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배터리·화학·칩 검사, 서로 다른 주문서가 모이는 곳
SKC의 현재 사업은 한 시장으로 묶이지 않는다.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의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지박, 프로필렌옥사이드(PO)에서 이어지는 화학제품, 반도체를 출하하기 전에 검사하는 테스트소켓과 프로브카드, ICT 솔루션이 한 연결회사 안에 놓여 있다. 고객의 공장도, 구매 이유도, 매출이 움직이는 계기도 서로 다르다.
전지박은 리튬이온전지 음극을 받치는 집전체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가 이를 배터리 고객에게 판매하면 고객의 생산량과 배터리 제품 구성이 주문을 좌우한다. 전기차용 수요가 움직이는 방식과 에너지저장장치·IT기기용 수요가 움직이는 방식이 같지 않으므로, 동박 사업을 볼 때는 전체 배터리 시장의 성장이라는 큰 문장보다 실제 판매처와 제품 믹스가 중요하다.
화학은 PO를 출발점으로 PPG와 PG 같은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이어지는 사슬이다. 여기서는 고객이 특정 완제품 하나를 사는 것이 아니라 각 단계의 화학제품을 산업 수요에 맞춰 구매한다. 원료에서 중간제품으로 이어지는 제조설비와 판매망이 이미 돌아간다는 점에서, 새 고객의 인증을 기다리는 사업과는 돈이 생기는 시간이 다르다.
반도체소재에서는 ISC의 테스트소켓이 가장 구체적인 사용 장면을 보여준다. 패키징된 칩을 검사할 때 검사장비와 칩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부품이다. 고객 칩에 맞춰 설계되고 사용 과정에서 교체되는 맞춤형·소모성 제품이라는 점이 매출 구조의 핵심이다. 한 번 대형 설비를 납품하고 끝나는 방식보다 고객의 테스트 활동과 후속 주문에 가까이 붙어 있다.
이 세 갈래를 한데 보는 이유는 단순한 품목 나열을 피하기 위해서다. 배터리 고객의 생산계획이 전지박 주문으로, 다운스트림 수요가 화학제품 판매로, 칩의 검사와 세대 전환이 테스트 부품 주문으로 이어진다. SKC의 매출은 결국 서로 다른 고객 공정에 들어갈 자리를 확보해 생긴다. 같은 분기에도 한 사업의 개선이 다른 사업의 부진을 가릴 수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2.전지박은 고객 공장 안에서 수요가 결정된다
동박은 완성차 바깥에서 눈에 띄는 부품이 아니다. 얇은 구리막이 배터리 음극 집전체로 들어가고, 완성된 배터리는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IT기기에 탑재된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것은 충전 중인 승용차이지 동박 자체가 아니다. 이 거리가 사업을 이해하는 첫 단서다. 최종 소비자가 차를 구매하는 것과 SK넥실리스가 동박을 판매하는 사이에는 배터리 고객의 생산과 재고, 적용 제품의 구성이 놓여 있다.
이미지: 충전기에 연결된 승용차와 전기차 충전기▲ 충전기에 연결된 승용차와 충전기, 동박이 쓰이는 배터리의 최종 적용 장면 — 출처: [SKC, 날짜 미상](https://www.skc.kr/m/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7&cate2=260&cate3=&cate4=&lang=kor&menuCd=002005)
그래서 판매량 증가는 시장 성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고객사가 어떤 지역의 공장에서 얼마나 생산하는지, 전기차용과 저장장치용 가운데 어떤 제품을 더 많이 만드는지에 따라 출하 구성이 달라진다. 회사가 지역별 판매와 용도별 판매를 따로 제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숫자가 늘었다는 사실 못지않게 그 물량이 어떤 고객 생산에 연결됐는지를 봐야 한다.
생산거점은 이 주문을 받아낼 물리적 기반이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넓은 건물과 설비가 이미 놓인 해외 생산현장이라는 점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공장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수익성이 확보됐다는 판단은 별개다. 동박은 판매량과 매출이 커져도 원가와 가동률이 따라오지 않으면 손익 회복이 늦어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지: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SK넥실리스 공장 전경▲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의 대형 생산시설과 주변 산업단지, 해외 전지박 생산거점의 규모 — 출처: [KED Global, 2023-11-05](https://www.kedglobal.com/batteries/newsView/ked202311050002)
도요타통상이 2025년 말레이시아 법인에 약 1,500억원을 투자한 거래는 이 거점에 외부 파트너가 들어온 사례다. 양측은 자금 제공에 그치지 않고 원재료 수급, 공동 마케팅, 차세대 집전체 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곧바로 최종 배터리 고객과 같다는 뜻은 아니지만, 생산·조달·판매를 함께 묶어 보려는 전략적 관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동박 사업의 관전 포인트도 여기에서 나온다. 공장 규모나 최종 전기차 시장의 기대만 보는 대신, 실제 고객 생산과 연결된 판매가 얼마나 이어지는지와 그 물량을 감당한 뒤의 원가가 함께 움직이는지를 봐야 한다. 매출 확대와 손익 개선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비로소 이 생산망의 경제성이 온전히 드러난다.
3.울산의 PO에서 시작되는 화학의 매출 사슬
화학 사업의 출발점은 PO다. 공시는 PO에서 PPG·PG 등으로 이어지는 다운스트림 구조를 제시한다. 다운스트림은 앞 단계에서 만든 물질을 받아 다음 제품으로 가공하는 아래쪽 공정을 뜻한다. SKC의 화학 매출은 이 사슬의 여러 지점에서 산업 고객의 수요를 받아 형성된다.
이 구조는 제품 이름 하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실제 현장은 직관적이다. 울산 공장 사진에는 증류탑과 배관, 생산설비가 촘촘하게 이어져 있다. 원료가 설비를 거쳐 다른 화학제품으로 전환되는 연속적인 제조현장이다. 반도체용 부품처럼 고객 칩마다 접촉 구조를 맞추는 사업도 아니고, 미래 양산 인증을 기다리는 신규 기판 사업도 아니다.
이미지: SK picglobal 울산 화학공장의 증류탑과 배관 설비▲ 증류탑과 배관이 이어진 울산 화학공장, PO·PG 계열 제품이 생산되는 기존 제조기반 — 출처: [SKC, 날짜 미상](https://www.skc.kr/m/eng/Conmmunication/pr/newsDetail.do?gubun=&seq=1504)
돈이 생기는 경로는 비교적 명료하다. PO와 그 아래 단계 제품을 생산해 각 수요처에 판매하고, 생산량과 제품 구성이 매출과 수익성을 가른다. 어느 제품이 어떤 최종 산업에 얼마나 쓰이는지까지는 공개된 근거만으로 세밀하게 나눌 수 없지만, 적어도 화학 사업이 하나의 단일 제품보다 공정 사슬에 가깝다는 점은 확인된다.
이 사업은 SKC 전체를 해석할 때 기준점 역할을 한다. 대규모 고객 검증을 새로 통과해야 매출이 시작되는 사업과 달리 기존 공장과 판매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존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같은 이익을 낸다고 볼 수도 없다. 실제 기여도는 생산·판매 결과가 모이는 실적에서 확인해야 한다.
4.칩을 눌러 보는 순간에 들어가는 테스트소켓
반도체 테스트소켓은 칩이 검사장비와 만나는 접점이다. 패키징된 반도체를 검사할 때 소켓이 양쪽을 전기적으로 이어 주고, 검사가 끝나면 완제품 안에는 남지 않는다. ISC의 iSC는 실리콘 러버 안에 전도성 마이크로볼을 배치한 구조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칩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공정에 직접 들어간다.
사업적으로 중요한 단어는 맞춤형과 소모성이다. 고객이 검사하려는 칩과 장비 조건에 맞는 제품을 요구하고, 테스트 활동이 이어지면 교체 수요도 생긴다. 따라서 테스트소켓 매출은 반도체 출하량이라는 큰 지표뿐 아니라 고객의 칩 종류, 검사 방식, 신제품 전환에 영향을 받는다. SKC가 반도체소재 사업 안에서 고객과 반복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이유다.
회사가 제시하는 제품군은 적용 장면을 더 구체화한다. WiDER-G는 글라스기판과 CoWoS용, WiDER-Coax는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폰 NPU용, WiDER-FLEX는 GPU·CPU·NPU 테스트용으로 소개된다. CoWoS는 여러 반도체 구성요소를 한 패키지 안에 결합하는 첨단 패키징 방식이고, NPU는 인공지능 연산에 맞춘 처리장치다. 여기서 확인되는 것은 각 제품이 겨냥한다고 회사가 밝힌 용도다. 개별 고객 채택이나 점유율까지 의미하지는 않는다.
테스트소켓과 글라스기판은 모두 반도체 생태계에 걸쳐 있지만 돈이 생기는 단계가 다르다. 전자는 현재 고객의 검사공정에 들어가는 판매 제품이다. 후자는 패키징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사업으로 고객 검증을 밟고 있다. 같은 반도체소재라는 이름 아래 두 사업을 합쳐 보면 미래 기대가 현재 매출을 대신하는 착시가 생길 수 있다.
프로브카드와 ICT 솔루션도 현재 반도체소재 포트폴리오에 포함된다. 다만 공개된 범위에서는 테스트소켓만큼 제품 구조와 사용 장면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반도체소재 전체를 소켓 사업 하나와 완전히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확인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소켓이 고객 공정, 반복 주문, AI 관련 적용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제품이다.
5.투명한 기판이 고객 인증을 통과하기까지
글라스기판은 SKC의 현재 실적보다 미래 사업의 성격을 더 강하게 띤다. 회사는 유리 소재를 활용한 기판이 미세 선폭 패키징에 적합하다고 설명한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생략하는 구조에서는 패키징 두께를 25% 줄이고 전력을 30% 이상 절감할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는 회사가 밝힌 가능 효과이며, 모든 고객 제품에서 그대로 실현됐다는 결과는 아니다.
이미지: 장갑을 낀 작업자가 들어 보이는 투명 글라스기판▲ 장갑 낀 작업자의 손에 들린 투명한 판형 기판, 글라스기판이 실제로 지향하는 제품 형태 — 출처: [SKC, 2021-11-02](https://www.skc.kr/m/eng/Conmmunication/news/newsDetail.do?seq=1314)
투명한 판 하나가 상용 제품이 되기까지는 긴 고객 절차가 놓인다. 시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신뢰성 시험을 시작했다는 사실, 고객이 양산용으로 인증했다는 사실, 실제 매출이 발생했다는 사실은 서로 다른 단계다. SKC가 밝힌 진행상황과 외부 정책·자금의 위치를 한 번에 나누면 다음과 같다.
구분 | 확인된 상태 | 사업상 의미 |
|---|---|---|
고객 검증 | 2026년 1분기 신뢰성 평가용 샘플과 복수 고객 프로젝트 검토 | 제품 성능과 적용 가능성을 고객과 확인하는 단계 |
시제품 공급 | 2026년 2분기 초기 신뢰성 시험과 논임베딩 시제품 공급 | 고객 평가가 이어졌지만 양산 인증은 확인되지 않음 |
정책 지원 | 미국 정부가 조지아 시설·기술 개발에 최대 7,500만달러 직접 지원 | 현지 생산·개발 기반에 대한 정책 지원 확보 |
자체 자금 | 유상증자 조달액 1조1,671억원 가운데 5,896억원을 글라스기판에 배정 | 사업 확대에 사용할 자금의 용도 제시 |
상업화 경계 | 해당 시점까지 양산 인증이나 매출 발생이 확인되지 않음 | 검증 결과가 상업 주문으로 넘어가는 전환이 남아 있음 |
미국 조지아의 앱솔릭스 시설은 이 사업이 연구실의 아이디어에만 머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미국 정부는 첨단패키징 기판 시설과 기술 개발에 직접 지원을 확정했다. 현지 생산기반과 정책 자금이 함께 붙었다는 뜻이다. 다만 정부 지원은 생산·개발 능력을 돕는 장치이지 고객의 구매 결정을 대신하지 않는다.
이미지: 앱솔릭스 조지아 생산시설에서 샘플을 살펴보는 방진복 차림의 인원들▲ 방진복을 입은 인원들이 판형 샘플을 살펴보는 앱솔릭스 조지아 생산시설 내부 — 출처: [연합뉴스, 2024-12-05](https://www.yna.co.kr/view/AKR20241205149100003)
유상증자는 글라스기판에 더 긴 시간을 부여하는 동시에 주주와 회사가 부담을 나눈 선택이다. 회사는 조달액 중 나머지 5,775억원을 차입금 상환에 쓰고, 사용 후 부채비율이 2025년 말 약 230%에서 약 129%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사업 투자와 재무구조 정리를 같은 증자 안에 배치한 셈이다.
이 자금 배치는 글라스기판을 주변 연구과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 전환의 중심 후보로 본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투자 규모가 기술 채택의 증명서는 아니다. 향후 가치가 생기는 순간은 시설 사진이나 지원금 발표보다 고객 시험 결과가 양산 주문으로 연결될 때다. 그 전까지는 테스트소켓처럼 이미 고객 공정에서 반복 판매되는 제품과 구분해 읽는 편이 정확하다.
6.팔고 합치며 다시 그린 사업 경계
법정 사업보고서상 SKC는 1973년 설립됐고 1997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긴 존속기간 자체보다 현재 모습을 만든 최근 재편이 더 직접적인 설명력을 갖는다. 회사는 2024~2025년 파인세라믹, SK피유코어, CMP Pad, FCCL 박막 등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하고 SK엔펄스를 흡수합병했다.
이 일련의 거래는 사업을 무작정 늘리는 방향과 반대다. 보유한 사업 가운데 남길 것과 팔 것을 가르고, 반도체 관련 조직의 경계를 다시 묶었다. 현재의 전지박·화학·반도체소재 구성이 과거부터 고정된 세 칸이 아니라 매각과 합병을 거쳐 정리된 결과라는 뜻이다.
재편의 논리는 자원 배분에서도 드러난다. 기존 화학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동박의 해외 거점과 전략적 협력을 이어 가며, 반도체에서는 현재 판매되는 테스트 부품과 아직 검증 중인 글라스기판을 함께 둔다. 성숙도와 자금 소요가 다른 사업을 한 회사 안에서 관리해야 하므로 무엇을 매각했는지만큼 남은 사업 사이에서 자본을 어떻게 나누는지가 중요해졌다.
SK엔펄스 흡수합병도 단순한 이름 정리로 끝나지 않는다. 반도체소재 포트폴리오를 통합한 뒤에는 기존 제품에서 벌어들이는 돈, 신규 기판에 투입하는 돈, 고객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한 경영체계에서 조정하게 된다. 포트폴리오 단순화는 사업 수를 줄였지만, 남은 사업들의 시간표까지 같게 만들지는 않았다.
7.실적: 화학과 반도체가 끌고 동박이 제동 건 회복
2025년 감사 연결 실적은 매출 1조8,400.36억원, 영업손실 약 3,050억원이었다. 회사는 그해 4분기 이차전지·화학 사업 유형자산 손상 등을 포함한 일회성 비용 3,166억원이 세전손실 확대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손상은 과거 투자한 자산에서 회수할 것으로 보는 금액이 낮아졌을 때 장부가치를 줄이는 회계 처리다. 현금 유출과 같은 개념은 아니지만, 기존 자산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는 신호다.
기간 | 연결 매출 | 영업손익 | EBITDA | 읽을 지점 |
|---|---|---|---|---|
2025년 감사 실적 | 1조8,400.36억원 | 약 -3,050억원 | — | 유형자산 손상 등으로 세전손실도 확대 |
2026년 1분기 | 4,966억원 | -287억원 | 100억원 | 2023년 2분기 이후 첫 분기 EBITDA 흑자 |
2026년 2분기 회사 발표 | 6,454억원 | -144억원 | 291억원 | EBITDA 흑자가 두 분기 연속 지속 |
EBITDA는 이자·세금·감가상각비 등을 반영하기 전 영업성과를 보는 지표다. 2026년 들어 이 수치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현금창출력에 가까운 기초 체력이 개선됐다는 신호다. 그러나 연결 영업손익은 여전히 적자였다. 감가상각과 사업별 손익까지 감당하는 완전한 흑자전환과는 거리가 남아 있었다.
부문별로 보면 회복의 출처가 선명하다. 2025년 사업부문 매출은 이차전지소재 5,059.97억원, 화학 1조911.79억원, 반도체소재 2,204.28억원이었다. 이 부문 수치는 연결 매출과 집계 범위 및 내부거래 조정이 다를 수 있어 단순 합계로 연결 실적을 재구성해서는 안 된다.
사업 | 2026년 1분기 | 2026년 2분기 | 흐름 |
|---|---|---|---|
전지박 | 매출 1,569억원 | 매출 2,540억원 | 판매와 매출은 확대됐지만 손익 부담 지속 |
화학 | 매출 2,708억원·영업이익 96억원 | 매출 3,178억원·영업이익 305억원 | 2분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218% 증가 |
반도체소재 | 매출 683억원·영업이익 236억원 | 매출 729억원·영업이익 213억원 | 두 분기 모두 영업이익 기여 |
화학은 2분기 연결 손실 축소를 이끈 축이었다. 반도체소재도 흑자를 유지했다. 회사는 AI 데이터센터용 테스트소켓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본 맞춤형·소모성 제품이 실제 반도체 수요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운영지표다.
전지박은 다른 그림을 보였다. 회사 발표상 2분기 매출은 분기 최대였고 북미 판매 비중은 67%였다. 용도별 판매량은 ESS용이 76%, EV용이 28% 증가했다. 1분기에도 회사는 북미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95%, ESS용 판매량이 132% 늘었다고 발표했다. 각 수치는 비교 기준과 기간이 다르므로 하나의 연속 성장률처럼 이어 붙일 수는 없지만, 판매 구성이 북미와 저장장치 쪽으로 움직였다는 방향은 확인된다.
문제는 물량이 아직 이익으로 충분히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독립 보도는 2분기 동박이 매출 성장에도 약 300억원대 영업적자를 지속했다고 전했다. 연결 매출이 늘고 화학 이익이 좋아졌는데도 전체 영업흑자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두 분기 연속 EBITDA 흑자는 회복의 시작을 보여주지만 종착점은 아니다. 현재 숫자에서는 화학의 개선과 반도체소재의 이익이 위쪽으로 끌고, 동박의 적자가 아래쪽에서 잡아당기는 구도가 보인다. 증권사도 적자 축소를 화학 개선의 영향으로 해석하면서 동박의 원가·가동률 개선과 글라스기판 고객 검증의 양산 전환을 전사 흑자전환의 핵심 변수로 꼽았다. 이는 전망을 담은 시장 해석이며 확정 실적과는 구분해야 한다.
8.한 회사 안에서 돌아가는 서로 다른 시간표
SKC의 사업을 하나의 성장률로 묶으면 현장의 차이가 사라진다. 화학은 배관과 증류탑이 이어진 기존 생산사슬에서 판매가 일어난다. 전지박은 해외 공장과 고객의 배터리 생산계획 사이에서 물량과 원가가 함께 맞아야 한다. 테스트소켓은 칩을 검사하는 접촉 순간에 들어가 반복 수요를 만든다. 글라스기판은 시설과 자금을 확보한 뒤 고객 검증을 통과해야 상업적 위치가 정해진다.
이 차이는 낙관과 비관을 동시에 절제하게 한다. 전지박 매출 확대만으로 전사 회복을 선언하기 어렵지만, 현재 손실만 보고 고객·용도별 판매 변화까지 지울 수도 없다. 글라스기판의 정책 지원과 투자 규모는 분명한 진전이지만, 이미 판매 중인 제품의 실적과 같은 저울에 바로 올릴 수는 없다. 반대로 화학의 개선을 일시적 완충재로만 치부하면 실제 연결 손실 축소에 기여한 현재 사업을 놓친다.
최근의 매각과 합병은 이 서로 다른 시간표를 관리하기 위한 무대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남은 과제는 그 무대에서 기존 현금창출 사업이 투자 시간을 벌고, 동박이 물량을 이익으로 바꾸며, 반도체의 현재 제품과 차세대 기판이 각자의 고객 접점을 넓히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서사로 회사를 규정하기보다 주문서, 공장, 검사장비, 고객 인증이 실제로 이어지는 순서를 볼 때 SKC의 변화가 가장 또렷해진다.
투명한 글라스기판을 손에 들어 보이는 장면과 울산의 복잡한 배관, 말레이시아의 넓은 공장, 칩을 누르는 작은 소켓은 서로 닮지 않았다. 지금의 SKC는 바로 그 닮지 않은 현장들을 하나의 자본 배분 아래 묶어 놓은 회사다. 포트폴리오 전환의 성패도 새로운 이름을 얼마나 많이 붙이느냐보다, 각 현장이 자기 차례에 고객의 구매와 이익으로 연결되느냐에서 결정된다.
각주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3기 사업보고서 정정본」, 2026-04-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03/000904/20260403001663/11011.htm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4기 1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523/20260515005708/11013.htm
- SKC, 「동박 제품 및 적용사례」, 날짜 미상 — https://www.skc.kr/m/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7&cate2=260&cate3=&cate4=&lang=kor&menuCd=002005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4기 1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523/20260515005708/11013.htm
- SKC, 「iSC(실리콘 러버소켓) 제품 페이지」, 2026-08-12 — https://www.skc.kr/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8&cate2=370&cate3=371&cate4=&lang=kor&menuCd=002006
- SKC, 「동박 제품 및 적용사례」, 날짜 미상 — https://www.skc.kr/m/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7&cate2=260&cate3=&cate4=&lang=kor&menuCd=002005
- ZDNet Korea, 「SKC, 화학 특수에도 동박 적자 발목…내년 말레이 법인 흑자 목표」, 2026-07-27 — https://zdnet.co.kr/view/?no=20260727155321
- SKC, 「SK넥실리스, 도요타통상 1,500억 투자 유치」, 2025-06-18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pr/newsDetail.do?gubun=004003&seq=1654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4기 1분기보고서」, 2026-05-15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5/15/002523/20260515005708/11013.htm
- SKC, 「iSC(실리콘 러버소켓) 제품 페이지」, 2026-08-12 — https://www.skc.kr/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8&cate2=370&cate3=371&cate4=&lang=kor&menuCd=002006
- SKC, 「iSC(실리콘 러버소켓) 제품 페이지」, 2026-08-12 — https://www.skc.kr/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8&cate2=370&cate3=371&cate4=&lang=kor&menuCd=002006
- SKC, 「글라스기판 제품 및 적용사례」, 날짜 미상 — https://www.skc.kr/kor/creation/detailView.do?cate1=258&cate2=355&cate3=&cate4=&menuCd=002006
- SKC, 「SKC, 2026년 1분기 EBITDA 흑자 달성…손익 개선 ‘신호탄’」, 2026-04-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15
- SKC, 「SKC, 2분기 연속 EBITDA 흑자…실적 회복세 이어간다」, 2026-07-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39
-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Absolics (Georgia)」, 2024-12-04 — https://www.nist.gov/chips/absolics-georgia-covington
- 연합뉴스, 「SKC 자회사 앱솔릭스, 美반도체법 생산보조금 7천500만달러 확정」, 2024-12-05 — https://www.yna.co.kr/view/AKR20241205149100003
- SKC, 「SKC Secures 1.2 Trillion KRW via Rights Offering」, 2026-05-12 — https://www.skc.kr/m/eng/Conmmunication/pr/newsDetail.do?gubun=004003&seq=1723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3기 사업보고서 정정본」, 2026-04-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03/000904/20260403001663/11011.htm
- SKC, 「SKC 주요 연혁」, 날짜 미상 — https://www.skc.kr/kor/corporation/intro/history.do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3기 사업보고서 정정본」, 2026-04-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03/000904/20260403001663/11011.htm
- SKC, 「SKC, 2025년 실적 발표…중장기 성장 위한 사업·재무 체력 키운다」, 2026-02-05 — https://www.skc.co.kr/m/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seq=1700
- SKC, 「SKC, 2026년 1분기 EBITDA 흑자 달성…손익 개선 ‘신호탄’」, 2026-04-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15
- SKC, 「SKC, 2분기 연속 EBITDA 흑자…실적 회복세 이어간다」, 2026-07-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39
- 한국거래소 KIND, 「SKC 제53기 사업보고서 정정본」, 2026-04-03 — https://kind.krx.co.kr/external/2026/04/03/000904/20260403001663/11011.htm
- SKC, 「SKC, 2분기 연속 EBITDA 흑자…실적 회복세 이어간다」, 2026-07-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39
- SKC, 「SKC, 2026년 1분기 EBITDA 흑자 달성…손익 개선 ‘신호탄’」, 2026-04-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15
- SKC, 「SKC, 2분기 연속 EBITDA 흑자…실적 회복세 이어간다」, 2026-07-27 — https://www.skc.kr/kor/Conmmunication/newsroom/newsDetail.do?gubun=006005&seq=1739
- ZDNet Korea, 「SKC, 화학 특수에도 동박 적자 발목…내년 말레이 법인 흑자 목표」, 2026-07-27 — https://zdnet.co.kr/view/?no=20260727155321
- 뉴스핌, 「삼성증권 SKC 2Q26 review: 적자 폭 축소」, 2026-07-28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7280001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