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자재에서 엔진까지, 주문이 먼저 움직이는 상사
STX의 거래 명세에는 목재펠릿과 니켈·알루미늄 같은 원자재, 엔진과 승용차가 나란히 등장한다. 같은 창고에서 만들어지는 제품군이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는 물품을 공급선에서 찾아 국경 너머로 연결하는 상사의 목록이다. 최근 분기 공시에 기재된 주요 매출처도 발전회사, 해외 현지법인, 선박용 엔진 기업으로 서로 다르다. 발전 연료를 구하는 수요처와 금속 원료를 찾는 구매자, 완성된 기계와 차량을 필요로 하는 거래처를 한 법인이 상대하는 구조다.
이 사업의 핵심 자산은 특정 원자재 광산이나 대형 생산설비만이 아니다. 수요처가 요구하는 품목과 수입 조건을 파악하고, 물건을 확보할 공급선을 찾아 계약과 결제를 완성하는 능력이 먼저다. STX는 에너지·원자재·기계·엔진의 수출입과 무역을 중심 사업으로 두고 있다. 연결 범위로 시선을 넓히면 해외 무역과 해상운송, 산업용 밸브와 리조트 등 성격이 다른 사업까지 같은 손익계산서에 들어온다.
목재펠릿은 이런 구조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회사 홈페이지에 적힌 장기 사업 구호에만 머물지 않고 실제 판매 품목과 주요 매출처 공시에서 확인된다. 발전 수요처가 연료를 요구하면 상사는 공급 가능한 물량과 거래 조건을 맞추고, 구매와 판매를 연결한다. 니켈과 알루미늄 역시 미래 소재라는 이름보다 당장 거래 장부에 올라온 원자재라는 점이 먼저다. STX를 이해할 때 상품의 유행보다 실제 매출 품목과 상대방을 구분해서 봐야 하는 이유다.
반면 연결 안의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은 주문받은 물품을 찾아 중개하는 축과 다르다. 공장에서 산업용 밸브를 제작하고, 고객이 지정한 장소까지 인도하는 실물 제조사업이다. 상사의 상품 목록이 거래 때마다 달라질 수 있다면 밸브 사업에는 제품, 생산 현장, 검사와 납품의 연속성이 있다. STX의 연결 매출은 이처럼 회전이 빠른 무역과 제작 기간이 필요한 제조, 서비스 사업이 섞여 만들어진다.
이미지: 피케이밸브의 대형 글로브 밸브 제품▲ 큰 핸드휠과 플랜지형 몸체가 보이는 산업용 글로브 밸브 — 출처: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날짜 미상](https://www.pkvalve.co.kr/kor/main.do)
사진 속 밸브는 연결 범위가 단순한 무역회사 한 곳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압축한다. 원자재 거래가 계약서와 운송서류를 통해 움직이는 사업이라면 밸브는 완성품의 형상과 제작 현장이 보이는 사업이다. 서로 다른 두 축을 분리해 읽어야 매출의 원천뿐 아니라 자금이 묶이는 방식과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과정도 제대로 보인다.
2.계약서와 결제가 화물보다 앞서는 돈의 길
무역 거래는 고객 주문을 받았다고 바로 매출이 되는 일이 아니다. 먼저 수요처와 품목·가격·수입 조건을 맞추고, 공급선에서 물량을 구매한 뒤 판매와 결제를 마쳐야 한다. STX의 공시는 이 경로를 운전자금과 신용에 기대는 구조로 설명한다. 물건을 팔아 대금을 회수하기 전에 구매대금이나 운송 관련 자금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거래를 지속할 금융 여력 자체가 영업 기반의 일부다.
결제 조건으로 등장하는 L/C는 은행이 서류상 조건에 따라 대금 지급을 약정하는 신용장이고, T/T는 은행을 통해 송금하는 전신환 방식이다. 이름은 금융 용어지만 현장의 의미는 단순하다. 어느 시점에 누가 돈을 지급하고, 거래 상대방의 신용을 무엇으로 보완하며, 필요한 운전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가 상품 확보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상사 매출이 커 보여도 금융비용과 거래 조건, 대금 회수의 안정성을 빼고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객군도 이 경로에 따라 읽을 수 있다. 발전회사는 연료를 안정적으로 들여오는 일이 중요하고, 엔진 기업은 필요한 제품을 정해진 조건으로 확보해야 한다. 해외 현지법인은 지역 공급자와 국내외 수요처 사이의 접점을 맡을 수 있다. 공시에 기재된 회사 이름은 단순한 거래처 목록이라기보다 STX가 에너지, 금속, 기계 상품을 어떤 수요망에 연결하는지 보여 주는 표지판이다.
철강 사업 설명에는 스테인리스, 열연·냉연 제품과 철스크랩의 국내외 수출입, 해외 법인과 사무소를 활용한 삼국간 거래가 제시돼 있다. 삼국간 거래는 본사가 있는 나라로 상품을 들여오지 않고 공급국에서 제삼국 수요처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때 상사가 제공하는 것은 물건 자체만이 아니라 공급선 탐색, 거래조건 조율, 서류와 결제의 연결이다. 다만 회사의 사업 소개만으로 개별 계약의 마진이나 반복성을 알 수는 없다.
상사에는 공장 가동률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리듬이 있다. 거래가 성사되면 큰 매출이 한꺼번에 잡힐 수 있지만 계약이 줄거나 금융 여건이 막히면 외형도 빠르게 작아질 수 있다. 특히 신용과 운전자금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재무 상태가 영업의 결과인 동시에 다음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된다. STX의 사업과 재무를 따로 떼기 어려운 지점이다.
3.창원 공장에서 완성되는 또 하나의 거래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영업하고, 유지보수 시장에는 대리점 경로를 활용한다고 설명한다. 제작한 제품은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인도한다. 같은 밸브라도 신규 플랜트에 들어가는 물량과 이미 운전 중인 설비의 유지보수 수요는 판매 경로가 다르다. STX 연결 안에서 이 사업은 매입한 상품을 다시 파는 무역보다 제조와 납품의 색이 짙다.
이미지: 창원 공장에 적재된 초저온 밸브 완제품▲ 창원 공장 내부에 검사·납품을 앞둔 밸브 완제품이 줄지어 놓인 모습 — 출처: [대한경제, 2021-05-27](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5261105511050993)
공장 사진에서는 크기와 형상이 다른 밸브가 배관형 구조물 위에 연속해서 놓여 있다. 독립 보도는 이 현장을 LNG운반선용 초저온 밸브의 생산과 검사, 납품이 이어지는 곳으로 소개했다. 고객 장비나 시설에 들어갈 완제품을 만들어 보내는 장면이므로 원자재 상사의 계약 화면과는 돈이 생기는 과정이 다르다. 수주가 생산 일정으로 넘어가고, 완성품이 고객에게 인도돼야 매출 경로가 닫힌다.
납품처로는 LNG선과 LNG기지가 언급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LNG’라는 인기 산업명이 아니라 제품이 실제 고객 설비에 들어간다는 점이다. 직접영업은 플랜트 건설사와 발주 조건을 맞추는 과정이고, 대리점 판매는 유지보수 수요에 접근하는 통로다. 제조 현장의 생산 수준과 남아 있는 수주가 앞으로의 납품 흐름을 가늠하는 운영지표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피케이밸브는 액화수소 환경을 겨냥한 밸브 실증 장면도 공개됐다. 실증은 정해진 조건에서 제품을 시험하고 검증하는 단계다. 사진 속에는 시험 설비, 배관, 계측 장치와 작업자들이 함께 보인다. 완성품 사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검증 과정이 실제 현장에 존재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미지: 액화수소 밸브 실증 현장▲ 시험 설비와 배관 주위에서 작업자들이 밸브 실증을 진행하는 현장 — 출처: [조선비즈, 2023-06-26](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3/06/26/GMX5AGK7YRBGRFD7ZKM6LTSNPU/)
이 장면을 곧바로 대규모 수소 매출의 증거로 읽을 수는 없다. 기사로 확인되는 것은 극저온 조건에서의 시험·검증 현장이다. 다만 기존 LNG용 제품의 제작·납품 경험과 별개로 새로운 사용 환경을 겨냥한 검증 활동이 있었다는 점은 확인된다. 기술 서사와 상업적 성과의 경계가 사진 한 장에 함께 담긴 셈이다.
4.인적분할 뒤 남은 연결의 모자이크
2023년 인적분할은 현재 STX의 경계를 바꾼 사건이다. 분할 뒤 STX는 종합상사 중심으로, STX그린로지스는 물류·해운 중심으로 갈라졌다. 과거 그룹 이미지에 기대어 STX를 해운회사로 읽으면 법인 분할 이후의 역할을 놓치게 된다. 현재 지배기업의 중심은 상품을 사고파는 무역이며, 물류 중심 회사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됐다.
그렇다고 연결 손익이 순수 상사 하나로 정리된 것은 아니다. 해외 무역·해상운송 사업이 연결에 포함되고, 피케이밸브의 제조와 리조트, 항공 MRO 같은 기타 사업도 함께 잡힌다. 법인의 정체성은 종합상사 쪽으로 선명해졌지만 회계상 연결은 여러 업종이 겹친 모자이크에 가깝다. 전사 매출만 보고 개별 사업의 흐름을 추정하면 무역의 변동과 제조·서비스의 운영 상황이 뒤섞일 수 있다.
STX리조트는 연결 안의 서비스 사업이 실제로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회사는 2026년 6월 문경 리조트에 인피니티풀과 노천탕을 조성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만으로 리조트의 수익성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연결의 ‘기타’가 회계상 이름만 남은 빈 상자가 아니라 고객을 받는 운영 사업이라는 점은 알 수 있다.
따라서 STX의 전사 실적은 세 층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지배기업의 원자재·기계 무역, 해외 법인의 무역과 운송, 밸브·리조트 등 기타 사업이 각자 다른 고객과 영업 주기를 갖는다. 인적분할은 중심축을 상사로 옮겼지만 연결 범위의 이질성까지 없애지는 않았다. 이 차이는 어느 사업에서 매출이 줄었는지, 남은 수주가 어느 법인에 속하는지 구분할 때 특히 중요하다.
5.매출 축소와 자본잠식이 겹친 실적
2025년 연결 매출은 6,413억원이었지만 영업손실 619억원과 계속영업 순손실 1,664억원을 기록했다. 연말 자산은 4,611억원, 부채는 5,105억원이었고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494억원이었다. 매출이 존재해도 영업 단계에서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고, 손실 누적으로 부채가 자산을 웃도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연결 기준 | 2025년 | 2025년 1분기 | 2026년 1분기 |
|---|---|---|---|
매출 | 6,413억원 | 1,798억원 | 600억원 |
영업손익 | -619억원 | — | -99억원 |
순손익·계속영업 순손익 | -1,664억원 | — | -446억원 |
자본총계 | -494억원 | — | -938억원 |
단기차입금 | — | — | 3,052억원 |
2026년 1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98억원 감소했다. 감소율로는 약 66.6%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이어졌고 분기 말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938억원으로 더 악화됐다. 단기차입금 3,052억원은 지배기업의 무역이 운전자금과 신용을 필요로 한다는 사업 구조와 함께 봐야 한다. 재무 불안이 거래 확대를 어렵게 하고, 영업 위축이 다시 재무를 압박할 수 있는 상태다.
분기 연결조정 전 매출은 지배기업 무역 160억원, 해외 무역·해상운송 201억원, 밸브·리조트·항공 MRO 등 기타 사업 269억원이었다. 내부거래 등에 대한 연결조정은 마이너스 30억원으로, 이를 반영한 연결 매출이 600억원이다. 무역회사라는 이름과 달리 해당 분기에는 기타 사업이 연결조정 전 가장 큰 묶음이었다. 다만 기타 사업 안에 성격이 다른 사업들이 함께 들어 있으므로 이것을 곧바로 밸브 단독 매출로 읽어서는 안 된다.
피케이밸브의 생산가동률은 수량 기준 42.71%, 수주잔고는 859억원으로 기재됐다. 낮아진 가동 수준은 해당 시점의 생산 활동이 설비 능력에 비해 충분히 차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반면 수주잔고는 납품을 기다리는 일감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수주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실제 생산·검사·인도 후 이익을 남긴다는 사실은 다르므로 가동률과 납품 전환을 함께 읽어야 한다.
숫자의 신뢰도에도 중대한 제약이 있다. 2025사업연도 연결감사보고서의 감사의견은 의견거절이었다. 감사인이 재무제표 전체에 의견을 표명할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얻지 못했다는 의미다. 계속적인 손실, 유동성 악화, 채무불이행과 회생신청은 계속기업 불확실성으로 기재됐다. 따라서 표의 수치는 회사가 제출한 공시 수치이지만 통상적인 적정의견 재무제표와 같은 무게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2026년 8월 12일 현재 확인되는 최신 정기 실적 공시는 1분기보고서다. 실제 제출된 반기 정기보고서는 확인되지 않아 그 이후 영업과 재무 상태는 위 표에 반영돼 있지 않다. 급격한 매출 축소가 일시적인 거래 공백인지, 회생절차 아래에서 지속된 위축인지를 분기 숫자만으로 확정할 수 없는 이유다.
6.니켈에서 화면 거래까지, 성장 서사의 근거선
STX가 제시해 온 성장 방향은 기존 상사의 상품 범위를 넓히거나 거래 방법을 디지털화하는 쪽에 모여 있다. 이차전지 소재, 친환경 철강, e모빌리티와 원자재 B2B 플랫폼이 그 예다. 이름만 보면 서로 다른 신사업처럼 보이지만 공급선을 찾고 구매자에게 연결한다는 상사의 기본 역할을 확장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역 | 확인되는 상태 | 사업적으로 읽을 지점 |
|---|---|---|
이차전지 소재 | 니켈·리튬·흑연 오프테이크와 공급망을 회사가 사업 방향으로 제시 | 계약별 물량·경제성과 독립 수익부문은 확인되지 않음 |
친환경 철강 | 스테인리스·열연·냉연·철스크랩의 수출입 및 삼국간 유통망을 설명 | 기존 무역망의 상품 확장 성격 |
e모빌리티 | 승·상용차, 특장차, 방산 차량과 전기자전거 솔루션 확대를 제시 | 별도 매출·수주·수익성은 공시되지 않음 |
TrollyGo | 원자재 검색·구매·판매·결제 기능을 표방한 플랫폼을 출시 | 서비스 화면과 출시 사실은 확인되나 사업 성과는 별도 판단 필요 |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서 회사는 니켈·리튬·흑연의 오프테이크와 공급망을 성장 기반으로 내세운다. 오프테이크는 앞으로 생산될 물량을 정해진 조건으로 인수하는 계약 구조다. 상사가 광산이나 생산자와 수요처 사이에서 물량을 확보하려는 접근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거래 품목에 니켈이 등장한다는 점은 소재 이름이 완전히 낯선 신규 영역은 아니라는 뜻이지만, 개별 오프테이크의 채산성과 지속성까지 보여 주지는 않는다.
친환경 철강은 새로운 공장을 짓는 이야기보다 기존 국내외 유통망을 활용하는 설명에 가깝다. 회사가 제시한 품목은 스테인리스와 열연·냉연 제품, 철스크랩이다. 해외 법인과 사무소를 통한 삼국간 거래는 상사가 이미 쓰는 계약·결제·물류 연결 능력을 철강 상품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범위와 개별 상품의 환경적 성과는 회사 소개만으로 구체화하기 어렵다.
e모빌리티 사업은 승용차와 상용차에서 특장차, 방산 차량, 전기자전거 솔루션까지 폭이 넓다. 현재 공시에서 승용차가 실제 판매 품목으로 확인되므로 차량 거래의 접점은 존재한다. 다만 제시된 전체 제품군이 각각 독립된 매출원으로 자리 잡았다고 볼 근거는 없다. 이 영역의 가치는 화려한 제품 목록보다 반복 거래와 수익성이 확인될 때 선명해진다.
TrollyGo는 상사의 거래 과정을 화면 위로 옮기려 한 시도다. STX는 2023년 11월 니켈과 철강 등의 검색, 구매, 판매, 결제 기능을 표방하며 플랫폼을 출시했다. 전화와 계약서, 현지 네트워크로 이어지던 원자재 거래의 접점을 온라인 서비스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이미지: TrollyGo 공식 홈페이지 화면▲ 원자재 검색창과 거래 품목이 배치된 TrollyGo 공식 홈페이지 화면 — 출처: [STX, 2023-11-22](https://stx.co.kr/promotion/news/view?id=81&page=0&q=)
화면에는 품목 카테고리와 검색창, 철강·밸브 등 거래 대상이 보인다. 플랫폼이 실제 거래를 얼마나 끌어왔는지, 결제 기능이 어느 규모로 사용됐는지는 별도 성과 공시가 필요하다. 그래도 이 시도는 STX가 자신을 단순한 상품 보유자가 아니라 공급자와 구매자를 이어 주는 거래 접점으로 정의해 왔음을 보여 준다. 회생 이후에도 의미가 있으려면 화면의 상품 목록이 실제 계약과 현금 회수로 이어지는 구조가 남아 있어야 한다.
7.회생법정과 거래소가 따로 묻는 것
STX는 2025년 12월 계속기업 가치를 보존하고 거래와 사업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와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ARS는 채권자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협의할 시간을 확보하는 제도다. 신청 당시 회사가 강조한 목적은 청산이 아니라 영업 기반을 유지하며 재무구조를 재편하는 데 있었다.
법원은 2026년 4월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고 회생채권·회생담보권과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신고 일정을 공시했다. 이 결정부터는 채무조정과 이해관계인의 권리 신고, 회생계획 수립이 법원 절차 안에서 진행된다. 사업 소개에 적힌 성장 계획보다 채권 관계와 신규 자본 유치가 회사의 존속 경로를 먼저 결정하는 국면이다.
회생 M&A는 제삼자배정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등으로 외부자본을 유치하고 공개경쟁입찰을 결합한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공고됐다. 스토킹호스는 우선 조건을 제시한 후보를 둔 상태에서 더 나은 인수 제안을 공개적으로 받는 구조다. 기존 거래망과 종속사업을 유지하려면 인수대금의 크기만 아니라 회생채무를 감당하고 운전자금을 공급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맥락과 맞닿아 있다.
2026년 6월에는 범한산업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확인된 범위는 우선협상 지위까지다. 최종 인수계약 체결과 대금 납입,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가 모두 완료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회생 M&A의 진행 신호이지만 소유권과 재무구조가 확정됐다는 선언은 아니다.
상장 문제는 회생 M&A만 마무리되면 자동으로 풀리는 구조가 아니다. 한국거래소는 감사의견 거절을 상장폐지 사유로 안내했고, 회사의 이의신청 뒤 2027년 4월 14일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된 것으로 재게시됐다. 거래정지는 후속 결정 전까지 이어지는 조건이었다. 개선기간은 상장 유지의 확정이 아니라 사유를 해소하고 거래소의 판단을 다시 받을 시간이다.
여기에 회계처리기준 위반 관련 검찰고발 조치에 따른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도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안내됐다. 감사의견에서 생긴 상장폐지 사유와 회계처리 문제에 대한 실질심사는 출발점이 다르다. 법원이 보는 채무조정과 회생 가능성, 거래소가 보는 공시 신뢰와 상장 적격성이 각각 충족돼야 한다. 인수 후보가 나타났다는 사실만으로 주식 거래 재개까지 직선으로 연결할 수 없는 까닭이다.
8.다시 거래하려면 신뢰도 함께 조달해야 한다
인적분할 이후 STX에 남은 중심은 원자재와 에너지, 기계 상품을 공급선에서 수요처로 연결하는 상사 기능이다. 연결 안에는 공장에서 밸브를 만들고 납품하는 제조사업과 리조트 같은 서비스 사업도 남아 있다. 한쪽에는 계약과 신용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무역이 있고, 다른 쪽에는 수주·생산·검사를 거쳐야 하는 실물 사업이 있다. 이 조합은 정상적인 금융 여건 아래에서는 상품과 고객을 넓히는 기반이 될 수 있지만, 신용이 흔들리면 서로 다른 사업의 자금 수요가 동시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현재 회생의 의미도 여기서 갈린다. 외부자본이 들어오는 일은 손상된 재무구조를 고치는 출발점이지만, 종합상사의 영업을 되살리려면 공급자가 물건을 내주고 고객이 계약을 맡길 정도의 거래 신뢰가 복원돼야 한다. 밸브 사업에서는 남은 주문이 생산과 납품으로 이어져야 하고, 플랫폼과 소재 사업에서는 사업 소개가 반복 매출과 현금 회수로 바뀌어야 한다.
거래소의 판단은 또 다른 층이다. 법원이 계속기업으로서의 회생 가능성을 인정하더라도 감사와 회계처리 문제는 별도 기준으로 해소돼야 한다. 그래서 STX의 재건은 인수자 선정이라는 한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본을 보충하고, 장부의 신뢰를 회복하고, 실제 상품 거래를 다시 순환시키는 과정이 한꺼번에 맞물려야 한다.
창원 공장에 줄지어 선 밸브는 STX 연결 안에 여전히 만질 수 있는 제품과 고객 납품의 경로가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 반대편 TrollyGo 화면은 회사가 꿈꿔 온 거래 접점의 확장을 보여 준다. 두 장면 사이를 이어 주는 것은 거창한 사업 이름이 아니라 계약을 이행하고 대금을 회수하는 능력이다. 회생 이후의 STX 역시 그 오래된 상사의 기본 동작이 다시 작동하는지로 모습이 결정된다.
각주
- STX 2026년 1분기보고서, STX·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STX 2024 사업보고서, 한국거래소(KRX)·STX, 2025-03-20 — https://kind.krx.co.kr/external/2025/03/20/002401/20250320009927/11011.htm
- 그린에너지·바이오 사업 소개, STX — https://stx.co.kr/business/information1_8
-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제품·회사 소개,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 https://www.pkvalve.co.kr/kor/main.do
- STX CORPORATION — Quarterly Report, 1Q 2026, STX / FinancialFilings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STX 2026년 1분기보고서, STX·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STX 2026년 1분기보고서, STX·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친환경 철강 사업 소개, STX — https://stx.co.kr/business/information1_7
-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제품·회사 소개, 피케이밸브앤엔지니어링 — https://www.pkvalve.co.kr/kor/main.do
- PK밸브 창원 공장과 LNG 초저온 밸브, 대한경제, 2021-05-27 —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105261105511050993
- PK밸브 액화수소 밸브 -253℃ 실증, 조선비즈, 2023-06-26 —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3/06/26/GMX5AGK7YRBGRFD7ZKM6LTSNPU/
- STX와 STX그린로지스 인적분할 완료, STX, 2023-09-15 — https://stx.co.kr/promotion/news/view?id=70
- STX 2026년 1분기보고서, STX·금융위원회·한국거래소,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문경 STX리조트 신규 인피니티풀·노천탕, STX, 2026-06-08 — https://www.stx.co.kr/promotion/news/view?id=195&page=&q=
- STX 2025 연결감사보고서, 삼정회계법인·STX, 2026-03-23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audit-report-information/2026/33012545/
- STX CORPORATION — Quarterly Report, 1Q 2026, STX / FinancialFilings,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STX CORPORATION — Quarterly Report, 1Q 2026, STX / FinancialFilings,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 STX CORPORATION — Quarterly Report, 1Q 2026, STX / FinancialFilings, 2026-05-15 — https://financialfilings.com/filings/stx-corporation/interim-quarterly-report/2026/46363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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