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갑판의 배관이 보여 주는 현재
흥아해운의 현재를 가장 곧게 설명하는 장면은 컨테이너가 층층이 쌓인 부두가 아니라, 낮고 긴 갑판 위로 배관과 하역 설비가 이어진 탱커다. 이 배는 액체 석유화학제품을 탱크에 나눠 싣고 생산지와 소비지 사이를 오간다. 화주가 맡긴 화물을 정해진 항구까지 옮기고 운임을 받는 것이 상장사 흥아해운의 핵심 사업이다. 회사 홈페이지와 정기공시가 공통으로 가리키는 중심도 케미컬 탱커 서비스다.
이미지: POHANG PIONEER 실제 선박 사진. 회사명 표기와 갑판 장비가 보인다.▲ POHANG PIONEER의 낮고 긴 갑판과 운송 설비, 선체의 회사명 표기 — 출처: [ShipSpotting, 2020-07-19](https://www.shipspotting.com/photos/3166143?navList=gallery&page=1&shipName=POHANG+PIONEER&sortBy=newest&viewType=normal)
‘케미컬’이라는 말 때문에 실험실용 특수물질만 떠올리기 쉽지만, 공시가 규정한 화물은 액체 석유화학제품이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배 한 척의 외형보다 화물을 구분해 싣고, 약속한 항로와 시점에 인도하며, 위험화물 취급 기준을 지키는 운송 과정이다. 사진에서 눈에 띄는 갑판 배관과 안전 문구는 이 사업이 빈 선복을 파는 단순 공간 임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준다. 선박, 탱크, 하역 접점과 현지 대리점이 한 번의 항차 안에서 맞물려야 돈을 받을 수 있다.
이미지: KOBE PIONEER가 항만에 정박해 있다. 갑판 배관과 위험화물 안전 문구가 보인다.▲ KOBE PIONEER의 정박 모습과 갑판 배관, 선교에 적힌 위험화물 안전 문구 — 출처: [뉴스핌, 2016-05-03](https://www.newspim.com/news/view/20160503000206)
이 구분은 종목을 읽을 때 특히 중요하다. ‘흥아’라는 이름과 과거 선박 사진 때문에 컨테이너 운송을 현재 매출의 중심으로 받아들이면 사업의 가격 변수도, 비용 변수도 엇나간다. 오늘의 실적을 움직이는 것은 컨테이너 박스 수나 컨테이너선 시황이 아니라 탱커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어떤 운임을 받았는지, 연료와 운항비를 얼마나 썼는지다. 과거의 컨테이너 사업은 회사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설명하지만 현재의 손익을 해석하는 출발점은 아니다.
2.화주의 화물을 항구에서 항구로 잇는 법
회사는 3,500~19,900 DWT급 선대로 극동·동남아·중동·남미를 연결한다고 설명한다. DWT는 선박이 실을 수 있는 화물·연료·용수 등의 총중량을 나타내는 재화중량톤이다. 같은 탱커라는 이름 아래에도 크기가 다른 배가 섞여 있다는 뜻이며, 화물의 양과 항만 조건, 항로에 맞춰 투입 선택지가 달라진다. 홈페이지가 함께 내세우는 COA는 일정 기간 약정한 물량을 여러 항차로 나르는 운송계약이다. 매번 빈 배를 시장에 내놓는 방식과 달리, 화주와 물량·구간을 약정해 반복 운송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
돈이 생기는 순서는 선명하다. 화주가 액체 화물과 출발·도착 항구, 시기를 제시하면 선사는 적합한 선박과 항차를 짠다. 선적과 항해, 양하가 완료되면 운송 서비스가 매출이 된다. 배를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수익이 생기지는 않는다. 가동할 화물이 있어야 하고, 받은 운임이 연료비를 비롯한 운항원가와 육상 지원비를 넘어야 한다. 높은 가동과 좋은 가격이 함께 와야 손익의 질이 좋아지는 구조다.
‘고객 맞춤 서비스’도 광고 문구로만 읽을 필요는 없다. 케미컬 탱커 고객은 화물과 항로가 제각각이므로 영업 단계에서 배정 가능한 배, 기항 일정, 현지 작업 접점을 맞춰야 한다. 회사가 밝힌 넓은 운항 범위는 성장 가능성만 뜻하지 않는다. 항구가 늘어날수록 현지 대리점과 선박 일정의 조율 범위도 넓어진다. 바다 위 선박이 공장이라면 여러 나라의 영업·운항 접점은 그 공장을 쉬지 않게 만드는 배차실에 가깝다.
공시에는 Kong Hing Agency, Wallem Philippines, Heung-A Singapore·Thailand·China, Apex Marine, Yamane Shipping 등이 운항·영업 접점으로 등장한다. 이 명단만으로 각 회사의 매출 기여나 독점 관계를 추정할 수는 없다. 다만 흥아해운의 서비스가 본사와 선박 사이에서 끝나지 않고, 해외 항만의 대리·영업 네트워크를 통해 완성된다는 점은 확인된다. 실제 고객이 사는 것은 선체 자체가 아니라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끊기지 않는 실행이다.
3.컨테이너를 떼어 내고 탱커에 남다
흥아해운의 과거 사진에는 컨테이너선이 자주 보인다. HEUNG-A SINGAPORE가 부산항 크레인 아래 서 있는 모습은 당시 사업의 실체를 보여 주는 기록이다. 그러나 이 장면을 현재 사업 소개로 옮겨 놓으면 시간축이 뒤섞인다. 회사는 2019년 컨테이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했고, 그해 말 흥아라인 출범으로 컨테이너 사업 통합 작업을 마쳤다. 2020년 초에는 새 법인의 사업자등록 변경도 공지됐다.
이미지: HEUNG-A SINGAPORE가 컨테이너 터미널 크레인 앞에 정박해 있다.▲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에서 하역을 기다리는 HEUNG-A SINGAPORE의 역사적 모습 — 출처: [ShipSpotting, 2009-04-16](https://www.shipspotting.com/photos/878187)
물적분할은 사업을 별도 법인에 떼어 담는 방식이다. 이 사건 뒤에도 선박의 이름과 ‘흥아’ 브랜드는 기억에 남았지만, 상장사의 영업 중심은 탱커 쪽으로 좁아졌다. 그래서 과거 컨테이너선의 규모나 항로를 지금의 경쟁력으로 곧장 가져와서는 안 된다. 역사 사진의 역할은 현재 선대를 증명하는 데 있지 않고, 회사가 두 사업을 함께 품던 시절에서 케미컬 탱커 중심 회사로 이동한 경계를 보여 주는 데 있다.
사업 재편은 재무구조 조정과도 이어졌다. 장금상선을 투자자로 한 투자유치 뒤 2021년 6월 신주인수대금이 납입됐고, 채무조정과 상환 이행이 마무리됐다. 같은 해 회사는 자본잠식 해소자료를 거래소에 제출했다. 이는 단순한 계열 관계 뉴스가 아니라 존속 기반을 다시 세운 사건이다. 2025년 사업보고서에서 장금상선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70.71%로 확인된다. 현재의 흥아해운을 볼 때 사업 측면에서는 컨테이너 분리,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장금상선 편입을 한 묶음의 전환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 역사를 알고 나면 오래된 선박 사진과 현재 공시가 충돌하지 않는다. 사진은 한때 컨테이너 운송이 큰 축이었던 회사를 보여 주고, 공시는 분할과 투자유치 이후 남은 상장사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름은 이어졌지만 돈을 버는 자산의 중심과 주주는 달라졌다. 현재 기업가치를 읽는 데 필요한 것은 옛 선대의 향수가 아니라 이 전환 뒤 탱커 사업이 만들어 내는 현금과 새 선대에 투입될 자본이다.
4.실적|가동률보다 빠르게 내려온 운임
2025년 감사확정 연결 매출은 1,808.13억원, 영업이익은 112.76억원, 순이익은 303.24억원이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각각 3.82%, 59.06% 감소했고, 특히 영업이익은 2024년 275.41억원에서 크게 낮아졌다. 연결·별도 감사의견은 모두 적정이었으며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공시됐다.
구분 | 2024년 | 2025년 | 2026년 1분기 |
|---|---|---|---|
연결 매출 | — | 1,808.13억원 | 400.23억원 |
연결 영업이익 | 275.41억원 | 112.76억원 | 11.04억원 |
연결 순이익 | — | 303.24억원 | 5.53억원 |
탱커 평균 운임 | USD 53/M/T | USD 46/M/T | USD 39/M/T |
탱커 평균 가동률 | — | 82.2% | 82.9% |
탱커 운송량 | — | 210.55만 M/T | 540,479 M/T |
핵심 부문과 나머지 사업의 온도 차도 분명했다. 2025년 탱커 부문은 매출 1,554.22억원과 영업이익 146.25억원을 냈다. 기타 부문은 매출 253.91억원과 영업손실 33.49억원이었다. 전사 이익을 탱커가 만들고 기타 부문 손실이 일부 깎는 모양이다. 순이익이 영업이익보다 컸다는 사실도 보이지만, 제시된 숫자만으로 그 차이를 반복 가능한 영업 성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선박 운송의 본업 체력은 영업이익과 부문 손익에서 먼저 읽는 편이 맞다.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은 400.23억원, 영업이익은 11.04억원, 순이익은 5.53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탱커 운송 매출은 344.17억원으로 전체의 85.99%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부동산 임대와 연결대상회사 실적 등을 포함한 기타 부문이다. 매출 구성만 보아도 컨테이너가 아니라 탱커 운송이 상장사 손익의 본체라는 점이 다시 확인된다.
분기 손익의 핵심 단서는 가동률과 운임의 엇갈림이다. 탱커 평균 가동률은 2025년보다 소폭 높아졌지만, 평균 운임은 앞선 두 기간에 이어 더 내려왔다. 배가 비슷한 정도로 움직여도 화물 한 단위에서 받는 가격이 낮아지면 매출과 이익은 눌릴 수 있다. 연간 운송량과 분기 운송량은 기간 길이가 다르므로 숫자 자체를 나란히 놓고 성장률로 읽어서는 안 된다. 이 표에서 중요한 것은 운임 하락이 가동 유지의 효과를 약하게 만들었다는 방향이다.
원가 쪽에서는 2026년 1분기 FO·MDO 매입액이 76.12억원으로 운항원가의 21.9%였다. FO와 MDO는 선박 운항에 쓰이는 연료유 계열이다. 운임이 내려오는 동안 연료비는 사라지지 않으므로 매출 감소가 이익에 더 크게 번질 수 있다. 반대로 시황 운임이 오르더라도 벙커유 가격이 함께 오르면 개선 폭이 줄어든다. 탱커주를 운임 한 줄로만 읽기 어려운 이유가 손익계산서 안에 이미 들어 있다.
재무상태는 과거 구조조정기의 이미지와 구분할 필요가 있다. 2025년 말 연결 자산은 4,528.22억원, 부채는 1,929.13억원, 자본은 2,599.09억원이었다. 2026년 3월 말에는 현금및현금성자산 913.66억원, 총자산 4,771.62억원, 총부채 2,024.24억원으로 공시됐다. 현금이 많다는 한 문장만으로 가치평가를 끝낼 수는 없다. 뒤이어 결정된 신조 투자처럼 현금과 재무 여력을 실제로 사용할 계획이 있기 때문이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확인 가능한 최신 정기 실적 원문은 1분기 보고서다. 반기보고서 제출 기준일은 8월 14일로 표시돼 있어 2분기 단독 또는 반기 수치는 아직 이 비교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표의 분기 흐름은 상반기 전체 결론이 아니라, 운임과 원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보여 주는 가장 최근의 확정 단면이다.
5.새 배 세 척, 계약서에서 운항까지
2026년 6월 회사는 26K DWT급 스테인리스 케미컬 탱커 3척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액은 2,051.868억원으로 2025년 말 연결 자기자본의 78.95%에 해당한다. 투자기간은 2026년 6월 2일부터 2029년 6월 30일까지다. 회사가 밝힌 목적은 대형 신조선을 도입해 중장기 선대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단계 | 확인된 상태 | 독자가 붙여야 할 의미 |
|---|---|---|
투자 결정 | 이사회 결정과 공시 완료 | 자본 배분은 시작됨 |
건조 기간 | 장기 일정 제시 | 공정·지급·인도 과정이 남음 |
선박 인도 | 미래 일정 | 현재 운항 선대와 구분 필요 |
영업 기여 | 미확정 | 화물 계약과 실제 가동 뒤 확인 가능 |
이 투자의 크기는 회사를 읽는 시간축을 바꾼다. 기존 선박으로 분기 운임에 대응하는 운영 문제와, 여러 해에 걸쳐 자본을 넣어 더 큰 배를 받는 실행 문제가 동시에 놓였다. 스테인리스 탱크는 케미컬 탱커의 화물 적재 공간과 직접 연결되는 사양이다. 다만 공시에 적힌 것은 도입 결정과 일정, 목적이다. 어느 화주가 어떤 항로에서 얼마의 물량을 맡길지는 제시되지 않았다.
이미지: GOLDEN PIONEER가 해상에 떠 있는 신조 인수 당시 모습.▲ 11,500 DWT GOLDEN PIONEER의 신조 인수 당시 선체와 갑판 설비 — 출처: [해운산업신문, 2010-08-10](https://www.cargotimes.net/news/articleView.html?idxno=25923)
과거 GOLDEN PIONEER의 인도 사진은 신조 발표가 실제 선박 자산으로 바뀌었을 때 무엇이 남는지를 보여 준다. 그러나 이 사진 속 배는 이번 발주선이 아니다. 과거의 인수 장면은 건조 결정, 인도, 영업 투입이 서로 다른 사건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데 적합하다. 새 선박도 조선소에서 완성돼 인도되고 영업 준비를 거쳐 화물을 실어야 비로소 운송 능력이 된다.
낙관론은 더 큰 선박과 새 설비가 항로·화주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건다. 신중론은 큰 투자액과 긴 건조기간, 아직 드러나지 않은 화물 계약을 본다. 양쪽을 가르는 것은 ‘신조’라는 단어의 분위기가 아니라 일정 준수, 자금 집행, 인도 뒤 배치와 가동이다. 현재 주주는 기존 선대의 운임 변동을 견디면서 미래 선대를 준비하는 두 개의 시간을 함께 보게 됐다.
6.운임과 연료비가 같은 파도에서 움직일 때
케미컬 탱커의 손익은 시황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화물이 늘고 운임이 오르는 국면은 선사에 유리할 수 있지만, 같은 지정학적 충격이 항로를 흔들고 벙커유 비용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2026년 업계 보도에서도 케미컬 탱커 운임 상승과 연료 비용 부담이 함께 거론됐다. 흥아해운 역시 운임을 받는 선사이면서 연료를 사는 운항자다. 어느 한쪽의 움직임만 보고 수혜나 피해를 확정하면 손익의 반쪽만 보게 된다.
COA와 고객 맞춤 운송은 이런 변동 속에서 물량 관계를 만드는 수단이지만 만능 방패는 아니다. 계약 기간, 운임 조정 방식, 화물 구성은 공개된 범위가 제한적이다. 반복 물량이 있어도 가격이 약할 수 있고, 시장 가격이 좋아도 투입할 배나 적절한 화물이 없으면 기회를 모두 잡지 못한다. 결국 영업팀이 계약을 만들고 운항팀이 배를 돌리는 두 과정이 동시에 맞아야 한다.
안전 규정은 비용 항목이면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입장권이다. 국제해사기구는 2026년부터 위험화물, 안전, 연료와 관련한 여러 규칙이 발효됐다고 안내했다. 이는 탱커 운항자의 준수 업무와 운항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 조건이다. 다만 국제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흥아해운 개별 선박의 적합성이나 추가 비용 규모를 단정할 수는 없다. 확인해야 할 대상은 규정 그 자체보다 회사가 실제 운항에서 이를 어떻게 소화하는지다.
이미지: 부산 대선조선에서 인도된 Busan Pioneer급 케미컬 탱커가 해상에 떠 있다.▲ 부산 대선조선에서 인도된 Busan Pioneer급 케미컬 탱커의 실제 선체 — 출처: [물류신문, 2015-09-16](https://www.kl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1997)
선박 사진은 크고 단단한 자산을 보여 주지만, 비용의 상당 부분은 정지 화면 밖에서 생긴다. 연료를 넣고 항만 작업을 조율하며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다음 항차가 열린다. 사고 없이 도착하는 일은 눈에 띄는 호재가 아니라 매출을 만드는 운송의 전제다. 탱커 사업에서 안전과 가동은 서로 경쟁하는 목표가 아니라 같은 항차의 앞뒤 조건이다.
7.장금상선·MSC 뉴스가 주가로 건너오는 경로
흥아해운 주식은 본업 밖의 계열 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2026년 3월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 MSC가 장금상선 지분을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흥아해운 주가가 급등했다. 시장이 최대주주 장금상선과의 관계를 통해 흥아해운까지 재평가 소재로 묶은 것이다.
여기에는 사실의 층위가 두 개 있다. 장금상선이 흥아해운의 최대주주라는 것은 공시된 지배구조다. 반면 해당 보도는 흥아해운이 MSC와 직접 체결한 인수, 수주 또는 운송계약이 아니다. 계열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에 번질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 탱커의 화물이 늘거나 운임이 올라가지는 않는다. 주가 반응과 영업 실적 사이에는 별도의 계약과 실행이 필요하다.
이 구분은 테마를 무시하자는 말이 아니다. 지배주주의 전략 변화가 자본 배분이나 그룹 내 역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시장이 살필 만하다. 다만 가능성을 회사의 확정 계획으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흥아해운 공시에서 직접 확인할 것은 탱커 영업, 선대 투자, 자금 집행이다. 계열 보도에서 확인할 것은 거래 당사자와 범위다. 두 문서를 나눠 읽으면 주가를 움직인 이야기와 회사가 실제로 번 돈을 같은 칸에 넣지 않게 된다.
과거 구조조정에서 장금상선의 자금 납입과 채무조정 완료는 흥아해운에 직접 발생한 사건이었다. 이번 시장 이야기는 성격이 다르다. 전자는 회사의 자본과 지배구조를 실제로 바꿨고, 후자는 계열 관계를 매개로 기대가 전달됐다. 같은 이름이 뉴스에 등장해도 현금흐름까지 오는 거리는 다르다.
8.오래된 이름, 달라진 배의 역할
흥아해운의 사진첩에는 두 시대가 함께 남아 있다. 컨테이너가 쌓인 터미널 앞의 선박은 분할 이전을 말하고, 배관이 길게 놓인 탱커는 현재의 영업을 말한다. 이 둘을 구분하면 회사의 이야기는 복잡하기보다 선명해진다. 컨테이너 사업을 떼어 낸 뒤 투자유치와 채무조정을 통과했고, 이제 액체 석유화학제품 운송에서 번 돈과 보유 자원을 새 탱커 도입에 배분하는 단계에 서 있다.
현재 선대는 오늘의 화물을 나르고, 발주한 선박은 여러 해 뒤의 운송 능력을 준비한다. 그 사이 손익은 운임, 가동, 연료비의 조합에 따라 흔들린다. 영업망은 여러 항구의 접점을 묶고, 안전 규정은 모든 항차가 지켜야 할 바닥을 만든다. 회사의 본질은 뉴스 제목보다 이 반복 작업에 가깝다. 계약한 화물을 싣고, 배를 움직이고, 정해진 항구에서 내린 뒤 다시 다음 화물을 받는 일이다.
그래서 흥아해운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표지는 거대한 컨테이너 크레인도, 계열사의 거래설도 아니다. 항만에 선 케미컬 탱커의 갑판이다. 그 위의 배관은 현재 매출의 출발점을 보여 주고, 선체 아래의 탱크는 안전과 원가가 숨어 있는 공간을 암시한다. 새 배가 합류하더라도 회사가 증명해야 할 일은 달라지지 않는다. 화주가 맡긴 액체를 약속한 항로로 옮기고, 받은 운임을 지속 가능한 이익으로 남기는 것. 오래된 ‘흥아’라는 이름은 이제 그 좁고 구체적인 운송 현장에서 다시 평가받는다.
각주
- 흥아해운 케미컬 탱커서비스 — 흥아해운 — https://www.heung-a.com/
- 제65기 사업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0952/20260318004603/11011.htm
- 흥아해운 케미컬 탱커서비스 — 흥아해운 — https://www.heung-a.com/
- 제66기 1분기 분기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0197/20260515000319/11013.htm
- 컨테이너 사업부문 물적 분할 관련 공지 — 흥아라인, 2019-11-13 — https://www.heungaline.com/Notice/Detail?nacd=KR&num=4
- 흥아라인 출범에 따른 사업자등록증 변경 공지 — 흥아라인, 2020-01-02 — https://www.heungaline.com/Notice/Detail?nacd=KR&num=11
- 장금상선, 흥아해운 잔금 완납·인수 완료 — 한국해운신문, 2021-06-21 — https://www.maritimepres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5329
- 흥아해운 자본잠식 해소자료 제출 — 한국거래소 KIND, 2021-07-29 — https://kind.krx.co.kr/external/2021/07/29/000545/20210729000523/91569.htm
- 제65기 사업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0952/20260318004603/11011.htm
- 감사보고서 제출 — 금융감독원 DART 공시 미러, 2026-03-17 — https://cdn.financialreports.eu/financialreports/media/filings/16030/2026/RNS/16030_rns_2026-03-17_77f9f9e8-6809-4613-a368-fc66d85b0713.html
- 제65기 사업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0952/20260318004603/11011.htm
- 제65기 사업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3-18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8/000952/20260318004603/11011.htm
- 제66기 1분기 분기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0197/20260515000319/11013.htm
- 제66기 1분기 분기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0197/20260515000319/11013.htm
- 제66기 1분기 분기보고서 —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0197/20260515000319/11013.htm
- KIND 시장 일정 — 한국거래소 KIND, 2026-08-12 — https://kind.krx.co.kr/common/marketschedule.do?method=loadInitPage
- 신규시설투자등 — 한국거래소 KIND, 2026-06-01 — https://kind.krx.co.kr/common/disclsviewer.do?acptno=20260601001177&method=search
- 흥아해운 신규시설투자등 — 금융감독원 DART, 2026-06-01 — https://dart.fss.or.kr/dsaf001/main.do?rcpNo=20260601801177
- Chem tanker rates ex-US Gulf continue to rise — ICIS, 2026-04-10 — https://www.icis.com/explore/resources/news/2026/04/10/11197071/chem-tanker-rates-ex-us-gulf-continue-to-rise-asia-us-container-rates-higher-on-iran-war
- 중동 악재에도 엇갈린 해운업 1분기 성적표 — 데일리안, 2026-05-20 — https://www.dailian.co.kr/news/view/1646606/%EC%A4%91동-악재에도-엇갈린-해운업-1분기-2026
- Raft of shipping rules in force from 1 January 2026 —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2026-01-01 — https://www.imo.org/en/mediacentre/pressbriefings/pages/raft-of-shipping-rules-in-force-from-1-january-2026.aspx
- 세계 1위 MSC의 장금상선 지분 인수 소식에 흥아해운 급등 — 조선비즈, 2026-03-23 — https://biz.chosun.com/stock/stock_general/2026/03/23/KBX6K7IJKFH5FASQFJN4JFNEJY/?outputType=am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