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개요: 조선소에서 출발한 ‘서로 다른 시계’의 지주사
HD현대를 이해하는 첫 장면은 한 척의 배가 아니라, 한 배를 둘러싼 여러 시간표다. 조선소에서는 수년짜리 설계와 건조가 진행되고, 운항을 시작한 배에는 엔진·부품·정비·연료·디지털 운항 서비스가 이어진다. 육상에서는 정유설비가 원유를 제품으로 바꾸고, 전력망에는 변압기와 차단기가 들어가며, 건설현장과 공장에는 장비와 로봇이 배치된다. 이 사업들은 같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 HD현대의 핵심은 그 차이를 없애는 데 있지 않고, 서로 다른 시계가 만든 현금을 지주회사 안에서 연결하는 데 있다.
뿌리는 1972년 시작한 조선사업이다. 이후 사업 범위가 넓어졌고, 2018년 지주회사 체제를 완성한 뒤 2022년 현재의 사명과 CI로 전환했다. 오늘의 그룹은 조선·해양, 에너지, 산업기계·로봇을 함께 품는다. 상장사 HD현대 자체가 선박이나 굴착기를 직접 팔아 연결 매출의 대부분을 만드는 구조는 아니다. 별도 영업수익은 자회사 배당, 상표권 사용료, 임대료 등이 중심이다. 따라서 주주는 ‘어느 제품이 잘 팔리는가’와 함께 ‘어느 자회사가 현금을 만들고 그 현금이 지주사까지 어떻게 올라오는가’를 보게 된다.
축 | 실제 고객과 사용 장면 | 돈이 생기는 경로 | 시간의 성격 |
|---|---|---|---|
조선·해양 | 선주사, 해군·방산 고객, 운항 중인 선박 | 신조선, 엔진·해양플랜트, 정비와 친환경 개조, 디지털 서비스 | 긴 수주·건조 주기와 긴 사후관리 |
정유·석유화학 | 주유소·충전소, 산업 수요처, 해외 거래처 | 석유제품, 윤활기유, 석유화학 제품 | 원유가·제품가격·환율·재고의 빠른 변동 |
전기전자 | 전력회사, 데이터센터, 산업 플랜트 | 변압기·차단기·전동기·발전기 등 전력기기 | 전력망 투자와 증설 프로젝트 주기 |
산업기계·로봇 | 건설현장, 제조공장, 조선소 | 건설장비, 산업·협동로봇, 자동화 솔루션 | 경기와 설비투자, 통합 효과의 시간 |
이 표의 각 행은 독립 사업이지만 완전히 남남은 아니다. 조선소의 자동화는 로봇 수요가 되고, 선박의 친환경 전환은 엔진과 개조 서비스의 일거리가 된다. 데이터센터 증설은 전력기기 수요를 키우는 동시에 냉각유라는 정유 계열의 새 실험장을 연다. 다만 이런 연결은 ‘그룹에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출이 되지 않는다. 발주, 납품, 실증, 반복 계약을 거쳐야 비로소 숫자가 된다.
이미지: 바다를 항해하는 HD현대중공업 건조 선박▲ 바다를 항해하는 대형 선박과 조선 사업의 최종 사용 장면 — 출처: HD Hyundai, n.d.
2.사업: 배 한 척의 인도 뒤에 더 긴 매출 지도가 열린다
그룹의 가장 선명한 고객 여정은 조선·해양에서 보인다. 선주는 먼저 선종과 연료, 적재 능력, 운항 조건을 정하고 조선사와 건조 계약을 맺는다. 조선소는 선체만 만드는 곳이 아니다. 엔진과 각종 시스템을 조합해 움직이는 산업설비를 인도한다. HD현대중공업은 회사 소개에서 세계 51개국 340여 선주사에 2,300척 이상을 인도했으며, 특수선의 고객 범위에는 한국 해군과 해외 방산 고객도 포함된다고 설명한다. 이 숫자는 고객 기반의 폭을 보여주지만, 과거 인도 실적이 앞으로의 수주를 보장한다는 뜻은 아니다.
선박이 인도되면 돈의 경로가 끊기는 대신 형태가 바뀐다. 운항 중에는 부품과 기술지원, 정기정비가 필요하다. 연료 규제나 운항경제성이 달라지면 기존 배를 새 기준에 맞추는 개조 수요도 생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2016년 선박 애프터서비스 조직에서 출발해 AM(애프터마켓, 인도 후 부품·정비), 벙커링,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으로 범위를 넓혔다. 친환경 개조에는 LNG 재액화, FSU 전환, 이중연료 개조 등이 포함된다. 새 배를 짓는 계약과 달리 이미 운항 중인 설치 기반에서 일감이 발생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미지: 바다를 운항하는 KOOL HUSKY호▲ 재액화 설비 개조를 마치고 운항하는 LNG 운반선 KOOL HUSKY호와 ‘인도 후 매출’의 현장 — 출처: HD Hyundai, 2025-02-10
재액화는 LNG 탱크에서 자연스럽게 기화한 가스를 다시 액체로 돌리는 설비다. 증발가스를 버리거나 별도로 처리하는 부담을 줄여 운항 효율과 환경 대응을 함께 노린다. FSU는 부유식 저장설비로 선박의 역할을 바꾸는 전환이다. 이중연료 개조는 한 종류의 연료에 묶인 추진계를 바꿔 규제와 연료가격 변화에 대응하도록 한다. 거창한 ‘친환경’이라는 말보다, 선주에게는 남은 선박 수명을 더 경제적으로 쓰게 해주는 공사라는 설명이 가깝다.
대형 엔진도 같은 생애주기에 있다. 엔진은 선박의 심장이라는 익숙한 비유보다 더 현실적인 의미를 가진다. 연료비와 운항률, 배출규제 대응을 좌우하고, 고장 시 선박 전체의 영업을 멈출 수 있는 핵심 장비다. 신조선 수주가 엔진 제작으로 이어지고, 운항이 시작되면 부품·서비스와 차세대 연료 대응이 뒤따른다. 그룹의 조선 수익 범위가 신조선뿐 아니라 엔진, 해양플랜트, 유지보수로 넓어지는 이유다.
이미지: 대형 선박용 엔진이 설치된 생산 현장▲ 생산 현장에 놓인 대형 선박용 엔진과 선체 밖 핵심 장비의 규모 — 출처: HD Hyundai, n.d.
이 구조의 매력은 계약의 종류가 늘어난다는 데 있다. 반대로 복잡성도 늘어난다. 선박 건조 능력, 엔진 기술, 현장 정비망, 디지털 데이터가 모두 고객 경험에 영향을 준다. 조선 3사가 270여 사외 협력사와 품질·원가·납기·ESG 경쟁력을 논의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도크만으로 배가 제때 나오지 않는다. 수많은 블록과 기자재, 숙련 인력의 일정이 맞아야 한다. 협력사 생태계는 홍보 문구가 아니라 생산성과 납기를 결정하는 운영 인프라다.
3.에너지 사업: 주유소의 회전과 전력망의 장기 투자가 공존한다
에너지라는 한 묶음 안에서도 정유와 전력기기는 돈 버는 방식이 다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을 만들고 국내 주유소·충전소와 해외 네트워크로 판매한다. 윤활기유와 석유화학은 정유 외 제품군을 보완한다. 여기서는 판매량만큼 매입 원가와 제품 가격의 차이, 환율, 재고 평가가 손익을 흔든다. 설비가 계속 돌아가도 시장 가격의 방향에 따라 이익 표정이 빠르게 달라질 수 있다.
이미지: 배관과 증류탑이 보이는 정유시설▲ 배관과 증류탑이 밀집한 정유시설, 대규모 연속 공정이 만드는 정유 사업의 성격 — 출처: HD Hyundai, n.d.
HD현대일렉트릭의 제품은 전기가 생산된 뒤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길에 놓인다. 초고압 변압기는 전압을 바꾸고, 차단기는 고장 전류를 끊어 계통을 보호한다. 전동기와 발전기는 산업 플랜트의 동력을 만들거나 전기를 생산한다. 고객은 전력회사부터 데이터센터와 공장까지 이어진다. 회사는 발전·송전·배전 및 산업 플랜트용 제품을 135개국 3,600개 고객사에 공급한다고 설명한다.
정유의 제품이 매일 소비되는 흐름이라면, 전력기기는 한 번의 발주가 제조와 설치, 검수까지 이어지는 프로젝트형 성격이 강하다. AI 데이터센터, 산업 전동화, 에너지저장장치(ESS)가 늘어날수록 전기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제어하는 장비가 더 필요해진다. 전력 수요가 늘어난다는 한 문장만으로 모든 업체가 같은 몫을 얻는 것은 아니다. 고객 인증, 생산 슬롯, 납기, 원재료와 공급망 관리가 실제 수주를 가른다.
이미지: 노을 속 풍력발전기와 송전탑▲ 풍력발전기와 송전탑이 한 화면에 놓인 전력 인프라의 사용 장면 — 출처: HD Hyundai, n.d.
이 둘을 한 지붕 아래 둔 효과는 매끈한 시너지보다 이익의 박자가 다르다는 데서 먼저 드러난다. 정유는 상품가격과 재고 효과에 민감하고, 전력기기는 수주잔고와 생산·납품 일정의 영향을 받는다. 어느 한쪽의 강세가 다른 쪽의 약세를 메울 수 있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을 지우는 지우개가 아니라, 서로 다른 변동을 한 장부에 겹쳐 놓는 방식이다.
4.실적: 조선의 체력과 정유의 진폭이 한 표에 겹친다
2025년 연결 매출은 71조2,594억원, 영업이익은 6조996억원이었다. 매출 구성은 조선해양 42%, 정유 38%, 건설기계 12%, 전기전자 5%, 선박서비스 3%였다. 조선과 정유가 합쳐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매출 비중과 이익 기여도는 같지 않다. 원가 구조와 가격 결정 방식, 회계상 인식 시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구분 | 연결 또는 주요 사업 매출 | 영업이익 | 읽을 때의 초점 |
|---|---|---|---|
2025년 HD현대 연결 | 71조2,594억원 | 6조996억원 | 연간 포트폴리오의 기준점 |
2025년 HD한국조선해양 | 29조9,332억원 | 3조9,045억원 | 조선해양의 이익 체력 |
2025년 HD현대오일뱅크 | 28조249억원 | 4,740억원 | 큰 매출과 정유 마진의 민감도 |
2025년 HD현대일렉트릭 | 4조795억원 | 9,953억원 | 매출 규모보다 높은 이익 기여 |
2026년 1분기 HD현대 연결 | 19조6,019억원 | 2조8,348억원 | 조선·정유·전력기기 동시 기여 |
2026년 2분기 HD현대 연결 | 22조4,094억원 | 4조1,246억원 | 보도 기준 분기 최대 영업이익 |
2026년 상반기 누적 | 42조113억원 | 6조9,594억원 | 반기 만에 전년 연간 이익 상회 |
2025년 자회사별 온도 차는 컸다.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 29조9,332억원과 영업이익 3조9,045억원, HD현대일렉트릭은 매출 4조795억원과 영업이익 9,953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 28조249억원, 영업이익 4,740억원이었다. 정유는 매출 덩치가 크더라도 이익률이 얇거나 시황에 따라 크게 움직일 수 있고, 전력기기는 상대적으로 작은 매출에서도 이익 기여가 커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026년 1분기에는 연결 매출 19조6,019억원, 영업이익 2조8,348억원을 냈다. 주요 사업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1조3,560억원, HD현대오일뱅크 9,335억원, HD현대일렉트릭 2,583억원이었다. 2분기 연결 매출은 22조4,094억원, 영업이익은 4조1,246억원으로 늘었고 독립 보도에서는 분기 최대 수준으로 평가됐다.
2분기의 사업별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1조6,451억원, HD현대오일뱅크 1조8,241억원, HD현대사이트솔루션 2,720억원, HD현대일렉트릭 2,870억원, HD현대마린솔루션 976억원이었다. 조선이 중심 체력을 제공하는 가운데 정유의 급격한 개선이 분기 기록을 밀어 올린 모양새다. 다만 정유 이익에는 재고 관련 손익과 환율 효과가 포함된 것으로 보도됐다. 이를 사업의 반복 가능한 정상 이익으로 곧장 연장하면 해석이 과해질 수 있다.
설비와 목표 숫자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하루 69만 배럴의 정제능력과 국내 2,500여 주유소·충전소를 제시한다. 큰 설비와 판매망은 물량을 처리할 기반이지만 그 자체가 높은 마진을 보장하지 않는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26년 수주 목표 42억2,200만달러, 매출 목표 4조3,500억원을 제시했다. 목표는 확정 실적이 아니므로 실제 수주, 납기, 생산능력 확대와 현금화 속도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상반기 누적 매출은 42조113억원, 영업이익은 6조9,594억원이었다. 전년 연간 영업이익을 반기 만에 넘어선 결과는 분명 강하다. 동시에 이익의 질은 사업마다 다르다. 조선의 공정 진행과 선가, 정유의 재고·환율, 전력기기의 납품 믹스, 건설기계의 통합 효과를 하나의 배수로 뭉개면 그룹의 실제 체력을 놓친다.
5.산업기계·로봇: 합병으로 덩치를 만들고 현장 자동화를 시험한다
2026년 1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병으로 HD건설기계가 출범했다. HYUNDAI와 DEVELON 두 브랜드는 유지하면서 플랫폼, 제조, 공급망 통합을 추진한다. 고객 접점에서는 두 브랜드의 판매망과 제품 정체성을 살리고, 뒤쪽에서는 부품 공용화와 개발·조달 효율을 노리는 그림이다. 합병 발표가 곧 비용 절감 완료를 뜻하지는 않는다. 중복 제품 정리, 공장 운영, 딜러 관계, 브랜드 간 역할 배분에서 실행력이 드러난다.
건설기계는 주택·인프라·광산 등 현장 경기의 영향을 받는다. 장비 판매뿐 아니라 부품과 서비스망의 품질이 재구매를 좌우한다. 듀얼 브랜드가 같은 고객을 두고 내부 경쟁을 벌이면 복잡성이 커질 수 있고, 서로 다른 지역과 제품군을 보완하면 영업 범위가 넓어진다. 통합의 성패는 ‘두 회사를 합쳤다’가 아니라 고객이 더 적절한 장비를 제때 받고, 그룹이 그 과정의 비용을 줄였는지로 판가름 난다.
로봇은 한 단계 더 이른 이야기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협동로봇, 용접 자동화, AI 팩토리와 조선소 적용을 추진한다. 사진 속에 늘어선 로봇 암은 이미 존재하는 제품과 생산 기반을 보여준다. 그러나 AI와 휴머노이드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상용 매출의 규모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소의 반복 용접이나 위험 작업처럼 문제와 구매자가 명확한 곳에서 실제 배치가 늘어나는지가 우선이다.
이미지: 실내에 줄지어 배치된 다수의 산업용 로봇 암▲ 실내 생산·전시 공간에 줄지어 놓인 산업용 로봇 암과 제조 자동화의 물리적 기반 — 출처: HD Hyundai, undated
그룹 안에는 테스트베드가 있다. 조선소는 크고 무거운 부재, 반복 용접, 좁은 공간 작업이 많아 자동화의 경제적 이유가 분명하다. 하지만 현장은 규격화된 자동차 공장과 다르다. 선종과 블록마다 작업 조건이 달라 로봇이 상황을 인식하고 안전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로봇 사업의 가치는 멋진 시연보다 작업시간, 불량률, 인력 부담을 실제로 얼마나 줄였는지에서 확인된다.
6.최근 동향: 건조업에서 운항 인프라 사업자로 넓어지는 중
최근의 움직임은 신조선 중심 사업을 ‘운항 중인 배’로 확장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HD현대중공업은 미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USNS Cesar Chavez의 정기정비(MRO)를 수주했고, 앞서 USNS Alan Shepard 정비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MRO는 유지·보수·정비를 뜻한다. 함정을 새로 건조하는 일과 달리, 제한된 기간 안에 상태를 진단하고 부품과 공정을 관리해 다시 임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군함 MRO는 조선소의 도크와 숙련인력만 보는 사업이 아니다. 보안, 군 규격, 현지 조달, 납기 신뢰가 진입장벽이 된다. 한 번의 정비 실적은 다음 계약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지만, 발주처가 업체의 수행 능력을 확인할 기록이 된다. 상선에서 쌓은 건조·서비스 역량이 방산 유지보수로 번질 수 있는 접점인 셈이다.
디지털 쪽에서는 아비커스가 대형상선용 자율운항 보조 솔루션 HiNAS Control을 2022년 상용화했다. 회사는 2024년 초대형 광석운반선 실증에서 연료 사용 15%, 탄소배출 10% 절감 효과를 제시했다. 자율운항은 선원을 당장 없애는 기술로 읽기보다, 센서와 항로 데이터를 이용해 최적 조타를 돕고 운항 편차를 줄이는 단계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미지: 대형 화면 앞에서 운항 데이터를 설명하는 두 사람▲ 선박 운항 지도가 표시된 디지털관제센터와 운항 데이터가 서비스가 되는 장면 — 출처: HD Hyundai, 2025-02-10
HD한국조선해양·HD현대마린솔루션·아비커스·에이치라인해운은 LNG운반선을 활용해 AI 자율·친환경 선박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실증하는 양해각서를 맺었다. 조선사는 선박과 시스템을 알고, 선사는 실제 항해 데이터를 제공하며, 서비스 회사는 운항 이후의 적용과 유지보수를 맡을 수 있다. 역할의 조합은 설득력이 있다. 다만 양해각서와 실증은 출발점이다. 반복 판매, 선급·규제 승인, 사고 책임과 보험, 선원의 신뢰까지 통과해야 사업의 폭이 결정된다.
7.쟁점과 성장 옵션: 이름보다 계약의 성숙도를 구분할 때
HD현대의 신사업 이야기에는 매력적인 단어가 많다. 자율운항, 친환경 개조, AI 팩토리, 액침냉각이 대표적이다. 이들을 같은 확정도로 묶으면 이미 돈을 버는 서비스와 아직 검증 중인 옵션이 섞인다.
단계 | 사례 | 확인된 것 | 아직 확인할 것 |
|---|---|---|---|
기존 사업의 확장 | 선박 AM·벙커링·친환경 개조 | 조직과 서비스 범위, 실제 개조 사례 | 설치 기반에서의 반복 수주와 수익성 |
상용화 후 확대 | HiNAS Control | 상용화와 선박 실증 결과 | 고객 확산, 규제·책임 체계, 반복 매출 |
공동개발·실증 | LNG운반선 AI 자율·친환경 기술 | 참여사와 실증 계획 | 유상 계약 전환과 표준화 |
인접 시장 실증 |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유 | 냉각액 공급·자문·유지보수 역할 | 장기 운전 신뢰성과 상업 공급 규모 |
현장 적용 추진 | AI 팩토리·조선소 로봇 | 산업·협동로봇과 자동화 방향 | 대규모 배치와 경제성, 휴머노이드 상용매출 |
액침냉각은 서버를 절연성 냉각액에 담가 열을 빼는 방식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서울대 AI 연구실 서버의 액침냉각 전환 실증에서 냉각액 공급, 기술자문, 유지보수를 맡았다. 정유사의 유체 기술과 데이터센터의 냉각 문제를 연결한 인접 확장이다. 아직은 실증 프로젝트이므로 기존 석유제품 사업과 같은 무게로 평가하기보다 냉각 성능, 장기 안정성, 고객 확대가 확인되는 과정을 봐야 한다.
방산에서는 KDDX가 별도의 논쟁을 만든다. 보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확정 수주가 아니라 입찰 불참, 보안 감점, 법적 공방이 얽힌 미확정 사안이다. 사업 규모나 기술 기대만 보고 수주를 선반영하기 어렵다. 경쟁 구도와 입찰 조건이 정리되고 실제 계약 주체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잠재 기회이면서 동시에 평판·절차 리스크다.
옵션의 공통 시험대는 ‘그룹 내부 연결’이 외부 고객의 지갑으로 이어지는지다. 조선소가 아비커스와 로봇의 시험장이 되고, 정유 기술이 데이터센터 냉각으로 이동하는 장면은 흥미롭다. 그러나 내부 실증이 성공해도 외부 고객이 독립적으로 구매하고 반복 계약을 맺어야 사업이 된다. 기술 이름보다 계약 단계가 더 유용한 이유다.
8.리스크: 여러 사이클을 가졌다는 사실이 면역을 뜻하지 않는다
HD현대에는 분산 효과가 있지만, 충격의 경로도 여러 개다. 조선은 선가와 원재료, 환율, 공정 지연, 숙련인력과 협력사 납기에 민감하다. 정유는 유가 자체보다 원유와 제품의 가격 차이, 재고 평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전력기기는 전력망 투자와 데이터센터 증설이 기회인 동시에 생산 슬롯, 원자재, 고객 납기 관리의 부담을 안는다. 건설기계는 건설·광산 경기와 합병 통합의 실행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
지주회사라는 층도 따로 봐야 한다. 연결 자회사에서 큰 이익이 났다는 사실과 HD현대 별도 현금이 같은 시점에 같은 크기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자회사의 투자계획, 배당정책, 지분 구조를 지나 지주사 배당수익으로 도달해야 한다. 브랜드 사용료와 임대수익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보이지만, 주주환원의 여력은 결국 자회사 현금흐름과 자본배분에 닿아 있다.
사업 간 연결은 양날이다. 조선소가 로봇·디지털 기술의 고객이 되어 초기 검증을 빠르게 할 수 있고, 인도 선박은 서비스의 설치 기반이 된다. 반대로 내부 거래와 공동개발만 늘고 외부 매출 전환이 늦으면 ‘시너지’는 비용을 설명하는 말로 남는다. 합병 역시 공급망과 플랫폼을 실제로 정리하기 전에는 효율이 아니라 통합 과제를 늘릴 수 있다.
그룹의 출발점은 배를 만드는 조선소였지만, 현재의 경제적 경계는 배가 도크를 떠난 뒤까지 이어진다. 정비가 필요한 군수지원함, 재액화 설비를 단 LNG운반선, 항로 데이터를 보는 관제센터, 전기를 전달하는 전력기기와 조선소의 로봇 암이 같은 지도에 놓인다. HD현대의 완성도는 이 넓은 지도를 더 화려하게 그리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서로 다른 현장이 실제 계약과 현금흐름으로 이어지고, 그 현금이 지주사까지 도착하는 과정을 얼마나 반복 가능하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각주
- HD Hyundai, History — https://www.hd.com/en/history/contents
- HD Hyundai, 사업 소개 — https://www.hd.com/kr/business/introduction/contents/contents
- DART/OpenDART, HD현대 사업보고서, 2026-03-20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320000872
- HD Hyundai, HD현대중공업 사업 소개 — https://www.hd.com/kr/business/shipbuilding/hhi/contents
- HD Hyundai, Retrofitting Ships: A Smarter Path to a Greener Future, 2025-02-10 — https://www.hd.com/en/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3431
- HD Hyundai, Business — https://www.hd.com/en/business/introduction/contents/contents
- HD현대, 협력사와 동반성장·조선업 도약 뜻 모아, 2026-01-23 — https://www.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3972
- HD Hyundai, HD현대오일뱅크 사업 소개 — https://hd.com/kr/business/energy/hyundai-oilbank/contents
- HD Hyundai, HD현대일렉트릭 사업 소개 — https://hd.com/kr/business/energy/hyundai-electric/contents
- HD현대,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2026-02-12 — https://www.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4011
- DART/OpenDART, HD현대 사업보고서, 2026-03-20 — https://opendart.fss.or.kr/xbrl/viewer/main.do?rcpNo=20260320000872
- HD Hyundai, 2025년 연간 실적 발표, 2026-02-12 — https://www.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4011
- HD Hyundai via Newswire, 2026년 1분기 실적 발표, 2026-05-13 —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1034368
- ChosunBiz, HD현대 2분기 영업이익 보도, 2026-07-31 —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6/07/31/YUQ3E3LBCBA4PB4TJFCOCV3OBE/?outputType=amp
- HD Hyundai via Newswire, 2분기 실적 발표, 2026-07-31 —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1039767
- 한국금융신문, HD현대 2분기 실적 보도, 2026-07-31 — https://m.fntimes.com/html/view.php?ud=20260731192536932fa6b69a559_18
- HD Hyundai, HD현대오일뱅크 사업 소개 — https://hd.com/kr/business/energy/hyundai-oilbank/contents
- HD현대, HD현대일렉트릭 2026년 수주·매출 목표, 2026-01-06 — https://www.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3954
- HD Hyundai via Newswire, 2분기 실적 발표, 2026-07-31 — https://www.newswire.co.kr/newsRead.php?no=1039767
- HD현대, HD건설기계 출범, 2026-02-11 — https://www.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4001
- HD현대, AI 기반 차세대 로봇 솔루션 확대, 2026 — https://hd.com/kr/newsroom/media-hub/press/view?detailsKey=3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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