖는다. 면세점은 매출이 발생하는 자리이면서 임대료가 나가는 자리다. 따라서 철수 뒤에는 외형 감소와 고정비 축소가 동시에 움직일 수 있다. 어느 쪽이 더 큰지는 실제 철수 시점 이후의 손익에서 확인해야 한다. 2026년 8월 12일 기준 제공된 직접 공시 원문에는 2분기 또는 반기 확정 실적이 없어, 반기 확정치로 DF1 철수 효과를 분리해 검증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2026년 3월 말 기준 회사가 임차 운영한 국내 공항면세점은 1개였다. 이 숫자는 과거의 확장 경로와 현재의 선택을 대비시킨다. 회사는 인천·창이·홍콩 공항으로 범위를 넓혀 왔지만, 모든 공항 구역을 같은 조건으로 계속 보유하는 대신 수익성 부담이 큰 사업권을 정리하는 결정을 내렸다.

회사가 적시한 수익성 제약도 함께 봐야 한다. 중국인 구매력 약화는 고객 한 명이 쓰는 돈에 영향을 주고, 원·달러 환율 상승은 상품과 가격 운용을 압박한다. 공항 임대료는 좋은 위치를 확보한 대가다. 세 조건이 동시에 불리하면 여행객 숫자가 회복돼도 이익은 늦게 따라올 수 있다.

시장은 반대로 공항 고정비 축소, 따이공 대상 수수료·할인 정상화, 방한객 증가와 호텔 객실 수요 개선을 이익 회복의 조건으로 거론한다. 따이공은 한국 면세품을 대량 구매해 중국 등에 유통하는 보따리상 수요를 가리킨다. 이 전망은 회사의 확정 실적이 아니라 증권사 해석이다. 쟁점은 관광객이 돌아오느냐 하나가 아니라, 돌아온 고객에게 예전보다 덜 비싼 방식으로 팔 수 있느냐다.

DF1 반납의 실제 평가는 매출 감소와 비용 감소를 함께 놓고 해야 한다. 고정비가 줄었다는 시장의 예상만으로 이익 효과를 확정할 수도 없고, 매장 축소만 보고 부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후속 분기의 TR 매출과 영업손익, 회사 전체의 영업이익과 순손익이 그 선택의 결과를 보여줄 확인 지점이다.

7.서비스 기술이 건물 밖으로 나간 장면

호텔 사업의 운영 역량은 객실과 식당 사진만으로 모두 보이지 않는다. 호텔신라는 제주 음식점의 조리와 운영을 돕는 활동에서 셰프가 실제 주방에 들어가 조리 컨설팅을 진행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두 조리사가 웍과 완성된 음식을 살피는 장면이 담겼다. 이것이 곧바로 별도 매출원이 된다는 근거는 없지만, 회사가 브랜드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서비스 역량의 실체가 조리와 현장 지도에 있다는 점은 보인다.

이미지: 제주 식당 주방의 조리 컨설팅

▲ 제주 식당 주방에서 두 조리사가 음식과 조리 과정을 살펴보는 장면 — 출처: 아시아경제, 2014-04-02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주방이라는 작업 공간, 조리복을 입은 두 사람, 웍과 완성된 음식이다. 지원 활동의 사업적 효과나 해당 음식점의 이후 성과까지 사진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호텔의 식음 역량이 내부 다이닝 운영에만 머물지 않고 외부 현장의 조리 지도에 활용된 사례라는 점은 기사 내용과 장면이 함께 보여준다.

문화유산 활동에서는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난다. 기사에는 석조전 보존 활동, 대한제국 황실 음식 재현, 다문화 청소년 문화유산 체험이 소개됐다. 함께 실린 사진은 만찬 상차림을 둘러싼 장면, 야외 단체 활동, 실내 계단에 모인 참여자들을 한 화면에 배치한다.

이미지: 석조전 및 문화유산 체험·보존 활동 현장

▲ 만찬 상차림과 야외 단체 활동, 실내 계단의 참여자들을 묶은 기록 사진 — 출처: 조선일보, 2018-11-22

이 활동들을 핵심 사업과 같은 무게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호텔 브랜드가 판매하는 것이 침대와 수영장 같은 물리 시설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조리, 안내, 행사 운영처럼 사람이 수행하는 서비스가 브랜드의 재료다. 건물 밖 활동은 그 재료가 외부 프로그램에서 쓰인 사례를 알아보기 쉬운 장면으로 펼쳐 놓는다.

8.넓히던 회사에서 골라 남기는 회사로

호텔신라의 역사는 장충동 호텔에서 면세점으로, 다시 아시아 공항과 다층 호텔 브랜드로 접점을 넓혀 온 과정이었다. 이제 중요한 변화는 무조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확장이 아니다. 부담이 큰 공항 사업권과 법인을 정리하면서도 시내·온라인 면세, 해외 공항, 고급 호텔과 비즈니스 호텔의 연결망을 어떻게 남길지에 무게가 실린다.

면세와 호텔은 경기의 시계도 다르다. 면세는 항공편, 외국인 구매력, 환율과 공항 계약 조건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호텔은 객실뿐 아니라 식음과 연회, 유료 부대시설에서 체류 가치를 넓힌다. 그래서 관광 회복이라는 같은 뉴스도 두 부문에 같은 속도와 같은 마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운영 범위를 줄이는 선택과 고객 접점을 유지하는 선택도 동시에 일어난다. DF1 사업권과 마카오 법인 영업은 정리 대상이 됐지만, 회사는 국내 시내·공항·온라인 채널과 해외 공항 면세 사업을 운영해 왔고 호텔 부문에서는 더 신라·신라모노그램·신라스테이의 층위를 갖고 있다. 현재의 재편은 면세나 호텔 가운데 하나를 버리는 변화가 아니라 각 공간과 채널의 경제성을 다시 구분하는 변화다.

2026년 1분기는 TR이 다시 이익을 내고 호텔&레저가 흑자 역할을 이어 간 확인점이었다. 그러나 회사의 더 긴 변화는 특정 분기의 흑자보다 공간 선택에 있다. 한때 성장을 상징했던 공항 구역을 반납한 뒤에도 1,300개 이상 브랜드를 다루는 유통망과 여러 층위의 호텔 접점은 남는다. 호텔신라의 현재 모습은 여행객을 따라 끝없이 넓어진 지도라기보다, 어느 자리에서 돈을 벌 수 있는지 다시 골라 칠하는 지도에 가깝다.

다음 판단의 기준도 분명하다. TR에서는 DF1 반납 뒤 매출과 영업손익이 함께 어떻게 변하는지, 호텔&레저에서는 객실·외국인·연회 수요가 이익창출력을 얼마나 지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영업이익 개선이 차입금과 금융비용을 포함한 최종 손익까지 이어지는지도 봐야 한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2분기 또는 반기 확정 실적이 제공되지 않았으므로, 이 변화의 결론은 전망이 아니라 후속 공시에서 완성된다.

각주

  1. 사업보고서 (제53기, 2025년), 한국거래소 KIND / 호텔신라, 2026-03-11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2193/20260311004958/11011.htm
  2. 신라호텔앤리조트 공식 호텔·브랜드 허브, 2015-07-27 — https://www.shillahotels.com/ko/theshilla/hub/index.do
  3. 신라면세점 쇼핑가이드, 2016-01-05 — https://www.shilladfs.com/comm/kr/ko/shoppingGuideStep1
  4. About The Shilla Duty Free, 2026-08-12 접속 — https://www.shilladfs.com/comm/kr/en/introduce
  5. 호텔신라 제77-1·77-2회 공모사채 증권신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4-2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10/001082/20260410002474/10002.htm
  6. The Shilla Seoul — About, 2026-08-12 접속 — https://www.shillahotels.com/en/theshilla/seoul/introduction/about.do
  7. 더 파크뷰, 신라호텔앤리조트, 2026-08-12 접속 — https://www.shillahotels.com/ko/theshilla/seoul/dining/restaurant/theParkview.do
  8. Urban Island — The Shilla Seoul, 2026-08-12 접속 — https://www.shillahotels.com/en/theshilla/seoul/facilities/pool/urbanIsland.do
  9. Shilla Stay Samsung — Facilities, 2026-08-12 접속 — https://www.shillahotels.com/en/shillastay/samsung/facilities/index.do
  10. 분기보고서 (제54기 1분기), 한국거래소 KIND / 호텔신라,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354/20260515005289/11013.htm
  11. 사업보고서 (제53기, 2025년), 한국거래소 KIND / 호텔신라, 2026-03-11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1/002193/20260311004958/11011.htm
  12. 호텔신라 제53기 연결·별도 감사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03/001110/20260303003030/00591.htm
  13. 호텔신라 1분기 영업이익 204억원…흑자 전환, 연합뉴스, 2026-04-24 — https://www.yna.co.kr/amp/view/AKR20260424099100527
  14. 호텔신라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354/20260515005289/11013.htm
  15. KIS Credit Opinion, 한국신용평가, 2025-04-15 — https://kisrating.com/fileDown.do?fileName=rs20250415-1.pdf&gubun=2&menuCd=R8
  16. 호텔신라 제77-1·77-2회 공모사채 증권신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4-24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10/001082/20260410002474/10002.htm
  17. 2026년 KIND 공시 일정, 한국거래소 KIND, 2026-08-12 — https://kind.krx.co.kr/common/marketschedule.do?method=loadInitPage
  18. 분기보고서 (제54기 1분기), 한국거래소 KIND / 호텔신라,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354/20260515005289/11013.htm
  19. 호텔신라 2Q26 Preview: 비움의 미학, 교보증권·뉴스핌, 2026-07-10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710000907
  20. 호텔신라, '맛있는 제주만들기' 2호점 지원, 아시아경제, 2014-04-02 — https://www.asiae.co.kr/article/2014040217505318496
  21. 석조전 매달 클리닝, 대한제국 황실 음식 재현, 다문화 청소년 문화유산 체험, 조선일보, 2018-11-22 — https://www.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1/22/20181122017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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