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타이어 튜브에서 공작기계까지 넓어진 이름
DN오토모티브의 현재를 가장 잘 보여 주는 장면은 서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경남 양산의 자동차부품 공장에서는 고무와 금속을 결합한 방진부품이 만들어지고, 배터리 사업은 시동용 납축전지를 여러 판매 경로로 내보낸다. 튜브·고무 사업은 이너튜브와 산업용 고무제품을 다루며, DN솔루션즈의 전시장에는 사람보다 큰 터닝센터가 놓인다. 네 현장은 재료도 고객도 주문 방식도 다르다. 연결고리는 자동차 한 대가 아니라, 반복 생산되는 제조 현장과 그 현장을 오래 지원하는 판매·서비스망이다.
회사의 출발점은 1971년 타이어와 튜브였다. 1990년대 들어 자동차의 진동을 줄이는 부품과 배터리로 영역을 넓혔고, 2022년 두산공작기계를 편입한 뒤 공작기계 회사를 DN솔루션즈로 바꿨다. 2024년에는 동아타이어공업을 흡수합병했다. 이 연혁을 따라가면 오늘의 복합 구조가 우연히 제품을 늘린 결과라기보다, 고무 기반 자동차부품에서 차량 전장품을 거쳐 생산설비까지 범위를 넓힌 축적임을 알 수 있다.
이미지: DN오토모티브 양산 본사·공장 전경▲ 정문 표지와 생산동이 함께 보이는 DN오토모티브 양산 사업장 — 출처: 매일경제, 2025-12-04
그래서 연결 기준 DN오토모티브를 읽을 때는 상장사 본체의 자동차부품만 보아서는 사업의 크기와 움직임을 설명하기 어렵다. 공작기계는 장비와 자동화, 소프트웨어, 설치, 사후 서비스가 한 묶음으로 움직인다. 방진부품은 완성차와 상위 부품업체의 차종 일정에 맞춰 공급되고, 배터리와 튜브는 더 짧은 주문 주기로 OEM·브랜드·교체시장에 흘러간다. 서로 다른 영업 리듬을 한 연결 손익계산서가 합쳐 보여 주는 구조다.
이 조합에는 양면이 있다. 어느 한 최종시장만으로 회사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은 수요원이 분산돼 있다는 뜻이다. 반면 네 사업의 원재료, 재고, 판매 경로와 투자 주기를 동시에 읽어야 하므로 한두 개의 자동차 생산지표만으로 다음 분기를 짐작하기도 어렵다. DN오토모티브는 제품 목록보다 각 사업이 언제 주문을 받고, 어떤 고객 접점에서 돈을 회수하는지를 따라갈 때 윤곽이 선명해진다.
2.차 안에서 보이지 않는 진동 관리
VMS는 Vehicle Motion Solutions의 약칭으로, 차량에서 생기는 진동과 소음이 차체와 탑승 공간으로 전달되는 경로를 관리한다. 엔진과 변속기, 전기차 구동유닛을 받치는 마운트, 차체와 서스펜션의 연결부에 들어가는 부싱이 중심 제품이다. 마운트는 동력계와 차체 사이에서 움직임을 받아 내는 부품이고, 부싱은 연결부 사이에서 충격과 진동 전달을 완화하는 고무계 부품이다. 소비자가 로고를 볼 일은 드물지만 승차감과 소음이 체감되는 바로 그 경로에 놓인다.
제품군 이름은 Vibramount와 Durabush다. 적용처는 승용차와 상용차에 그치지 않고 철도 및 애프터마켓까지 이어진다. 내연기관용 엔진 마운트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전기 승용차의 전·후 구동유닛용 마운트도 공식 제품군에 포함된다. 전동화가 곧 방진부품의 소멸을 뜻하는 식의 단순한 구도보다는, 진동원이 바뀔 때 장착 위치와 제품 구성이 어떻게 따라가는지를 보는 편이 회사의 설명에 가깝다.
이 사업에서 매출의 출발점은 장기공급계약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나 Tier 1 부품업체와 차종 또는 프로그램에 맞춘 관계를 맺고 공급한다. 계약이 잡히면 생산과 납품이 비교적 긴 시간표 위에서 움직이지만, 실제 수요는 고객사의 생산 일정과 연결된다. 교체용 부품도 다루므로 모든 물량이 신차 조립라인 하나로만 향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의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선정-개발-양산 공급’의 긴 호흡과 ‘교체 판매’의 다른 호흡이 한 제품군 안에 공존한다는 점이다.
방진부품을 회사의 옛 고무 기술과 현재 자동차 고객망이 만나는 자리로 볼 수도 있다. 고무를 다룬다는 공통점만으로 각 사업의 수익성이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재료를 배합하고 금속과 결합해 반복 품질을 맞추는 제조 경험은 이 회사의 역사적 연속성을 보여 준다. 전기차에서도 구동계와 차체 사이의 움직임을 관리하는 제품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을 특정 엔진 부품으로만 분류할 때 놓치기 쉬운 대목이다.
3.시동 배터리와 튜브가 시장에 닿는 길
BTS의 중심은 SLI 납축전지다. SLI는 Starting, Lighting, Ignition의 머리글자로, 시동을 걸고 조명과 점화 장치에 전력을 대며 차량 전장 시스템의 전압을 안정시키는 배터리를 가리킨다. AGM과 EFB는 Start/Stop 및 회생제동 기능이 있는 차량 수요를 겨냥한 제품군이다. 모두 같은 검은 상자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일반 시동용과 해당 기능 대응 제품은 회사가 구분해 제시하는 시장이다.
이미지: X-PRO 일반 시동용 배터리▲ 손잡이와 단자가 보이는 X-PRO 일반 시동용 배터리로, AGM과 구분되는 통상 SLI 제품의 외형 — 출처: Ceneo 판매 페이지, 2026-08-10 접속
배터리는 완성차 조립라인에 들어가는 OEM, 회사 또는 유통 브랜드를 통한 판매, 차량을 이미 운행 중인 소비자가 찾는 애프터마켓을 함께 쓴다. 승용차뿐 아니라 상용차, 선박, 레저용 제품군도 있다. 회사는 이 제품을 120여 개국의 300여 거래선에 공급한다고 설명한다. 이 숫자는 회사가 밝힌 판매망의 범위이지 특정 지역 점유율이나 시장 순위를 뜻하지 않는다.
주문 방식은 방진부품과 다르다. 배터리는 월별 주문을 받아 판매하는 구조여서 차종의 긴 개발 일정에 묶이는 VMS보다 가격과 물량 변화가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 교체시장에서는 완성차 생산과 별개로 이미 운행 중인 차량이 고객 기반이 된다. 반대로 브랜드 간 가격 경쟁, 유통 재고와 핵심 원재료인 납의 움직임이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배터리의 판매처가 넓다는 사실과 모든 판매처의 채산성이 같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튜브·고무 사업은 회사가 출발한 제품 계보를 오늘까지 잇는다. 타이어 안에 들어가는 이너튜브, 튜브와 림 사이를 보호하는 후랩, 타이어 가류 공정에서 쓰는 블라다, 다른 고무제품의 재료가 되는 배합고무 CMB가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다. 소비자용 완제품과 생산공정용 중간재가 한 사업 안에 섞여 있는 셈이다.
회사는 한국 양산과 베트남 생산기지, 해외 판매거점을 통해 튜브·고무 제품을 110개국 200여 거래선에 공급한다고 소개한다. 이 사업도 월별 주문·판매 방식이다. 따라서 VMS처럼 장기공급계약의 잔여기간을 중심으로 보기보다는 주문 흐름, 생산거점 운영과 해외 유통을 함께 봐야 한다. 배터리와 튜브는 주문 주기가 닮았지만 최종 사용처와 원재료가 다르므로 둘을 하나의 교체용품 사업처럼 뭉뚱그릴 이유는 없다.
4.공작기계는 장비 한 대에서 끝나지 않는다
DN솔루션즈가 파는 것은 금속을 깎는 기계와 그 기계가 계속 생산하도록 돕는 체계다. 터닝센터는 소재를 회전시키며 가공하는 장비이고, 머시닝센터는 공구를 바꾸어 여러 절삭 작업을 수행하는 설비다. 자동차, 항공, 의료, 에너지, 반도체, 전자와 건설 관련 제조 고객이 대상이다. 장비 판매에 자동화와 소프트웨어, 설치, 서비스 네트워크가 붙으므로 고객의 구매는 단순한 물건 인도보다 공장 운영에 가까운 결정이 된다.
대표 제품 중 PUMA 1000A는 큰 중량 부품을 겨냥한 수평 터닝센터다. 공개 사양상 최대 선삭지름은 1,000mm, 최대 선삭길이는 2,040mm다. PUMA VT1100은 소재를 세워 가공하는 수직 터닝센터이며 각각 1,100mm와 960mm 사양을 제시한다. DNM 4000 같은 수직형 머시닝센터도 제품군에 들어 있다. 이 수치들은 제품의 물리적 범위를 보여 주는 예시이며, 특정 고객의 가공 결과나 생산성을 보증하는 숫자는 아니다.
이미지: PUMA 1000A 대형 수평 터닝센터▲ 작업실과 조작반을 한 몸체에 담은 PUMA 1000A 대형 수평 터닝센터 — 출처: DN Solutions, 날짜 미상
공작기계의 주문 흐름도 독특하다. 딜러가 현장에서 고객 문의를 모으고, 그 수요를 바탕으로 생산계획을 세운다. 표준 제품이 있어도 고객 공장의 소재, 공정, 자동화 수준에 따라 영업과 설치의 맥락이 달라진다. 장비를 인도한 뒤에는 부품과 정비,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접점이 이어질 수 있다. 넓은 산업군을 상대한다는 장점은 동시에 각 지역의 설비투자 심리와 딜러 활동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장사 전체에서 이 사업을 떼어 생각하기 어려운 이유는 규모뿐만이 아니다. 자동차부품은 차량 안에 들어가 보이지 않지만 공작기계는 그 자동차부품을 포함한 여러 금속 제품을 만드는 공장 바닥에 놓인다. 한쪽은 반복 납품의 정밀도를, 다른 쪽은 고객 공장의 투자 결정을 상대한다. 제조라는 공통어 아래에서도 돈이 생기는 순간은 서로 다르다.
5.2025년 확정 실적과 HELLER가 들어온 첫 분기
2025년 연결재무제표는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다. 확정 매출은 3조6,757억원, 영업이익은 5,279억원, 당기순이익은 3,250억원이다. 연구개발비는 1,037억원으로 매출의 2.82%였다. 이 기준점 위에 2026년 1분기부터 독일 공작기계 회사 HELLER 편입 효과가 얹혔다.
구분 | 2025년 확정 | 2026년 1분기 | 전년 동기 대비 |
|---|---|---|---|
연결 매출 | 3조6,757억원 | 1조176억원 | 15.8% 증가 |
영업이익 | 5,279억원 | 1,446억원 | 5.0% 증가 |
당기순이익 | 3,250억원 | 992억원 | 14.2% 증가 |
지배주주순이익 | — | 867억원 | — |
분기 매출은 늘었지만 이익이 같은 속도로 따라오지는 않았다. 공시 수치로 계산한 연결 영업이익률은 약 14.2%로 전년 동기의 약 15.7%보다 낮다. 외형 성장만 보면 편입의 첫 효과가 강해 보이고, 마진을 보면 새로 들어온 사업의 비용과 기존 사업의 채산성을 함께 확인해야 하는 분기다. 한 분기의 연결 증가율만으로 HELLER 통합의 정상 수익력을 확정하기에는 이르다.
2025년 내부거래 제거 전 부문 매출은 공작기계 2조2,066억원, 자동차부품 1조3,685억원, 배터리 3,856억원, 튜브 1,917억원이었다. 합계가 연결 매출과 맞지 않는 것은 부문 간 거래 제거 전 수치이기 때문이다. 2026년 1분기 제품별 표도 공작기계 6,504억원, 자동차부품 5,454억원, 배터리 860억원, 튜브 443억원으로 기재돼 있으며 같은 이유로 연결 매출과 단순 합산·대조하면 안 된다. 그래도 공작기계가 연결 구조의 중심축이고 자동차부품이 그다음 큰 축이라는 상대적 윤곽은 드러난다.
공작기계의 2025년 생산능력은 13,200대, 생산실적은 10,480대, 평균가동률은 79.4%였다. 생산능력과 가동률은 장비 수요가 공장 운영으로 변환된 정도를 보는 지표다. 다만 전사 매출 증가율이나 다른 사업의 고객 집중도와 직접 인과로 묶을 수는 없다. 공작기계 생산 현장의 관찰값으로 한정해서 읽는 편이 안전하다.
지역별로 보면 2026년 첫 분기 매출은 한국 3,418억원, 미국 2,500억원, 유럽 2,457억원, 중국 1,170억원, 기타 631억원이었다. 국내만으로 손익을 설명할 수 없는 구성이다. 특히 HELLER가 유럽과 북미 기반을 더하는 만큼, 앞으로는 지역 외형이 늘어나는지뿐 아니라 그 판매·서비스망이 이익으로 연결되는 속도를 같이 봐야 한다.
배터리 원가에서는 납이 눈에 띈다. 보고서에 적힌 평균가격은 제56기 2,704원으로 제55기 2,294원보다 높았다. 이는 배터리 부문의 투입가격 민감도를 보여 주지만, 전사 마진 하락을 납 하나로 설명하는 근거는 아니다. 사업별 판매가격과 제품 구성, HELLER 편입 비용 등 서로 다른 변수가 연결 손익에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다.
DN솔루션즈는 2026년 1월 27일 HELLER 지분 100%를 현금 취득했다. 취득일 공정가치 기준 총 이전대가는 3,350억원, 원화 환산의 기초가 된 금액은 1억9,210만유로다. 인수는 완료됐지만, 인수 가격과 앞으로 회수할 현금흐름이 균형을 이루는지는 이후 사업 성과의 영역이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회사 공개 투자자료 목록에서는 2분기 확정치나 반기보고서 원문을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여기서 비교할 수 있는 최신 확정 기간은 첫 분기까지다.
6.HELLER 편입은 유럽 거점을 사는 일보다 크다
HELLER는 독일의 공작기계 업체다. DN솔루션즈는 인수 완료 후 두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 연구개발, 제조와 서비스를 통합하고 유럽·북미 고객 지원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기존 장비 목록에 브랜드 하나를 보태는 거래라기보다, 제품과 기술, 생산거점, 고객 대응 조직을 함께 연결하는 작업으로 정의한 셈이다.
이미지: DN Solutions와 HELLER 경영진▲ 공작기계가 놓인 현장에서 악수하는 DN Solutions와 HELLER 경영진 — 출처: DN Solutions, 2026-01-28
회사가 내건 운영 목표는 통합 뒤 12~24개월 안에 HELLER의 매출을 회복하고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단어는 ‘목표’다. 이미 종결된 지분 취득과 아직 진행 중인 영업 회복은 근거 단계가 다르다. 제품 상호 판매, 연구개발 협업, 제조 효율과 서비스망 결합 가운데 무엇이 먼저 성과를 내는지는 후속 공시에서 확인될 부분이다.
산업 매체 더벨은 인수 과정에서 잡힌 프리미엄과 영업권이 향후 손익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HELLER의 영업 회복이 계획에 미치지 못하면 손상검사에서 부담이 드러날 수 있다는 해석이다. 키움증권은 초기 고정비와 적자 가능성, 통합 후 공작기계 마진을 관찰 변수로 들었다. 반대편에는 유럽·북미 영업·서비스망의 결합이 고객 접근성을 높여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놓인다.
이 거래의 성패를 매출 한 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적자 사업의 외형이 연결되면 당장 매출은 커질 수 있고, 중복 비용을 줄이는 과정에서는 일시 비용이 들 수 있다. 서비스망과 연구개발의 결합은 계약 체결이나 제품 공동화 같은 운영 징후가 먼저 나타난 뒤 손익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회사가 약속한 시간표 안에서 매출 회복과 마진 안정이 함께 나타나는지가 인수의 질을 가를 것이다.
7.울산 증설과 부산 신공장은 서로 다른 시간표다
배터리 사업의 투자는 현재 생산과 미래 생산능력을 잇는 계획으로 제시돼 있다. 2025년 사업보고서는 울산 배터리 증설에 약 600억원을 투자해 2026년 6월 완공하고 연 150만대 생산을 목표로 적었다. 부산 오리 신공장에는 약 3,976억원을 투입해 2030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자는 비교적 가까운 증설 일정이고 후자는 여러 해에 걸친 신공장 계획이다.
프로젝트 | 공시된 단계 | 목표 시점 | 공시된 투자·생산 계획 |
|---|---|---|---|
울산 배터리 증설 | 사업보고서상 투자 진행 계획 | 2026년 6월 완공 목표 | 약 600억원, 연 150만대 목표 |
부산 오리 신공장 | 중장기 투자 계획 | 2030년 완공 목표 | 약 3,976억원 |
▲ 두 관계자가 서명 문서를 들어 보이는 울산 AGM 배터리 공장 증설 관련 협약 장면 — 출처: 매일경제, 2024-10-28
표의 일정은 사업보고서에 적힌 목표를 정리한 것이며, 사진은 그보다 앞선 협약 당시의 장면이다. 완공이나 실제 가동을 보여 주는 사진이 아니다. 울산 프로젝트는 목표 시점이 지났더라도 별도의 준공·가동 확인 없이 계획을 완료 사실로 바꿔 읽을 수 없다. 부산 프로젝트 역시 토지와 건설, 설비 반입과 양산 준비가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될 수 있는 일정이다.
투자의 경제성은 생산능력만 늘었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AGM·EFB 수요, OEM과 교체시장 판매, 납 가격과 제품 가격의 관계가 새 설비의 가동률과 채산성을 결정한다. 증설은 팔 수 있는 상한을 높이는 선택이지만, 주문을 대신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 반대로 판매 경로가 이미 여러 지역과 용도에 걸쳐 있다는 점은 늘어난 물량을 배치할 후보군이 있다는 뜻이다. 계획의 진척과 수요의 질을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두 프로젝트를 한 덩어리로 ‘배터리 성장’이라 부르면 자금 집행 시기와 실행 위험의 차이가 사라진다. 가까운 증설은 준공 여부와 초기 가동이 관찰 대상이고, 장기 신공장은 투자 속도와 계획 변경 여부가 먼저 드러난다. 공작기계 인수와 배터리 설비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그룹인 만큼, 각 투자가 현금을 쓰는 시점과 벌어들이기 시작하는 시점의 간격도 중요하다.
8.한 회사 안의 서로 다른 경기와 자본 배분
DN오토모티브의 네 사업은 함께 움직일 때보다 엇갈릴 때 회사의 성격을 더 잘 드러낸다. 완성차의 신차 프로그램은 VMS 납품을 움직이고, 운행 차량의 교체 수요와 월별 주문은 배터리·튜브 판매를 흔든다. 제조업체의 설비투자는 공작기계 주문을 만든다. 어느 한 시장이 약해도 다른 시장이 버틸 수 있지만, 여러 지역의 자동차 생산과 설비투자가 동시에 식으면 복수 사업이라는 사실만으로 충격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관찰 변수도 사업별로 다르다. VMS에서는 장기공급관계가 실제 양산 물량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배터리에서는 납과 판매가격, 애프터마켓 경쟁 및 새 설비의 가동이 맞물린다. 튜브·고무는 월별 주문과 해외 판매망, 생산거점 운영을 봐야 한다. 공작기계에서는 딜러 문의와 수주 흐름, 생산 현황, 설치 뒤 서비스가 이어진다. 이를 한 문장으로 ‘자동차 업황’이라 줄이면 가장 큰 사업인 공작기계의 사이클도, 교체시장의 성격도 놓친다.
환율과 관세 역시 지역 매출이 넓은 제조 그룹에 같은 방향으로만 작용하지 않는다. 매출 통화와 원재료·생산비 통화, 어느 거점에서 어느 고객에게 보내는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이 원재료·환율·관세를 함께 관찰 변수로 꼽은 이유도 단일 민감도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개된 지역 매출은 노출 범위를 보여 줄 뿐, 그 자체가 환율 상승의 순이익 효과를 확정하지 않는다.
자본 배분에서는 이미 끝난 인수와 앞으로 집행될 공장 투자가 겹친다. HELLER의 정상화가 늦어지면 통합 비용과 영업권 부담을 지는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배터리 설비가 계획대로 올라와도 판매와 가동이 뒤따라야 투자 회수가 시작된다. 반대로 공작기계 서비스망과 배터리 교체시장의 반복 접점이 안정적으로 작동한다면 장비 판매나 신차 생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금흐름이 생길 여지도 있다. 어느 쪽이든 외형 확대보다 투자 이후의 수익성과 현금 회수가 더 엄격한 시험대다.
주주환원에 관해서는 공시된 경계가 분명하다. 2026년 첫 분기 보고서 작성 시점에 회사는 보유 자기주식의 소각 또는 처분에 관한 장기 계획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적었다. 이는 배당정책 전체에 대한 평가도, 미래 행동의 영구적 부정도 아니다. 다만 대규모 인수와 설비투자를 병행하는 시기에 자기주식 활용에 관해 확인된 현재 입장이다.
이 회사의 오래된 고무 사업은 차체 아래와 타이어 공정에서 계속되고, 배터리는 시동과 전장을 받치며, 공작기계는 그보다 훨씬 넓은 제조 현장의 절삭 공정을 상대한다. 1970년대의 튜브 회사가 오늘의 복수 제조 플랫폼이 된 과정은 사업명 변경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제 각 현장이 같은 이름 아래 있다는 사실보다, 서로 다른 주문 주기와 투자 시간이 실제 이익과 현금으로 얼마나 정돈되어 나타나는지가 DN오토모티브의 다음 모습을 결정한다.
각주
- DN오토모티브 제55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2/002167/20260312004914/11011.htm
- History, DN오토모티브 — https://www.dnautomotive.com/en/sub/about/history.asp
- VMS Products Overview, DN Automotive VMS — https://vms.dnautomotive.com/en/product/overview.asp
- VMS 사업 제품 개요, DN오토모티브 VMS — https://vms.dnautomotive.com/product/overview.asp
- Battery Technical Features, DN Automotive BTS — https://bts.dnautomotive.com/en/technology/technology01.asp
- BTS 배터리 사업 공식 홈페이지, DN오토모티브 BTS — https://bts.dnautomotive.com/
- Tube & Rubber Business, DN Automotive Tube & Rubber — https://tube.dnautomotive.com/
- DN Solutions 공식 홈페이지, DN솔루션즈 — https://www.dn-solutions.com/main.do
- PUMA 1000 series 대형 수평 터닝센터, DN솔루션즈 — https://www.dn-solutions.com/us/product/turning-center/2-axis-horizontal/puma-1000-a.do
- PUMA VT1100 수직 터닝센터, DN솔루션즈 — https://www.dn-solutions.com/global/product/turning-center/vertical-turning/puma-vt-1100.do
- DNM 4000 수직형 머시닝센터, DN솔루션즈 — https://www.dn-solutions.com/product/seriesDetail.do?srsSeq=71
- DN오토모티브 제55기 정기주주총회 결과, 2026-03-20 — https://cdn.financialreports.eu/financialreports/media/filings/15694/2026/RNS/15694_rns_2026-03-20_85e936b4-a618-4937-a465-ddacab5890eb.html
- DN오토모티브 제56기 1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819/20260515004049/11013.htm
- DN Solutions completes acquisition of HELLER, 2026-01-28 — https://www.dn-solutions.com/eu/board/news/newsDetail.do?boardSeq=2266&drvSeq=6
- 투자정보·공시자료, DN오토모티브 — https://www.dnautomotive.com/sub/investment/data.asp
- DN Solutions Completes Acquisition of German Machine Tool Manufacturer HELLER, 2026-01-28 — https://www.dn-solutions.com/eu/board/news/newsDetail.do?boardSeq=2266&drvSeq=6&pageNo=1&schKeyword=&schType=
- DN솔루션즈, 헬러에 '웃돈' 베팅…HMC 역량 '레벨업', 더벨, 2026-06-08 — https://www.thebell.co.kr/front/newsview.asp?key=202606081325460600105062
- DN오토모티브: Heller 인수, 1Q26부터 실적 반영 시작, 키움증권, 2026-04-21 — https://bbn.kiwoom.com/rfCR12019.pdf
- 제55기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3-12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3/12/002167/20260312004914/11011.htm
- 2026년 1분기 분기보고서, 한국거래소 KIND,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1819/20260515004049/11013.ht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