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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석유화학에서 배터리 소재·신약까지 뻗은 종합 화학 기업

1.개요 | 한 주식 안에 다섯 개의 산업 시계가 돈다

여수의 거대한 배관 단지, 청주의 양극재 공장, 병원에서 쓰이는 성장호르몬, 북미의 배터리 공장. LG화학을 따라가면 서로 다른 산업의 현장이 한 연결재무제표 안에서 만난다. 연결 사업은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LG에너지솔루션·팜한농으로 구성된다. 이름은 ‘화학’이지만 기업의 경제적 실체는 기초 원료에서 기능성 소재, 의약품, 전지 완제품과 농화학까지 길게 뻗어 있다.

각 사업이 돈을 버는 시간표는 다르다. 석유화학은 원료 가격과 제품 스프레드, 공장 가동과 재고 효과에 민감하다. 첨단소재는 고객 인증과 장기 공급계약을 거쳐 판매 물량이 커진다. 생명과학은 판매 중인 의약품이 기반을 만들고 임상과 기술수출이 먼 미래의 가치를 더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 생산 인센티브와 대규모 설비의 가동 정도에 좌우된다. 같은 분기에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돈의 흐름도 두 층으로 읽어야 한다. LG화학 본체는 납사에서 각종 합성수지·고무를 만들고, 전지의 성능을 좌우하는 양극재와 분리막 소재를 공급하며, 의약품을 판매한다. 연결 기준으로는 전지 셀을 만들어 완성차와 ESS 고객에게 파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까지 합쳐진다. 따라서 ‘화학 업황이 좋아졌는가’만으로는 부족하고, ‘소재 고객의 주문이 늘었는가’와 ‘배터리 자회사의 생산과 판매가 정상 수익으로 이어지는가’를 함께 봐야 한다.

이 구조는 분산의 장점과 해석의 어려움을 동시에 만든다. 석유화학이 약할 때 배터리나 생명과학이 완충재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전동화 수요까지 느려지면 오래된 본업과 새로운 성장축이 한꺼번에 압박받는다. 핵심은 사업이 많다는 사실보다 서로 다른 사업의 회복 시점이 연결 손익과 기업가치에 어떤 순서로 반영되는지에 있다.

2.사업 | 여수의 원료가 생활과 산업의 재료가 되기까지

석유화학은 납사 같은 기초 원료를 분해하고 중간 원료를 거쳐 폴리에틸렌(PE), 폴리염화비닐(PVC), ABS, 고흡수성수지(SAP), 합성고무 등으로 바꾸는 수직계열화 사업이다. ‘수직계열화’란 원료부터 여러 단계의 완제품 소재까지 한 기업 안에서 이어 만드는 구조다. 원료를 그대로 되파는 것이 아니라 물성과 용도가 다른 재료로 전환해 산업 고객에게 공급하면서 부가가치를 붙인다.

제품 이름만 보면 일상과 멀어 보이지만 사용처는 산업·자동차·전자·위생용품에 걸쳐 있다. 고객은 소비자보다 제조업체에 가깝다. 정해진 규격과 물성을 만족하는 소재를 안정적으로 받아 자기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이다. LG화학에는 판매가격에서 원료비와 에너지비, 운송비 등을 뺀 스프레드가 중요하다. 원료를 사서 제품을 팔기까지 시차가 있어 가격이 빠르게 움직이면 재고 효과도 손익을 흔든다. 공장은 크게 돌아가지만 이익은 제품 가격과 원가 사이의 간격에서 결정되는 셈이다.

이미지: LG화학 여수 석유화학 단지 항공·현장 사진

▲ LG화학 여수 석유화학 단지 항공·현장 사진 — 출처: [뉴스웨이, 2018-07-16](https://www.newsway.co.kr/news/view?ud=2018071619212237113)

여기에 구조적 난제가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기 둔화는 단순한 한 분기 악재가 아니라 범용 제품의 가격 결정력을 누르는 환경이다. 회사도 이를 핵심 부담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오래된 설비의 규모만큼 제품 구성이 중요해졌다. 같은 석유화학이라도 고객이 쉽게 바꾸기 어려운 고부가 제품과 맞춤형 소재의 비중을 높여야 범용 시황의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다.

여수 공장의 의미는 ‘큰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거대한 고정비를 감당하면서 어떤 분자를 어떤 고객 문제로 연결하느냐가 본업의 질을 가른다. 수요가 강할 때는 수직계열화와 규모가 영업 레버리지로 작동하지만, 공급과잉기에는 같은 규모가 높은 고정비 부담으로 돌아온다. 오래된 본업은 현금창출원인 동시에 가장 먼저 산업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는 축이다.

3.제품 | 전지 안쪽의 성능과 안전을 파는 첨단소재

양극재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에너지밀도, 안전성,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에서는 주행거리와 배터리 가격에 영향을 주고, ESS에서는 반복 충·방전의 효율과 안정성에 연결된다. LG화학은 양극재의 앞단 원료인 전구체부터 양극재 완제품까지 제조한다고 설명한다. 고객이 사는 것은 분말 자체라기보다 셀 설계에 맞는 조성, 균일한 품질, 대량 공급의 신뢰성이다.

이미지: 청주 양극재 공장 현장 이미지

▲ 청주 양극재 공장 현장 이미지 — 출처: [전기신문, 2023-06-29](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2021)

완성차 업체와 맺는 계약은 이 사업의 긴 호흡을 보여준다. 회사가 발표한 GM 계약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양극재 50만 톤 이상을 공급하는 조건이다. 장기 계약은 미래 판매의 통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계약 규모가 곧바로 같은 시점의 매출과 이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실제 차량 판매, 고객의 배터리 생산 일정, 양극재 판가와 원재료 연동 조건, 공장 수율이 차례로 맞아야 경제적 성과가 된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이 직접 닿아 단락되는 것을 막으면서 리튬이온은 통과시키는 얇은 막이다. LG화학의 SRS는 분리막 표면에 세라믹을 코팅하는 기술로, 회사는 고온 안정성과 내구성, 전지 효율을 높인다고 설명한다. 적용처는 자동차전지·소형전지·ESS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부품이지만 배터리가 뜨거워지는 비정상 상황에서 안전을 지키는 경계선 역할을 한다.

이미지: 롤과 필름 형태의 세라믹 코팅 분리막 제품 이미지

▲ 롤과 필름 형태로 제시된 세라믹 코팅 분리막 제품 — 출처: [LG화학, 2026-08-12](https://www.lgchem.com/product-detail/separator?lang=ko_KR)

양극재와 분리막의 공통점은 고객 전환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전지 셀의 성능과 안전에 직접 연결되므로 샘플 평가, 공정 적합성 확인, 양산 검증이 필요하다. 일단 공급망에 들어가면 관계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진입 전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첨단소재의 성장 옵션을 읽을 때 공장 계획보다 고객 인증과 실제 출하를 앞세워 봐야 하는 이유다.

배터리 소재의 고객은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계열사에만 갇히지 않는다. 완성차와 글로벌 셀 공급망을 향한 장기 계약이 존재한다. 동시에 연결재무제표에는 LG에너지솔루션 자체가 포함돼 있다. 소재를 파는 사업과 셀을 파는 자회사가 한 지붕 아래 있다는 점은 연구개발과 수요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재의 독립 경쟁력과 자회사 효과를 분리해서 보게 만드는 구조이기도 하다.

4.실적 | 2025 확정치와 2026년의 급격한 분기 변주

2025년 감사 확정 연결 매출은 45조9,320억원, 영업이익은 1조1,810억원이다. 전년보다 매출은 5.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5.0% 늘었다. 이를 단순 계산한 영업이익률은 약 2.6%다. 이익의 방향은 좋아졌으나 매출 규모에 비해 마진이 두껍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다.

2025년 매출 구성은 LG에너지솔루션 51.5%, 석유화학 38.2%, 첨단소재 5.7%, 생명과학 2.9%였다. 연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배터리 자회사에서 나온 만큼 LG화학의 숫자는 전통 화학회사만의 성적표가 아니다. 반면 석유화학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주가가 배터리 기대에 반응하더라도 당기 손익에는 화학 시황의 무게가 남는 이유다.

구분

매출

영업손익

읽을 때 유의할 점

2025년 감사 확정

45조9,320억원

1조1,810억원 이익

연간 기준, 영업이익률 약 2.6%

2026년 1분기 법정 연결

12조2,468억원

497억원 손실

검토보고서로 확인되는 최신 법정 분기 수치

2026년 2분기 공식 IR

14조1,760억원

6,000억원 이익

공식 발표치이나 제공 범위에서는 법정 검토 재무제표 미확인

2026년 1분기에는 연결 매출 12조2,467억8,900만원, 영업손실 497억원, 분기순손실 7,81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석유화학에는 원료 가격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래깅 효과와 유럽 반덤핑 관세 환급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 첨단소재는 양극재 물량과 반도체 신제품 영향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숫자만 보고 모든 부문의 기초 체력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해석하면 안 되는 분기다.

2분기 공식 IR에서는 매출 14조1,76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 EBITDA 2조2,060억원을 발표했다. 1분기 손실에서 2분기 이익으로 방향이 크게 바뀌었다. 회사는 석유화학의 재고 래깅과 스프레드 확대, 첨단소재의 양극재 판가·분리막 출하·전자소재 신제품 양산, LG에너지솔루션의 ESS 및 일부 전기차 출하를 개선 요인으로 들었다. 여러 부문이 함께 좋아졌지만 재고 효과와 시황, 출하 증가가 섞여 있으므로 지속성을 판단하려면 후속 분기에서 반복되는 이익과 일회성 효과를 나눠 봐야 한다.

기간 비교에는 회계 표시 변화도 끼어 있다. 2026년부터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생산 인센티브의 매출 표시 방식이 바뀌었고 비교 목적의 과거 기간 수치도 조정됐다.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와 관련한 표시가 달라진 만큼 과거 발표 자료와 새 자료의 매출을 그대로 잇기보다 동일 기준인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첨단소재 매출은 회사 페이지 기준 2023년 7조4,000억원, 2024년 6조4,000억원, 2025년 4조1,000억원으로 줄었다. 성장 산업이라는 이름과 실제 매출 궤적 사이에 간격이 생긴 셈이다. 장기 계약과 증설 서사가 유효하더라도 단기에는 전기차 수요, 고객 재고 조정, 메탈 가격에 연동되는 판매단가가 더 강하게 작동할 수 있다.

2분기 말 공식 IR 기준 연결 자산은 112조2,000억원, 부채는 63조3,000억원, 차입금은 40조3,000억원, 부채비율은 129.6%였다. 대규모 제조업과 성장 투자를 함께 끌고 가는 만큼 손익 회복만큼 현금 창출과 차입금 관리가 중요하다. 연구개발과 신규 소재가 미래 옵션을 만들더라도 기존 설비와 자회사에 묶인 자본의 생산성이 따라오지 않으면 재무 부담이 먼저 드러난다.

2026년 2분기 수치는 공식 IR 발표 기준이다. 제공 범위에서 법정 검토보고서로 직접 확인되는 최신 분기는 1분기다.

5.생명과학 | 공장 출하와 임상 개발이 한 포트폴리오에 놓인다

생명과학 사업에는 이미 판매되는 제품과 임상 파이프라인이 함께 있다. 회사는 당뇨 치료제 제미글로, 성장호르몬 유트로핀, 골관절염 치료제 시노비안,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셉트 등을 대표 제품으로 제시한다. 사업 영역은 일차의료 중심의 Primary Care와 전문치료 중심의 Specialty Care를 아우른다. 소재 사업이 고객 공정에 들어가는 물질을 판다면, 이 사업은 의사 처방과 환자 투여라는 전혀 다른 현장에서 가치가 결정된다.

이미지: 소아 성장호르몬 Eutropin의 환자 사용 맥락을 설명하는 이미지

▲ 소아 성장호르몬 Eutropin의 환자 사용 맥락을 설명하는 이미지 — 출처: [LG Chem Blog, 2024-10-18](https://blog.lgchem.com/en/2024/10/18_life_science_solution/)

유트로핀의 제품 이미지는 이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화면에는 의약품 포장과 바이알뿐 아니라 펜형 투여기구가 함께 놓여 있다. 의약품의 효능만큼 환자와 보호자가 정해진 투여를 지속할 수 있는 사용 편의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화학적 합성 능력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임상 근거, 허가, 처방 채널, 투약 경험이 매출의 경로를 만든다.

포트폴리오의 방향은 해외 신약 개발 쪽으로도 움직였다. 미국 항암제 기업 AVEO 인수와 Rhythm Pharmaceuticals에 대한 희귀비만 치료제 기술수출은 계획이 아니라 이미 발생한 전환 사건이다. 인수는 개발·허가·상업화 역량을 직접 확보하려는 선택이고, 기술수출은 파트너에게 개발 권리를 넘기거나 나누면서 계약금과 단계별 성과금, 판매 연계 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다만 판매제품과 신약 후보의 확정도는 구분해야 한다. 판매 중인 의약품은 현재 환자와 처방 시장에서 수요를 확인받는다. 임상 파이프라인은 성공할 경우 가치가 크지만 개발 실패, 허가 지연, 경쟁약 등장이라는 단절 위험이 있다. 생명과학을 배터리 다음의 성장축으로 곧바로 합산하기보다 기존 제품의 영업 기반과 신약 옵션을 서로 다른 할인율로 보는 편이 구조에 맞다.

6.역사 | 전지사업 분할이 바꾼 소유와 해석의 지도

LG화학은 2020년 전지사업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했다. 물적분할은 새 회사의 주식을 기존 주주에게 직접 나누는 방식이 아니라 기존 회사가 신설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배터리 사업에는 독립적인 자금 조달과 빠른 대규모 투자의 길이 열렸다. LG화학에는 세계적인 전지 사업을 연결 자회사로 품으면서도 본체의 석유화학·첨단소재·생명과학을 재정의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이 전환 뒤 ‘LG화학을 사면 무엇을 보유하는가’라는 답도 복잡해졌다. 연결 손익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과 비용이 크게 들어오지만, 상장 자회사에는 별도의 시장가격과 소수주주가 존재한다. LG화학 주주는 배터리 자회사의 경제적 성과를 지분만큼 간접적으로 누리는 동시에 본체의 차입·투자와 다른 사업의 업황도 함께 부담한다.

분할은 사업 간 연결을 없애지는 않았다. 양극재와 분리막은 배터리 가치사슬의 앞단에 남았고, 셀 제조는 자회사로 이동했다. 그래서 LG화학은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외부 고객을 넓혀야 하면서 계열 배터리 생태계와의 접점도 활용하는 이중 과제를 가진다. 외부 고객 계약은 소재가 계열 내부 수요를 넘어 독립적인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이미지: InterBattery 2026 LG화학 부스의 배터리 소재 가치사슬 전시 현장

▲ InterBattery 2026 LG화학 부스의 배터리 소재 가치사슬 전시 현장 — 출처: [LG Chem Blog, 2026-03-20](https://blog.lgchem.com/en/2026/03/20_interbattery2026/)

전시 현장에서 회사가 내세우는 것은 완성 배터리보다 그 안에 들어가는 소재와 기술이다. 이는 단순한 홍보 문구 이상의 역사적 귀결이다. 전지 셀 사업을 떼어낸 뒤 본체가 다시 성장하려면 거대한 자회사의 가치에 기대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소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

7.최근 동향 | 고객 인증을 통과한 반도체 공정 소재

2026년 회사는 Amkor에 반도체용 스트리퍼를 처음 양산 공급했다고 발표했다. 스트리퍼는 반도체 패턴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포토레지스트와 남은 잔사를 제거하는 공정 소재다. 제거 성능이 부족하면 다음 공정의 수율과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고객 설비에서의 검증과 안정적인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

이 사례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반도체 진출’이라는 큰 구호보다 양산 공급이라는 구체적인 문턱을 넘었다는 데 있다. 연구실의 조성물이 매출이 되려면 고객의 공정 조건에 맞고, 반복 생산에서도 같은 품질을 내며, 공급망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Amkor 공급은 그 경로를 실제로 밟은 고객 채택 사례다. 다만 첫 공급이 곧바로 거대한 사업 규모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다른 고객과 공정으로 확장되고 반복 주문이 이어질 때 사업의 두께가 생긴다.

회사는 2035년까지 연구개발에 15조원을 투자하고 약 70%를 성장사업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미래 핵심 분야로 반도체·모빌리티·로봇 소재와 항암신약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 실적이 아니라 자본 배분의 방향을 보여주는 목표다. 반도체 스트리퍼처럼 고객 검증을 통과한 작은 시작이 있는 분야도 있고, 긴 개발과 시장 형성이 필요한 분야도 섞여 있다.

LG화학의 연구개발 전략은 기존 역량과 동떨어진 모험만은 아니다. 원하는 물성을 내는 분자와 배합을 설계하고, 불순물을 통제하며, 대량 생산의 균일성을 확보하는 능력은 석유화학·배터리 소재·전자소재에 공통으로 쓰인다. 다만 기술적 인접성이 상업적 성공을 자동으로 만들지는 않는다. 반도체 고객의 인증 주기와 의약품의 임상·허가는 석유화학 공장의 판매 문법과 다르다. 돈의 크기보다 고객이 채택을 확정하는 사건을 따라가야 전략의 진행 정도가 보인다.

8.쟁점과 리스크 | 세 개의 회복 시계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가장 가까운 부담은 석유화학 공급과잉이다. 글로벌 증설과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 범용 제품의 스프레드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 원료 가격 하락이 잠시 재고 이익을 만들더라도 수요와 공급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수익성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본업의 해답은 단순한 업황 반등만이 아니라 고부가 제품과 운영 효율로 손익의 바닥을 높이는 데 있다.

두 번째 시계는 전동화 수요다. 전기차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지면 양극재 출하, 고객의 재고, 배터리 공장의 가동이 함께 영향을 받는다. 장기 공급계약은 판매 통로를 마련하지만 고객의 실제 생산 일정까지 고정하지는 않는다. 반면 ESS는 전력망용 배터리라는 별도의 사용처가 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북미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가 배터리 가동률을 보완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AMPC를 제외한 LG에너지솔루션의 정상 수익성은 더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 번째 시계는 신규 사업의 고객 전환이다. 반도체 스트리퍼는 양산 공급이라는 문턱을 넘었지만 확장성이 남아 있다. 신약은 성공 시 부가가치가 크지만 임상과 허가의 시간이 길다. 로봇·모빌리티 소재도 기술 발표보다 고객 채택과 반복 주문이 중요하다. 이 사업들을 현재 본업과 같은 확정도로 평가하면 기대가 실적보다 먼저 달려갈 수 있다.

재무 구조는 세 시계를 묶는 끈이다. 석유화학이 충분한 현금을 만들지 못하고 배터리 수요 회복이 늦어지는 동안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가 계속되면 자금 부담이 커진다. 반대로 본업의 현금흐름이 안정되고 소재 출하가 늘며 배터리 자회사의 정상 수익성이 자리 잡으면, 장기간 축적한 공정 기술과 고객 관계가 서로를 지지할 수 있다.

여수 단지의 배관, 청주 공장의 생산동, 환자가 쥐는 투여 펜, 반도체 세정 공정은 겉모습이 전혀 다르다. 그러나 모두 ‘원하는 성능을 반복해서 같은 품질로 제공한다’는 제조업의 약속으로 이어진다. 2020년의 분할 이후 LG화학 본체가 증명해야 할 것도 그 약속의 상업성이다. 배터리 자회사의 지분가치와 미래 연구개발 계획 사이에서 실제 고객이 채택하고 반복 구매하는 소재와 의약품이 늘어날수록 복합 구조는 할인 요인이 아니라 기술 포트폴리오가 된다. 그 반대라면 규모가 큰 다섯 사업은 서로를 가려 주는 장막에 머문다.

각주

  1. LG화학 2025 사업보고서·영업보고서, 2026-03-06 — https://www.lgchem.com/upload/file/sales-report/2025.pdf
  2.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5, 2026-06-30 — https://www.lgchem.com/upload/file/sustainability-reports/LGChem_Sustainability_Report_2025_KOR.pdf
  3.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5, 2026-06-30 — https://www.lgchem.com/upload/file/sustainability-reports/LGChem_Sustainability_Report_2025_KOR.pdf
  4. LG Corp., LG Chem Announces 2025 Financial Results, 2026-02-02 — https://www.lgcorp.com/media/release/29824
  5. LG화학 양극재 제품, 2026-08-12 — https://www.lgchem.com/product-detail/cathode-material?lang=ko_KR
  6. LG Chem, GM 양극재 공급 계약 발표, 2023-02-07 — https://www.lgchem.com/company/information-center/press-release/news-detail-9422
  7. LG화학 분리막 제품, 2026-08-12 — https://www.lgchem.com/product-detail/separator?lang=ko_KR
  8. LG Corp., LG Chem Announces 2025 Financial Results, 2026-02-02 — https://www.lgcorp.com/media/release/29824
  9. LG화학 2025 사업보고서·영업보고서, 2026-03-06 — https://www.lgchem.com/upload/file/sales-report/2025.pdf
  10. LG Chem FY2026 1Q K-IFRS 연결 검토보고서, 2026-05-15 — https://www.lgchem.com/upload/file/audit-report/LG_Chem_FY2026_1Q_K-IFRS_Kor_Consolidated_Audit_report.pdf
  11. LG화학 2026년 1분기 실적설명회, 2026-04-30 — https://www.lgchem.com/upload/file/ir-events/1Q_2026_Earnings_Release_KOR.pdf
  12. LG화학 2026년 2분기 실적설명회, 2026-07-31 — https://www.lgchem.com/upload/file/ir-events/2Q_2026_earnings_release_KOR.pdf
  13. LG화학 2026년 2분기 실적설명회, 2026-07-31 — https://www.lgchem.com/upload/file/ir-events/2Q_2026_earnings_release_KOR.pdf
  14. LG화학 2026년 1분기 실적설명회, 2026-04-30 — https://www.lgchem.com/upload/file/ir-events/1Q_2026_Earnings_Release_KOR.pdf
  15. LG화학 첨단소재 사업영역, 2026-08-12 — https://www.lgchem.com/company/company-information/business-domain/advanced-materials?lang=ko_KR
  16. LG화학 2026년 2분기 실적설명회, 2026-07-31 — https://www.lgchem.com/upload/file/ir-events/2Q_2026_earnings_release_KOR.pdf
  17. LG화학 2026년 2분기 실적설명회, 2026-07-31 — https://www.lgchem.com/upload/file/ir-events/2Q_2026_earnings_release_KOR.pdf
  18. LG화학 생명과학 사업영역, 2026-08-12 — https://www.lgchem.com/company/company-information/business-domain/biology?lang=ko_KR
  19. LG화학 생명과학 사업영역, 2026-08-12 — https://www.lgchem.com/company/company-information/business-domain/biology?lang=ko_KR
  20. LG화학 연혁, 2026-08-12 — https://www.lgchem.com/company/company-information/company-history?lang=ko_KR
  21. LG Corp., 반도체 스트리퍼 Amkor 양산 공급 발표, 2026-07-21 — https://www.lgcorp.com/media/release/30367
  22. LG Corp., R&D 투자 계획 발표, 2026-06-30 — https://www.lgcorp.com/media/release/30295?emptySubMenu=false&hostEn=www.lgcorp.com&hostKo=www.lg.co.kr&nav=LG&nav=Media&nav=Press+Release&ogContent=Innovation+for+a+Better+Life+-+Official+LG+website&ogContent=Media+%3E+Press+Release&ogContent=http%3A%2F%2Fwww.lgcorp.com%2Fimages%2Fcommon%2Fdefault_og_image_new.jpg
  23. 데일리안·다음뉴스, LG화학 석화 방어·배터리 개선 관측, 2026-07-14 — https://v.daum.net/v/20260714060136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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